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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오늘 밥사주면 안돼?]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게 좋았다. 이번에도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여자쪽이 자신에게 푹 빠지는 순간 정이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다른 사람을 만날 뿐이지. 승철은 새로운 타켓인 수영에게 열심히 공을 들였고, 간간히 카톡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답이 어떻게 올까 설레 하던 승철의 머리를 책으로 툭! 치며 "뭐가 그렇게 좋냐. 정신차리고 공부하지?"라며 말을 걸어오는 사람. 승철은 진동소리에 핸드폰을 한번 확인하더니 자신의 머릴 친 사람이 지수인것을 알고는 씨-익 웃어보인다.
"뭐야. 왜 무섭게 화를 안내?”
"나 오늘 밥먹기로 했다."
"누구랑."
"강수영이랑"
승철의 대답에 지수는 그게 누구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문득 그많은 여자들 이름을 다 외우고 있는 최승철이 대단하다고 느껴서는 "그 머리로 공부를 해라.”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내뱉는다. 승철은 지수의 말은 고이 씹어버리고 "저번에 카페에서 헤어진 여자."라고 대답했다. 감히 지수가 잊어버릴수 있을까. 남자 단둘이서 간 카페를. 게다가 다른사람 다 들으라는 듯 헤어지자 외쳤던 그녀의 목소리를.
"그 누나?"
"응. 오늘."
"미치겠다. 그 여자가 너 만나겠대? 아 세상 존나 구리다. 헤어진지 얼마나 됬다고 연하라고 쫄랑쫄랑."
"너야말로 구리다. 아직 그런사이 아니거든."
승철에게 잔뜩 꼬이는 여자들이 불만인것인지 지수가 투덜거렸다. 하지만 바로 그런 사이 아니라는 승철의 말에 지수는 그래?라고 눈알을 굴리더니 그녀의 얼굴을 곧 기억해내고는 승철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 소개시켜주라.”
"... 진짜 구리다. 홍지수."
어느 한 식당.
수영이는승 철의 수업이 끝나 식당까지 오는 시간을 대충 계산해 만나기로 한 식당에서 그를 기다렸다. 어쩌자고 그에게 밥을 사준다고 했을까.
그녀는 승철에게 괜한 희망을 품게 하는것은 아닐까 걱정했다. 그저 친한 동생으로만 연락하는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다 알고 있었다. 그 어린녀석의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이 자리에 나와있는 자신을 자책하다가도 다시 그냥 좋은 친구인 동생일 뿐이라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누나!"
"어. 왔네."
"많이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왔어."
승철과 짧은 인사를 주고 받은 수영이 자신의 앞자리에 앉는 승철을 보고 괜찮다며 씩 웃어보였다. 교복을 입은 그가 문득 더 어려보이는 순간 수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도 교복을 벗은지 얼마 안된 나이라며 마음을 다독였다. 어차피 동생으로 생각하는 '그' 라면서 왜 승철과의 나이차를 줄이려고 생각을 한건지 스스로도 기가찼다. 그녀는 다시 한번 생각을 고쳐 잡고는 승철을 바라보았다. 수영을 바라보고있던 승철과 눈이 마주친 수영이 흠칫 놀랐다.
"뭘 그렇게 놀래."
"넌 뭘 그렇게 쳐다봐."
"누나 얼굴보니까 좋아서 그랬지. 누난 나 안보고싶었어? 맨날 카톡만 하고.. 전화도 내가 하고. 사실 오늘 만난것도 내가 먼저 불러서 나온거잖아. 완전 튕겨 강수영."
"누나한테 강수영이 뭐야-."
"왜-. 누나 같지도 않은게."
가끔 통화로 수영이의 이름을 부르던 그였지만 막상 눈 앞에서 그렇게 들으니 기분이 이상해진 수영이 투덜거리자 승철은 겁도 없이 '누나 같지도 않은게-.'라고 대답했다. 수영이 울컥해서 화를 내려고 하기도 전에 승철의 말이 그녀의 말을 가로 막는다.
"귀여워."
"..."
"귀여워서 누나 안같아. 오늘 오빠가 밥살까?"
"누가 오빠야. 혼난다."
"아유- 무서워-."
수영이의말 에 무섭다며 잔뜩 깐죽거리던 승철이 이제 밥좀 먹자며 주문을 한다. 그저 피식 웃으며 넘겨버린 수영도 주문을 하고 곧이어 나오는 식사에 두사람의 대화를 반찬삼아 재밌게 이야기를 하며 식사 시간을 즐겼다. 그 와중에도 간간히 울리는 승철의 핸드폰 진동. 가작 약한 진동인지라 수영에게는 들리지 않았으나 승철은 꽤나 신경쓰였는지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빼서 가방안으로 넣어버렸다.
"데려다 줄까?"
"됐어. 우리집으로 가는길 완전 밝아."
"아니. 위험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누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 아. 너 선수지."
"선수? 무슨 선수. 운동선수?"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도 남을 승철이지만 모르는척 말을 돌리자 수영은 말을 말자는 듯 웃어버린다.
"괜찮아. 혼자 갈래."
그녀의 말에 승철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그녀가 안보일때까지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다가 문득 생각난 핸드폰 진동소리에 가방을 뒤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카톡창 가장 위에 보이는 빨간 아이콘안의 '4'가 보인다. 윤서다.
[오빠 내일 만나장. 내가 떡볶이 쏜다.ㅋㅋ]
[떡볶이 싫으면 오빠 먹고싶은거 이써?]
[나 또 혼자말한다.....^^]
[떡볶이 싫어?ㅠㅠ 카톡 확인좀 하지?]
다른 카톡은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는 윤서에게 바로 답장을 보냈다.
[내일은 바쁘고 금요일에 만나ㅋㅋ 이제 확인했어.]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로 집어 넣으려던 승철이 손을 멈추고 다시 핸드폰을 들어 카톡창을 열었다.
[누나 밥 맛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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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칸이 있으면 좋겠군요.
저는 이런 주저리 적어놓는 걸 좋아해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