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박지민] 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시즌2 05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5/31/13/2d2c280a179ca60e3827fda9c3afcebb.gif)
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시즌2 w. 채셔
05. 침범할 수 없는 서로의 영역
"……자기!"
나는 지민의 말을 듣자마자, 거칠게 뛰어대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벗어나버렸다. …첫사랑이라고 했다, 분명히. 그래도 첫사랑이 아니니까 기뻐해야 하나, 하고 고민했던 게 어제 같은데. 나를 따라 뛰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민은 내 뒤에서 쉽게 내 손목을 잡지 못했다. 그저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오기만 할 뿐. 내게 생각할 시간이라도 주려는 듯이. 문득 그런 지민이 미워져서 걷던 걸음을 반대로 돌려 지민을 바라보았다. 지민은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살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나 안 붙잡아요?"
"………."
"그래서 이제껏 온 편지가 첫사랑이다."
"……자기."
"…근데 그걸 나한테 말해주지도 않았다?"
"……."
"그리고 그 첫사랑이랑 지금 회사를 같이 다닌다."
게다가 그 첫사랑이 미치게 예쁘고, 능력 있는 사람이다. 이게 내가 정리할 수 있는 최대한인데. 울컥 차오르는 말을 가감없이 내뱉었다. 지민은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내 손을 잡다, 문득 눈길을 돌려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회사 다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지민의 말에 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지나가다가 봤어요. 작게 대답하자, 지민은 잡고 있던 손을 다시 천천히 놓았다. 우리는 다시 서로의 손을 잡지 않았고, 우리 둘의 틈에 정적이 끼어들었다. 서로의 실망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왜 말 안 했어요, 다 들어놓곤."
"말 안 해준 건 지민 씨도 피차일반 아니에요?"
"또 지민 씨."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
"나한텐 문제예요."
내 말 뒤로, 지민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호칭 문제로 화제가 돌아갔다. 그 호칭 싫다고 했잖아요. 지민의 말에 꾹 입술을 누르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 자기한테 특별한 사람이잖아요, 아무나 다 부르는 호칭은 싫어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만 쓸 수 있는 단어였으면 좋겠어요, 지민 씨는 싫어. 지민의 말에 괜히 또 미안해졌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하자, 지민은 '하아.' 하고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내 손을 다시 잡았다. 순간 지민의 손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자기라고 부를게요. 작게 지민에게 얘기하자, 지민은 제가 맞잡고 있던 손을 그대로 제 쪽으로 끌어당겨 나를 품에 안았다. 지민의 품은 그 손만큼이나 따스했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지민의 따뜻한 체온에 뭉컹 울음이 터져나왔다.
"미안해요."
"……."
"내가 남준이 형이 자기 첫사랑이라는 거 들었을 때, 진짜 충격이었는데."
"……."
"말로 설명을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되게."
"………."
"자기한테 똑같이 그런 느낌 줘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요. 지민의 말에 괜한 자격지심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 품에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울지 마요, 내가 미안해. 작게 귓가에 속삭여주는 지민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려서 지민을 볼 수가 없었다. 나름 첫 싸움이었지만 허무하게 끝나버려서. 예상치도 못한 지민의 대사에서 마음이 녹아버려서. 그런데도 여전히 어리고 예쁜 첫사랑은 싫어서. 지민의 품에 안겨 모든 감정을 털어낼 수가 없어서, 차마 그 품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차마 지민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집에 가요."
"………."
"집 가서, 얼른 자자."
지민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지민은 내 손을 끌고 천천히 집 쪽으로 걸었다. 한참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내 엄지를 쓸어주는 지민의 손가락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불안했다고. 아직 서먹함이 잔뜩 남은 공기에, 지민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내 지민은 애꿎은 내 손만 만지작거리다 집에 도착하기 몇 m 전, 갑작스레 나를 벽에 밀쳤다. 어설픈 지민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고 지민을 바라보자, 지민은 언제 보아도 위험할 것 같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은 어색함이 배어있는 웃음이었지만.
"요즘 이게 유행이라면서요?"
"……으응?"
"…그, 윤기 형이 트위터에서 보고 알려줬어요."
"……뭘요?"
"카베동이라고 그랬나?"
카베동? 하고 되묻자 지민은 한 손을 쭉 뻗어 내 얼굴 옆을 쿵 짚었다. 언젠가 일본 드라마에서 보았던 장면이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벽에 가두고, 정열적인 키스를 하던……. 열렬한 애정 씬을 기억해내다 눈을 마주친 지민은 이제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내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댄다. 지민의 행동에 잔뜩 몸을 굳히자, 지민은 남은 한 손으로 부드럽게 내 목을 받쳤다. 평소보다 조금 더 짙고, 조금 더 정성 들인 키스였다. 지민은 살짝 떨어져, 조금만 용기를 내면 다시 입술을 훔칠 수 있는 거리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만 오롯이 담겨 있는 얼굴에 지민은 미소를 지었고,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지민의 입술을 물었다.
"자기."
"네, 자, 자기."
"…귀엽다, 자기가 자기라고 하니까."
자기가 이렇게 올려다보고 키스할 때마다 귀여워 죽을 것 같아요. 진짜 애기 같아, 애기. 지민의 말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몽글한 기분. 서먹했던 공기는 어디 가고, 지민의 행동 하나에 꽤 산뜻해졌다. 집에 들어서는 우리 둘의 표정은 아까보다 훨씬 밝아진 표정이었다. 그리고 내 마음을 채우고 있던 요상한 자격지심 같은 마음들도 행방불명된 지 오래였고.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같이 얼굴을 씻고, 이를 닦고, 침대에 눕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민의 애정 행각이 매 1분 1초마다 이어졌고, 거기에 흐물흐물 동그라미가 되어버려서.
