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정호석] 가운 입은 남자는 다 귀여운가요?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01/0/531b2cf14900f68287cd8a9458e17e24.gif)
가운 입은 남자는 다 귀여운가요?
w. 채셔
A. 정호석 인턴 수난기 Ⅰ
"아오, 정호석!"
"ㅇ, 예?"
"이거 네가 이랬지!"
"제가 안 그랬어요!"
"네가 안 이러면 누가 이러는데!"
언니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난리치는 바람에 밤 11시에 찾아온 응급실. 탈장이란다. 그러니까 그만 좀 먹지, 저 언니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리에 급하게 동의서를 작성하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언니를 격려해준 뒤 대기실 의자에 축 주저앉았다. 으으, 힘들다. 팔을 주물주물거리다, 머리를 벽에 기대고 있으니 시야에 들어오는 한 남자가 있다.
'정호석! 뭐해, 교수님한테 콜 안 걸고!'
'야! 정호석! 지금 뭐하냐! 벤틸레이터 있는 곳으로 알아 보라고!'
'정호석, 트랜스퍼 준비시켜!'
'뭐해! 정 인턴! 정신 차리고 마사지 하라고!'
분명히 할 일은 제일 많은 것 같은데, 그리고 여기저기 뛰어 다니는 게 엄청나게 바빠 보이는데. 또 그만큼 욕도 많이 듣는 남자.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여기 계속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저 사람 이름 정도는 외우겠다 싶은 남자. 그리고, 사실, 엄청나게 귀엽고 잘생겨서… 눈이 가는 남자.
이름이 정호석이구나. 여기 병원이 서울에서는 제일 잘 나가는 대학 병원 중 하나라, 들어가기도 어려울 텐데. 인턴도 저렇게 고생하면서 돈을 벌구나. 뼈 빠지게 공부해서 저렇게 욕을 들어 먹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다. 괜히 또 남자가 실수라도 할까, 또 욕이라도 들을까 싶어서 내가 다 조마조마하다.
전쟁 같은 환자들의 응급 상황이 끝나고 찾아온 응급실의 고요함. 이제 12시가 조금 넘었는데, 내가 한 일이라고는 고작 정호석 저 남자를 구경한 것 밖에는 없다. 흰 가운을 입고 발 빠르게 뛰어다니던 정호석이라는 남자도 이제 다 끝이 났다 싶은지 내가 앉은 옆 옆 자리에 털썩 앉는다.
"김 아미씨 보호자분이죠?"
"네?"
"김 아미씨 보호자분 맞죠?"
"네, 네."
어색하게 앉아 있는데 갑자기 말을 걸어 오는 남자. 손에 오렌지 주스를 들고 나를 쳐다보며 생글생글 웃는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기고 귀여운 것 같다. 특히 여자보다 더 고운 것 같은 저 콧대가. 조금 이상한 말이지만, 구박하면서 놀리면 그 반응이 유하고 귀여워서 더 놀리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진짜 구박 많이 받는 것 같지 않아요?"
"네?"
"내가 봉이라니까, 진짜. 제가 한 것도 아닌데 자꾸 저한테만 뭐라고 한다니까요?"
"푸흐."
"…………근데요, 저 보호자분이 저 보고 있길래 긴장해서 더 실수한 것 같아요."
응? 하고 쳐다보니 날 보고 또 한 번 히죽 웃는다. 그러다 오렌지 주스를 한 번 들이키는데, 어어, 하고 턱을 앞으로 빼다가 결국은 남색 수술 복에 흘려버린다. 아이구, 하고 엉거주춤 도와주려는데 남자는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며 다급하게 털어냈다. 진짜 실수투성이네.
"이거 봐요, 보호자분이 저 쳐다보니까 실수하잖아."
"그게 왜 저 때문이에요, 의사선생님이 완전 실수투성인 것 같은데!"
"아니에요, 평소에 저 안 이래요!"
"에이, 아까도 제가 다 봤는데?"
내 매정한 대답에 남자는 입을 삐죽이며 평소엔 진짜 안 이런데, 하고 발로 툭툭 애먼 바닥을 찼다. 애 같다. 왜 응급실 의사들이 그토록 남자를 찾았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 별로 장난기가 없는 나조차도 더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을 오르는 연기 같이 피어오르는 걸. 보면 볼수록 놀리고 싶게 생겼다.
"아, 보호자분이 보고 있으면 약간 떨린 것 같아요."
"네?"
"………사실 자꾸 눈이 가서 보호자분 계속 봤는데."
"응?"
"…아, 그러니까 저 자꾸 쳐다보지 마요, 계속 실수하니까!"
또 한 번 생글생글. 참나, 그래도 귀여우니까 계속 보고 싶은걸. 남자의 귀가 새빨갛게 물들 때까지 말이다.
B. 정호석 인턴 수난기 Ⅱ
"죄송해요, 여주 씨…."
응급실에서 온 갑작스러운 콜 덕분에 쌩 가버린지 딱 1시간 반이 되어서 선생님이 돌아왔다. 가운 안에 입은 수술복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니 또 아비규환이었나 싶어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다. 그래도 제일 한가한 시간이라고 해서 왔는데, 이렇게 1시간 반을 훌쩍 보내니까 약간 허무한 것도 있고…. 이해는 되지만 왠지 내가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카톡을 한다고 해도 하다가 끊겨서는 4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되고 전화를 하다가고 '정호석!' 하는 소리에 끊겨버리고. 시간이 지나 조금이라도 높은 위치가 되면 그 때는 얼굴을 좀 볼 수 있을까.
"화났어요?"
