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Boy!
: 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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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참이나 큰 정국이의 과잠의 소매를 접었다. 정국이는 그런 내게 가까이 걸어와 직접 소매를 걷어준다. 역시. 나는 그런 정국이에게 고마워 하고 말하며, 그와 눈을 맞췄다. 그러자 그는 저보다 한참이나 아래 있는 내 시선에 눈을 맞추다가,
높이 묶어 올린 머리 아래로 들어난
목선으로 시선을 옮겼다.
"...머리"
"갑자기 왜 그래...?"
"왜 묶었어."
"글 쓰는데 자꾸 내려와ㅅ...야!"
정국이는 뚫어지게 내 목덜미를 바라보며 물었다. 머리 왜 묶었어. 나는 글 쓰는데 자꾸만 목을 간질이는 머리칼에 묶었다고 말하는데, 그는 내 말을 채 끝까지 듣지도 않고는 나를 제 품에 안아왔다. 그리고는 내 목덜미를 잘근잘근... 야!
신입생과 복학생
정국이는 나 때문에 비에 홀딱 젖고도, 다음 날 실기에서 최상을 컨디션으로 제가 준비한 걸 마쳤다고 한다. 덕분에 본인이 가장 원하던 대학교에도 보기 좋게 합격했고. 나는 정국이로부터 전해들은 대학 합격 소식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 했다.
한창 실기 준비로 바빴을 당시, 정국이와 내가 처음 만났던 장소이자 정국이의 춤 연습실인 곳에 몰래 찾아간 적이 있었다. - 정국이에게는 더 큰 의미의 장소이다.- 당시 정국이에게 줄 도시락을 싸갔는데 - 아이가 거울 앞에 제 등을 비추며 어설프게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마음 아플 수가 없었다. 정국이는 거울에 비친 나를 발견하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옷을 주워 입는데... 나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엉엉 울었다. 춤 추지 말라는 바보 같은 소리를 내뱉으면서. 정국이는 내 앞에 마주 앉아 내 등을 토닥이면서도, 우는 내가 웃긴지 입술을 꽉 깨물고 제 웃음을 참았다. 그러다가 도시락을 만들다가 생긴 내 손의 상처를 보고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정국이의 상처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는데, 녀석은 티도 잘 나지 않는 내 상처에 울상이었다. 바보. 전정국.
정국이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나는 복학을 했다. 서로의 학교는 걸어서 삼십 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나는 정국이 주변의 여자 선배, 여자 동기. 심지어 아직 생기지도 않은 여자 후배까지 걱정에 걱정이었다.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어딜 봐도 -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정국이의 대학 새내기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국이 나이 때의 나는... 정국이 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술자리고 동아리 모임이고 엠티고 다 쿨하게 보내줬다. 정국이 역시 그런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었고.
나의 복학은 뭐, 복학 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매일 같이 술 먹고 시 쓰고, 술 먹고 소설 쓰고, 술 먹고 영화보고. 처음보는 새내기들의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도 받고. 나쁘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그 날 역시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술을 마시러 가자는 학교 사람들의 말에 정국이에게 '수업 끝나면 전화해!' 라는 문자를 남겨두고, 번화가로 향했다. 그 날이 금요일이었다는 사실도 그곳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유난히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에, 나는 내 옆에서 걷는 -언제 졸업할 지, 장난이 아니고 진짜 모르겠는 선배- 윤기 오빠에게 '오늘 사람 되게 많네요.' 하고 말했다. 그러자 선배는 불금이니까. 하고 짧게 답했다.
술집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안주고 술이고를 신나게 시켜서, 철 지난 술 게임도 간간히 해가며 술을 마셔댔다. 이미 취한 아이들은 구석에서 벽에 기대 잠에 들었고, 몇몇 남자아이들은 곱게 구워진 오징어로 시를 쓰겠다며 종이와 펜을 꺼내 끄적대고 있었다. 술이 약한 편이 아닌 나는 그런 아이들을 안주 삼아 천천히 술을 들이켰다. 시끄러운 아이들이 입을 다물어 전보다는 조용해진 술집이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고 - 옆 학교 애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 무리에
ㅈ...정국이니?
