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커플
04
민윤기 씨의 예언이 적중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메인은 우리, 그러니까 민윤기 씨와 내 이야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민윤기와 메리, 늦은 밤 공원 데이트' '공개 커플만 즐길 수 있는 밤 중의 치맥 데이트' 등 수많은 제목의 기사를 쭉 훑어보던 내 시선이 어느 한 기사에서 멈추었다. '입맞춤 직전? 가까워도 너무 가까운 민윤기와 메리의 거리' 무슨 내용일까 싶어서 휴대폰 화면을 꾹 눌러 기사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자 어제 그 장면이 다른 사람에 의해 사진으로 남겨져 있다.
민윤기 씨가 갑작스럽게 내게 제 얼굴을 훅 들이밀었던 그 때. 사진으로 보니 정말 뽀뽀라도 할 것만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너무나도 가까운 그 사람과 내 모습을 바라보며 괜히 꿍얼거리듯 혼잣말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사진을 잘 찍었지." 우리 둘의 옆모습을 찍은 사진은 분수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꼭 화보를 찍은 것만 같았다. 계속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기분이 묘하게 이상해지는 느낌에 나는 얼른 휴대폰 화면을 껐다. 그리곤 죄 없는 휴대폰을 괜히 툭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몰라. 모르겠다. 정말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음악 방송 무대를 위해 대기실에 있던 중에 매니저 오빠가 반가운 소식을 들고 왔다. 메리, 오늘 1위 후보래! 그 말에 나를 포함해서 대기실에 있던 사람 모두가 멍한 표정이었다. 다시 한 번 "너 1위 후보라니까?' 하는 매니저 오빠의 말에 그제서야 실감이 난 내가 "진짜?" 하고 묻자 오빠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메이저 음악 방송은 아니고 자그마한 음악 방송이긴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1위 후보는 후보인 거지!
이런 기쁜 소식을 어디에 전할까 고민하다 엄마에게 제일 먼저 연락을 했다. 「엄마 나 1위 후보래!!」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조금 지나서 엄마의 답장이 왔다. 「아이고 예쁘다 우리딸~ 응원할게 이왕 할 거 1등 하고 와!」기분좋은 엄마의 답장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답장을 꾹꾹 눌러 보내는데 머리에 스치듯 누군가가 떠올랐다. 잠깐 고민을 하다가 얼른 메세지 창을 바꾼 다음 한 글자 한 글자 쓰기 시작했다.
「나 1위 후보래요!! 짱이죠!」
메세지를 보내고 1이 언제 사라지나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즈음, 답장이 올 때 울리는 짧은 진동이 아니라 긴 진동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가 전화지 싶어서 번호를 확인하자 낯선 번호 위로 '선배님' 이라는 세 글자가 보인다. 어, 전화? 대뜸 걸려온 그의 전화에 얼른 받기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어, 민윤기 씨?"
-진짜냐?
"뭐가요?"
-1위 후보라는 거.
"네! 짱이죠?"
-이야.
"근데 안 바빠요?"
-지금은 괜찮아.
"갑자기 전화 와서 놀랐어요."
-상대는 누군데?
"BTS 선배님들이요."
내 말에 민윤기 씨가 피식 웃는 소리가 전화를 통해 들려왔다.
-오늘은 후보에 오른 걸로만 만족해야겠네.
"제 생각도 그렇긴 해요. 그래도 말이라도 일등 하라고 해주면 좀 좋아."
원래 밉게 말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한 번 투덜대듯 말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민윤기 씨를 찾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민윤기 씨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향해 "어, 알겠어." 하는 짧은 답을 하고는 다시 나를 "야."하고 짧게 불러왔다.
"네?"
-나 부른다. 가야해.
"아아. 알겠어요."
-끊는다.
끊는다는 말에 휴대폰을 귀에서 떼려는데 순간적으로 낯선 단어가 귀에 들려왔다.
-야. 애기야.
예상치 못한 단어에 당황한 내가 "네, 네, 네네?" 하고 말을 더듬으며 답하자 민윤기 씨가 바람 빠진 웃음을 짓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일등 하고 와라.
"…네?"
-끝나면 일등 했는지 안 했는지 문자 보내놔. 나중에 촬영 끝나면 답장 할테니까.
내 대답을 들을 생각은 원래 없었던 건지 제 할말을 끝낸 그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뚝, 하는 전화가 끊기는 소리를 듣고서도 나는 멍하니 휴대폰을 잡은 채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멍한 기분이 들었다. 어, 나한테 뭐라고 불렀지. 야, 뒤에… 그러니까… 애기야? 이상하게도 민윤기 씨가 나를 애기야, 하고 부른 그 음성이 잊혀지질 않는다. 대기실 안은 충분히 시원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너무나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 많이 울어서 그런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드문드문 기억이 나는 건 방송의 엔딩에 1위 후보인 나와 BTS 선배님들이 함께 서있었던 것, 그리고 1위를 호명할 때 내 이름이 불린 것, 터져버린 내 울음, 내 품에 안겨진 트로피와 수많은 꽃다발들, 수상 소감을 담기 위해 내게로 온 마이크까지. 데뷔 후 첫 1위였고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던 그 순간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를 타고나서야 멍한 게 풀리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수상 소감을 얘기할 때 엄마 얘긴 했었나? 대표님은 말했었나? 팬들은?
