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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간다 전체글ll조회 604l 1



세상의 모든 '거기' 혹은 '종점'들.

여기서 울지 말고 거기서 울어. 울다가 다시 와.

거기서 울고 여기서는 살아야지. 즐겁게, 유쾌하게 살아야지.


잘 지내나요, 내 인생/최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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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물을 열자마자 무겁게 덮쳐오는 어둠

백현이 거실로 걸어가 더듬더듬 불을 킨다 

백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소파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있는 경수였다

그럴리가 없겠지만은, 경수의 시선과 백현의 시선이 얽혔다고 느껴지는 순간 

백현은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를 껴안고는 

가슴 속 응어리들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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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있었을까 귓가를 찢을듯 들려오는 큰 소리에 

백현은 거실로 뛰어 나간다

산산조각이 나버린 꽃병 

그 앞 소파에 평온히도 앉아있는 경수 

백현의 독한 향수냄새가 경수의 코 끝에 닿았는지 
 
꽃병조각을 알지도 못하고 일어서려는 경수 앞으로 

백현이 가만히 무릎을 꿇고 앉는다

유리 조각들과 꽃을 가만히 바라보던 백현은 

허공을 더듬거리는 경수의 손을 붙잡은체

날카로운 조각들 사이로 결국 무너져 내린다 

아아, 경수야

니가 그리 소중히 여기며 어여뻐하던 꽃도 

너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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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조각들을 백현이 치우는 동안 경수는 제법 강한 손아귀 힘으로 

백현의 옷자락을 꼬옥 잡은체 놓지 않는다 

백현이 경수를 안아들어 침대에 내려놓을 때에도

경수에 손에서 백현의 옷자락이 놓아지는 일은 없었다

경수는, 버려지지 않는 법을 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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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를 칩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백현은 

얌전히 놓여있는 경수의 이마위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경수의 눈두덩이 위에도 백현의 입술이 가볍게 내려앉는다

백현은 경수에게서 빼앗은 세상을 

제 가슴 안에 꼭꼭 눌러담은체 살아간다 


매일 토해내면 토해낼수록 

부피를 더해만 가는 그 검은 응어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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