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왜.”
“…만약 ㅇㅇ이가 힘들어하면요.”
“……”
“그렇다고 하면, 형 어떨 거 같아?”
“…너 뭐 들었냐.”
“아니.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
‘어떨 거 같아.’
ㅇㅇ이가 힘들어하면 어떨 거 같냐는 말에 윤기는 쉽게 입을 떼지 않았다. 그러한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지민은 그저 턱을 괸 체,
“기다릴게. 대답할 때까지.”
“......”
“형은 내 질문에 다 대답해주잖아.”
기다렸다.
“…힘들었으면. 물론 나만큼은 힘들면 안 되고.”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10분이 지난 그때서야 윤기는 입을 떼었다. 그 10분 동안 가만히 생각하는 윤기를 바라보던 지민이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 곧바로 의자에서 등을 떼었고,
“왜?”
“날 좋아했다면 내가 느끼는 이 감정에서 반이라도 힘들지 않을까.”
“…음.”
“난 사랑해서 아픈 거고.”
윤기는 자신이 말해놓고 한숨을 푹 쉬었다. ㅇㅇ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늘 말했지만 지민이의 질문에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지 힘들기를 바라는 자신 때문에.
“형.”
달동네 사는 음악하는 민윤기 X 달동네 사는 학생 ㅇㅇㅇ
23
달동네에서 쉬지 않고 2시간을 달렸다. 윤기에 손에는 축축이 젖은 메모지가 들려있었다. 얼마나 매만졌는지 잔뜩 구겨졌고, 그 안의 내용은 번져 있었다.
메모지 안, 쓰여 있던 곳에 도착했지만 윤기는 선뜻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 작업실로 향할까 했지만 지민의 말이 자꾸 생각나는 듯 결국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잠시 생각을 했다.
둘 중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당당히 보기 힘든 그 이상한 상황.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크게 내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에 고개를 내밀어 실눈을 떴다. 익숙한 실루엣 그 옆에 낯선 여자도 있었다. 누구라고 말 하지 않아도 대충 알 수 있었다. 여자의 한 손에는 장바구니가, 한 손에는 ㅇㅇ이 손이 잡혀있었다. 떼어지지 않을 듯이.
그 모습에 윤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ㅇㅇ이는 이제 평범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당연한, 그 평범한 생활.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끼어들어 그 평범한 일상을 깨트리는 건 아닌지. 달동네. 그 기억은 뒤로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하는데 자신이 일부러 그 기억을 끄집어내려는 건 아닌지.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두 모녀의 모습을 보며 한참이고 생각하다
결국, 차 문을 열었다.
또 한 번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놓칠 수 없기에.
“...안녕하세요.”
“누구?...”
“......”
“처음 뵙겠습니다. 민 윤기라고 합니다.”
“...ㅇㅇ아 아는 사람이야?”
“......”
“네. ㅇㅇ이랑 만나는 사람입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ㅇㅇ이랑 만나고 있다며 윤기는 낯선 여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우리 애랑요?’ 그 손길을 못 보신건지, 안 보신 척 하신건지. 머쓱하게 윤기의 손은 허공에 놓여 있었다. 허공에 놓인 손에 무언가 다짐이라도 한 듯, 잠시 주먹을 쥔 후 공손하게 자신의 두 손을 맞잡아 섰다.
“놀라실 만합니다. 제가 ㅇㅇ이보다 나이가 훨씬 많죠. 근데 지금 어머니께서 생각하는 그런 만남이 아닌 깨끗한, 순수한 만남 이였어요. 아이 어디 한 곳 건들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도 싫어하고요.”
윤기의 말을 들으면서 더욱 놀라신 듯,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ㅇㅇ이에게 묻는 어머니 말에 ㅇㅇ이가 저 사람의 말이 다 맞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달동네에서 만났습니다.”
윤기의 그 말에 순식간에 ㅇㅇ이 어머니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자신이 낄 수 없는, ㅇㅇ이 앞에서 죄인이 되는 그 공간이기 때문에. 잠시 후 어머니는 이야기 나누라며 자리를 피하셨고, 윤기와 ㅇㅇ이. 둘만이 남았다.
“미안해. 너무 막무가내였다.”
“근데, 정말 오랜만이지. ㅇㅇ아. 잘 지냈어?”
“잘 지낸 거 같네. 더 예뻐졌어.”
방금 전 윤기의 손처럼 목소리도 허공에 놓인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ㅇㅇ이를 보며,
“나 아직 성공 못했어, ㅇㅇ아. 그래서 너 못 데려가.”
“근데 보고 싶어서 왔어. 그냥 그 이유야.”
“한 번만 얼굴 보자. 그거, 힘들까.”
그 말에 ㅇㅇ이는 고개를 들었고 눈물로 가득 찬 얼굴에 윤기는 마음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그러다 곧 자신도 눈물이 날 것 같은지 허리에 한 손을 올리고 하늘을 쳐다봤다. 그런 윤기의 모습을 보던 ㅇㅇ이는 다시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았고,
“우리 ㅇㅇ이가 욕은 안 하지만 욕이라도 좋으니까 나한테 할 말 없어?”
“목소리 듣고 싶어, ㅇㅇ아.”
윤기의 나지막한 말 후에 아무런 말이 오가지 않다,
“…약속 지키지 말고.”
“……”
“그냥 와요. 제발. 나 너무 힘들어.”
