역키잡 똑똑한 정호석
w.이여운
내게는 나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 친구가 있는데,
성별은 남자다.
정말 친한 친구였지만 그러기에 호석이는 나를 너무 잘 챙겨주었다.
어느정도였냐면
" 정하은. 너 또 밥 안먹었지. "
" 응. 호석이가 빵 사왔을거잖아. "
" ..... "
" 그치? "
두손을 고이 내밀고 눈을 반짝이며 호석이를 올려다 보자 내 시선을 피하면서 후드집업 주머니를 부스럭거렸다.
" 역시. "
" 내가 슈크림 제일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구. "
" 역시 호석이뿐이야. "
그러면 호석이는 웃으면서 팔을 살짝 치더니 '죽을래? 이제 내가 안 챙겨줄거니까 알아서 챙겨.' 라고 하며 나보다 걸음을 빨리하며 지나간다.
" 빨리 와. "
호석이는 항상 내게 웃음 지었고,
나에 대해서라면 모르는게 없었고,
나보다도 내 일에 앞장서던 친구였다.
저때만 해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정호석은 내 빠돌이고 내 손안에서 못 벗어날 거라고.
결론은 내가 존나 자만했다 이거에요.
1
자지말고 수업 열심히 들어. 정호석은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더니 웃으면서 자신의 반으로 향했다. 손을 가볍게 흔들어 웃으면서 반으로 들어오니 역시나 앞에는 수영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냥 사귀지? "
" 친구라니까? "
" 너만이잖아. "
" 그렇지. "
" 너 진짜 나쁜년이야. 알지. "
" 친구가 좋은거야. 괜히 사귀면 친구도 못하잖아. "
그렇긴 하다. 수영이가 짧게 친 단발을 뒤로 슥 넘기면서 말을 이었다.
" 그래도 정호석도 진짜 대단하다. 정성이 대단해. "
맞다. 정호석은 내게 온 신경을 다 퍼부으니까. 눈치 못채는게 바보일 정도로.
" 눈에서 꿀 떨어지겠어. 그냥 지금 정호석 잡아. 혹시알아? 그러다가 맘이 훅 떠날지. "
나는 가방을 풀면서 정호석이 준 빵을 주머니에서 꺼내면서 말했다. 뭉개지지 않게 소중히 넣어 왔건만 동그만 슈크림이 살짝 뭉개져 슈크림이 흐르고 있었다.
" 그럴일은 없을걸. "
가방에서 책을 마저 꺼내기 위해 뒤적거리니 차가운게 손에 잡혔다.
" 너 진짜 그러다가 후회한다. "
내가 요즘 푹 빠진 꿀단지 딸기 우유였다. 내가 푸우가 그려진게 너무 귀엽다고 했었는데.
" 절대 그럴 일 없다니까. 정호석이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 "
정호석에게 말했었다. 바로 어제.
나는 수영이의 말에 코웃음 쳤었다.
2
여느날과 다름없는 날이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있었고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3이 될 준비를 하는 우리들은 걱정하면서도 연말이라고 들떠있었고 수업에 들어오지 않으신 선생님들 덕분에 복도가 떠들썩했다.
그리고 그 소란스러움 사이에서 락스칠이 잘 되지 않아 소리가 시끄러운 뒷문이 세차게 열렸고,
" 대박사건!!!!! 정호석이랑 조윤정이랑 사겨!!! "
반 아이들이 시선이 모두 뒷문에 선 친구에게 향했다.
" 심지어 조윤정한테 정호석이 고백했대. "
" 애들 다 보는 앞에서. "
그와 동시에 반아이들의 시선이, 박수영의 눈이 나를 향했다.
*
내게 시원하게 엿을 먹인 정호석은 그후로 나와 잘 붙어다니지도 않았다. 내게는 꽤 충격이 컸다. 나는 정호석에게 자신했었고 그건 수영이가 가장 잘 알았다. 그리고 우리반 아이들도 거의 정호석이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모두 정호석이 자초한 일이었다. 친구들이 항상 내게 물었으니까. ' 호석이가 너 진짜 좋아하나봐. 쟤 너한테만 잘해주잖아. '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내가 오해하고 자신한건 결국 정호석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는거다.
