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최후의 3인
"저하. 오늘도 즐거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탄소야."
"예?"
"앞으로 다른 곳에서 만나자"
"예..?"
"암만 우리가 친구라고 하지만 너도 세자빈 후보인데 대한관에 자주 출입하면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지 않겠느냐"
"...그렇긴 합니다."
"내일은 국궁장으로 오거라. 거기는 숨어서 얘기할 곳이 많아."
국궁장은 지정일 이외엔 허가없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궁인들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장소이긴 했다.
//
"나탄소.내일 스케줄 있냐"
"아니 저녁 때 저하 뵙기로 한 거 말곤 없는데."
"나가자."
"뭐? 왜?"
"갈 곳 있어."
갑자기 스치는 생각이 있어 PDA로 날짜를 확인했다.
6월 XX일.
"야. 진작 말하지!"
"뭐"
"매년 기억했는데 올해 깜빡했다. 내일 새벽에 출발하자"
"뭘 새벽부터 가냐. 조식 먹고 출발해서 꽃이나 바꿔놓고 바로 올라오자"
"아냐. 새벽에 가야 바다도 보고 오지. 미안해. 내가 먼저 가자고 했어야 했는데 올해는 정신이 없었다"
"너네 부모님이냐. 우리 부모님인데 너가 왜 미안해"
"아...나 왜 까먹었지?"
내일은 전정국 부모님의 기일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정국이 부모님은 출장을 가시던 길에 뺑소니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전정국은 중학교 졸업 후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
그 후 매년 내가 먼저 기일을 챙기는 편이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까먹었다.
매번 납골당에 가기 싫다는 걸 내가 끌고 갔었는데 올해는 전정국이 먼저 말을 꺼냈다.
발전이 있어 다행이다.
//
다음날 새벽. 난 전정국과 함께 KTX를 타고 납골당으로 향했다.
가서 인사드리고 꽃도 바꿔놓은 다음 매번 찾던 바다로 갔다.
모래사장을 걷다 잠시 앉아서 쉬는데 전정국이 물었다.
"저하께선 잘 챙겨주시냐"
"항상 잘 챙겨주시지"
"세자저하랑 같이 있을 때 편해?"
"솔직히 편할 순 없지. 실수하면 안되니까"
"행복하긴 해?"
"행복...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즐겁지. 근데 왜?"
"나랑 있을 땐 불편하냐."
"아니 세상에서 제일 편하지."
"그럼 됐다."
"뭐가 됐는데~"
"모르면 말아."
"악!!! 야!!!!"
전정국이 나한테 조개껍데기를 던져 맞히고 도망갔다.
으휴 장난에 미친 놈!!!!
//
궁으로 돌아와서 국궁장에 갔는데, 약속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하가 오지 않았다.
30분..1시간..1시간 반...2시간
3시간이 지나고 날이 굉장히 어두워지자 정말 안 오실 것 같아 돌아가려는데 어둠 속에서 누군가 뛰어왔다.
"헉...헉...지금까지 기다리면 어떡하냐"
"저하..."
"오전엔 어딜 갔었냐.오늘 못만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 잠시 외출했었습니다."
"그랬구나. 우리...한 이틀간은 만나지 못할 것 같다. 태국 왕세자 방한 일정에 동참해야해서."
"궁에 안계십니까?"
"응. 경주쪽으로 다녀올 듯 해."
"올 때 경주빵."
"뭐??"
"경주보리빵이 그렇게 맛있답니다~"
나는 저하를 대한관에 모셔다드리면서 꼭 경주빵 사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
이틀 후, 세자저하께서 돌아오심과 동시에 세자빈 최후의 3인이 발표되었다.
"...나탄소? 헐..내 이름이 왜 여기에 있지?"
1차는 세자저하께서 합격시켜 주신거라고 해도 2차는 한두분이 심사하시는게 아닐텐데...전정국도 이번 건 놀란 눈치였다.
"아마..잘못된거겠지?"
"그럴리가"
"아무래도 말도 안돼"
"이제 국민투표만 남았냐?"
"어."
세자빈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정말 가까워지니 놀라우면서도 두려웠다.
//
"여기 보리빵 가져왔다."
"헐!!!!!!!!!"
저하를 뵌 것보다 보리빵을 더 반가워하자 저하께서 다시 보리빵을 뺏어가셨다.
"..."
"지금 날 노려보는 것이냐."
"아닙니다..."
"축하한다. 최종 3인 안에 든거."
내 손에 다시 보리빵 상자를 쥐어주시고 저하께서는 대한관으로 돌아가셨다.
//
"왜 불러. 자고 있었는데."
"이거 먹으라고. 챙겨줘도 지랄이야"
난 과감히 절반의 보리빵을 전정국 주고 곧바로 우리 층으로 내려왔다.
잘 준비를 하려고 양치하고 세수하고 침대에 들어와 핸드폰을 켜자 여러개의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이거 저하가 주신거지]
[너 먹지 날 왜 줘]
[보면 답장해라]
[탄소야. 숙소엔 잘 들어갔느냐. 보면 꼭 답장을 해줬으면 좋겠다.]
한문장 한문장 끊어쓰는 건 전정국 스타일이고, 길게 한 문제에 내용 채우는 건 저하의 스타일이었다.
나는 이 둘과 동시에 문자하다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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