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희망을 품은 에너자이저
든든한 지원군이 생겨서 난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
민윤기 명령으로 고작 이틀에 한 끼 먹으면서 배고픔을 참는 것도, 잠도 못자게 해서 매일 눈꺼풀과의 전쟁을 일삼는 것도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갑자기 좀 달라보이네."
"그런거 없는데요."
"이게 잠을 못자더니 미쳐가나"
"빨리 업무나 주세요. 일 안하면 잠들어 버릴 것 같으니까."
"샵 가라. 오늘 저녁에 철영물산 사장이랑 약속 있어."
"네."
"6시 30분까지 로비에서 기다려. 늦으면 뒤져."
"알았어요."
"김석진 붙여줄게."
"됐어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밖에서 무슨 딴 짓을 할 줄 알고."
"내 허리에 GPS까지 심어놓고 무슨 의심이 그렇게 많은데요"
"니 머리가 워낙 좋아야지. 얼굴도 좀 예뻐? 한순간 방심하다가 도망치기라도 하면 널 죽여버릴 것 같거든. 그럼 아깝잖아."
"안도망쳐요. 나 겁쟁이라 한번 실패한 건 다시 도전하지 않아요."
"알았어. 일단 샵 빨리 다녀와."
다행히 혼자 다녀오는 걸 허락받았고, 난 최대한 빨리 샵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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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님~ 어서오세요~"
"오늘도 풀로 해주세요"
"룸으로 모실까요?"
"네. 그리고 전화 좀 빌려주세요."
"네~"
난 항상 그랬던 것처럼 룸에 들어가서 직원이 준 전화로 민윤기에게 전화걸어 도착보고하고, 직원 눈치를 본 후 정국이에게 전화걸었다.
「지금 논현에 있는 샵인데 감시 없어.」
「오케이. 지금 갈게」
머리부터 하고, 대충 머리가 끝났을 즈음 정국이가 도착했다.
"언니. 메이크업은 한 30분 있다 받을게요"
"그러세요~"
룸엔 나와 정국이만 남았고, 나한테 행드폰을 하나 주었다.
"이걸로 연락해. 내 명의니까 감시 위험은 없을거야."
"미안해. 내가 이걸 받아도 둘 곳이 없어. 연락할 수 있는 장소도 없고."
"그럼 어떡하지..."
"내가 회사 외에 유일하게 허락받지 않고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딱 한 곳 있어."
"거기가 어딘데?"
"회사 앞 편의점. 거기에 커피머신이 하나 있단 말이야. 거기 밑에 손가락 하나 굵기의 틈이 있어. 그 안에 쪽지 남겨."
"알았어. 나 오늘 중요한 취조가 있어서. 가볼게."
"그래. 신경써줘서 고마워."
정국이는 갔고, 난 메이크업까지 마친 채 민윤기에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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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마치고, 돌아오면서 난 여기저기를 꼬집혔다.
이유는 내 온 몸이 오늘 본 뉴페이스보다 꿀린다는 거.
진짜 온 몸이 다 멍들었을 것 같다.
근데 솔직히 이제 갓 스물하나 되었고, 걸그룹 연습생 출신이었던 애를 어떻게 이기냐고.
"늙은 거 알면 관리라도 똑바로 하던가."
"노력할게요."
"씨발...나도 확 바꿔버릴까."
"그것도 방법인..아앗!"
역시..한 대 맞을 줄 알았다.
솔직히 한 5~6년전만 해도 접대나가면 주눅들진 않았다.
실수해도 풋풋하다며 봐주고(그런 일 하는 데 풋풋함이 무슨 상관이냐만)
근데 이젠 그만하고 지금 회사에서 하는 업무에만 집중하고 싶다.
하지만...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내 몸인데 뭘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그래도 정국이 덕분에 조금의 희망이 생겨서 그런지 기쁘기만 했다.
요즘 자꾸 나도 모르게 실실거릴 때가 있어서 들킬까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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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의 별 행사 없었으므로 식사의 압박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다만 예산서 결산서 점검업무도 새로 맡게 되어 일이 산더미만큼 쌓인 거 빼고는 다 괜찮았다.
특히, 가끔 편의점을 오가며 얻는 보물같은 쪽지는 나를 설레게 했다.
정국이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났다.
말도 고왔고 행동도 정갈했다.
당장은 촘촘한 감시 속에서 증거를 남긴다던가 배신을 시도할 여지는 없었기에 정국이는 현실적인 방법보다는 위로나 응원의 메세지를 주로 남겼고,
난 읽은 후 편의점에 버리고 오긴 하지만 늘 마음이 따뜻했다.
그리고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만 전정국이라는 남자가 내 마음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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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랜만에 활력이라는 걸 되찾고 사는데, 민윤기는 내가 좋은 모습이 꼴보기 싫은 것 같았다.
"다다음주 수요일. 42kg"
"무슨 행사 있어요?"
"아니."
"사장님. 42kg은 시간적으로 너무 부족해요..."
"못 맞추면 뒤지면 되지. 초과된 무게만큼 살덩이를 잘라줄게."
42kg은 한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몸무게였다.
지금도 살은 없는데, 여기서 또 얼마나 안먹어야 되는지....아찔했다.
"저...사장님."
"왜"
"저 이제 이런거 안하면 안되나요..."
"뭐?"
"접대하기에도 28이면 나이가 너무 많고, 굶는 게 너무 힘들어요. 차라리 잠을 자지 말라고 하면 안잘게요. 이젠..."
"니가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많이 컸어 나탄소."
민윤기의 섬뜩한 표정을 보자 아차 싶었고, 후회했다.
"잘못했어요. 그냥 하던대로 할게요.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나봐요."
"아니야. 너 해달라는 대로 해줄게. 너도 이 생활 10년이면 한 번 꿈틀거릴 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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