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은 예뻤다
일곱 번째 이야기
w. 마몽
*
*
*
*
*
*
*
*
*
*
내 위에 나를 무섭게 내려다 보는 김석진의 눈동자는 소름끼치도록 차가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였다. 김석진의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갔다. 나는 나를 짓누르는 김석진에게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그럴 수록 더 세게 나를 고정시키는 김석진이었다. 김석진이 상체를 숙여 점점 나에게 다가오자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김석진의 얼굴을 피했다. 내가 고개를 돌려버리자 김석진은 헛웃음을 치며 상체를 들었다.
"하하... 그래 이래야 너답지. 정말 한결 같네"
"아빠, 정신 좀 차려.. 나 아빠 딸이야"
"....딸? 그 냄새를 풍기면서 들어오는데 네가 내 딸이라고?"
"응 나 아빠 딸이야. 여기서 더 하면 우리 되돌릴 수 없어"
"...."
"아빠랑 내 관계 여기서 끝이라고"
"...."
"안 말려, 대신 이젠 아빠는 내 아빠 아니야"
"...."
"해봐 어디, 아빠가 하고 싶은 대로"
나를 위에서 내려다 보던 김석진은 내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다시 상체를 숙여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김석진의 입술이 거의 내 입술에 닿을 거리로 다가왔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김석진이 나를 이성으로 생각하던 말던 나를 키워주고 평범한 삶을 준 것은 바로 그였다. 김석진은 나에게 아빠 그 이상이었다. 나를 절망에서 구해준 구원자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게 그의 뜻이라면 어쩔 수 없지. 김석진의 손이 내 옷의 단추로 향했고 하나 둘씩 그의 손길에 의해 풀어졌다. 문득 김석진과의 지난 날들이 떠올랐다. 차가운 병실에서 처음 만난 날부터 나를 그곳에서 구해준 날, 그리고 지금 나의 아빠가 되어준 나날들. 김석진의 것이 내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걸까.
김석진의 것이 내 입을 휘젓고 입을 떼었을 때, 김석진은 눈물을 흘리는 내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볼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김석진과 나는 한참 서로의 물기가 가득한 눈을 바라봤다. 나를 내려다 보던 김석진은 이내 자신의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고 나선 드디어 내 위에서 내려와 침대 끝에 걸터안아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었다.
"미안... 미안해... 내가 미쳤나봐"
"...."
"ㄴ,나 버리지마. 응? 아무데도 가지마"
나는 자신의 머리를 계속해서 쥐어 뜯는 김석진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김석진은 내 손이 느껴졌는지 그제서야 제 머리를 뜯는 자신의 손을 멈췄다. 나는 김석진의 등을 감싸 안았다. 김석진의 떨림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졌다. 우리의 사이는 여기서 끝이다. 더이상 김석진과 나는 다정한 아빠와 딸 사이로 남을 수 없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나와 김석진의 관계를 정의할 시간이. 더이상 김석진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우리 둘 사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김석진의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대어 한참을 그를 껴안았다. 김석진의 흐느낌이 익숙해질 때 까지 나는 그의 뒤에서 그를 안고 흐느꼈다.
"마지막으로 불러 볼게"
"....딸"
"아빠"
"...."
"사랑하는 우리 아빠, 나 키워줘서 아니, 날 구원해줘서 고마워"
"...."
"우리 조금... 아주 조금만 시간을 가지자"
"....가지마"
나는 김석진을 뒤로 한 채 간단하게 가방에 옷가지와 약통들을 쑤셔 넣었다. 내가 가방에 옷가지들을 쑤셔 넣는 동안 김석진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 채 차오르는 눈물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간단하게 짐을 싼 뒤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실에서 김석진에 의해 처참해진 집안을 쭉 훑었다. 집안 곳곳에는 나와 김석진의 추억이 서려있었다. 현관을 넘어 대문에 다다랐을 때 즈음 다급한 김석진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넘어졌는지 바닥에 고꾸라져 있는 김석진이 보였다.
