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어젯밤을 아주 시원하게 설쳤다. 어젯밤, 집에 들어가기 전, 아저씨가 남긴 그 한마디 ' 아침에도, 밤에도 '가 자꾸 머릿속에서 맴도는 탓에…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고, 혈기왕성한 고삼인 난 온갖 망상에 사로잡혀 이불을 밤새도록 펑펑 찼다. 펑펑…! 괜히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려 밤새도록 창문을 열어두고 잔 탓인지 지금 난 콧물을 훌쩍거리고 있다. 휴지도 다 떨어졌는데… 창문 열고 잤다고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겠다, 으으…
아침에 일어나 콧물이 흘러나오는 코를 부여잡고 아침밥을 간신히 먹었다. 물론 엄마의 시원한 모닝 스매싱과 함께 (미소). 밥을 다 먹고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자니 참 추하기 그지없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흘러나오는 콧물, 게다가 얼굴도 발그레한 것이 누가봐도 ' 나 감기 걸렸소'여서 세수를 미친듯이 하고 화장실에서 나와 허겁지겁 얼굴에 뭘 바르기 시작했는데, 정신이 없어 뭘 바른지도 모르겠다 … 에라이 될 대로 되라지. 그렇게 교복을 재빠르게 입고 집 밖을 나와 학교로 가려는 참인데, 어어 … 몸이 왜 뒤로 쏠리는거지 ! 뭐에 걸리기라도 한 것인지 뒤를 돌아보니 누가 뒤에서 내 가방끈을 잡아 당기고 있었다. 물론 그 주인공은 우리 정경위님이였지만?
" 헐 … 아저씨! 아침부터 우리 집에는 왜 왔어요! "
" 어제 온다고 했잖아 내가. "
" 아니, 아저씨는 경찰인데 할 일이 없어요? "
" 안 바쁜가? 막 경찰 엄청 바쁘던데? "
" 공무 수행 중인데? "
" 이게? "
" 응. "
" 이게 어떻게 공무수행이져…? "
" 우리 이름이 잠은 잘 잤나… "
" 밤새 내가 보고 싶지는 않았나 확인하는 중? "
" 으윽… 아저씨 고수에요? 허구한 날 학생한테 작업멘트나 날리고.. "
" 고수는 아닌데 … 설레긴 해? "
" 아 당연…! 히 아니요. "
" 경찰은 관심 없습니다만? "
" 아아… 경찰 오빠는 싫고"
" 그냥 오빠는 좋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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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와 아침부터 만나서 지금은 학교 가는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무 말도 안하고 그렇게 어색하게 길을 걷고 있었는데 저 멀리 앞에 아저씨가 근무하고 있는 경찰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경찰서에 들어가나 안가나…하며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경찰서 앞에 다다른 아저씨는 발걸음을 탁.하고 멈췄다. 그러고는 갑자기 몸을 내 쪽으로 돌리고는 오른손을 내 이마 위에 얹고, 왼손은 자기 이마에 얹었다.
" 너… 아파? "
" ㅇ, 아니여? 안 아파요! "
" 열 나는데 … 아프면 말해. "
" 히히… 걱정도 해주시네요? 그럼 저는 이만… "
" 학생 번호. "
" 예…? 무슨 번호여? "
" 전화 번호 불러. "
" 내 번호는 또 왜요! ㅁ,뭐 막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하게요? "
" 경찰이 학생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건 당연한 거니까? "
" … 언제는 그냥 오빠라면서? "
" 문자 답장 하고, 전화도 꼭 받고. "
" 아파도 전화하고. "
" 예에… "
" 그럼 오늘 데이트는 여기까지. "
" 이따 밤에 다시 봅시다, 학생. "
02
아저씨에게 홀리듯이 전화번호를 주고 난 후 시계를 보니… 젠장, 등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있었다. 경찰서에서 미친듯이 학교를 향해 앞머리를 날리며 교문을 통과하니! 다행이도 세이프! 오랜만에 달린지라 터져 버릴 것만 같은 종아리를 붙잡고 간신히 계단을 올라가 교실 앞에 다다랐다. 교실 문을 열자, 왠 반 아이들이 내 책상 주위에 잔뜩 모여 있었고, 내가 책상에 가까이 다가가자 모여있던 반 아이들이 나를 보며 " 오~ 기지배~ " 또는 " 오~ 성이름~ 계 탔네, 계 탔어~ " 하면서 모두 내 어깨를 두드리며 부러움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책상에 다가가자 보이는 건 왠 하늘색 편지지와 함께 있는 하트 모양 초콜릿. 편지지를 집어 들어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해 보니… ' 전정국' 이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물론 삐뚤빼뚤한 남학생 글씨체로.