정국이었다. 정국이 역시 들어오자마자 나를 발견했는지, 나에게 손짓하며 어? 하고 내게 걸어왔다. 나 역시 뜻밖의 공간에서 만난 그가 반가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선배 안잤어요?"
"어디가냐?"
"저 저기 남ㅈ"
"술 마셔. 술. 빠져가지고."
"선배나 마셔요. 취해가지고."
"누가? 내가? 취했다고?"
"네."
"미췄네... 내가 뭘 취해. 야 앉아. 오늘 주고써 너..."
"아 좀! 손 좀 놔봐요!"
"술모고. 술"
"알았어요."
내 맞은 편에 앉아서 술을 먹다 취해, 잠에 들어 있던 호석이 선배가 깼다. 그리고는 어디가냐며 물어온다. 나는 저기 남자친구가 있다는 대답을 하고 있는데, 그는 애초에 내 대답에는 관심이 없었던 듯 - 내 손목을 잡고 자리에서 못 일어나게 말린다. 선배 너머로 내게 화가 난 듯 걸어오려는 정국이가 보였다. 나는 그런 정국이에게 두 손을 내어 손사레를 쳤다. 그리고는 입모양으로 그에게 말했다.
'괜찮아. 너도 친구들이랑 술 먹어. 이따가 집 같이 가자!'
내 나름 정국이를 위한 배려였다. 괜히 여기서 정국이가 내 애인인 게 밝혀지면, 여기로 끌려와서 끝없는 폭탄주를 마실 그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정국이 역시 금요일인데 친구들이랑 술을 먹고 싶을테니. 정국이는 내 말을 알아 들었는지, 제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우리 테이블의 바로 맞은 편에 앉은 정국이네를 가만히 바라봤다. 뭐야. 여자가 왜 저렇게 많아! 나는 이미 비어버린 술잔에 전투적으로 술을 따랐다. 그러자 내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윤기 선배가 비웃으며 물었다.
"너 쟤랑 아는 사이지?"
"말 시키지 말죠."
"누군데. 동생?"
"아니요! 남자친구요!"
"...?"
"뭐가요?"
"쟤 과잠 봐봐. 적혀있는 숫자 보라고. 일육이야."
"알아요. 저보다 네 살 어려요."
"너 니 과잠 옆에 숫자 봐"
"안봐요."
정국이를 향해 동생이냐고 물어오는 선배에게 발끈해. 소주를 원샷하고 소리내어 답했다. 남자친구요! 시끄러운 술집의 노래소리에 반대편 테이블까지 목소리가 닿지 못한 모양이었다. 선배는 정국이를 향해 남자친구라고 말하는 내게, 쟤 과잠 봐봐. 일육이야 하고 정신을 차리라는 듯, 내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나는 어느새 채워진 술잔을 다시금 비우고 답했다. 캬... 알아요. 쟤 저보다 네 살 어려요. 선배는 나를 향해 니 과잠 옆에 숫자 봐봐 하고 시비를 걸어온다. 아. 뭐! 어쩌라고!
술을 마시면서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눈에 들어오는 건, 정국이었다.
어떤 정국이냐면 -
의리게임을 하는데, 제 다음의 여자 애가 마지막이라... 굳이. 그걸 또... 본인이 다 마시는 정국이.
술에 취한 -내가 보기엔 안취했다. 쟤 두 잔 마셨어- 여자 아이가 떨어트린 핸드폰을 주워주는 정국이.
고진감래를 마시는데, 맛없게 섞여버린 잔을 여자 선배랑 바꿔주는 정국이.
엄청 귀엽게 바니바니... 하는 정국이.
사실 마지막에 바니바니하는 정국이를 보고 모든 화가 풀려버릴 뻔했지만, 이건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였다. 나는 분노에 가득 차, 옆 자리의 윤기 선배를 쳤다.
"선배."
"도와줘?"
"...나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너 눈에서 불 나가 지금."