"김탄소..!! 가지마"
"....다쳤잖아"
나는 자기 다리가 긁혀 피가 송골송골 맺혀있는 김석진에게 다가가갔다. 김석진은 아프지도 않은 듯 나를 향해 뛰어왔고 얼굴엔 눈물 범벅을 한 채 자신의 숨을 고르며 내 두 팔을 붙잡았다. 나는 그런 김석진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올려다 봤다.
"가지마... 가지마 제발 내가 잘못했어"
"...."
"가지마... 응? 아빠가 미안해"
"....이젠 나는 당신 딸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당신도 내 아빠 아니고"
"....탄소야"
"그냥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
"시간을 줘. 당신 곁을 영원히 떠나는 게 아니야"
나는 내 팔을 붙잡고 있는 김석진의 팔을 떼어내었다. 김석진은 다시 한 번 내 팔을 붙잡았지만 나는 그의 팔을 다시 뿌리치고 대문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따라 대문이 더 커다랗게 느껴졌다. 쇠끼리 마찰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새벽의 밤공기가, 옷 사이로 들어오는 밤바람이 더 애리게 느껴졌다. 닫히는 대문 사이로 절규하는 김석진이 보였다. 나는 그에게 닿지 않을 만큼 자그마한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안녕"
*
*
*
*
*
지민은 탄소의 빈자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듯 입술을 뜯던 지민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이 열리고 지민이 들어오자 정국이 바로 지민에게 달려갔다. 아마도 정국은 계속 지민을 기다린 듯 했다. 어깨에 통증이 있는지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는 지민을 보는 정국의 눈빛이 걱정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정국은 바로 지민을 부축해서 그의 방으로 지민을 데리고 갔다. 정국의 부축을 받고 무사히 자신의 방에 도착한 지민은 풀썩 자신의 침대로 쓰러지듯이 누웠다. 정국은 그런 지민을 안타깝게 내려다 봤다.
"...."
"....전정국"
"...."
"하여간 드럽게 과묵한 새끼"
"...왜"
"김태형은"
"탄소랑 너 나가고 얼마 안가서 나가더라"
"많이 다쳤냐?"
"그냥 얼굴에 멍든 것 뿐인데 뭐. 이제 와서 미안해서 그래?"
"...됐다. 너 그리고 또 반말하네"
"...."
"탄소가 가르친 거 다 잊었냐"
"....알겠어 형"
"착하네 우리 정국이"
정국은 말 없이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이 나가라고 손을 까닥이자 그제서야 지민의 방을 벗어나는 정국이었다. 지민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탄소와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녀를 만나게 된 건 운명일까. 지민은 고개를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걔는 탄소가 아니야. 지민은 중얼거리며 푹신한 이불을 고쳐 덮었다. 이불에서는 짙은 장미향이 풍겼고 지민은 장미향에 파뭍히듯이 이불을 세게 끌어안았다.
"김탄소... 보고싶어"
"왜 그렇게 먼저 갔냐"
"넌 항상 제멋대로 굴더라"
"천국에 있으니깐 좋냐...? 나도 데려가지 그랬어"
이불 속에서 웅얼거리던 지민은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좋은 꿈을 꾸는 듯 잠이 든 지민의 얼굴에는 미소가 폈다. 모순 되게도, 그의 미소와는 달리 지민의 볼에는 눈물로 보이는 것이 흐르고 있었다. 지민이 잠들고 한참이 지난 후에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지민의 방으로 들어왔다. 지민의 방을 비틀거리며 들어온 태형은 술냄새를 가득 풍기고 있었다. 태형은 지민의 침대에 걸터앉아 잠든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든 지민을 바라봤다. 태형은 지민이 덮고 있던 이불을 다시 고쳐 덮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비틀거리며 지민의 방을 나갔다.
"박지민 불쌍한 새끼...."
