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 무릎
"안녕하세요. 갑작스레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된 슙디가 아닌 랩디, 랩몬스터 입니다. 어쩌다 보니 오늘 윤기.. 아니 슈갸 형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저에게 라디오 DJ를 맡기고 아직까지 들어오고 있지 않아요. 분명 금방 들어온다 했는데 말이죠. 나간 지 9시간 정도 된 거 같네요. 제가 생각하는 금방과 형이 생각하는 금방은 조금 다른가 봅니다. 아까 연락해보니까 바쁘다고 욕을 하더라고요. 아주 시원하고 찰지게, 어디서 쉽게 듣지 못할 그런 욕을 참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끊었습니다. 이제 슈가 형 돌아오면 저 죽을지도 몰라요. 해맑게 인사하며 나갔던 그 사람이 전데 앞으로 보실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이라 많이 떨리다 했더니 그렇게 부담 가질 필요 없다, 평소 너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슈가 형의 말에 힘입어 여러분들을 찾아온 거니까 많이 서툴고 실수가 있어도 애교로 넘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말투가 비슷한 건 이해해 주세요. 워낙 오랫동안 알고 지내와서 저도 모르게 많이 닮아가고 있더라고요, 슈가 형을.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그런 일도 생깁니다 여러분. 가끔 내 행동에서 그 사람의 행동이 나타나고, 내 말투에서 그 사람의 말투가 나타나기도 해요. 오래 지낸 만큼 더 자주. 그냥 그렇다고요."
"서론이 조금 길었네요. 그럼 사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공부하는 이과생 입니다. 예전부터 안 좋았던 몸이 고등학교 입학하고 시간도 없고 관리도 못하기 시작하면서 배로 안 좋아져서 시험기간에 결국 공부를 못하고 있네요. 저는 성인이 되서도 펜을 잡고 머리를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서 대학원까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몸이 안 따르니까 눈에 공부도 안 들어오고 몸도 축축 쳐지고 목표가 사라질까봐 걱정이네요ㅠㅠ 학교를 잠시 쉬어야 할까요 쉬어도 해결이 되는 문제일까요."
"이맘때쯤이면 시험기간이죠,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아, 모두는 아니려냐. 어쨌든 대부분이 시험기간이죠? 더군다나 이과라니 많이 힘들겠네요. 시험 시간표 보면 문과는 그래도 자습시간이 있는데 이과는 풀타임으로 시험을 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몸이 안 좋아서 어떡해요. 시험 땐 컨디션도 많이 중요할 텐데. 당장에 시험기간이라도 몸이 좋지 않으면 잘 안 들어와요, 머리에. 집중도 잘 안되고. 쉬는 게 먼저에요.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몸이고 건강이에요.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시험을 준비했다 해도 몸이 안 따라주면 안 되잖아요. 잠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는. 학교를 쉬어야 할 정도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한 번 깊게 생각해봐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어른이 돼서 펜을 잡고 머리를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면 그것 또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잖아요. 지금 관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커서 더 나빠질 수도 있는 거니까. 만약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다면 하루 정도, 혹은 하루하고 반나절 정도 푹 쉬어요. 그게 본인을 생각하는 거고 나중에 어른이 돼서 원하는 직업을 얻고 나서도 버틸 수 있는 길이 될 거예요. 항상 앉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 특성상 운동을 하는 건 많이 힘들어요. 그럼 방법은 날 잡고 하루 푹 쉬는 거, 그거 말곤 없어요. 저는 지금 음악을 하고 있지만 고등학생 시절 공부도 놓지 않았던 사람이에요. 아버지의 네가 하는 일의 최소한의 보험이라도 들어야 되지 않겠냐, 라는 그 한마디에 공부를 계속 잡고 있었어요. 음악과 공부를 같이 하다 보니 남들보다 두 배는 더 많은 시간을 노력하고 투자해야 했죠. 몸에 무리가 왔던 적도 있어요. 시험기간엔 특히 더 그랬어요. 그럴 때 전 하루 종일 자거나 쉬거나, 평소 못 먹었던 음식을 먹거나 하면서 쉬었어요. 그러니까 그 다음날 몸도 좀 나아지고 집중도 더 잘되고 펜도 손에 잡히더라고요. 목표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쉬어야 할 땐 쉬어줘야 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본인 몸 생각하면서 그렇게 공부했으면 좋겠네요."
"오늘 제가 준비한, 여러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곧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다가온네요. 저는 또 슈가 형의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꿋꿋하게 형을 깨우겠죠. 그것도 일이에요. 솔직히 페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안 일어나요, 안 깨우면 하루를 자요, 하루를. 그렇다고 안 깨워주면 그렇게 뭐라 해요.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왜 슈가 형이 라디오를 시작하고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
"저는 슙디가 아니기 때문에 평소 여러분들이 듣던 마무리 멘트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건 슈가 형만의 멘트니까요. 전 조금 유쾌하게 이 라디오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헤이,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지 아니? 랩몬! 이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슈가 형 잘 부탁드려요. 조용하고 고요한 일요일 밤을 마무리 하시길 바라며,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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