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주의, 빠른 전개 주의
그렇게 시간이 흘러 2학년 1학기 여름방학이 시작됐어
방학에는 진짜 할일없이 집에서 빈둥대거나 가끔 정수정 이지은이랑 놀고 그랬어
김종인은 댄스경연대회때문에 학원 연습실에 박혀살다싶이하고 그래서 준비는 많이 했나봐
저번에 학원 놀러가서 얘네 팀 춤연습하는 거 몰래 구경하는데 진짜 놀람
빠른 박자에도 완전 딱딱 박력있게 맞춰서 추는데 입이 다물어지질 않더라ㅋㅋㅋㅋㅋ
완전 멍하게 의자에 앉아서 김종인 춤추는 거 한참 보고있는데 노래끝나고 땀을 뻘뻘 흘리는거야
바닥에 앉아서 손등으로 대충 닦길래 얼른 일어나서 집에서 혹시 몰라 가져온 뽀송뽀송한 수건을 내밀었어
"자, 닦아."
"뭐야? 왔으면 말을 하지."
김종인이 고개들고 나 보더니 무덤덤한 표정으로 수건받으면서 말했어
"완전 열심히 춤추고 있던데. 말 걸 타이밍도 없었어ㅋㅋㅋ"
"잘 했어."
그러더니 손으로 내 머리 살짝 툭툭 치는거야
옆에서 같이 연습하던 사람들이 "오오오~ 여자친구?" 막 오바하면서 휘파람까지 부는데 나 완전 당황해서 "네?! 아니 그게 아ㄴ..."
"친구에요."
손까지 휘저으면서 말하는데 도중에 김종인이 말끊고 엄청 단호하게 그러는거야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수긍하고 자기들끼리 다시 얘기하는데
괜히 나 혼자 민망해짐...ㅋㅋㅋㅋㅋ
진짜 칼로 무 자르듯 저렇게 말하는데 사실인데도 뭔가 기분이 묘했어
솔직히 1년동안 거의 안 떨어지고 매일같이 붙어 지내니까 김종인이 점점 친구보다는 남자로 보이는거야
걔가 가끔씩 아무렇지도 않게 나한테 잘 해줄때는 심장 쿵쿵거리고 설레서 처음엔 내가 미쳤나 착각하는건가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 마음이 한 번 들기 시작하니까 엄청 편하고 거리낌없던 김종인이 조금씩 서먹해지고
설마설마하며 절대 난 김종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억지로 단정짓고 그런 마음을 숨기고 지냈어
내가 들키기 싫은 감정은 엄청 잘 숨기고 티 안내서 말안하면 모르거든
김종인은 눈치가 빨라서 어쨌을진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뚱한 표정으로 김종인 뚫어져라 쳐다보니까 걔는 무표정으로 내 시선피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길래 나도 따라 일어났어
"야, 나 이제 갈게. 갑자기 피곤해졌어."
"....."
"어? 간다고. 대답좀^^"
"나도 이제 갈건데 같이 가던가."
뭔 소리하는거야ㅋㅋㅋㅋㅋ? 진짜 거의 하루종일 연습실에만 있어서 나랑 놀지도 않던 애가 갑자기 집에 간다는거야
내가 의아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니까 목에 수건 걸치더니 의자 옆에 있던 가방들고 밖으로 걸어가길래 나도 일단 쫒아갔어
걸음은 또 왜 이렇게 빠른지 휘적휘적 지 혼자 앞으로 가길래 한참 걷다가 숨차서 김종인 불렀어
"아씨, 김종인!! 왜 이렇게 빨리 걸어? 다리길다고 자랑해?"
크게 소리치니까 앞에서 가다가 천천히 멈추길래 이때다 하고 다다다 달려가서 옆에 섰어
모자 푹 눌러쓰고 있어서 김종인 표정이 잘 안 보이길래 답답해서 손으로 모자 벗김
그러니까 나 내려다보길래 내가 뭐뭐뭐 이러면서 완전 깝쳤단말야ㅋㅋㅋㅋㅋ
김종인이 내 얼굴보면서 한숨쉬더니 손으로 내 눈 가려버림 손은 왜 이리 큰지ㅋㅋㅋ
갑자기 앞 안보여서 "아 치워!!" 소리치니까 손 떼는데 허리숙이더니 지 얼굴을 확 가까이 들이대
"뭐...뭐. 못생겨가지고."
