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권순영] 장마
w. 뿌존뿌존
발이 촉촉하게 젖는다,
시원한 빗물이 내 마음을 담뿍 적셔온다.
아, 시원하다.
장대처럼 내리는 빗속에 가만히, 가만히 서서
우산을 거친 빗물의 청아한 소리를 귀에 담는다.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에 마음마저 정화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파란 우산과 적당히 젖은 신발,
그리고 가벼운 가방이면 거센 빗 속도 즐거워진다.
"어?"
한참을 걸었을까, 집 앞에 누군가가 쫄딱 젖은채로 앉아
거센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찰박,찰박
내가 걸을 때 마다 들려오는 물 소리에
남자가 눈을 느릿하게 뜬다.
그에 마주친 눈동자,
아무 말 없이 빗소리만을 배경 삼아 그렇게 빠져든다.
입안에서 한참을 우물거리다 결국 뱉어낸 한 마디,
"우리 집으로 가요"
+
남자를 일으켜세운 후, 우산을 탈탈 털곤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뒤따르지 않는 남자의 발자국소리.
뒤를 돌자, 빗 속에 가만히 서서 날 응시하는 그 사람.
"안 들어오고 뭐해요?"
"여자 혼자 있는 집에 내가 어떻게 들어가"
그리곤 앞으로 타박, 타박 걸어오는,
걸을 때 마다 떨어지는 물방울들.
그 물방울이 모여 빗물이 되고,
빗물은 강이 되어 내 마음을 오롯이 적셨다.
장마, 나에게도 장마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