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후보 3의 루머
궁에서 일어난 이 해프닝은 찌라시로 온 인터넷에 퍼졌다.
대충 그 당사자는 나로 좁혀지는 분위기였고, 인터넷에는 욕이 쏟아졌다.
"꼴 좋네~ 인터넷은 봤나 몰라"
"사퇴해야 되는 거 아닌가? 멘탈이 강철인가봐?"
"내버려둬요. 어차피 이대로라면 국민투표에서 떨어질건데"
"세자저하 오십니다."
"그동안 탄소에게 계속 이런 식으로 면전에서...."
"...."
"인터넷에 올라온 후보 3번에 대한 유언비어 보고받았습니다. 이것도 당신들 짓이겠죠."
"아닙니다 저하!!"
"왕실차원에서 공식대응을 할 예정입니다."
"네..?"
"그리고 탄소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발언도 포함할 계획입니다."
"저하!!"
"당신들이 까내린 사람이니 제가 다시 옹호를 해야 공평한 투표가 되지 않겠습니까?"
"..."
"동의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고, 통보하러 온 것입니다. 오늘 마침 두 분의 가시돋친 목소리를 듣고나니 제 결정이 옳았음을 확신했습니다."
"..."
"이미 왕실공식보도가 나갔습니다. 제 친필문서도 함께."
"...저하.."
"이제 사흘 남았죠? 편히 쉬시다 가십시오. 나탄소. 너는 따라와"
"예. 저하"
//
국궁장 구석 준비실 의자에 앉아 저하와 나는 한참을 앉아만 있었다.
"탄소야"
"예.저하."
"그거 말고."
"...예?"
"그거 말고. 옛날처럼"
"아..."
"나탄소"
"278기 나탄소. 부르셨습니까 저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느냐"
"저하..."
"내 욕심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상처받게 한 것 같다. 특히 너를."
"..."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너를 보면...후회가 된다. 근데 더 걱정되는 건 너도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거야"
저하께서 내게 서류를 주셨다.
"지장 찍어둬. 여기까지 오는 것만으로도 수고많았어."
"아닙니다 저하.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가겠습니다. 이제 겨우 3일 남았습니다. 전 절대로 후회 안해요.
만약 제가 후회했더라면 그 때 저하께 드린 그 서류를 뺏어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허나 앞으로도 고생이 많을 것이다."
"저하...왜 제가 고생만 할 거라고 단정하십니까. 저하께서 곁에 계실거니까 행복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왜"
".."
"미처 그 생각은 못하신거죠? 너무 걱정부터 앞서니까?"
"그래. 내가 옆에서 기쁘게 해주면 되겠구나"
"전 이제 누가 뭐래도 저하가 좋습니다. 저만 좋아하면 억울하니까 저하도 저를 좋아해주십시오. 걱정만 하지 말고."
"하하하 알겠다. 그리고 너가 착각하는가 본데, 난 너보다 널 더 좋아해"
"처음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절대 아닐걸요. 저는 저하때문에 심장 터질뻔한 적도 있는데, 저하는 그런 적 없지 않으십니까"
"난 너 때문에 매일 잠을 설쳤다. 너는 그런 적 없지?"
"아뇨 저는 매일 잠을 못자요 저하가 아른아른거려서!"
"숙소에서 매일 곯아떨어진 것 같은데"
"아..아니거든요???"
저하와 나는 서로 자기가 더 좋아한다며 티격태격거렸다.
그 사이 다른 후보들은 기억속에서 묻혀버리고 나는 세자저하와 대화하는데 집중했다.
//
"저하. 근데 우리 사귀는 겁니까?"
"그럼 아니야?"
"저하께서도 확실히 말씀 안해주셨고 저도 말을 안 꺼냈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하면 확실히 알겠구나"
저하께서 다가오셨고, 우리는 입을 맞췄고, 나는 행복했다.
저하를 모셔다드리고 돌아와서 노트북을 평쳤다.
저하의 친필문서와 궁의 공식보도 덕분인지 매일 상처받게 했던 네티즌들의 반응이 훨씬 유해졌다.
저하의 친필문서에는 우리가 친해지게 된 계기와 사소하지만 내가 저하께 해드렸던 소소한 개그, 연서가 죽고나서 매일 대한관을 찾았던 것 등등이 길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저하의 권유로 세자빈에 지원했다는 것까지.