ㅇㅇ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 윤기는 곧바로 ㅇㅇ이를 품에 안았다. 품에 안긴 ㅇㅇ이는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울었고 그때 처음으로 ㅇㅇ이는 ‘마음 속 응어리가 풀린다.’ 라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 적 없는 ㅇㅇ이가 힘들다고 윤기에게 털어놨다.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는다는 것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윤기는 지금 온 게 더욱 미안해 자신의 품으로 더욱 끌어안았을 땐, 참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 반복하며.
온 김에 부모님께 인사드린다며 둘은 집으로 들어섰고, 들어서자마자 마치 윤기가 올 것을 알았다는 듯 ㅇㅇ이 부모님은 거실에 앉아계셨다. 그러더니 안방에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며 들어가셨고 윤기는 눈치껏 ㅇㅇ이를 방으로 보내었다. 불안함이 가득한 ㅇㅇ이에게 조용히, ‘괜찮아. 인사 하는 거야, 그냥.’ 안심시켜주었다.
들어서자마자
“그러니까 우리 애랑 달동네에서 만났다고?”
두 분에게 상황정리가 필요해보였다.
“네. 달동네에서 만났고,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ㅇㅇ이가 이사를 갔고요.”
“......”
“평범한 생활을 시작한 애라서 한참 후에 오려고 했는데 소중한 사람을 놓칠 수 없어서 왔어요.”
“갑자기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윤기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고 괜찮다며, 이해할 수 있다며 오히려 윤기를 다독였다.
“우리 애. ......달동네에서 어땠어?”
“...외로워보였어요.”
“...내가 죄인이야. ㅇㅇ이 앞에선 죄인이 돼. 내가.”
“......”
“고마워. 그 순간에 우리 애 옆에 있어줘서.”
“......”
“......앞으로도,”
“같이 있으려고요. 두 분만 허락하시면.”
“...그래. 고마워. 같이 있어 줘.”
긴 시간이 지나고 안방 문이 열렸을 때, 바로 앞에는 ㅇㅇ이가 서있었다. 잔뜩 불안한 눈빛으로. 그 모습에 윤기는 볼을 살짝 잡고 입 모양으로 ‘끝났다.’ 살짝 웃었고 그 모습에 ㅇㅇ이도 불안한 눈빛이 조금은 풀렸다.
윤기가 집으로 가려는 순간, ㅇㅇ이 아버지는 윤기를 살짝 끌어안더니 나지막이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셨다. 윤기도 살짝 안아 굽은 등 쓰다듬었다. 그 등이 고된 삶을 증명하는 듯했다.
차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뛰어오는 ㅇㅇ이 모습에 시동을 끄고 차 문을 열었다.
“왜, ㅇㅇ아.”
“......”
“왜. 무슨 일 있어?”
“......또 올 거죠?”
“......”
“언제 올 거예요?”
“......”
“...올 거지?”
잔뜩 흔들리는 눈빛에 눈 위에 짧게 뽀뽀를 해주고 윤기는
“또 올 거니까.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마.”
확신의 찬 목소리와 눈빛으로 말을 했다. 불안해하는 ㅇㅇ이를 위해 웃어주는 것도 잊지 않고. 그 모습에 마음이 놓인 듯 ㅇㅇ이는 윤기를 향해 그때서야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왜.”
“형이 ㅇㅇ이가 꽃 같다고 했잖아.”
“...그렇지.”
“꽃이 없으면 향기도 없어.”
“......”
“난 다시 형의 향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는데.”
“......”
“꽃 찾으러 가자.”
알고 있어요.
윤기 형이 질문에 대답해줄 거라는 것을.
어린 시절. 정말 어이없는 제 질문에 뭐 그런 게 궁금하냐며 화를 내다가도 다음 날이 되던, 일주일이 지나든 꼭 알려줬거든요.
한 두 번이 아니라, 항상 그랬어요.
그렇게 크고 난 후, ‘형 그 때 왜 늦게라도 알려줬어요?’ 라고 물으니,
‘내가 형으로서 해줄 수 있는 게 너의 작은 말에도 집중해주는 거. 그거밖에 없더라.’
저는 알고 있어요.
제 모든 것에 윤기 형은 대답해 줄 거라는 것을.
안녕하세요 독자님. 제가 너무 늦게 글을 써왔죠.
그 이유는 바로... 제가 6개월 정지를 먹었기 때문이죠...^^...
사랑스러운 우리 독자님들 11월달에 볼 뻔했습니다.
이메일 문의 보내서 빨리...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에 반해 너무 글을 못 쓴...거 아닌가 싶네요.
엉엉...
이제 둘이 만났으니까 행복하게 달려볼까요?
우울증 걸릴 뻔했습니다. 다음 장편은 꼭 밝은 거 가져올 거예요ㅠㅠ
[윤기야밥먹자] [음향] [7평] [사랑꾼] [구화관] [즈엽돕이] [햄찌] [콜라에몽] [달동네] [랄라] [쀼뀨쀼뀨] [620309] [짱구] [친주] [부니야] [만우] [그을린달걀] [빵야] [뾰로롱♥] [풀림] [또비또비] [뉸뉴냔냐냔] [꾸기] [0103] [매직핸드] [홉치스] [쮸뀨] [꾸쮸뿌쮸] [파랑토끼] [맴매때찌] [밤이죠아] [앰플] [무네큥] [정꾸젤리] [공주님93] [뷔밀병기] [개나리] [메로나] [설화] [알게쏘] [민이] [찬아찬거먹지마] [지금은] [우지소리] [자몽에이드] [룰루랄루] [열렬히] [꽃게] [1214] [두둠두둠] [423] [요랑이] [삐삐까] [우왕굿] [딸기빙수] [덮빱] [곡예롭게] [꾸꾸] [밍기적] [민이] [두둠두둠]
사랑해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답댓 달러 갈 거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