고삼이 되며 반도 떨어졌다. 여자친구도 생겼다고 2년간 함께하던 등하교도 까였다. 우리는 애매한 사이가 되었다. 바로 옆반이었지만 우리는 서먹했다. 아니, 나만 서먹했다.
" 어, 정하은. 시험 모의고사는 잘쳤냐. "
정호석은 내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일상을 물었고 나는 거기에 똑같이 대응했다. 그리곤 지극히 진부한 말을 건네고는 조윤정에게 쫄래 쫄래 걸어갔다. 아무렇지 않은척하는 우리 사이에는 무언가 벽이 막혀 있었고, 그것 또한 정호석이 만든 벽이었다. 처음 친구가 될 때, 벽을 허문것은 정호석이었고, 만드는 것도 또한 정호석이었다.
나는 정호석과 함께 했던 지난 2년동안 정호석과의 관계에서 갑은 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서야 깨닫고 보니 갑은 정호석이었다. 내가 이렇게 쉽게 휘둘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이제는 인정할 때이다. 내가 자만했었다고.
3
곧 깨질거라 생각하던 나와 수영이의 생각과는 다르게 정호석은 꽤나 긴 연애를 했다. 어느정도였냐면,
11월, 수능도 지나쳤고
수능이라는 목적 하나만으로 공부하던 고삼생활이 끝나면서 갑자기 잃은 목표에 허송세월로 침대를 뒤척이는 2월도 지나
대학에 입학하는 3월이 되었으니까.
나는 내 힘든 고삼생활을 정호석과 함께 지내며, 내가 힘들다고 찡찡거리면 나를 웃으면서 바라보며 내가 좋아하는 우유를 건네주는 정호석을 2학년 때 자주 상상했었는데 그런일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나는 20살이 되었다.
나는 목표로 하던 대학의 경찰행정과에 들어가게 되었고, 정호석이 없는 수험 생활을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공부했던 것 같다.
*
입학식은 지루했다. 우리는 모두 제복을 차려입고 선배들과 대면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 17학번 정하은입니다. "
나는 정씨인 탓에 앞에 있는 수많은 아이들을 기다린 끝에 내 소개를 하였고, 내 앞에 선배는 명단이 적힌 종이를 팔랑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뒤에 한 명 더 없어? 한 명 부족한데. "
" 17학번 정호석, 없어? "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분명 저 선배의 입에서는 정호석이라는 이름이 나왔고, 그럴리 없겠지만 나는 그 정호석을 떠올렸다.
정호석은 내게 참 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상처입은 자존심에, 그리고 은연중에 나도 정호석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도, 애써 마주치는 정호석을 덤덤히 지켜보았는데, 그리고 이제서야 멀리 떨어졌는데 이렇게 정호석의 이름이 주위에 잔재했다.
조용한 강당 복도에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복도를 울렸다. 이제는 거의 다 왔나보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
" 정호석입니다. "
4
놀란 마음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어떻게 정호석이 여기에 있지? 정호석은 나와 함께 다니던 때에도 내게 경찰에 관심있다고 말한적도 없었다.
' 나는 경찰. 호석이 넌? '
' 난 아직 모르겠다. 그냥 성적 맞춰 가야지. '
그렇게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다시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저 제복을 입고 서있는 사람은 정호석이었다.
이름이 다시 불렸다.
정하은'
정호석'
나란히 선 우리가 나란히 이름이 불렸다.
그래, 처음 설렌 마음에 고등학교에 들어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학년 반에 앉아 담임 선생님을 만났을때도 나는 30번 정하은이었고, 정호석은 31번이었다. 우리는 나란히 짝꿍이 되었고 1년 동안 함께 주번을 하며 함께 1년을 보냈었다.
또 다시 정호석이 나타났다.
*
우리는 입학식을 끝내고 학교 주변 벤치에 마주 앉았다. 3월의 벚꽃이 길을 메울 정도로 가득 차 있었고 정호석은 내 앞에 있다. 2년전 그때 처럼.
