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훈련 가있는 거 아니었어요?"
"ㅇ...아..여기...블랙인데..와봐요..."
"..네? 거기..."
사거리에 있는 술집 블랙_ 분명 장기훈련 가있다던 사람이었는데 어째서 거기 있는 걸까
게다가 중간 중간 끊겨 말하는 목소리는 분명 술에 취해 있는 목소리였다.
......가야할까....
".도와준다며...도와주..."
뚝_
아마 가봐야 할 것같다.
서둘러 외투를 하나 챙겨입고 머리도 정리하지 못한채 동네골목길을 따라 뛰어가는 내 마음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번호를 준지 첫번째로 한 전화가 술취해 걸려온 전화. 게다가 아직 그와 나의 사이는 어색한데
..아마 이런 상황까지 다달아 나를 찾는 다는건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단 걸까
문득 기성용이 불쌍해지기 까지 했다.
-블랙-
"아..여기 남잔데..음..덩치크고..생긴건..음.."
넓은 가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사람들,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서 확인할 수 도 없는 나는 종업원에게 그에관한 설명을 늘어놨다
아_혹시 기성용씨요? 아..네..네 유명하잖아요 그냥 이름 말하셔도 될텐데, 그렇게 유명했었나. 문득 그에 관해 뭔가 모를 낯설음이 느껴지기까지한다.
17번 방에 계세요 혼자 오셨던데
17번..17번....찾았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테이블 위에 쓰러지듯 엎드려있는 기성용. 그에 대해 아직 완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해왔다....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자니 그가 더욱 안쓰러워진다.
가까이 다가가 그의 옆에 살짝 걸터앉았다.
"기성용씨."
".........."
"기성용씨.."
"............."
아무말도 하지 않는 그, 아마 잠이 들었나보다. 그런데..어떻게 집까지 데려다놓지.
일단 오라길래 오긴했는데 집에 데려다 놓는게 큰 문제다. 나 혼자 힘으론 끄떡도 안할테고..주위에 도움청할 사람이..
"..어떻게 집까지 데려다 놓지....누구불러야하나.."
".......부르지마요.."
"..ㄴ.네?"
"부르지...마요...그냥..누워있던거야..."
"...그럼 일어나세요! 집에 가야죠!"
"......나 좀 힘들어요..."
"..뭐가..그렇게.."
"자꾸 그여자 생각이나...미칠 것같은데...지워지지가 않아....노력하고있는데..푸..."
"....아...저...."
"..아니..대답할필요없어요..꼭..그렇게 대답안해도...그여자가....진짜 나쁘거든...왜 가버렸지..왜.."
"......"
"못된년....왜가버렸지..."
기성용도.. 나처럼 버림받았나.... 문득 떠올라버리는 그의 생각에 눈물이 나올것 같았다. 같이 웃고, 같이 놀러가고
...아직도 19살의 기억은 나를 구차하고 초라하게 만들어버린다.
"..잠시만 나갔다 올게요"
"..........가지마......"
일어서는 내 손목을 잡아 자기 옆에 앉혀버리는 기성용.
"흐..흑..저기..기성용씨...진짜 잠시만 ...나갔다올게요.."
"왜울어 못된년아......니가....니가!!!!!!!!!!나 버려놓고 왜울어!!!!!!!!!!!!!!!!!!!!!!!!!!!!!!!!!!!!!!!!!!!!!!!!!!!!!!!!!!!!!"
지금 기성용은, 술에 취해 나를 그 여자로 착각하고 있나보다. 며칠 새 까칠해져버린 피부에, 눈에 반쯤 차버린 눈물.
그가 불쌍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나도.....
"저...기성용씨..저 아닌데..흑..."
"조용히 해..조용히.."
"..........!"
순식간이였다. 그건, 슬퍼져 눈물이 막 나오는 상황에도 기성용은 술취하면 어린애처럼 떼를 쓰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그는, 여태컷 잡혀있던 내 손목을 그대로 놓치않은 채 내 뒤통수를 부드럽게 끌어안아 그의 입술과 나의 입술을 맞닿게 했다
...........부드럽다.....
두근_두근_
...이상해.......아직..
"....으....하...왜..."
놔주지 않으려는 그에게서 겨우 벗어났다. ........이상하다.....슬픈데...그의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한 채 떨어지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기성용과의 입맞춤으로 설렌다...아니겠지..아니어야 해 난 누군가를 좋아해서도 안되고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서도 안돼
......또 떠나버릴꺼니까
"...못된년....그래도...사랑해.."
결국엔 너도 나도 상처받은 사람들이야. 넌 너대로 그녀에게 난 나대로 그에게.
[기성용 집앞]
어떻게 제정신으로 기성용을 끌고 왔는지 모르겠다. 겨우 택시에 태워서 집 앞까지 오긴왔는데...힘들다
오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성용의 입맞춤에.....아니야..생각하지 말자..난 그러면 안되는 거 알잖아. 그러지 말자
....집 문은 또 어떻게 열어야 되나..
"...기성용씨...열쇠가.."
"........."
"기성ㅇ.."
"..뒷주머니...으..."
"...으휴.."
문을 열고 들어선 그의 집은 온통 깜깜했다. 도저히 더 이상은 그를 끌고 갈 힘이 없어.
"하.....어떡해..."
"으....."
"들어갈 수 있겠어요?"
"...ㄴ......미안.....ㄱ..니까....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