아직도 그게 다 저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한거라는 반응의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한 편의 연애소설을 본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좋아한다고 하는데 안 뽑아주는 것도 너무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후보들은 SNS나 기타 다른 매체를 이용하여 홍보할 수 없기에 난 실시간 반응만 확인하며 일희일비하고 있었다.
//
대망의 투표날 당일이 되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엔...전정국이 있었다.
"저하의 친필문서 보도 이후 여론이 급변동했습니다"
"반말해 정국아. 진짜 곧 있으면 다시 너 동료로 돌아갈 수도 있는데 언제까지 이럴거야.."
"그러니까 즐기십시오. 이 때 아니면 언제 또 나한테 존대받아보겠습니까. 후보님"
"전정국 기장님."
"예. 나탄소 후보님"
"저....저하랑 사귑니다."
"..."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그리고 반말로 알려드리기 어색해서 이렇게 알려드립니다."
"..."
"내가 욕심쟁이인건 알지만 우리 둘 친구관계 안 틀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나, 이 반지도 절대 안뺄거예요."
"...빼세요"
"싫습니다."
"또 오해받아서 고생하기 싫으면 빼십시오."
"오해받아도 상관없어."
"내가 상관 있어. 오해받을 때 너만 다치는지 아니면 저하랑 나도 같이 다치는지 생각해봐."
전정국이 화를 꾹꾹 눌러참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고는 나갔고, 나는 침대에 앉아 반지만 만지작만지작거렸다.
자정이 되었고, 난 세자빈이 되었다.
<31>
남자의 눈물
정식 혼례 전에 나는 대한관으로 처소를 옮겼다.
근위대 숙소에서 짐을 빼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옆에 전정국이 있어서 그런가...
전정국은 오늘 아침 세자빈 측근보좌팀 팀장으로 보직변경되었다.
"승진 축하해"
"마마 덕분입니다."
"..."
전정국이 내 손을 잡더니 반지 두 개를 몽땅 빼고 저하와 맞춘 반지만 내 손에 다시 쥐어주었다.
"제가 전에 했던 얘기들은 잊어주십시오."
"정국아..."
"앞으로 그렇게도 부르지 마십시오. 먼저 짐 옮겨놓겠습니다."
분명히 봤다. 전정국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 따라나가지 않았다.
//
"축하한다. 그리고..고맙다 정말."
"모두 저하 덕분입니다."
저하께서 내 손을 잡다가 갑자기 손가락을 들여다봤다.
"정국이랑 맞춘 반지는?"
"그건...정국이가 가져갔습니다."
"...그랬구나."
"정국이가 우는 걸 봤습니다...마음이 안좋습니다 저하.."
저하께서 나를 안아주었다.
"많이 힘들었겠구나..많이 힘들었겠어.."
"저하..."
"울어도 돼. 이제 널 견제할 사람도, 널 힘들게 할 사람도 없어."
날 안은 저하도 눈물을 흘렸다.
나 하나 때문에 날 아껴주는 사람들이 울어서 가슴이 아팠다.
//
연서가 쓰던 방을 받았지만, 난 그 방에 짐을 푸는 것을 거절했다.
"저하, 이 공간은 그대로 남겨두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나도 연서씨를 아예 기억에서 지울 순 없을 것 같구나"
저하께 아직 연서와 나, 전정국의 사이를 상세히 말씀 드린 적이 없었기에 오늘 시간을 내어 말씀드렸다.
내 말을 끝까지 들으시곤 한마디 하셨다.
"정국이에게..내가 정말 몹쓸 놈이 되었구나."
"몹쓸 놈이라뇨 저하..!"
"의도적인게 아니었어도 어쨌든 두 번이나 전 팀장이 마음 준 여자를 가로챈 것이지 않느냐. 내가."
반박할 순 없었다.
운명의 장난인 것처럼 전정국이 좋아한 사람은 모두 세자저하께 와 버렸다.
전정국의 마음에 감히 공감할 순 없었지만, 그 참담할 심정이 예상은 되었다.
//
전정국은 다음날 월차를 냈다.
저하께서는 전정국에게 일주일간 휴가를 주셨다.
일주일 뒤에 꼭 돌아온다는 약속을 받고나서 저하께서 허락해주셨다고 했다.
저하께 전해들었는데, 저하와 전정국은 그 날 밤이 새도록 이야기했다고 했다.
술과 안주를 잔뜩 사놓고 전정국을 대한관으로 부른 후 사과를 먼저 했다고 한다.