" 내가 진짜 너 어디 넣는지 확인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
" ..... "
" 네가 경찰행정 간다고 말은 자주 들었지 혹시 맘 바꼈을까봐 니 친구들한테 물으면서 다녔어. "
" ..... "
" 오빠 온다고 힘들었다. "
정호석이 정말 힘들었다는 듯 장난스레 눈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나는 묵묵히 정호석의 말을 듣기만 하며 무겁게 닫고 있던 입을 떼어냈다.
" 왜 왔어? "
" ..... "
" 언제는 쌩까더니, "
저물어 가는 봄빛 하늘이 분홍빛이었다.
" 너 왜 윤정이랑 사귀는거도 말 안해? "
" ..... "
" 내가 남한테 그걸 들어야 했어? 그래도 너 나랑 친구였잖아. "
" 그래서 그런거야. "
" ..... "
" 너랑 친구여서. "
" 나는 네가 윤정이 좋아한지도 몰랐어. "
" ..... "
" 난 내가 너에 대해 많이 아는 줄 알았거든. "
" .. 나 조윤정이랑 안 사겼어. "
그걸 믿으라고? 나는 정호석에게 빽 소리 질렀다. 고백한 걸 본 애가 몇명이고 일년간 내가 둘이 붙어 있는걸 얼마나 많이 봤는데. 같이 하교하던 내 자리에 윤정이가 항상 있는 모습을 나는 항상 봤었다.
" 조윤정이랑 소꿉친구야. "
" ..니가 나보다 오래된 친구가 어딨있어. 여자중에. "
" 너보다 오래됐거든. 걔랑 친구한지는. "
" 근데 내가 어떻게 몰라? 내가 너랑 얼마나 친했는데. 너 말 안했잖아. "
" 모르고 있으라고 말 안한거야. 일부러. "
대체 왜 라고 묻고 싶었다. 우린 정말 친한 친구 아니었나? 정호석은 내 친한친구가 누군지 다 알고 있었다. 나는 다 말했으니.
" 내가 아는 여자는 정하은뿐이라는거 보여줄려고. "
" ..... "
"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좋겠다고는 생각했는데, "
" ..... "
" 그렇다고 자만하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정호석은 다 알고 있었구나.
정호석이 떨어지는 벚꽃잎을 배경으로 나를 마주보며 웃는다.
"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니가 눈치 챌꺼라곤 생각했는데, "
" ..... "
" 넌 내가 좋아하는거 알면서도 그런거잖아. "
" ..... "
" 모르는척. 즐겼잖아. "
" ..... "
" 너 박수영한테 얘기하는거 듣고 너무 괘씸하더라. "
" ..... "
" 그리고 너도 나 좋아했잖아. "
" 너 내가 윤정이랑 사귄다는 거 듣고 힘들었지. "
" ..응. "
" 하은아. 나 똑똑한 애야. "
" 오빠한테 잘해라. "
" 또 어디 날아가고 후회하지 말고. "
5
" 경고치고 너무 살벌한거 아니야? 어떻게 일년이나 그래. "
" 이렇게 해야 꽉 잡아두지. "
" ..... "
" 원래 밀당은 이렇게 하는거야. "
" ..... "
" 다시는 밀어낼 생각 하지도 못하게. "
" 그래서 결국 내 소중함을 알았잖아. "
" 그치 하은아. "
네헤.. 역키잡인데 맞게 쓴지 모르겠네여.. (긁적)
...!!!!!!!!!!!! 내가 썼는데 너무 맘에 안!들!어!
급하게 써서 뒷부분이 좀 부자연스러운게 있는데 그냥.. 넘어가주세여....
제가 경찰과는 지식이 없어서.. 제복 있는 학교도 있다더라구요.. 물론 입학식때 입는지 안입는지 모르지만.. (입을수도..있자나요..혹시) 제복입은 호석이와 하은이를 만나게 하려고..! (..!) 근데 저만 홉이 조금 무섭나요 제가 썼는데 초큼.. 독한듯... 일년이나...
전국에 있는 하은이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단편! 첫사랑은 좀 뒤에 올거같아요~~
읽어주신분들 댓글달아주신 분들 모두 고마워요!
암호닉 해주신 분들 다 고맙습니다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