선배는 내가 부르자마자, 알고 있었다는 듯이 도와줘? 하고 물어온다. 난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의아한 눈빛으로 선배를 바라보자 선배는 오징어 다리 끝에 고추장을 묻혀 양 손에 들고는 말한다. 너 눈에서 불 나가 지금.
.
"...?"
"가만 있어."
"...근데 이거 효과 있어요?"
"백퍼"
"콜"
선배는 자신만만하게 술에 취한 아이들을 깨웠다. 다시 살아난 좀비들 덕분에 시끄러워진 테이블이었다. 정국이네 테이블이 우리를 쳐다봤다. 정국이는 우리 테이블 중에서도 나를 바라봤고. 취기가 살짝 올랐는지, 정국이의 얼굴이 제법 붉었다. 귀여워... 나는 그런 정국이를 멍 때리고 쳐다보는데, 윤기 선배가 그런 내 시야를 막는다. 그리고는 질끈 묶어서 흘러 내릴 것도 없는 머리칼을 괜히 만지작거린다. 뭐 묻었다 - 하며. 나는 그런 선배의 행동의 의미를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효과가 있는 건 맞냐며 눈을 흘기는데, 당당하게 '백퍼'라고 속삭이며 나에게서 멀어지는 선배였다. 나는 그런 선배의 귀에 대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콜.
그 외에도 윤기선배의 수작 아닌 수작같은 작전이 이어졌다. 괜히 제 체크남방을 벗어 내 다리 위로 덮어주었다. 나 이미 내 과잠 덮고 있는데? 나는 선배에게 손가락으로 내 다리를 가리키며, 나 과잠 있어요. 하자, 선배는 과잠을 뺐고 제 옷을 덮었다. ...약간 허술한데? 그리고는 내 과잠을 잠들어 있는 호석선배의 배게로 둔갑시켜 준다. 정국이는 자꾸만 이쪽을 훔쳐 보다가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았는지, 제 앞자리의 친구와 자리를 바꿨다. 비로소 우리는 완벽히 마주보고 있는 상황이 됐고. 윤기선배는 본격적으로 자리까지 옮긴 정국이를 한 번 흘깃 - 보고는, 내 귓가에 속삭였다. 지금부터 오빠라고 해. 나는 선배의 말에 에? 하고 되물었고, 그는 내 머리를 꽉꽉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빠가 말이야 탄소야...
"오.빠.가. 말이야 탄소야..."
"...네?"
"군.대.를 다녀와서 느낀 게 참 많다?"
"아...네."
"탄소 너 정도면 ㅇ...여신...인데!"
"...풉"
"왜 내가 그 동안 몰랐을까? 응?"
"...선ㅂ"
"오.빠."
"아...오빠?"
"응. 우리 아기."
윤기선배는 정국이를 놀리는 데, 재미를 붙인 모양이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꾸 내 손을 마주 잡고, 누가 들어도 어색할 정도로 오빠! 와 군대!에 악센트를 주는 게... 좀 유치할 정도로? 나는 이 작전이 진짜 먹히는 게 맞나 싶어, 정국이를 살짝 살폈는데.
세상에.
정색이 이런 정색이 있을 수가 없다.
나는 여기서 더 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겠다. 싶어. 정국이에게 입모양으로 '나와'하고 말하며 바깥을 가리켰다.
나도 모르게 챙겨나온 윤기 선배의 옷을 걸쳤다. 으... 추워. 정국이는 내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오! 마이 꾸! 나는 반가운 마음에 두 팔을 벌려 정국아! 하고 불렀다. 그러자 그는 내가 벌린 두 팔로 안겨오기는 커녕, 나를 가만히 바라봤는데... 아. 윤기오빠 옷. 그는 제 뒷머리를 마구 헝클이며 제 과잠을 벗어 내게 건넸다. 덕분에 윤기오빠의 옷은 보기 좋게.
"야! 그걸 떨어트리면!"
"실수야. 손이 미끄러졌어."