전정국이 먼저, 이어서 저하께서도 같이 울었다고 했다.
이건 전 날 근무섰던 근위병한테 들었던건데,
남길 거 예상하고 잔뜩 가져다 놓은 술을 남김없이 다 마시고 나서 둘은 정말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전정국은 저하께 스스럼없이 태형아 이렇게 불렀단다.
저하는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해서 전정국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하고 전정국은 휴가를 달라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둘의 모습이 왠지 상상되어서 너무 웃겼다.
"아침에 우리 둘 다 어느정도 술 깨고 나니까 정국이가 그러더라. 이렇게까지 사과하는 사람을 어떻게 미워하냐며. 걱정말라고 했다."
"저하..."
"이제 맘놓고 나만 좋아해라. 맘껏"
저하께서 팔을 벌리셨고, 나는 그 품에 폭 안겼다.
//
일주일이 지나고, 혼례식 당일이 되자 전정국이 복귀했다.
"277기 전정국. 휴가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환영합니다.전 팀장님~"
전정국은 일주일간 러시아와 그 일대를 여행했다.
휴가 3일째 되던 날 모스크바에 있는 전정국과 장장 6시간 동안 전화로 긴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 서로 번갈아 차였으니 다시는 넘보지 말자며 합의 아닌 합의를 했다.
전화로는 다시 원래 사이로 돌아왔으나 실제로 보면 어색할 줄 알았다.
그러나 전정국이 웃으며 복귀보고 하자 정말로 전정국이 마음을 정리했다는 게 느껴졌다.
"좋은 사람이더라 저하. 너밖에 몰라. 술마시면서도 어쩜 너 얘기만 하는지.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더라 아주"
"부끄럽게..."
"그 날 알았어. 난 널 그렇게 온 마음 바쳐서 사랑 못 할 것 같더라."
"..."
"내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행복한 모습만 보여줘."
"고마워.."
"그렇게 미안한 눈으로 보지마. 나 연락하는 여자 생겼어. 진짜 한 눈에 반했는데, 그 여자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야...벌써?"
"어. 너 보다가 그 분 보니까 눈이 번쩍 뜨이더라."
"뭐???"
"큭큭..이제 너 세자빈 되면 못하는게 하나 있는데, 지금 마지막으로 해봐도 되냐?"
"뭔ㄷ..악!!!!"
뒤통수 어택.
하긴 나 이제 혼례올리면 못하긴 하겠지.
근데..열받네? 이게 진짜...
복장이 불편해서 전처럼 끝까지 쫓아가 똑같이 해주지 못해 열받았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전정국이 반했다는 그 여자가 좋은 여자였으면 좋겠다.
//
혼례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우리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여행지로 가기 전에 저하의 권유로 우리 집에 들러 부모님께 따로 인사를 드렸다.
엄마아빠께 아빠 생신날 같이 왔던 친구가 저하였다고 하니 굉장히 놀라셨다.
아직까지도 몰랐다니...나는 어쩌면 내 무딘 눈썰미와 눈치가 유전은 아닐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집을 나와서 저하와 나, 우리 둘은 우리 둘만의 행복한 신혼여행을 떠났다.
(물론 근위병은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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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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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부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끝났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해피엔딩 맞겠져...?ㅠㅠㅠㅠㅠㅠ
기쁜소식! 외전이 있습니다!
외전은 메일링해드릴 예정입니다.(메일링이 텍스트파일 메일로 보내드리는거...맞죠?)
조건이 딱 2가지가 있습니다.
1. 암호닉 신청하셨던, 즉 위의 암호닉 목록에 계신 분들만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2. 다음 작품 투표에 참가해주신 분만 신청하실 수 있어요.
물론 일일이 확인이 안되니까 막 속이고 외전을 달라고 하실 수 있지만....제 독자님들은 투표도 해주실거라 믿습니다.
혹시 이번편을 처음으로 보시고 암호닉 신청 못했는데 외전을 받고 싶으시다면 이 글에라도 암호닉 신청하시고 투표해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기한은 7월 10일 11시 59분까지입니다~
저는 곧 다음 작품으로 돌아올거지만 그래도 올해 첫 작을 마무리 지었다는 느낌에 너무나도 가슴이 뭉클해요 ㅠㅠㅠ 이게 뭐라고 ㅠㅠㅠㅠ
그동안 이 보잘 것 없는 작품을 재미나게 읽어주시고 관심주시면서 완결까지 갈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신 독자여러분 정말로 사랑합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