"니가 더."
이러는데 할 말 없었어... 사실이니까ㅠㅠㅠㅠㅠㅠ
완전 또 혼자 설레서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ㅠㅠㅠㅠㅠㅠ
대답안하고 김종인 모자 뺏은거 내 머리에 쓰는데 완전 좋은 샴푸 냄새 확 풍기는거야
내가 얘 샴푸냄새를 좋아해서 예전에 물어봐서 쓰는데 이렇게 좋은 냄새가 아니야;; 뭔가 같은건데 다름;;
"아, 좋다."
"......"
"왜 쳐다봐?"
"나도."
갑자기 저렇게 대답하는거야 순간 놀래서 눈 휘둥그레 뜨고 김종인 올려다보니까
"수건 냄새."
난 또 뭐라고ㅋㅋㅋㅋㅋ 섬유유연제 냄새좋다고 하는 거였어 민망민망
그렇게 한참 길 걷고 있는데 오른쪽에 편의점이 있는거야 거기 유리창으로 안에 진열대가 보이는데 츄파춥스가 딱 눈에 띄었어
내가 츄파춥스덕훈데 그거 보는 순간 먹고싶어서 혼잣말로 거의 안 들리게 중얼거렸어
"맛있겠다..."
완전 개미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침 삼키는데 김종인이 내 시선이 향한 쪽 따라서 보더니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어
쟤가 뭐하는거지? 음료수 사러 가는건가?
또 지 혼자 걸어가는 김종인 뒤 쫄래쫄래 따라가는데 편의점 직원언니가 어서오세요~ 하면서 김종인 얼굴 보는데 눈을 못 뗌
혼자 얼굴 붉어져가지고 계속 눈웃음치는거야ㅋㅋㅋㅋㅋㅋ
좀 질투나서 애써 표정 관리하고 김종인 옆으로 다다다 달려가서 팔짱꼈어
"종인오빠~ 웬디 쮸빠쭙쓰 사주세여ㅠㅠㅠ 웬디 사탕먹고찌퍼!! 히잉..."
미안...저땐 쓸데없는 질투에 눈이 멀어서 앞뒤 분간이 안 됐어ㅋㅋㅋㅋㅋㅋㅋ
그때는 김종인이 나중에 놀리던말던 신경안쓰고 내 최대 부릴 수 있는 애교를 다 부렸어ㅋㅋㅋㅋㅋ
김종인 팔에 팔짱끼고 애교부리면서 친한 척 하니까 직원언니 표정 싹 굳고 날 죽일듯이 노려봄;;; 무서워;;
근데 김종인 이자식은 아무 반응이 없길래 설마 한대치려나하고 조심스레 올려다보는데 멍때리고 있는거야
얘는 멍때려도 좀 분위기가 있어 그래서 짜증남^^ 내가 멍때리면 그냥 바보같은데
왜 저러지? 괜히 나 혼자 뻘쭘해져서 말돌렸어
"야, 김종인. 너 뭐 사러 온거야? 어?"
툭툭 건들면서 다시 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니까 김종인이 과자코너 쪽으로 걸어갔어
쟤 과자 싫어하는데 왜 가는거지? 눈치못채고 가만히 서 있는데 츄파춥스 통으로 돼있는거 알아?
깡통처럼 생겨가지고 엄청 큰 거 있잖아 1800g짜리ㅋㅋㅋㅋㅋㅋㅋ
그걸 통째로 들더니 카운터에 탁 올리길래 얼른 그 쪽으로 뛰어갔어
"뭐야? 이거 왜 사? 너 단 거 싫어하잖아."
"만 팔천 오백원입니다, 손님~"
하라는 김종인은 대답안하고 직원언니가 웃으면서 김종인 자꾸 쳐다보는데
이 자식은 눈도 안 마주치고 지갑에서 돈 꺼내더니 내밈
평소에도 내가 사달라는 건 거의 다 사줌 김종인 진짜 부자야ㅋㅋㅋㅋㅋㅋ
"잔돈 너 가져."
