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를 데려다준 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동안 나와 윤기 씨의 사이도 발전되기 시작했다
빈 공간으로만 계속 남아있을 것 같던 윤기 씨와의 톡 방에 하얀 말풍선이 생겨났다.
-선생님 오늘도 아리 데려다줘서 고맙습니다
아.. 아니에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네 아리 아버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단순히 감사 인사만으로 시작됐던 톡은
-선생님
-오늘은 비가 온다고 하네요
-우산 꼭 챙기세요
앗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고마워요:)-
간단한 안부 인사로 레벨업했고
-오늘 뭐 하세요? 여주씨?
-저는 그냥 오늘 하루 종일 클라이언트 상대하느라 힘들었네요
서로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으며
-선생님 혹시 이 책 알고 계세요?
-(사진)
아니요 처음 보는 책이에요-
-꼭 읽어 보세요
-저도 같이 일하는 후배가 알려준 책인데
-재밌더라고요
-선생님도 읽으면 재밌어하실 거 같아서...
고마워요 윤기 씨 꼭 한번 읽어볼게요-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참고로 책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아 그리고 우리 사이의 호칭도 바뀌기 시작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냐고 하길래 내 이름을 알려준 뒤로 윤기 씨는 내게 가끔 여주씨라고도 불렀다.
이렇게 우리 사이가 진전되고 카톡 창의 점점 내려갈수록 내 머릿속에는 김남준이 한말이 깡그리 잊혀갔다
나는 마치 김남준에게 반항하듯이 윤기 씨와 급격히 가까워졌다.
-여주씨 퇴근하셨어요?
네 방금 퇴근했어요-
지금 집이에요-
-아 혹시
-다음 주 월요일에 시간 되세요?
네 아마 그때 괜찮을 거 같은데...-
-그럼 아리랑 데려다주면서 같이 우리 집에 와요
네?-
-그 항상 고마워서
-저녁이라도 같이 할까 하는데 어떠신가요?
-밖에서 대접하는 게 아마 더 나을 거 같지만
-그래도 집에 초대하고 싶네요
으아악
마지막으로 온 톡을 보고 나는 휴대폰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산지 얼마 안 된 폰인데...
계속 밝게 비추는 휴대폰 화면이 자꾸만 답장하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았다.
하 씨 어떡하지...
그래 고마워서 초대하는 거니까 가야겠지
간다고 대답하려고 핸드폰에 가까이 가는 순간
'그 사람은 아니라고 여주야'
그동안 새까맣게 잊혀간 김남준 한마디가 갑자기 떠올랐다
이 말 때문인지 쭈그려 앉은 채 쉽사리 손에 핸드폰을 잡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고민하는 동안 화면이 갑자기 수신 화면으로 바뀌고 창에는 민윤기 이 세 글자가 뜨기 시작했다.
헐
조심스레 집어 들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주씨?"
"아.. 네 맞아요"
"아.. 네"
이 말을 끝으로 우리 둘 사이에는 침묵이 맴돌았다
어느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가 지났을까.
"그... 제가 보낸 톡은 보셨는지.."
"네 봤어요"
"혹시 그날 시간 되세요?"
"아 네 되긴 되는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니요 없어요"
"그럼 그날 오실 수 있으세요?"
묘하게 그의 말은 거절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네 갈 수 있어요"
"그럼 그날 기다리고 있을게요"
"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여주씨 "
전화가 끊기고 나는 멍하니 휴대폰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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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데려다주는 동안 아리는 재잘재잘 떠들었다. 아마 아리도 내가 가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
"우리 아빠 요리 진짜 잘해요"
"아빠 바쁠 때 빼고 맨날 맛있는 거 해줘요"
"선생님은 요리 잘해요?"
응? 나?
대학교 1학년 때, 자취방에 김남준이랑 김태형이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여자애 집에는 처음 온다고 자꾸 요리해달라고 징징대는 그 둘 때문에 나름 해보겠다고 떡볶이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먹은 그 둘의 반응은... 참담했었지 아마
그 뒤로 우리 집에 올 때 전단지 한가득 들고 오기 시작했었는데..
과거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리는 그런 내 표정을 못 봤는지 계속 이야기 이어나갔다
"우리 집에 손님 오는 거 처음인데"
"응?"
"친구들은 맨날 학원 간다고 우리 집에 놀러 온 적 거의 없어요. 저도 맨날 학교에서 방과 후 하고 도서관에 가있으니까..."
"아빠 친구분들은 안 오셔?"
"네 아 호석이 삼촌이 자주 오시긴 해요"
'호석이 삼촌? 그분은 누구지...?'
"근데 호석이 삼촌이 맨날 우린 가족이라고 손님이 아니라고 하니까 삼촌 빼면... 선생님이 처음이에요"
"호석이 삼촌이 아빠 형제 분이셔?"
"아니요 그냥 아빠랑 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자기는 아빠 안지 오래됐다고 이제 가족이래요"
"아 그렇구나..."
내가 처음이라는 말 때문인지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몽글몽글한 느낌이었다.
번외+)
"야 정호석 이게 뭐냐"
일하다가 갑자기 윤기형이 나를 불렀다
어제 정리한 자료가 잘못됐나 싶어서 조심스레 윤기형한테 다가갔다
"이게 뭘 뜻하는 거냐"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카톡 창의 한 부분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뭔가 싶어서 봤더니
:)
사람이 미소 짓는 이모티콘이었다. 설마 이걸 물어본 건가
"형 설마 이거요?"
"설마? 왜 모르는 게 이상한 거냐"
"형 이것도 몰라요? 아 진짜 형 요즘 30대들도 이거 알아요"
"야 빨리 뭔지나 이야기해"
"이거 옆으로 돌려서 보면 사람이 웃는 모습이잖아요 와 진짜 이것도 모르고 정말 할아버지네 아리 어떡해요 형 "
갑자기 다리에 통증이 밀려왔다 보니 검은 바지에 구둣자국만 있을뿐 형의 모습은 평온했다.
"와 씨 형 이거 산지 얼마 안된건데"
"닥치고 니 일이나해"
안녕하세요 대디에요
오늘 드뎌 우리 방탄이들 북유럽 여행이 방송되는 날이네요!!!!!!!!
저는 얼른 올리고 이걸 보러 사라지겠습니다.
지금 제가 생각한 틀이 다 무너지는 바람에.... 아마 맥락이 어긋나있을꺼 같아요
오늘따라 제 글이 좀 많이 못났네요ㅠㅠㅠㅠㅠ
항상 이런 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감사합니다ㅠㅠ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완결낼께요
마지막으로 우리 사랑스러운 암호닉분들
요랑이님, 0622님, 0309님, 1017님, 소청님, 공주니93님, 몽마르뜨님, chouchou님, 하얀레몬님, 두준님, 검은여우님, 윤기쨔응님, 복동님, 배고프다님, 살구아가씨님, 쟈몽님, 내2름님, 복숭아잼님
감사합니다 항상 이런 글 읽어주시고 암호닉 신청해주시니 저야말로 항상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글을 계속 연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