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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이 생겼다고?"
몇일 뒤 카페. 정기적으로 항상 만나던 여자 셋은 또 수영이의 일로 떠들썩 했다.
수영이의새 남자친구의 일이라니 민정과 윤하은 누구냐며 그녀를 추궁하기 바빴다.
"근데 고등학생이야-."
"연하야? 고등학생이라고? 설마 너-."
"...어... 카페에서 봤던 그애야. 나한테 대시했던...어쩌다가 나중에 다시 만났는데 번호교환하고.. 뭐 그렇게 됐어. 나도 날 잘 모르겠어. 놓치기 싫어서."
수영이의대 답에 윤하는 좋을때라며 자신의 아이스 커피를 빨대로 쪽쪽 빨았다. 오늘의 커피는 쓰다. 윤하가 커피만 마시자 그새를 못참은 민정이 이름은 뭐고 어디 고등학교를 다니냐며 질문 폭탄을 쏟아냈다. 수영은 승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예전과는 다르게 이젠 대답해 줄수 있는게 많아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행복한 수영과는 달리 입을 열면 열수록 민정과 윤하의 표정이 굳어져 간다.
“이름은 최승철이야. 늘파란고등학교 3학년. 고3인데 피해는 안주려고... 둘다 표정이 왜그래..?"
"...대학생인 내가 이런거 알고 있는게 창피하지만... 너 제우스 몰라?"
"제우스?"
"늘파란고 고3에 이름이 최승철이면 맞는것 같은데. 엄청 잘생겨서는 눈도 크고?"
민정의 말에 수영이 의아하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긴 몰라도 민정이 설명하고 있는 남자가 자신이 알고있는 승철이 맞는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민정이 머리가 아프다는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늘파란고 제우스 맞네-."
"제우스가 뭐야..."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수영을 바라보던 민정이 너도 참 보는눈이 거기서 거기라며 혀를 내둘렀다. 어쩌면 바람때문에 헤어지더니 곧장 바로 만난 남자가 바람둥이라고 소문난 남자라니-. 친구로서 속상해진 민정은 말안해주는 것 보다야 빨리 사실을 아는게 나을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걔 완전 바람둥이잖아."
"뭐?"
" 걔가 왜 제우스 인줄 알아?
'카사노바' 라던가 '바람둥이' 같은 안좋은 수식어가 넘치는데
왜 그녀석이 '제우스' 인줄 아냐고. "
"내가 어떻게 알아. 고딩들이 심심해서 지어낸 말이겠지."
아무렇지도 않게 민정의 말을 흘려들으며 대답한 수영을 보던 윤하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 다들 아는 사실을 항상 사건의 주인공인 여자만 모르는 건지 알수가 없다고- 윤하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답답하다는 듯 그녀는 입을 열었다.
"내가 설명해 줄게 강수영. 그녀석이 왜 제우스 인지."
수영이는자 신은 처음본 승철을 이 친구들이 어떻게 아는지 여전히 의아했다. 게다가 그가 바람둥이라고 확신했고, 확신에 찬 얼굴은 아직 이야기를 듣지 않았지만 두렵기까지 했다.
"걔 여친이 한두명이 아니래."
"거짓말"
"내가 왜 거짓말을해. 내동생이 걔 완전 유명한 애랬어.."
"이윤하- 장난치지마아-."
"장난치는것도 아니거든-! 완전 양아치라 애들이 무서워서 앞에서 까지도 못하고 몰래 숨어서 뒷담까느라 제우스가 된거래. 무슨 부인이라고 안바뀌고 계속 만나는 한명도 있다는데. 몰랐어?"
"...으아..."
수영이는믿 을수 없다며 어둑해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2차가자. 소주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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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마셔 강수영-!"
"시러- 더 마실거야. 너희들 나한테 그런 모땐말 하고- 그러는거 아니야-."
"어휴! 누가 못된말을 했다고 그래!"
2차에 3차까지 거하게 취한 수영이 윤하의 말에 잔뜩이나 충격이었는지 말끝마다 민정과 윤하에게 심하다는 둥, 못됐다는 둥 말을 이어가며 술을 찾았다. 민정과 윤하는 괜한 말을 했다 싶다가도 차라리 아픈 매는 빨리 맞는게 낫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어쩌다가 그런녀석에게 걸렸는지 강수영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얗! 술 안줄꺼면 다 가! 에이- 집가 집가! 다 피료 엄써."
"그래 집가자 수영아."
"민정이 넌 남친이랑 가구! 윤하는 남친 없으니까 내가 같이 가줄게 히잉-"
"이년이 뵈는게 없네. 죽을랫!"
취한 수영을 때리지도 못하고 주먹만 쥐어보인 윤하를 본 수영이 히이- 웃더니 주머니에서 울려오는 진동소리에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들려오는 승철의 목소리.
-"누나 뭐해. 자?"
"웅- 승처라- 누나 안자-"
-"취했어 누나?"
"응? 아니아니-"
-"어디야."