"진짜? 땡큐~"
신나서 거스름돈 주려는 직원언니한테 손 뻗으니까 완전 똥씹은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얹어줌
내가 김종인 여자친군줄 단단히 착각한 모양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받고 주머니에 넣은 다음에 편의점 직원언니 뒤돌아보면서 이겼다는 생각에 뿌듯해서
완전 못된 드라마 여주처럼 한 쪽 입꼬리 올리면서 나왔어
그 후로 저 편의점 혼자 가면 나 구타당했을지도 몰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인종인 김종인!"
".....(혼자 터벅터벅 걸어감)"
"같이 좀 가."
"야 이웬디."
"왜?"
"너 아까 편의점에서 왜 그랬냐?"
"어? 어어, 그거? (당황) 직원이 너 계속 쳐다보길래 좀 놀려주려고 그랬지. 아니면 내가 미쳤다고 너한테 그딴 애교를 했겠냐ㅋㅋㅋㅋㅋ아웃겨ㅋㅋㅋㅋㅋ"
나 혼자 큰 소리로 오바하면서 엄청 웃어대니까 뭔가 실망한 듯한 표정? 좀 화난 것 같은 묘한 표정을 짓는거야
그리고 손에 들고있던 츄파춥스통을 나한테 내밀었어
설마 나 주는건가? 믿기지가 않아서 멀뚱멀뚱 사탕통만 보다가 김종인 표정 어떻든 말든 일단 본능적으로 손에 들었어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무거워;; 이거 다 어떻게 먹어하면서 입꼬리는 이미 귀에 걸림^^ 김종인이 이럴때도 다 있네~
실실 웃으면서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니까 그런 나 보면서 지도 픽 웃더라 (얘는 진짜 크게 소리내어 웃는 걸 본 적이 없음)
갑자기 밀려오는 정적에 말없이 걷다가 우리집 앞에 도착해서 입구에서 멈췄어
"김쫑!!완전 땡큐! 이거 다 먹으면 살 대박 찌겠다ㅠㅠㅠㅠ근데 좋아ㅋㅋㅋㅋ"
"들어가."
헤실헤실 바보같이 사탕통 흔들면서 인사하니까 김종인이 들어가라고 하고 걸음옮기는거야
얘네 집은 옆동이어서 그냥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니까 뭐 알아서 가겠지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김종인 뒷모습이 보고싶어서 나도 모르게 스르르 문 뒤에 숨어서 고개만 내밀고 쳐다봤어
근데 자기집 그냥 쓱 지나치고 아까 걸어왔던 데로 다시 걸어가길래 뭐지? 계속 보니까 아무래도 연습실 다시 가는 것 같은거야
뭐야...왜 다시 돌아간대? 나 데려다주려고 나온건가?
설마ㅋㅋㅋㅋㅋㅋㅋ 김종인이 미치지않고서야;;
근데 그것땜에 혼자 망상에 빠져서 헐 진짠가? 김종인이 나 데려다준거네
또 저 놈의 아무 감정섞이지 않은 친절에 난 설레고...
너무 혼란스럽고 솔직히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인정하기가 싫었어
결국 그 츄파춥스는 다 먹었지만;;; 안 먹고 우울하게 감성에 젖어있을 성격이 아니라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을 좀 빠르게 거슬러서 2학년 2학기로 넘어갈게
그렇게 김종인에 대한 내 마음은 점점 커져가고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는 때였어
2학년 내내 나랑 김종인은 맨날 등하교 같이 하고 체육시간에 짝피구 같은 거할때도 다른 여자애들이 가로채기전에
친한 친구라는 핑계대면서 내가 먼저 김종인 손 잡고 그랬어ㅠㅠㅠㅠ슬프다
근데 친구인거 알면서도 어떻게든 엮으려고 하는 애들있잖아
우리반에 우지호라는 애가 그 중에 한 명이었어
난 괜찮은데 김종인이 싫어할까봐 눈치보면서
진짜 몇년째 친구라고 내가 자세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해도 이 새낀 절대 안 믿음;;;
의심병환자인가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성격이 엄청 나쁜애는 아니었어 그냥 반에서 잘 나대고 욕 잘 하는 남자애였지
걔가 1학기 내내 나랑 김종인 사이 의심하면서 뭐만 보면 "우어어어어!!김종인이 이웬디 좋아한다ㅋㅋㅋㅋㅋㅋ얘들아 봐봐!!"
