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95년생. 20살.
국제적 IT그룹 재벌 4세.
여기까진 공식 프로필
나의 약혼자.
무척이나 가부장적인 사람.
이건 비공식 프로필.
옛날 드라마 '궁'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편할거야.
사실 나는 자수성가한 케이스라서 김태형씨의 집안과는 어울리지 않았거든...
여행친구인 우리 아버지와 김태형씨 아버지의 약속만 아니었다면...나는 지금 날 좋아해주는 남자친구가 있었을텐데...
김태형씨는 인기가 남녀노소 안가리고 전국구로 뻗쳐있어서 오히려 나랑 결혼해야한다는 것이 손해라면 손해겠지.
하지만! 나는 이 결혼을 위해...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노력해왔는지 몰라 ㅠㅠㅠㅠ
원래 나는 무용을 전공했었지만,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어야하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말씀에 엄마가 바로 진로를 돌려버렸고, 난 법학과 재학중이야.
변호사 자격증 따면 절차 안따지고 김태형씨의 회사에 취직이 되겠지..
하지만 부럽다고 하진 마...진짜 나는 적성에도 안맞는 거 배우느라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으니까.
오늘은 김태형씨가 미국에서 돌아오는 날이야. 가끔 미국을 가는데 말로는 출장이라고 하지만 아닌것도 같아...
나는 다소곳이 차려입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야 돼. 이게 전통이라나...이런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어떻게 그렇게 발전된 IT기술들이 나왔는지 원...
김태형씨가 공항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매거진들과 몇몇 팬들이 둘러싸고 있고, 한 4명쯤 되는 경호원들이 막아주더라고.
무슨 재벌 4세가 이렇게 팬이 많아....
"미국은 잘 다녀오셨어요?"
"네"
"다친데는 없구요?"
"보시다시피"
끝. 안부는 이정도만 물으면 되고, 귀찮게 관심가졌다간 피차 귀찮아져. 이제 각자 핸드폰 해야지. 요즘 페이스북이 그렇게 재밌더라고.
한참 달려서 겨우 집에 도착했어. 아! 나는 수능 끝나고부터 김태형씨 집에 들어와살아.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어쩌겠어. 양쪽 부모님 모두 원하시는 일인데.
심지어..같은방까지 쓴다니까. 나는 외동이라서 방을 혼자쓰는게 익숙한데 외간남자...라고 하긴 그렇지만 암튼 사이가 어색한 남자와 지금 몇달 째 같이사는 게 너무 불편해 죽겠어...ㅠㅠㅠㅠ
"저 씻을게요"
"네"
우린 아직 한번도 말 놓은 적이 없는 것 같아.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할 것 같아서 좀 싫은데...그래도...어쩔 수 없지..
내가 김태형씨의 결혼예정자라는 사실을 아는 몇몇 친구들은 늘 부러워하는데 나는 그런 친구들을 패주고싶어.
그건 단지 김태형씨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 집안 분위기 때문이야. 완전 옛날 집안이라서 그런지 모두가 가부장적이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남자가 먼저, 여자는 나중에.
이게 습관이 된 그런 집이야... 어느정도냐면, 할머님이 계시는데도 남자들 먼저 식사를 마치고 여자들이 다음으로 식사를 해.
아버님과 큰아버님과 김태형씨. 이렇게 세 분이 먼저 식사하시고, 그 다음에 할머님, 큰어머님, 어머니, 나 이렇게 넷이 식사를 마치는 등..
사실 말하자면 너무 많아. 하지만 개길 수는 없어. 나는 까마득한 막내며느리고, 혼인신고만 안했다뿐 이미 가족이라서 어른들의 말을 거역하는 건 있을수조차 없어.
그 옛날엔 그냥 남자어른들이 오늘 아기 가지자 하면 바로 뜨거운 밤을 보내야했을 정도였다고 하더라고.
무섭지? 나도 김태형씨한테 원치 않을 때 몸을 줘야 할까봐 무서워...
"물 좀"
"네 잠시만요"
아주 이런 심부름이 생활화가 되어있어. 여자들이 몸종도 아니고 이거 참... 만약에 개겼다가 들키는 날이면 나는 매맞고 쫓겨날지도 몰라..
이런 가부장적인 재벌4세와 결혼을 진행하는게...과연 옳은 일일까? 나도 잘 모르겠어..
"얘야. 오늘도 안챙겨놨지?"
"아...! 죄송합니다 어머니..."
늘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김태형씨 입으실 셔츠 다려놓고, 넥타이랑 넥타이핀 골라놓고, 수트까지 행거에 걸어놓고나서 김태형씨 깨운 후 자리끼 치우고, 이불정리하고, 방에서 아침 식사 간단히 할 수 있도록 가져다주는게 일상이 되어야한다고 어머니께서 입이 닳도록 말씀하시지만...난 다리미질을 이제 배우고 있어서 자꾸만 다리미질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까먹고있어...어차피 다 새거라서 굳이 안다려도 될텐데...
"타이"
"여기요"
"핀"
"여기요"
"서류가방에 있는 금빛 USB좀 가져다줘요"
"네"
가방은 왜이렇게 지저분한지...서류가방속을 차근차근 정리하다보니 USB가 보였고, 그 USB를 찾아서 가방이랑 들고 가니까...그 USB확인하더니 다시 가방속에 넣는...정말 가끔은 일부러 그러는건가 싶어서 얄미울때가 하루이틀이 아니야 아주.. 출근할 때 집 현관에서 배웅하고, 차 떠날 때까지 공손히 서있다가 들어오면 아침일상 끝.
그 때부터 내 준비를 해야지. 학교 갈 준비... 나도 김태형씨처럼 누가 챙겨주면 좋겠다... 하느님.. 제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부디 이 집의 아들로 태어나게 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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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뷔너스입니다 ㅎㅎㅎㅎ
썰은 처음써보는데 많이 재미있어해 주시면 좋겠습니당^&^
댓글이 곧 관심의 척도라고 보니까 많은 댓글로 사랑을 맘껏 표현해주시기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