여기 **술집이야- 라고 말을 끝맺기 전에 수영의 전화는 끊겨 버렸다. 별로 마시지도 않았는데 왜이리도 어지러운건지 비틀대던 수영이 의자에 앉자 민정과 윤하는 한숨을 내쉰다. 수영이 정신을 차릴때까지 둘이서 수다를 떨어보았지만 수영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슬슬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둘이 짐을 챙기는데 민정에게 남친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통화를 잠시 하더니 윤하에게 "오빠 온대. 내가 수영이 차에 태워서 집 데려다줄게"라고 말했고 윤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영이좀 부탁한다며 민정을 토닥여주었다.
"누나!"
윤하를 보내려고 인사를 하려는데 어디선가 수영을 찾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보이는 건 왠 남자 두명.
"아, 강수영!"
승철이 수영을 발견하고 곧장 달려 오자 그런 승철을 따라 오던 지수가 찾았어? 라며 헥헥 거린다. 꽤나 열심히 뛰어왔는지 한참이나 헥헥대던 둘을 번갈아 보던 윤하가 승철에게 "남자친구?" 라고 물었다. 말로만 듣던 제우스였다. 생각보다 잘생겼네- 라고 민정과 윤하 둘다 생각했다.
윤하의 질문에 승철은 바로 "네" 라고 대답했고, 윤하는 그런 승철이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이 챙기겠다는 승철의 말도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데려가는 걸 봤으니 승철이 수영에게 아무짓도 못할것이라고 생각하고 수영을 승철의 손에 맡겼다.
"누나들은 괜찮으세요?"
가게를 나서려던 두 여자를 붙잡은 지수의 말에 윤하가 픽- 하고 웃어버렸다. 이건 또 무슨상황.
웃는 윤하을 보던 민정도 픽 웃더니,
"난 남자친구가 데리러 온댔는데 우리 윤하는 어쩌지."
라고 말하고는 걸어 나가버린다.
"...엉?"
"승철이 친구입니다. 밤길도 위험한데 같이 가드릴게요."
"..아...아니, 그게"
"저 혼자 쓸쓸히 돌아가기 뭐해서 그래요. 최승철 저녀석 벌써 수영누나 데리고 나가고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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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괜찮아?"
"...너. 하나만 묻자."
"응."
"너 바람피니?"
승철은 수영의 말을 듣고 마른 침을 삼켰다.
수영과있 을땐 다른 여자와 통화한적도 그녀에게 소홀했던적도 없는데 그런 질문을 해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하지만 그는 바람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바람핀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이것은 엄연히 최승철이 그냥 여자들과 잠시 즐기는 것뿐.
"나 바람같은거 안펴."
"... 그럴줄 알았어."
승철의 대답에 수영은 그의 목을 끌어 안았다. 의외의 수영이의 대답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어버버 거리던 승철이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술에 취해 중얼거리는 그녀.
"자꾸 애들이 너더러 바람둥이라잖아. 아닌데. 넌 그런애 아닌데."
"....."
"난 너 믿는단 말야."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고개를 승철의 품에 푹 묻어버렸다.
잔뜩 취한건지 안긴채로 중얼거리는 그녀.
"안되잖아.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니가... 나한테 그러면..."
승철의 가슴이 세게 요동쳤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큰 죄를 진것만 같았다.
난처해진 승철이 뒤늦게 그녀의 주소를 물어보지만 대답해 줄 리가 없었고, 한번 가본 그녀의 집을 기억속에서 더듬어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익숙한 편의점이 눈에 보이고 밝은 빛이 승철의 시야를 밝혀주던 순간.
"어, 오빠."
"....윤서야."
"그 여잔 누구."
조금은 날카로워진 그녀의 표정에 승철은 오늘 무슨 날이냐며 속으로 한탄했다. 윤서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넘어갈것 같지는 않았고 변명을 하고 있자니 술에 취했지만 수영이 잠시라도 정신이 들면 큰일이었다. 승철은 안고있던 수영을 다시 한번 자세를 고쳐잡아 안더니 윤서를 보고 씩 웃어보인다.
"윤서야, 누나 데려다 주고 전화 할게."
"...아니. 안해도 돼."
"피곤하면 내일 하고."
"...오빠 정말-."
"..."
"전화해"
짧은 말을 남긴 윤서가 승철을 지나쳐 걸어가 버렸다.
다행인건지 안좋은쪽으로 흘러가버린건지 아직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수영을 잘 데려다 주고 윤서에게 잘해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누가 뭐래도 가장 아꼈던 여자애니까. 사실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서는 승철이 바람둥이 인것을 다 알면서도 항상 곁에있던 그녀였다. 제일 잘 맞기도 했고. 그렇게 윤서를 보낸 승철이 다시 수영를 안고 그녀의 집으로 향하다가 문득 그녀의 집 현관문의 형식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해 냈다. 열쇠? 비밀번호? 그리고 잠시 고민하던 그는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누나, 집 비밀번호 뭐예요."
"..."
"... 대답해 줄리가 없지. 그럼 누나."
"..."
"우리집 가도 돼요?"
"..."
"아, 몰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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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을 완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량이 좀 들쭉날쭉한 기분이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