하...진짜 이 말을 달고 살았어
그럴 때마다 김종인 표정은 진짜 썩어들어갔어ㅋㅋㅋㅋㅋ 벌레라도 씹은 것처럼 우지호 쳐다보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 할 말해
"야~소오올직히 남자랑 여자사이에 친구가 있다고 생각하냐? 표지훈!말해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그하냐? 이웬디 백프로 김종인 좋아해."
이런식으로 자기들끼리 주고받으면서 사람 열받게 함... 근데 속으로 엄청 찔려서 아무 말도 못 했어
내가 김종인 좋아하는거 수정이랑 지은인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어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얘네들이랑 몇 년을 지내왔는데 그 정도 눈치도 없겠어?ㅋㅋㅋㅋ
근데 김종인은 눈치에 눈도 모르는 애임ㅡㅡ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자꾸 반 애들 다 들리게 방송하듯이 엮어대니까 나랑 같이 앉아있던 지은이가 참다 못해 우지호 한 대 때리는거야
(근데 이지은하고 정수정도 만만치않게 엮어댐)
이지은이 그만 좀 하라고 등짝 퍽 때리는데도 실실 웃음;; 얘 어디 아픈앤 줄 알았어
"그만 좀 해라, 존나 유치하게ㅡㅡ"
"헐....ㅋㅋ..ㅋㅋ..."
왜 지은이한텐 꼼짝 못 하니 우지호야? 설명 좀 해줄래?ㅡㅡ
1년 넘게 혼자 짝사랑 하는 기분알아? 그것도 거의 내 18년인생 대부분을 같이 보내온 친구를ㅠㅠ
쉬는시간마다 우르르 찾아와서 어떻게든 김종인한테 잘 보이려고 선물공세하는 여자애들은 친구라고 막아낼수도 없잖아
내가 김종인 여자친구도 아닌데...
또 걘 그걸 딱히 단호하게 쳐내지도않아 사물함에 쌓여있는 편지들은 그대로 놔두고
포장되 있는 선물들은 가지고 싶다고 난리치는 지 친구들한테 주고 그랬어
"김종인, 이거 나 줘!"
"어."
"종인아, 나 이 초콜렛 먹어도 돼?
"먹어."
얘가 하도 인기가 많으니까 엄청 가까이 옆에 있는 나 질투하는 여자들도 진짜 많았어
베픈지 뭔지 그런 핑계대면서 종인이한테 은근슬쩍 꼬리친다, 완전 여우다, 재수없다 이런 것들은 그냥 베이스였고
진짜 입에 담기도 더러운 욕들도 복도 지나가면 옆에서 툭툭 내뱉는 애들도 있었어
그것도 꼭 김종인이나 친구들없이 나 혼자 있을때만 하는거야 짜증나게ㅋㅋㅋㅋㅋㅋ
그러다 사건이 터졌어
우리 학교엔 여자탈의실, 그 옆에 남자탈의실이 있어
그 때가 다음 시간이 체육이라 수정이랑 지은이랑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려고 탈의실 들어가는데
평소에 나 엄청 싫어하는 여자애들 세 명이 하필이면 거기에 딱 있는거야
꼴보기 싫어서 그냥 나가려다 어차피 나도 친구들 있겠다 당당하게 체육복으로 갈아입었어
"아, 오늘 대박 춥다ㅠㅠㅠ늦으면 운동장 열바퀴뛰는데 미친;; 빨리 갈아입자."
"헐 맞다...오 분 밖에 안 남았어!"