태형은 중얼거리며 지민의 방문을 살짝 닫았다. 태형의 얼굴에도 어딘가 슬픔이 서려있는 것 같았다. 태형은 비틀거리는 다리로 제 방으로 향했고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태형이 자신을 잡은 누군가의 팔을 뿌리치고 그 누군가를 바라보자 정국이 무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태형은 헛웃음을 치며 정국을 향해 비키라고 했고 정국은 다시 태형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 태형은 그런 정국을 보며 낄낄거렸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애기 정국이 아니야?"
"...."
"우리 과묵한 정국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형아 팔을 붙잡고 그래"
"....김태형"
"신기하네 네가 나한테 먼저 말도 걸ㄱ..."
"말하지마"
"....뭘?"
"김탄소, 미리 말 못한 건 미안해. 어쩔 수 없었어"
"와... 전정국이 나한테 사과도 하네"
"그리고 걔는 건들지마. 일반인이고 아무런 관련도 없어"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윗사람들 귀에 들어가봤ㅈ..."
"풉... 하하... 웃기네 상황이"
"....웃어?"
"걱정마~ 위에다가는 말 안해"
"...."
"근데 정국아 궁금하지 않아?"
"....뭐가"
"그 아이가 김탄소랑 왜 그렇게 빼다 닮았는지"
"...."
"그리고 왜 김탄소 이름이 김탄소일까"
"...."
"참 상황이 재밌네, 아니 불쌍한 것 같기도 하고"
"...."
"이제 이것 좀 놔. 박지민은 볼에, 너는 팔에 멍들게 하려고 그래?"
태형은 정국의 팔을 뿌리치고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문 앞에 덩그러니 남겨진 정국은 무언가 생각에 곰곰히 잠긴 듯 아무런 말도 없이 한참을 그 앞에 서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듯 정국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정국은 침대에 누워 지민처럼 천장을 바라보았다. 과거 회상이라도 하는 듯 한참을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정국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민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국이 지민의 방문을 다소 세게 열었을 때 지민의 침대에는 지민의 흔적과 장미향만 남아있을 뿐 지민은 없었다. 정국은 허탈하게 지민의 방을 나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어딜 간거야...."
*
*
*
*
*
무작정 집을 나온 나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돈도 없기에 택시를 탈 수도 없었다. 한 두시간 정도를 걸었을까, 날씨가 점점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새벽 다여섯시정도 된 것 같았다. 계속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발바닥이 너무 아파와서 근처 공원처럼 보이는 곳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새들이 지저귀는 것이 마치 아침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매일 아침에는 김석진이 차려준 아침밥 냄새에 깨곤 했는데. 김석진 생각이 나서 괜히 울적해졌다. 김석진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언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다. 김석진은 그동안 나를 이성으로 봐왔던 것인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김석진에게 한 치의 의심도 없던 나였기에 김석진이 나를 이성으로 바라 볼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도대체 김석진은 왜 나를 그토록 정성스럽게 키웠던 것일까. 김석진에 대한 나의 믿음이 하나 둘씩 깨지는 것 같았다.
"....김탄소?"
"....어?"
"뭐야, 너 집 간 거 아니였어?"
"...."
"....너 울어?"
이게 무슨 우연인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박지민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박지민을 보자마자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박지민을 보면 무언가 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애써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박지민은 허리를 숙여 내 두 팔을 잡고 얼굴을 찬찬히 확인했다. 괜히 민망해진 나는 박지민의 눈을 피했지만 박지민은 그런 나의 눈을 계속 쳐다봤다. 박지민은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을 내 어깨에 걸친 뒤 내 옆에 앉아 내 어깨를 토닥였다. 진하게만 느껴졌던 박지민의 장미향이 조금은 포근하게 느껴졌다.
"괜찮아?"
"....언니가 어떻게 여기에.."
"생각이 많아져서 집에서부터 몇시간 걷다보니깐 여기까지 왔네"
"...."
"무슨 일 있었어?"
"언니..."