정국이는 제 손으로 벗긴 오빠의 옷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놀란 내가 제게 뭐라 하자, 실수라며 오빠의 옷 소매 끝을 살짝 집어 올린다. 귀여워. 귀여워. 나는 한참이나 큰 정국이의 과잠의 소매를 접었다. 정국이는 그런 내게 가까이 걸어와 직접 소매를 걷어준다. 역시. 나는 그런 정국이에게 고마워 하고 말하며, 그와 눈을 맞췄다. 그러자 그는 저보다 한참이나 아래 있는 내 시선에 눈을 맞추다가,
높이 묶어 올린 머리 아래로 들어난
목선으로 시선을 옮겼다.
"...머리"
"갑자기 왜 그래...?"
"왜 묶었어."
"글 쓰는데 자꾸 내려와ㅅ...야!"
정국이는 뚫어지게 내 목덜미를 바라보며 물었다. 머리 왜 묶었어. 나는 글 쓰는데 자꾸만 목을 간질이는 머리칼에 묶었다고 말하는데, 그는 내 말을 채 끝까지 듣지도 않고는 나를 제 품에 안아왔다. 그리고는 내 목덜미를 잘근잘근... 야!
"야해"
"...뭐하는 거야!"
"그 남자가 아까 너 목 만지는데."
언ㅈ... 아. 윤기 선배가 뭐가 묻었다며 다가왔을 때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자세히도 봤네. 우리 정국이? 정국이의 뒤통수를 가볍게 쓸어내리자 그는 아기 강아지처럼 내 품을 파고 들며, 자꾸만 목덜미에 제 입술을 가져댔다. 정국이는 '그 남자가 아까 너 목 만지는데' 라는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야!
"목 만지는데, 뭐? 다음 말 왜 안 해..."
"..."
좀 전보다 진득하게 제 입술을 묻어오는 정국이었다.
"야아. 히히. 간지러워"
"간지러워?"
"으응."
"아까도 간지러웠어? 그 사람이 만질 때도?"
"글쎄?"
꽤 엄한 표정으로 윤기 선배가 만졌을 때도 간지러웠냐고 묻는다. 아니. 뭘 만졌어야 간지럽지! 나는 질투심에 활활 타오르는 정국이를 더욱 놀리고 싶은 마음에. 글쎄? 하고, 그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 순식간에 멍한 표정으로 제게서 벗어나는 나를 바라보던 정국이는, 술 집 옆의 골목으로 나를 데려갔다.
"야! 나 들어가 봐야 돼!"
"...야해."
"뭐?"
"머리 풀어. 목 안보이게..."
"더운데?"
"안돼. 야해."
정국이는 막무가내인 제 말을 끝으로 내 머리를 풀렀다. 그리고는 내 목덜미에 진하게
...제 흔적을 남겼다. 이씨. 머리 다시 못 묶잖아!
"야!"
"나"
"너 말 돌리지마!"
"이제"
"너 이거 어쩔거야!"
"결계 없앨까."
"아니. 이거 어떡할ㄱ...뭐?"
"..."
"...정국아?"
"...아..."
"..."
"...나 취했나봐. 별 소리를 다하네."
"...ㄱ...괜찮아?"
"응. 집 갈 때 꼭 같이가."
"...알았어."
"먼저 들어가."
쟤...
정국이 맞아?
내가 뭘 들은 거야.
.
"갑자기 머리는 왜 풀렀냐?"
"..."
"내 옷은 왜 또...야! 더러워졌잖아!"
"...세탁비 드려요."
"얼씨구?"
"...결계가 무너지면..."
"뭐?"
"..."
"옷은 왜 일육꺼냐?"
"...결계가 무너지면..."
"취했냐?"
...곰곰이 썬글라스 사줄까?
- 암호닉 미미 / 미스터 / 윤기윤기 / 뉸뉴냔냐냔☆ / 낮누 / 인연 / 청보리청 / 꺙 / 지민이랑 / chouchou / 둘리여친 / 맙소사 / 비둘기 / 2330 /됼됼 이번 화의 마지막 부분의 '결계'와 '곰곰이'는 읽어 오셨던 분들이 아니면 조금 이해가 어려우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간 날 때 천천히 읽어보심이 :) 다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