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 하루의 끝
"안녕하세요. 슙디 입니다. 어제 오려 했는데 무슨 목요일도 이만큼 바쁘답니까. 안 그래도 월요일에 오지 못해 슬픈데 목요일도 그래야 할 듯해서 굉장히 슬프네요. 배로 슬픕니다. 오늘 날씨 어땠나요? 저는 나름 마음에 들었습니다. 낮에는 엄청 맑고 밝았죠. 6시쯤 넘어가니까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조금 흐려지더군요. 비가 올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보다는 회색 물감을 물과 많이 섞어서 하늘에 뿌려놓은 듯한? 어쨌든 좋았습니다. 완전 우울한 것도 아닌 게 그렇게 밝은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흔히 취향저격이라 말하기도 하죠?"
"평일의 마지막인 금요일. 저는 불금을 보낼까 합니다. 작업실에서 미쳐가는 그런 불금이요. 음악에 미쳐있는 거니까 작업 또한 불금이라 할 수 있겠죠? 사실 낮에 같이 작업을 하는 친구와 의견 충돌 같은 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거마저 풀고 다시 작업을 해야돼서 벌써부터 피곤하네요. 친구나 선생님, 혹은 부모님과 의견 충돌이나 트러블이 생긴다. 그럼 그 자리에서 바로 푸세요. 아니면 나중에 굉장히 피곤해집니다. 지금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 친구가 다시 올 때 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그 안에 답이 나오긴 하겠죠?"
"그럼 올라온 사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계속 눈팅만 하다가 요즘 고민이 너무 많아서 여기다 조금이라도 짐을 내려 놓기 위해서 왔어요. 저는 내년에 고등학생인 중3입니다. 지방에 살아요. 저의 꿈은 제빵사 입니다. 부모님은 딱히 반대는 안 하는데 저희 집이 잘 사는 집이 아니라서 학원을 못 다니고 있어요. 게다가 제가 사는 지역에는 제빵학원도 없어서 학원을 다니려면 수도권 지역으로 가야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제 꿈이 완전히 정해졌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꿈은 계속 바뀌잖아요. 그래서 지금 고등학교 진학도 고민중이에요. 인문계를 가서 그냥 공부를 할지 아님 전문적으로 빵을 배울지. 전문적으로 배울거면 저는 수도권으로 학교를 가고 싶어요. 거기서 학원도 다니고. 이게 제 첫번째 고맨인에요. 두번째 고민은 너무 소심하고 또 저를 너무 깍아내리는 성격이 너무 싫어요. 거절도 못 하고 낯가림도 심해서 애들이 만만하게 보는 경우가 많아요. 실은 며칠 전에 친구가 방탄 콘서트 티켓을 구했다며 저한테 티켓을 주겠다는 거에요. 너무 기뻐서 꼭 간다며 진짜 고맙다고 친구한테 몇번이나 고맙다고 말을 했어요. 근데 얘가 일주일이 지나니깐 콘서트 진짜 갈거냐며 묻는 거예요. 당연하지, 하고 제가 대답을 했더니 얘가 거짓말이였다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엄청 웃는 거예요. 너무 화가 나는데 괜히 싸울까봐 그냥 꾹 참고 바보같이 웃기많 했어요. 이 일만 봐도 대충 제 성격이 나와요. 호구랑 비슷하죠. 이게 끝이에요. 조금 허무하죠? 아, 이거 잘썼는지 모르겠네요. 좀 이상해도 그냥 봐주세요. 지금 제가 정신 없이 하는 거라. 사연 항상 잘 보고 있어요. 슙디!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곡 신청해도 되나요? 된다면 종현의 하루의 끝 신청할게요!"
"중3이면 열여섯 살이죠? 생각이 참 깊은 거 같아요. 첫 번째 고민, 두 번째 고민할 거 없이 그냥 생각이 참 많고 깊은 사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예체능, 미용, 요리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 진학이 참 고민스럽죠. 거기에 더해서 학원까지. 돈이 배로 들어가니까. 저 같은 경우에도 미디를 고등학생 때 시작했는데, 좀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이것저것 따지니까 꽤나 비용이 나오더라고요.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도 참 미안해서 일주일 정도 혼자 고민했던 것 같아요. 겨우 말을 꺼냈죠. 굳이 그걸 해야겠다면 아깝지 않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다시 말하라고. 열여섯이면 어려요. 늦지 않았고 인문계를 가든 어딜 가든 내가 마음이 정해지면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그 일을 하게 되어있고, 또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절대 아깝지 않아요. 고등학교 진학까지 아직 남았으니까 충분히 생각해봐요. 물론 당장에 찾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정말 내 꿈이 제빵사인지 아니면 다른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할 시간은 있을 거예요. 성급해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늦었다 생각했는데 제가 지금 있는 이 세계에서, 분야에서 저는 막내에요.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말아요. 두 번째 고민은 저도 충분히 봐왔고 겪어봤던 이야기에요. 낯을 워낙 많이 가리고 제 자신을 많이 깎아 내렸거든요. 쟤 자존감 낮냐, 할 정도로 심하게 깎아 내렸어요. 물론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많이 깎아 내렸어요. 그게 익숙해질 정도로. 그래서 쟤는 자존감도 낮으니까 막 대해도 되겠다, 하는 애들도 많았고. 그래서 시답잖은 일로 놀리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심하게 장난쳐도 그냥 웃고 넘기니까 더 그랬고. 가끔은 필요해요. 화가 나도 그냥 웃고 넘기는 거, 자신의 화를 참는 거. 하지만 한 번쯤은 싫다, 짜증 난다는 티를 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싸울 것 같아도 그건 상대의 잘못이니까요. 화를 내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호구가 아니라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거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거예요. 그거 좋은 거예요. 살아가면 서 필요한 거고. 그러니까 그 성격을 호구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보다 남을 배려한다는 소리니까"
"어떠셨나요. 금요일의 늦은 밤을 조용하게 시작해 조용하게 끝내는 기분이 가끔은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항상 시끄럽고 정신없이 흘러갔던 평일 중 가장 조용하고 고요하게 지나가는 금요일 밤. 저는 다음 날이 토요일인, 쉬는 날인 금요일 밤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날보다, 평소보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공기와 함께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 그리고 키보드 소리와 함께 고요히 그 다음날로 넘어가는 형용할 수 없는 생각이 뒤섞이는 금요일 밤을 좋아합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금요일 밤은 어떤 밤인가요?"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을, 다른 설탕과는 조금 다른 설탕 같은 라디오. 안녕하세요 슙DJ 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참, 지금쯤이면 시험기간이죠? 너무 무리하게 공부하지 말고, 내일 토요일인 만큼 푹 자고, 쉬면서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그럼 정말로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좋은 꿈꾸고, 잘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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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nstiz.net/writing/2403969
사연 신청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