수많은 인파를 제치고 차가 겨우 출발했고 그제서야 나는 이 순간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1위다. 음악 방송 1위. 내 노래로, 내 노래가 1위. 1등. 곱씹을 수록 기분 좋은 일이었다. 숙소로 바로 갈 거야? 하고 묻는 매니저 오빠에게 고개를 끄덕이곤 아까 두고 내렸던 휴대폰을 확인했다. 메신저를 들어가자 친구들, 회사 대표님 등 많은 사람들에게서 축하 메세지가 도착해 있었다. 하나하나 읽으며 답장을 하던 중 신기하게도 또 한 번 민윤기 씨가 머리에 스쳤다.
나는 하던 답장을 제쳐두고 얼른 카메라를 켰다. 그리곤 다리 위에 올려두었던 트로피 사진을 찍어 그대로 민윤기 씨에게 전송했다.
「나 1등 해써ㅇ요!!!!!!!」
흥분해서 그런가 오타도 났지만 그런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기분 좋은 이 느낌을 가득 담아 문자를 보내자 기다렸다는 듯 민윤기 씨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축하」
…?! 축하? 달랑 두 글자가 다야?
예상치 못한 답장에 멍하니 축하, 두 글자만 바라보던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바쁜 건가. 얼마나 바쁘면… 이번 무대랑 1위 하는 순간은 보지도 못 했겠네, 그럼. 방금까지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는데 순식간에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다. 뭔가 서운한 느낌이었다. 나 일등했는데, 그래도 축하 두 글자보다는 더 크게 축하해줄 줄 알았는데. 나는 뭘 기대한 걸까. 괜히 입술을 한 번 삐죽인 나는 민윤기 씨와의 채팅 방을 나왔다. 그리곤 축하 메세지가 쏟아지는 다른 방에 답장을 꾹꾹 눌렀다.
숙소로 바로 가려고 했으나 1위도 했겠다, 이런 날엔 축하주 한 잔 해야지! 하는 호탕한 대표님의 말씀에 못 이겨 모이기로 한 장소로 차를 돌렸다. 너무 많이 운 탓에 눈은 다 부었지만 코디 언니가 화장은 고쳐줘서 얼굴은 그나마 봐줄 수는 있는 정도였다.
조금 늦게 도착한 고기집에는 선배님들과 회사 사람들이 모두 먼저 도착해 있었다.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나를 발견한 선배들이 저마다 내게 한 마디씩 인사를 건네왔다.
"우리 막내 다 컸네! 연애도 하고 1위도 하고!"
"하하… 감사해요."
"네 남자친구는 먼저 와있어. 저기."
안쪽을 가리키는 선배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민윤기 씨가 웃으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창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던 그는 우연히 고개를 돌리던 참에 나를 발견하고는 살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덩달아 나도 가볍게 손을 흔들곤 그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당연히 그 쪽으로 나를 부를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민윤기 씨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이어갔다. 음? 하는 표정으로 그를 잠깐 바라보던 나는, 나를 찾는 대표님의 목소리에 얼른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매니저 오빠와 함께 대표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술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주는대로 다 받아먹었더니 금방 취기가 올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이미 한껏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아무래도 더 먹었다간 토할 것만 같은 느낌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일어섰다. 더 마실 사람들은 2차를 가자는 대표님의 말씀에 몇몇 사람들은 기분 좋은 환호를 질렀다. 당연한 듯 "메리도 갈 거지?"하고 물어오는 대표님의 물음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내일 스케줄 있어요. 게다가 오늘 얼마 못 자서 너무 졸려요."
"어허. 주인공이 이런 자리에 빠지면 쓰나. 안 돼, 못 가."
무슨 애도 아니고 갑자기 이렇게 우기는 게 어디있나. 하지만 이미 취해버린 대표님은 내 표정이 보일리가 만무했다. 안 돼! 와! 하는 단호한 말만 남기고 먼저 성큼성큼 걸어가는 대표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끙, 하는 앓는 소리를 냈다. 아. 나 정말 졸린데. 입을 삐죽 내밀곤 마지못해 걸음을 옮기려던 그 때 가게 밖으로 나오는 민윤기 씨와 딱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민윤기 씨가 걸음을 멈추곤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왠지 반가운 마음에 민윤기 씨 앞으로 쪼르르 걸음을 옮겼다. 그의 앞에 딱 서자 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술냄새 나."
"민윤기 씨도 만만치 않아요."
"많이 마셨냐?"
"네. 아무래도 더 마셨다간 기억을 잃을 것 같기도 하고."
"아, 예전에 그 날 처럼?"