이러고 얘기하면서 위에 교복니트 벗고 와이셔츠만 걸치고 체육복 자켓 입으려는 도중이었어
옆에서 흘낏흘낏 나 째려고보고 있던 그 년들중에 한 명이 (존나 고릴라같이 생겼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더니 거의 한 모금밖에 안 마신 차가운 음료수를 지나치는 척 하면서 내 옷에 뿌리는거야
진짜 누가봐도 일부러 그런거 티나는데ㅡㅡ 진짜 빡쳐서 한 마디 하려는데 지들끼리 킥킥대면서 나가버림
벌써 다 갈아입은 수정이랑 지은이가 내 옷보더니 엄청 놀라더니 뭔 일이냐고 물었어
"헐!!! 이웬디 너 옷 다 젖었네? 왜 그래??"
"뭐야, 아까 그 고릴라 같은 년이 쏟은거야? 맞지??!!"
"어? 아니, 실수로 그런 것 같아..."
평소에 얘네들 화나면 팍 터지는 불같은 성격이라 어떤 일 일어날지몰라서 그냥 말 안했어
"그럼 어떡해? 저거 벗고 나가면 너 감기걸려!"
"체육복 안 걸치고 다른 거 걸치면 수업내내 토끼뜀뛰어야되잖아. 일단 내 체육복 입ㅇ..."
"됐어!! 그럴 필요 없어, 정수정. 그냥 토끼뜀 뛰고 말지 뭐."
내가 몇 번이고 거절하니까 둘 다 나보다 더 억울한 표정으로 운동장 걸어나가ㅠㅠㅠㅠㅠ
"이웬디!! 체육복 안 입은거냐? 핑계 댈 생각 하지마라."
"네..."
"뭐 해야하는지 알고 있겠지? 시작해."
운동장 한 가운데서 체육이 나 혼내니까 스탠드에 있던 우리반 애들 시선 다 쏠리는거야
친구들 사이에 앉아있는 김종인도 나 쳐다보고ㅠㅠㅠㅠ
민망하기도 하고 진짜 그년들땜에 화나는데 화도 못내고 억울해서 눈물까지 맺히려하는거야
고개 떨구고 바람 엄청 부는데도 와이셔츠에 교복치마만 입고 뛰려니까 좀 그렇잖아
남자애들도 있는데 토끼뜀이라니ㅁㅊ 진짜 체육새끼ㅡㅡ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으니까 막 재촉함
"말 안들어? 다시 한 번 말한다. 빨리 뛰어!!"
울며 겨자먹기로 치마 억지로 내리고 쭈그리려는데 갑자기 내 어깨에 뭐가 툭 걸쳐지는거야
놀래서 위 올려다보면서 김종인 쳐다보는데 지 체육복 자켓을 나한테 준거였어
"...야 김종인. 너 뭐해?"
아무말 없이 나 내려다보더니 팔 잡고 일으켜세우면서 아직 팔도 안 넣었는데 체육복 지퍼 끝까지 올리는거야
그러더니 체육앞으로 엄청 빠르게 걸어갔어
"저 체육복 놓고 왔어요."
"뭐? 이 자식이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장난하냐?"
"쟤 입었잖아요. 토끼뜀 제가 뛰겠습니다."
"하! 별 쇼를 다보네. 나 참, 기가 막혀서."
체육이 아무 말도 못하고 헛웃음만 지으니까 내 옆으로 오더니 쭈그려 앉은 다음에 나 올려다보는거야
솔직히 김종인때문에 그년들한테 이 꼴 당한건데 화난 것도 있었거든
근데 얘가 나 올려다보면서 씨익 웃더니 내가 멍하니 서 있으니까 고개 돌리고 토끼뜀 뛰기 시작헀어
체육새끼는 수업시작하고 반 애들은 눈치보더니 체조 시작하길래 그냥 교실안으로 들어와버렸어
날씨도 엄청 쌀쌀한데 지도 추우면서 와이셔츠 하나 입고 운동장 뛰는 김종인 못 보겠어서ㅋㅋㅋ진짜...