" 성이름 러브레터 받았데요~! 얼른 뜯어봐! "
" 뜯어봐라! "
" 뜯어봐 (짝) 뜯어봐 (짝) "
마치 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떠서 박수갈채를 보내는 반 아이들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편지봉투를 뜯고는 편지를 펼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편지의 내용은… 내가 상상했던 장문의 러브레터가 아니였다. 달랑 전화번호처럼 보이는 번호 11개만 주욱- 나열 되어있었고, 그 밑에는 작게 '2학년 5반 전정국' 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 잡고 당장이라도 현기증이 나 쓰러질것만 같았지만 내 강철심장은 쓰러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난 핸드폰을 꺼내 11자리의 번호를 꾹꾹 눌러가며 저장을 했고, 물론 문자라던가 전화는 하지 않았다. 왜냐고? 난 밀당의 고수니까 (음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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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시간이 되었다. 야자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기에 창문 밖을 바라보니 이미 어두컴컴해진지 오래였고, 어디선가 부엉이 소리도 간간히 들려오는 듯 했다. 야자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자 모두들 허겁지겁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나도 친구들을 따라 가방을 싸고 교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자 벽에 기대어 있는 어떤 남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나보다 키도 크고, 여간 잘생긴게 아닌 놈인데… (음흉) 명찰색깔을 보니 한학년 밑인데, 명찰에 쓰여 있는 이름을 더 자세히 바라보니 전정국이였다. 전정국…!
" … 전정국? "
" 이름선배? "
" 어…. 너가 정국이구나…? "
" 왜 전화 안 했어요? "
" 문자라도 하지… 기다렸는데. "
" 어…. 그니까… 그게 말이지? "
" 누나가 많이 바빴는데… 바빴어! 많이 바빴지! "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부드럽게 쳐다보는 정국이와 눈을 마주쳤다. 물론… 내 이상형은 연하가 아닌 연상이기에 설렘 따윈 느끼지 않았다고 하면 뻥이고 느꼈다. 설레임을. 근데 경찰 아저씨 볼 때랑은 조금 다른 설레임?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의 설레임이라고 설명을 해야할까. 지금은 정국이가 날 집에 데려다 준다며 팔을 잡아 당겨서 반강제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는중이다.
" 어… 정국아? 누나가 말이지, 지금 매우 당황스럽거든? "
" 저도 그런데, 선배도 그랬구나. "
" 음… 너는 뭐가 당황스러웠는지는 모르겠지만…! "
" 선배가 멀리서 본 것보다 훨씬 예쁘더라구요. "
" 그래서 당황했어요. "
" 아… 음, 정국아. 이 누나는 그게 말이지? "
" 연하는 말이야… "
운동장을 둘이 나란히 걸으며 이 당황스러움을 잔뜩 표출하고 있는데, 내 입에서 '연하'라는 말이 튀어 나오자마자 정국이의 시선은 재빠르게 내 입술로 향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건지 매우 궁금해 하는 눈빛과 함께. 사실, 정국이가 연하만 아니라면…! 당장 보쌈해서 혼인신고서를 쓰러 갈텐데, 나의 이상형은 아무래도 연상에 끌리기에… 정국이에게 "연하는 별로다" 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 찰나, 우리 앞으로 엄청 밝은 자동차 불빛이 비추어졌다.
