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수사에 박차를 가하다
마약밀수사건은 이제 그 쪽에서 출발할 날짜만 기다리면 해결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 사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아까 검사님 만나고 왔어. 일단 복잡한 사건 먼저 정리하겠대. 그래서 로비 관련된 것 증거들 먼저 찾기로 했어. 그래서 금품이 오간 기록이 있는 장부를 찾아야 하는데.."
"제가 도울 건 없을까요?"
"사장님한테 힌트를 얻어 올 수 있을까?"
"당연하죠. 그건 내 전문이예요."
"하하. 그래 그럼 너가 맡아 줘. 대신 평소보다 치밀해야 돼. 눈치챘다 싶으면 한 발 빠지고."
"알겠어요. 그런데 지금 당장은 안돼요. 사장님이 부를 때까지 기다려야 돼요."
"알았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의 안전이니까 몸 귀하게 여기고 조심히 행동해."
"..안어울리게 왜그래요"
"진심이야"
"알았어요. 실장님도 항상 조심하세요."
실장님 사무실을 나와서 내 방으로 가려는데 민윤기한테서 연락이 왔다.
민윤기를 알게 된 이후로 그의 연락이 왔을 때 이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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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어요?"
"오늘 기분 좋아보인다?"
"어릴 적 사진을 하나 받았어요."
"어릴 적 사진? 줘 봐."
"찢을거죠"
"어."
"그럴 줄 알고 안가져왔는데요."
짜악-
"내가 싸가지없이 굴지 말랬지"
"나 사장님 금고에서 골드바 하나만 꺼내줘요."
"...맞더니 정신이 나간거야?"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평생 가도 못 갚을 돈이 내 빚으로 있는데 골드바 하나 빌린다고 뭐가 대수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골드바 보육원에 가져다주려고요. 사진 보내주신 분께 답례는 해야죠."
"답례는 무슨. 지랄 마. 무슨 수작이야?"
"수작같은 거 없어요. 사장님이 안 주시면 저 그냥 캐피탈에서 빌릴게요."
내가 우리 조직의 캐피탈에서 돈을 빌리게 되면 그 돈은 어차피 민윤기가 갚아야 한다.
이미 내 신체는 민윤기의 소유라는 각서가 그의 손에 있고, 만약 민윤기가 나보고 돈을 갚게 하려면 그 신체포기각서를 없애야했다.
민윤기가 그걸 찢어버릴만큼 바보는 아니니까.
"씨발. 이거 누가 주인이고 누가 채무자인지 모르겠네."
"내가 이런 거 부탁한 적 처음이잖아요."
"그래서 주는거야. 이런 배짱 두둑한 짓 또 했다간 그냥 죽여야지."
민윤기가 금고를 열었다.
태엽식 비밀번호 9자리에 열쇠 2개. 삼중금고였다.
비밀번호 숫자는 보지 못했지만, 금고 속 내용물은 볼 수 있었다.
"그 장부는 뭐예요?"
"정치인들이랑 법조계 인사들한테 돈들인거 적어둔거야."
"그런 걸 왜 적어두는데요?"
"나중에 우리 뒤통수 치려고 하거나 모른 척 할 때 뿌려야지."
"저기에 내가 접대한 분들도 있어요?"
"아니. 너가 접대한 사람들 리스트는 아버지가 가지고 계시지."
"...왜요? 두 분이서 반대로 가지고 계셔야 되는 거 아니예요?"
"아버지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할 경우에 내가 아버지 변호자료로 그 장부 제출할 수 있고, 내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할 경우에는 반대로 될 수도 있고."
와...치밀하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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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장님 방에서 골드바를 들고 나와 실장님께 장부가 2개인 사실과 금고의 구조 등을 본대로 들은대로 말했다.
"수고했어."
"근데..이건 어디에 쓸까요?"
"보육원 원장님 드려. 너가 사장님한테 말한 그대로."
"부담스러워 하실까봐..."
"전 검사랑 같이 가. 그럼 받으실거야."
나는 사장님을 찾아가 외출보고를 하고 보육원으로 출발했다.
실장님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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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네~ 자주 보니까 너무 좋은걸?"
"선생님. 저랑 정국이랑 원장선생님이 베풀어주신 사랑 갚으려고 작게나마 준비한 게 있는데...받아주시겠어요?"
원장선생님은 포장을 열어보시더니 손사래를 치셨다.
"원장선생님만 쓰시라고 드리는거 아니고 애기들 위해서 써달라는 후원금이예요. 이거 팔아서 그 돈으로 낡은 시설들도 고치고, 애기들 간식도 맛있는 걸로 주시고,
선생님들도 맛있는 밥 드세요."
정국이가 후원금이라며 재차 받기를 권하자 원장선생님은 결국 서랍에 넣어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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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서 2차 작전회의가 열렸다.
"제가 아버지랑 의논해서 방법을 만들테니, 실장님께서는 금고에서 물건을 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꼭 장부를 빼내 사진을 찍어두십시오. 표지부터 내용까지.
장부 자체를 가져오는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건 실장님 위험부담이 너무 크니까... 일단 누구랑 뇌물루트를 텄는지 얼만큼이 오간 건지 정도 알 수 있게끔만 수집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곧 마약이 한국에 들어와요. 북한 측도 곧 밀입국할거구요. 아마 속초로 들어올 것 같은데 어차피 제가 마중가니까 자세한 일정은 확정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제가 밥이라도 사고 싶은데 항상 여기서 모이니까 제대로 대접할 수가 없네요."
"아닙니다. 검사님이 사건 잘 해결해주시면 그 때 제가 대접해야죠. 또 무엇보다 이번 장부 발견한 건 나팀장 공이 제일 크니까 나팀장한테 편의점에서 한 턱 내야겠다"
"저야 감사하죠~~"
일이 술술 풀리니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난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들키지 않게 회사일 열심히 하라는 임무만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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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에서 돌아와 실장님이 커피 한 잔 사주겠다는 말에 편의점으로 가는데, 실장님이 갑자기 멈추더니 표정을 굳혔다.
나는 내 눈 앞에서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일에 실장님과 실장님 앞에 선 남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실장님 앞에 선 그 남자는, 실장님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여자 끼고 다니는 거 보니까, 대정에서 빠져나왔나봐?"
"꺼져. 니가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입을 털어."
그 사람은 머리색을 제외하고 생김새와 키,몸매는 실장님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그러나 그 사람이 말을 하니까 실장님과 너무 달라보였다.
그 사람이 내게 악수를 청하길래 손을 내밀다가 실장님이 그 사람의 손을 쳐 버린 후 내 손을 잡고 회사로 들어왔다.
암만 생각해도 두 명의 얼굴이 너무 똑같이 생겨서 나는 내가 방금 본 사실들이 꿈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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