"우리 회사에서 기른 연습생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 넘어 온 연습생이에요."
"………."
"얘기하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
"…응, 자기."
"그 때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런 기분으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화난 얼굴은 자기한테 안 보여주고 싶어서. 첫사랑의 얘기에 움츠러들었던 나는 지민의 다음 대사에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풀어져 지민에게 다시 안겼다. 오늘따라 지민의 팔 베개가 너무나도 아늑했다. 고딩 때였나, 나 한참 무용할 때. 걔가 같은 학원에 같은 반이었거든요. …걔랑 같이 안무를 짜다 보니까 관심이 생겨서 사귀게 됐는데. 언젠가부터 걔가 노래에 관심이 생겼다고 해서, 같이 노래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나는 작곡이랑 작사 쪽 배우게 되고, 걔는 노래하고. 그렇게 됐는데. 음………. 나는 100이면 100 다 줬다고 생각했는데, 걘 아니었어요. 엄청 유명한 작곡가 형을 우연히 알게 된 건지, 그 형이랑 바람이 났어요. 그땐 배우는 입장이었으니까, 그 분야에서는 내가 1등이 아니었거든요. 무용할 땐 내가 1등이었으니까, 나랑 사귀었겠지만. 그때의 기억이 정말 악몽이나 다름이 없었는지, 이따금씩 화를 들이미는 지민의 손을 간간히 꼭 잡아줘야 했다.
"지금 프로듀서로 곡 만들고 있으니까 또 나한테 그러는 거예요."
"………."
"그런 애예요."
지민이 누구를 이렇게 싫어했던 적이 있었었나. 엄청 순둥인 줄 알았는데. 부드러운데 또 강단은 있어서 한 번 아니면 정말 아닌 성격이었나 보다. 화를 꾹 삼켜내다, 다시 나를 꼭 품에 안기에 나도 지민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허리를 토닥여주자, 지민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후, 하고 내뱉었다. 이제 괜찮다! 하고 기분 좋게 웃은 지민은 내 이마에 입술 도장을 꾹 찍어주었다.
"그래도 부러워요, 그 연습생."
"응?"
"그 때로 돌아가서, 자기 첫사랑도 내가 가져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때로 돌아가서, 자기 첫사랑도 내가 가져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
"순수한 박지민이면 지금보다 더 귀여웠을 텐데."
"………."
"그 때 만났으면, 자기가 다- 내 차지일…."
지민은 눈을 내리깔고 조근조근 풀어내는 내 말을 제 입술로 가로막았다. 입을 맞대고 있자면, 온 몸이 흘러내릴 것 같은 키스였다. 결국 키스하는 입술 새로 웃음을 흘려보내자, 지민도 미소를 지었다. 지민의 눈에서 꿀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 이런 사람을 두고 내가 왜 불안해 했을까. 이런 키스를 두고. 지민은 다시 나를 제 품에 꼭 안아주었다. 열어둔 창문으로 밤 바람이 들어왔지만, 이불 속 맞닿고 있는 두 몸이 따뜻해서 아무렴 괜찮았다.
"그냥, 그런 말 하는 게 너무 예뻐서."
"……."
"웃긴 건, 나도 남준이 형 보면서 항상 그 생각 해요."
남준이 형이 막 솔로였으면 모를까, 지금 또 후배랑 둘이 묘하니까 괜찮은 거지. 지민은 말을 하면서 흘러내린 내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이내 다시 이마에 입술을 맞춘 지민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항상 내가 자기 첫사랑이었으면 좋겠다, 그 과거까지도 다 내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도. 남준이 형이 솔직히 너무 멋있으니까 불안한 건 덤이고. 지민의 품에 안겨 푸스스 웃어버렸다. 손을 맞잡으면서 아무 말 없이 흐뭇하게 미소만 지었지만, 우리 둘 다 안다. 서로의 침범할 수 없는 영역임을.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과거까지 탐을 낼 정도로 사랑에 젖은 사람들임을.
"자기, 내일도 출근인데 피곤하겠다."
"…으응, 자요."
"얼른 눈 감아요, 자기."
지민이 팔을 뻗어 침실등을 껐다. 어두워진 밤에 지민의 온기를 느끼며 나는 눈을 감았다. 익숙하게, 지민의 손이 내 등을 토닥인다. 내가 손을 뻗어도 지민의 과거를 억지로 만질 수 없다. 지민도 손을 뻗고, 발을 뻗는다 해도 남준이라는 내 첫사랑의 열기에 닿을 수 없다. 그러니까, 인정하기로 한다. 그 여자의 존재를. 사실 아직도 그 여자가 지민을 탐내고 있기에 불안하지만, 그 감정은 묻어보기로 한다. 나를 꼭 안고 품어주는 박지민이라는 이 남자 하나만을 믿고.
덧붙임
커플 싸움은 칼로 물 베기져.
그치만 끝이 났다고 해서 끝이 아닐 거시다.
이 세상에는 온갖 사람이 다 있기 때문이져.
암호닉 잠시 받습니다,
내일 (7월 8일에서 9일 넘어가는) 열두시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