"…아니에요, 어떻게 화를 내."
애써 웃어 보였는데 왠지 더 어색한 표정이 된 것 같다. 쥐고 있던 따뜻한 커피는 이미 식어서 차가워져버렸다. 그래도…. 선생님에게 캔 커피를 건네주니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받는다. 왠지 수술복에 묻은 피가 눈에 거슬려 시선을 그 쪽에다 고정시켰다. 가슴팍에 피가 튈 정도였으면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응급실에 오게 되었을까. 교통사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든 타임에서 봤던 것처럼.
"아, 이거….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여기로 바로 왔어요."
선생님은 눈치를 챘는지 하얀 가운을 여미며 그 부분을 가려버렸다. 첫만남에는 아무리 봐도 의사 선생님의 분위기는 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보다는 하도 선생님을 갈궈대서, 동네북도 아니고 응급실의 고유명사처럼 불려오는 '정호석!'의 이름만이 기억이 얼핏 난다. 아, 허둥지둥 뛰어다니는 선생님이 귀여워서 한참을 봤는데 그걸 보고 나에게 보지 말라고 했었지. 내가 자기를 쳐다보면 일이 안 된다고 했다. 첫 만남뿐만이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도 그랬다. 왠지 나만 오면 긴장이 되어서 사고를 치게 된다고.
"선생님은…."
"여주 씨."
"네?"
선생님은 언제 레지던트로 올라가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급하게 끼어드는 선생님의 말에 멈춰버렸다. 조금 놀라 '네?' 하고 선생님을 쳐다보니 어색하게 웃는 게 심상치 않다. 헛기침을 흠흠, 하고 하다 들고 있던 캔커피를 옆 의자에 두고 선생님은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아왔다.
"언제까지 선생님이라고 부를 거예요?"
"…아아."
"선생님 말고 다른 걸로 불러봐요."
……음. 막상 생각하려니까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며 선생님이 살짝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뭐라고 부르지.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말에 뇌의 회로가 잔뜩 꼬였나보다.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뭐라고 불러야 할까.
"오빠라고 불러봐요."
"…네에?"
오빠라는 말 좋잖아. 반말을 섞는 말투가 꽤나 듬직하다. 오빠라고 딱히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능글맞게 웃는 걸 보니까 오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오빠 말고 아저씨 같다는 생각. 가끔씩 툭툭 튀어나오는 솔직한 문구들은 나를 당황시킬 때가 많다. 솔직하다는 말을 딱히 정의내리기는 어려운데, 가령 이런 말들이다. 오늘 왜 이렇게 예뻐요? 다른 남자들 보겠다. 뭐 이런 아주 솔직해서 부끄러운 직구들.
"응? 빨리요."
"…오빠."
어색하게 오빠, 하고 불렀다. 오빠라고 부르자마자 선생님의 얼굴에 떠오르는 주체할 수 없는 웃음. 입이 귀에 걸리겠다는 생각을 하며 손사레를 쳤다. 이건 아냐. 그냥 자기가 낫겠어요. 자아기. 한 번 불러보자, 왠지 입에 착 감기는 게 선생님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 선생님은 너무 딱딱해서 딱히 연인 같아보이지는 않았으니까. 무심코 돌려본 선생님의 귀가 빨갛다. 그게 귀여워서 이 남자를 또 놀려먹고 싶어졌다.
"자기는 뭐라고 부를 거예요?"
"ㄴ, 네?"
"여주 씨는 너무 어색하잖아. 나도 다른 거 들을래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 오랜만이다, 저 표정. 나도 모르게 픽 웃었더니 선생님 눈이 또르륵 굴러가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딱 보인다. 귀여워. 선생님이 응급실의 고유명사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다. 놀리는 게 이렇게 재밌는데.
"…여보야."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내뱉는 선생님의 그 한 마디에 되려 내가 당황했다. 여보야라니. 여보야라니…. 싫은 게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당황했다. 요즘따라 내가 놀리는 게 놀리는 것 같지 않았다. 내 머리 위에서 놀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꼼지락대던 손을 일시에 멈추고 선생님을 쳐다보는데, 씨익 웃는 게 거듭 아저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아. 난 또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반갑게 뒤에서 '정호석!' 하고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선생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얼굴 한 번을 제대로 못 보네, 정말. 이번에는 선생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투정을 부린다.
"여보야, 조금만 있어요. 빨리 올게."
"정호석, 빨리 안 오냐!"
"아, 민쌤, 가요!"
또 한 번 말해오는 '여보야' 소리에 두근. 다시 한 번, 남자가 크게 재촉하는 소리가 들린다. 결국 우리 둘 다 표정을 잔뜩 찡그렸다. 내가 언제 한 번 저 남자 고생시킬 거야…. 이내 선생님은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걸음을 빨리 해 복도로 뛰어간다.
선생님도 없겠다, 핸드폰이나 봐야지 하고 핸드폰을 켜는 순간, 곧 복도에 소리가 울려퍼졌다. 여보야, 좋아해!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곧 들려오는 퍽 소리. 선생님이 그 남자에게 배를 퍽 맞은 거라고 확신했다. 이 닭살새끼… 하는 -조용히 말한 것 같은데 목소리가 커서 다 들리는- 소리에 나는 더욱 확신했다.
으유, 내가 못 살아, 진짜….
덧붙임
오늘도 안녕.
호비 글은 처음 시도해봐요.
호비는 성격이 너무 예뻐서 항상 타자를 치면서도 망설이게 되더라구요.
넘나 떨리는 것.
이삐들이 늘 예쁜 하루만 보냈으면 좋겠습니당.
오늘도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