놀리듯 말해오는 그의 목소리에 씨이, 하고 올려다보자 민윤기 씨가 피식 웃으며 먼저 걸음을 뗐다. 그런 민윤기 씨를 따라 걸음을 뗀 나는 민윤기 씨의 옆에 서서 함께 걸으며 말했다.
"그 사진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그럼."
"아, 좀 지워주지…."
"싫어."
"그런 걸로 공식적 여자친구 괴롭히기나 하구 말이야."
웅얼대는 내 말에 민윤기 씨가 기가 찬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늘 1위하신 공식적 여자친구님은 뭐 잘 했다고."
"제가 못한 건 또 뭐 있어요."
"1위 소감에 공식적 남자친구 얘기는 한 마디도 없는 게 잘한 건 아니지, 아마?"
…엥? 민윤기 씨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나를 잠깐 바라보더니 한쪽 눈썹을 찡그리곤 "됐다." 하는 말과 함께 터벅터벅 나를 앞질러 걸어갔다. 참 알쏭달쏭한 반응. 이게 무슨 반응이람. 알 수 없는 반응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확실한 것 하나가 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도 좋은 건 민윤기 씨가 그 방송을 봤다는 것이었다. 내 무대, 내가 1등하는 장면, 무려 내가 1위 소감을 말하는 순간을 봤다는 것.
바빠서 못 본 줄 알았더니 다 봤구나. 나도 모르게 흐, 하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보다 몇 걸음 앞서 걸어가는 그의 뒤를 쪼르르 따라간 뒤 그의 가까이에서 함께 걸으며 물었다.
"봤어요? 저 1등 하는 거?"
"어."
"정말요?"
"봤다니까."
"와."
"나 참. 거짓말도 손발이 맞아야 하지. 공개 연애도 하는 사이에 내 얘기는 한 마디도 없…."
"봤구나."
"…뭐?"
"봤구나아."
민윤기 씨를 빤히 올려다보며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리자 민윤기 씨가 걸음을 멈추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민윤기 씨의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시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민윤기 씨가 바빠서 못 본 줄 알았거든요."
"……."
"근데 본 거 같아서 지금 기분이 무진장 좋아요. '축하' 달랑 두 글자 보낸 것도 다 이해될 정도로! 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좋지? 참 이해할 수가 없네."
혼잣말을 하듯 그에게 쏟아낸 내가 헤헤, 하고 웃음을 흘렸다. 말한 그대로의 기분이다. 참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기쁜 순간을 그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그게 좋은 건지 뭔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민윤기 씨가 그 장면을 봤다는 것이 날 이렇게 기분 좋게 만든 것 하나는 확실했다.
웃으며 저를 올려다보는 내 모습에 민윤기 씨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물끄러미 날 내려다 볼 뿐이었다. 나 또한 가만히 민윤기 씨의 시선을 받고 있으니 민윤기 씨가 갑작스레 내게로 손을 뻗었다. 내 이마로 손을 가져온 그는 내 이마에 딱, 소리가 날 정도로 딱밤을 콩 때렸다. 이마에 느껴지는 얼얼한 느낌에 내가 "아!" 하는 짧은 신음을 냈고, 살짝 인상을 쓰곤 내게서 먼저 고개를 돌린 그가 말했다.
"아무래도 너도 나도 집에 가야겠다."
"씨이, 왜요."
"둘 다 취했네."
"……."
"제 정신이 아니야."
혼잣말처럼 허공을 보며 중얼거린 그는 "그래.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닌 거 같다."하고 한 번 더 중얼거렸다. 그리곤 잠깐의 침묵 뒤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바라보다가 나도 얼른 그의 뒤를 쪼르르 따라 걸었다. "같이 가요. 같이!"
감격적인 순간이에요! 4화를 쓰는데 쪽지가 와서 봤더니 ★국보커플 3화★가 무려 초록글에!
이게 다 여러분 덕분이에요 엉엉엉 제가 사랑한다고 말했었나요? 안 했어요? 이 나쁜 입! 나쁜 손! (찰싹찰싹)
어쨌든 저 지금 폭풍 감동인 건 확실한 것..
4화의 윤기님은 현실 부정기.. 이번 화에 보여진 윤기는 귀여운 심술쟁이와 현실 부정 중 딱 두 개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ㅎㅅㅎ
자기 얘기 없다고 삐진 건가봐.. 민윤기 삐쳤나봐.. 근데 또 술마신 여주의 행동에 윤기는 발렸어.. 남자는 여자 웃는 모습에 많이 반한다더니..
아.. 그냥 둘이 빨리 진짜로 사겼음 좋겠다 (간절)
암튼 저 암호닉이 짱 많이 생겼어요!!!!! 신난다!!! 춤이라도 춰야할까!!!!!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셔서
암호닉 신청은 당분간 안 받도록 할게요 !!!!!!!!!
곧 다시 올테니 아쉬운 분이 있으시다면 너무 아쉬워 하지 말아요 (소곤소곤)
<민윤기 씨의 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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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미 0213 메멘토 침침니 슙기력 유무민
사랑현 멜랑꼴리 메로나 츄로슈 우리사랑방탄 가위바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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