난 어떻게든 김종인 좋아하는 거 숨기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되는거야
얘가 나한테 이렇게 잘 해줄때마다 점점 더 겉잡을 수 없이 좋아지는데 그러면 안 되는거잖아
이러면 이도저도 아닌 불편한 사이 되는거니까
혼자 교실에서 펑펑 울다가 체육시간 끝나가는데 김종인이랑 마주칠 자신이 없는거야...
그래서 아프다는 핑계로 양호실에 있으려고 들어갔는데 양호선생님이 안 계셔서 문 닫고 그냥 침대 위에 누웠어
종인이가 준 체육복 자켓에서 나는 향기때문에 또 혼자 두근거리는 내가 너무 싫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자려고 눈 감고 있는데 그러기를 한 10분이 지났나?
양호실 문 열리는 소리가 나고 누가 들어와서 양호선생님이겠지, 하는데 쭉 걸어오더니 내 옆에 앉는 느낌이 들었어
"이웬디."
"....."
"자?"
김종인인거야ㅠㅠㅠㅠㅠ 어떻게 알고 또 찾아온 거야 진짜 짜증나ㅠㅠㅠㅠ
자는 척하려고 눈알 하나 안 굴리고 숨도 완전 조용히 내쉬고 있는데 김종인이 혼자 말하더라
"왜 넌 눈치가 없냐."
"....."
"나 진짜 미친 놈인가봐. 너 보면 이상해져."
"....."
"니가 웃는 거 보면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엄청 떨리고 너 안아주고 싶고 그러는데"
"....."
"그러면 안 되는거잖아."
여기까지 들었는데 점점 심장이 빨리 뛰는거야
마른 침까지 삼키게 되고 눈 꼭 감고 긴장하고 있는데 김종인이 나지막하게 한숨쉬었어
"...미안."
그러고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나가려는거야
이러고 나가면 난 어쩌라고 이 새끼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나도 모르게 자는 척 하던 것도 잊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어
너무 떨리고 긴장돼서 무슨 말 했는지도 잘 기억안나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나 안 자서 다 들었어!!!"
눈엔 눈물 그렁그렁 맺히면서 소리질렀는데 얼마나 웃겼을까ㅋㅋㅋㅋㅋ으아ㅡ가ㅡㅇ가ㅡ으ㅏ강으우가그
"계속 말해. 왜, 왜 끊고 그래?"
말까지 더듬으면서 저렇게 말하니까 뒤 돌아 서 있던 김종인이 나한테 걸어오는거야
아 근데 너무 떨려서 제대로 못 쳐다보고 고개 푹 숙이고 있었어ㅠㅠㅠㅠㅠ
괜히 내가 혼자 설레발 친 거 아닌가 딴 얘기일수도 있는데...?? 속으로 엄청 후회하면서 머리 쥐어뜯고 싶은 거 참고 있는데
김종인이 손으로 내 턱 들어서 자기랑 눈 마주치게 하는거야
와 진짜 심장터질 것 같아서 죽는 줄...
"야."
"어..."
"좋아하나봐."
"뭐를?"
"이웬디."
"....."
"한 번만 말할거니까 잘 들어."
"....."
"좋아해. 너 보면 그냥 좋아."
"...어?"
"그냥 좋은데 뭐라고 설명해. 그딴 거 오글거려서 못해."
그러더니 그대로 얼굴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 입술에 뽀뽀하는거야
너무 놀라서 눈도 못 감고 바보같이 앉아있는데 김종인이 입술 떼더니 진지한 눈으로 나 쳐다봤어
"사귀자, 잘 해줄게."
그 말 듣자마자 참고있던 눈물이 펑 터진거야ㅠㅠㅠㅠㅠ엉엉 울면서 김종인 어깨때리니까 계속 맞고만 있어
그러더니 나 꽉 안아주면서 다 울 때까지 기다리다가 내가 고개 살짝 끄덕이니까
이러고 웃었어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우리는 그 날부터 사귀기 시작했어ㅎㅎ 하....저 때 김종인의 잘해준다는 말을 믿는 게 아니었어ㅠㅠㅠ
다음편부터는 본격적인 김종인과의 연애하는 일화를 풀게!!
+김종인 일기 (오글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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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하셨던 분들도 한 번 더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