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고 주변에 큰 대학교가 있었으면. 그리고 그 학교가 축제 기간이었으면 좋겠다. 거기서 질투하는 국뷔보게.
연습이 빨리 끝나서 각 부 애들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그 학교 축제 구경 갔으면 좋겠다.
야, 오늘 나뮤 온대. 그 소리에 기숙사가 떠나가라 소리 지르는 친구들 사이에 예쁘게 웃는 전정국이 끼였으면.
같이 구경 가자는 친구의 말에 귀찮다고 손짓하던 김태형이 기숙사 복도에서 들리는 전정국의 이름에 귀를 쫑긋 세우겠지.
"야, 전정국 빨리 안 오면 누나들 앞에서 못 본다?"
"미친아, 지금 간다고."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던 김태형이 벌떡 일어나서 제 앞에 서있는 친구 손을 잡고 나오겠지.
야, 가자. 급히 나가려는 김태형을 말린건 친구.
시바, 너 꼬라지 존나 병신인데.
축제 현장은 장난 아니지. 주점부터, 작은 행사들, 프리마켓. 그리고 예쁜 누나들과, 멋진 형들.
그 학교가 또 체육과로 유명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친구들이 와, 시발. 여기가 내가 곧 다닐 학굔가. 이러면 전정국이 웃으면서 친구 등을 때리겠지.
꿈 깨, 병신아. 그리고 만난 제 친한 친구에게 인사하고, 같이 온 친구와 잠시 후 만나기로 약속하겠지. 모습을 김태형이 봤으면.
"오, 모든 연상 누님들을 다 꼬시겠다는 의지?"
"존나 멋지냐?"
"엉. 근데 나보다 별로."
친구와 투닥거리며 이야기할 때 김태형은 그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손톱만 물어뜯겠지. 속으로 욕도 하면서.
그렇게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던 전정국에게 여자가 다가오고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가 여자가 먼저 핸드폰을 내밀겠지. 전정국은 웃으며 번호 쳐주고.
옆에 있던 친구는 그 여자를 보고 누나, 조심해서 가세요. 하겠지.
'좆같네, 진짜.'
김태형이 뒤돌아서 제 친구들에게 가려다가 생전 처음 본 여자에게 잡히겠지. 그리고 수줍은 미소를 날리며 그 여자가 제 핸드폰을 김태형에게 내밀고.
번호 좀 주세요. 그 말에 김태형이 난감한 표정을 짓다 아, 전정국도 줬는데 나라고 못 주냐. 하는 생각에 그 핸드폰을 받아 번호를 찍으려고 할 때 전정국이 오겠지.
"여기서 뭐 하냐? 왔음 왔다고 하지."
"... 너 뭐냐?"
"빨리 와, 애들 기다려."
"야, 야 손 놔 봐."
전정국은 대답도 안 하고 김태형 손목 꽉 잡고 그 자리를 뜰 거 같다. 김태형은 짜증 나고, 열받고, 억울하고, 속상하고.
전정국이 잡은 손을 풀자 김태형 손목에 빨갛게 자국이 생기고 김태형은 눈가가 그렁그렁하겠지. 짜증 나고 분하면 우는 성격이라.
전정국은 무릎을 살짝 굽히고 고개 숙인 김태형이랑 눈 맞출 거 같다. 그리고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김태형은.
"내가 좆같냐? 내가 만만해? 시발.. 니 새끼는 번호 주고 지랄하고, 나는 하면 안 돼?"
"뭔 소리야?"
"너 아까 시발 여자한테 번호 준 거 다 봤거든? 개 같은 놈. 존나 싫어, 시발. 연상이 좋냐?"
"욕 좀 그만해. 입에 걸레를 물었나."
그리고 계속해서 투덜거리는 김태형 입에 짧게 입 맞추고 떨어졌으면 좋겠다.
"이제 좀 조용하네."
+)
'나 아까 번호 딴 누나. 누군지 알지? 너 마음에 들어서 번호 땄는데. 누나랑 잘해볼래?'
"개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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