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최승철 05 남편에게 그렇게 음료수를 주고 교실로 왔을때는 이미 얼굴이 터질만큼 빨개져 있었다. 겨우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정신을 차렸을 땐 반 아이들은 다가오는 체육대회에 정신이 없는지 바빠 보였다. 반티는 뭘로 할까, 선수는 누가 나가? 복잡한 상황에 끼기 싫어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반장의 눈을 피하고 있었을까 어느새 교실의 모든 시선들이 나에게로 고정되어 있었다. 뭐야, 왜. 또 뭐. "계주는 칠봉이가 나가자. 애들이 네가 제일 잘 뛴다는데?" 내가 상황파악을 했을때는 이미 선수 명단에 내 이름이 적힌 후였다. 그렇게 체육대회 날이 되었고 반티를 받아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뭐야, 옷은 그렇다쳐도 이 꼬리랑 귀는... 내 표정을 본 것인지 반장은 우리는 담임쌤의 토끼같은 자식들이라 토끼라고 당당하게 말하는데 어쩐지 담임선생님 표정도 좋지 않다.
"우리반이 드디어 미쳤구나..."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는 모두 웃음이 터졌고 이왕 하는거 1등해서 상금이나 받자 하는 생각으로 신발끈을 꽉 묶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체조를 하고 경기를 위해 응원석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내 토끼귀를 잡아 당기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자 남편이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당겨진 머리띠에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남편을 올려다보자 귀엽네,
라며 내 머리를 헝클이곤 유유히 사라졌다.
그 뒤로 어쩌다보니 우리반은 1등을 하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계주에서만 1등을 하면 우리반이 우승이었다. 내 차례가 오기까지 다리를 풀며 기다렸고 바톤을 넘겨 받자마자 미친듯이 뛰었을까 눈 앞에 보이는 결승선을 두고 거짓말같이 넘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무슨 힘이 생겼는지 피가 흐르는 다리와 팔을 일으켜 결국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반 아이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몸이 붕 떠오르더니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남편이 나를 안아들고 보건실로 가고 있었다. 내려달라는 내 외침에도 남편은 기어코 보건실 침대에 나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며 소독을 시작했다. 그제야 보이는 내 상태에 남편의 옷자락을 꽉 쥐자 그래도 참으라며 다시 소독약을 들이 부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느껴지는 아픔에 남편을 노려보자 남편은 발목에 붕대까지 꼼꼼히 감은 다음에야 맺혀있는 내 눈물을 본 것인지 당황한 듯 했다. "많이 아팠어?" "안 아플리가 없잖아요." 퉁명스러운 내 말에 남편은 크게 웃더니 찔끔 흘러나온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손길이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자 부은 발목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고 남편을 향해 물었다. "선생님은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세요?" 내 물음에 남편은 잠시 고민하나 싶더니 곧 웃으며 대답했다."강칠봉이라서 잘해주는건데, 왜, 그러면 안 돼?" 남편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다시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남편에게 붉어진 얼굴을 보이면 내 마음을 들킬 것 같아서. +
또 초록글이라니... 오열...8ㅁ8 암호닉은 다음화에 정리해서 올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