"뒤에 그 짐은 뭐야 설마 가출이라도 한 거ㅇ...."
"...."
"표정보니 맞네"
"언니"
"집에서 늦게 들어가서 많이 혼난ㄱ"
"저 갈 곳이 없어요"
"....어?"
"당분간만 언니랑 같이 살아도 돼요?"
"....뭐라고?"
"저 핸드폰도 없어서 연락할 사람도 없어요"
"...."
"....안돼요? 어쩔 수 없죠 뭐... 그럼 다른 곳 구해야겠ㅇ"
"가자"
"예...?"
"가자고 우리집"
-
안녕하세요. 마몽입니다 :)
7화가 많이 늦었죠?
죄송합니다 ㅠㅠ
지민이가 주인공인데 요즘 분량이 너무 적었죠?
이제 본격적으로 분량이 많아질 예정이랍니다!
지민맘들 기대해주세요!
참고로
여주의 과거 번외편은 모두 여주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저번에 올린 spoiler는 암호닉을 따로 받지 않습니다~
시리즈로 몇개 종종 올릴 예정이에요!!
단편으로 생각해주시면 돼요~
그리고 암호닉 신청은 공지사항에 있는 암호닉 공지에 부탁드려요~~
암호닉 목록 확인하시고 누락되신 분들 알려주세요!
이쁜이들 부족한 제 글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우리 이쁜이들 제가 많이 좋아해요
이쁜이들 |
ㄱ,ㄲ
가시고시야 감귤 강변호사 강여우 개구락지 고룡 골드빈 공대녀 공배기 공육이오 군밤양갱 그뉵쿠키 금붕 꽃밥 꽃소녀 꽃오징어 꾸꾹이 꾸쮸뿌쮸 꾹꾹이 꿀돼 꿍꾸 끼갱 끼룩
ㄴ
나너조아 나의별 나인 너가더 노란발가락 냉채족발 냥코 뉸뉴냔냐냔
ㄷ,ㄸ
다름 다홍 댐므 덩율곰 도비 동상이몽 됼됼 두둠칫 두유 둥둥이 둥이마망 디셈버 딩동 또또 똑띠 뜌뜝
ㄹ
라온하제
ㅁ
망개 망개구름 망개똥 망개모찌 매직레인 맴매때찌 모찌한지민 몽자몽 무채색 미쓰라잇 미역 민슉아슈가 민트 밍뿌
ㅂ, ㅃ
박여사 박예 방소 방형네셋째아들정호석 봄이든 붕붕카 뷔밀병기 뷔켜 빅베이비 빈빈 빠다뿡가리 빠밤 뿌링클뿌링클맛있게 뿌염 쁄 삐삐까
ㅅ, ㅆ
상상 삼다수 소녀 슈팅가드 슙아 스노우볼 스삼
ㅇ
아꾹 야쓰야쓰 여기봐남준아 연두 예꾹 예화 올옵 와와 왕부채 요랑이 용달샘 우리사랑방탄 우연과인연사이 우와탄 웃음망개짐니 위드유 윈디데이 유니 유자청 윤기나서민윤기 윤기윤기 윤민기 율예 은봄 이여주 일반여자
ㅈ, ㅉ
자몽석류 자몽선키스트 자몽쥬스 전정국오빠 정개 정꾸야 정전국 조은나래 주222 짜근
ㅊ
창가의토토 천하태태평 청보리청 청퍼더 초코사탕 추억 치아 치즈볼 치킨 침침 침침신남
ㅋ
크슷
ㅌ
텅스텐 토마토마 태랑이
ㅍ
파란 파이팅 팔이 팥빵 페페 펭귄 퐁퐁 푸른달 피닝 핑몬핑몬핑몬업
ㅎ
할라 호두마루 호시기 호시기호식이해 호시기호시기해 환타 황토색
기타
#침쁘# 침침이 슈가슈가 0809침침 1013 1105 2.4 3A3 423 8개월 CGV chouchou claSuga eegg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