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본을 읽기 전에,
저는 사실 해석본을 읽지 않는 걸 추천 드립니다.
실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텍스트는 아주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제가 이건 어떻다, 어떻다라고 정해놓으면 딱 그 쪽으로만 읽힐 수 있거든요. TㅁT
우선 야누스는
사랑에 치중된 이야기라기보다, 여주의 감정에 치중된 이야기입니다.
여주의 애정 결핍과 상처, 그리고 누구에게도 채울 수 없었던 애정의 향방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야누스와 카르데아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A. 야누스와 카르데아에 대한 이야기는, 초록창에 '야누스와 카르데아'라고 서치하시면 나오는 이야기를 참조하시면 좋습니다.
저는 두 번째 블로그를 보고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두 얼굴의 남자 캐릭터를 생각하다 야누스를 떠올리게 되었고, 야누스의 연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궁금해져서 서치하게 된 내용이였죠.
이 글에서 야누스는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 즉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야누스와 카르데아 신화에서도 야누스가 카르데아에게 현관 문 지배권을 준 것으로 보아 우위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카르데아는 사랑을 구걸하는 존재입니다. 사랑을 받기보다 사랑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야누스의 얼굴 덕에 카르데아는 야누스에게 사랑을 주지만, 야누스는 이미 부인이 있었기에 야누스와 사랑을 완전히 이룰 수 없었던 이야기에서 끌어온 소재입니다.
카르데아가 현관문 지배권을 받은 것을 보면, 결국 야누스도 카르데아를 사랑했겠지만 이루어지지는 못한 사랑이었죠.
사실 거창하게 써놓았지만, 갑과 을 밖에는 되지 않는 소재들이네요. TㅁT
Q. 복선?
A1. 정국이가 세상에 적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너 내가 호구로 보이지?"
"씨발, 존나 뒤에 쳐박혀 있으니까 내가 좆 같이 보이지?"
정국이의 변화입니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정국이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원래 태형이가 때릴 때 정국이는 아무 것도 못하고 맞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막 저렇게 욕하고 나중에는 다른 학생을 때리는 행동까지 하니까요.
A2. 여주의 꿈은 결국 예지몽이었어요.
다시 일어났을 때는 병실이었다. 꽤 긴 꿈을 꿨는데, 민윤기와 내가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꿈이었다. 바다 앞의 방조제 위로 발을 동동 구르는 정국이가 보였지만,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나는 바다에 더 빠져들었다. 몸을 일으켜 헤드보드에 지친 몸을 기댔다. 어둑해졌던 창 밖은, 매우 환해져있었다.
윤기와 여주는 바다에 뿌려지고, 정국이는 바다를 지켜보는 걸로 모두의 이야기가 끝나니까요.
A3.
아마 복선이 더 있을 듯 한데, 기억이 안 나요. 8ㅁ8.. 넘나 오래 됐네요, 글을 쓴지가. 원래 이런 어두운 글을 쓸 때는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를 집어넣는 편이랍니다!
Q. 정국이는 죽지 않은 거죠?
A.
결국 로맨스의 윤리학에서는 아무도 행복할 수 없다.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 윤기과 여주도, 스러져버린 심장을 간직하며 또다시 살아갈 정국도, 그리고 세경도. 정국은 바닷가에 가까이 가 바닷물을 제 손에 담았다. 그리고 거기에 입을 댔다.
여주가 바다에 뿌려졌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여주에게 입을 맞추었던 겁니다! 절대 정국이가 죽은 게 아니랍니다. 정국이는 또다시 살아갈 거예요. 트라우마에서 벗어났고, 여주 덕분에 세상에 적응하게 됐으니까요.
Q. 여주가 좋지 않은 선택을 한 건 무슨 이유에서인가요?
A.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글은 사랑의 성사 여부보다 여주의 감정이 더 중요한 글이었습니다.
여주의 애정 결핍은 아무도 채워줄 수 없었어요. 정국이에게 갔다고 해도, 여주가 과연 행복해졌을까를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이미 여주는 할아버지의 잘못으로 방관자라는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렸거든요.
아마 여주는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갈 테고, 세경이라는 존재에서 발목이 잡힌 채로 살아갈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윤기와 잘 살아갈 수는 있었을까요? 그것도 딱히 그렇지 않을 거예요.
아주 처참하게 무너진 여주에게 탈출구는 없었습니다. 윤기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자마자 여주는 아마 죽을 용기를 가졌을 거예요.
음, 뭔가 해석본을 몇 번이나 고치기를 반복했지만
어떤 설명이 적합한지도 잘 모르겠어요. 워낙 많은 생각을 하면서 적었던 글이라, 다 떠올리기에는 너무 복잡하네요.
뭔가 해석이라고는 까리하게 딱 적어놓았지만, 텅 빈 껍데기 같은 기분이에요.
노오력했지만 이게 최선인가 봐요.
설명고자라니..
결론은.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아껴주신 분들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