" 으억… 뭐야! "
" … ? "
눈으로 직접 비추어 오는 밝은 불빛을 손으로 가리고 있자,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꺼지더니 차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내렸다. 누가 감히 내 하굣길을 막고 있는 건가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리자 나와 정국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 꼬맹아. 지금 바람피는 거야? "
03
차를 열고 내린 사람은 아저씨였다. 경찰차도 아니였고, 경찰복도 입고 계시지 않았던 터라 아저씨인줄 처음에 몰랐는데, 다정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자 아저씨임을 단박에 알아챘다. 물론 바람을 피는거냐며 헛소리를 지껄이고 계시는 아저씨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정국이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해보였다. 정국이는 나에게 문자를 하겠다고 하며 뒤를 돌아 먼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금 나는 뭐하냐고? 아저씨 차 타고 우리 집 가는중…
" 아저씨, 오늘 뭐… 근무 안해요? "
" … "
" 은근 높은 계급이라면서, 이렇게 나와도 되는거에요? "
" … "
" 아, 진짜! 왜 갑자기 또 말을 안해요! 답답해 죽겠네! "
" 질문 다 끝났어? "
" … 예? "
" 난 일찍 퇴근했고 … 이제는 내가 너한테 질문할 차례. "
" ㅁ, 뭐 나한테 질문할게 있나? "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운전하는 아저씨를 바라보고 있자, 아저씨는 핸들을 확- 하고 틀어 갓길에 정차를 했다. 한참동안을 앞만 바라보던 아저씨는 제 머리를 손으로 헝클이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내 눈을 진득하게 맞춰오더니 입을 열였다.
" 누구야 아까. "
" 아까… 아, 정국이요? "
" 정국이? "
" 오늘 나한테 고백한 후배에요! "
" 내가 좋다나 뭐래나… 귀여워 죽을뻔 했다니까요? "
" 안돼. "
" 에…? 뭐가 안돼요?
" 안돼, 안돼. 걔랑 놀지마. "
" 헐… 경찰이 막 학우를 멀리 하라고 하고…! 완전 나쁘네요. "
" 걘 학우가 아니고 남자니까 멀리해도 돼. "
" 오케이, 그럼 저 경위님도 멀리할까요? "
" 아니야, 그건 안돼. "
" 그건 또 왜 안돼요? 남잔데? 와아아안전 남잔데? "
" 난 경찰이니까 괜찮고. "
" 아, 밤에는 안 괜찮으려나? "
경찰의 사담 |
(엑스트라) 정국의 등장입니다. 또 나오려나…? 그냥 호석이 질투하는 거 보고싶었던 작가의 꼼수. 사랑하는 독자님들 …! 제가 요즘 인티에 접속할 때마다 놀랍니다. 이런 하찮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깨닫거든요. 항상 사랑합니다 ♥‿♥ 너무 사랑해서 독자님들을 철컹철컹 하고 싶네요. (음흉) |
암호닉 |
꾸기우기 / 뀨기 / 나진 / 눈꽃ss / 뉴밍뉴밍 / 늘품 / 내호석 / 됴♡ㅏ / 호시기호시기해 / 우리사이고멘나사이 / 홉이호비 / 몽마 / 연이 / 홉썸 / 풀네임이즈정국오빠 / 찌몬 / 망개지밍 / 노랑 / 자몽소다 / 홉 석 / 철컹철컹 / 슈팅가드 / 호시기빵 / 청보리청 / 뿌꾸 / 골뱅 / 호두마루 / ~계란말이~ / 백발백뷔 / 음오아예 / 무네큥 / 예화 / 슈러 / 호비 / 홉경위 / 하얀설탕 / 민쌤 / ●달걀말이● / 룰루랄라 / 온새미로 / 빛날 + 암호닉 신청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암호닉]으로 신청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