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저씨와 함께 탄 차는 정확히 우리집 앞에서 멈춰섰다. 데려다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차에서 내리려는데, 아저씨의 큰 손이 내 볼을 아프지 않게 살짝 잡고는 떨어졌다. 아저씨는 내게 "잘자요, 학생. "이라며 속삭이고는 내 머리를 헝클이고는 손을 흔들어보였다. 순식간에 얼이 빠져버린 나는 차에서 내린 후 멀어져가는 아저씨의 차를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켜보니, 아까 헤어졌던 정국이가 보낸 문자 여러통들과 부재중 전화가 화면에 떠 있었다.
[ 선배. 집에는 잘 들어갔어요? ] - 오후 11 : 05
[ 왜 문자를 안 봐요 ] - 오후 11 : 17
[ 전화 좀 받아요, 죽겠네. ] - 오후 11 : 25
[ 어디에요. 무슨 일 있어요? ] - 오후 11: 30
부재중 전화 3통
현재 시각 12시 5분. 설마 지금까지 안자고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싶어 조심스레 정국이에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핸드폰을 귀에 갔다 대고 기다리고 있자, 신호음이 얼마 울리지도 않았는데도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 선배! 왜 전화를 안 받아요! "
" 내가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알아요? "
" 아까 그 이상한 아저씨…! "
" 정국아… 아직도 안 잤던거야…? "
" 나는 집에 잘 들어왔어, 아까 그 아저씨는 아는 경찰아저씨. 이상한 사람은 아니야! "
" 경찰 아저씨요? 근데 왜 선배를 데리러 와요? "
" 음… 보호를 위해서랄까. 얼른 자 정국아, 늦었다! "
" 내일 보자 ! "
" 근데 선배…! 앞으로 누나라고 불러도 돼요? "
" 응? 누나? "
" 잘자요 누나! "
갑자기 밝아진 목소리로 누나라고 불러오는 정국이에 하마터면 심장 터질뻔 했다. 요즘 애들… 많이 컸는걸? (눈물) 정국이와 전화를 끝내고 욕실로 들어가 빠르게 세수를 하고는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하… 역시 집이 최고야. 미래의 집순이가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왠지 피곤해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침대에 벌러덩하고 누워 손에 핸드폰을 잡았다. 화면을 켜자마자 갑자기 진동이 울리더니 화면에 ' 010 - XXXX - XXXX ' 라는 번호가 뜨며 전화가 왔다. 왠지 이상한 번호인가 싶기도 해서 받지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 … 여보세요? "
" #@$@##@ ! "
" 예? 뭐라고여? 잘 안들려요! "
" @##$ 고 ! "
" 누구세여 ! 조금 더 크게 말해…! "
" 잘자라고! "
" … 아저씨? "
" … 기다려봐! "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아저씨였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전화기에 대고 있던 귀를 잠시 떼었다 붙이자 들리는 선명한 목소리.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서 잘자라고 하더니 갑자기 기다려보라 그러기에 기다리고 있더니 전화가 끊겼다. 에…? 하는 표정과 함께 전화기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까, 이번에는 똑같은 번호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젠장할… 영상통화라니. '응답' 버튼을 누르자 보이는 건 아저씨의 얼굴과 아저씨 앞에 펼쳐져 있는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다른 경찰 아저씨들이 보였다. 회식인가?
" 꼬맹아! "
" 갑자기 왠 영상통화에요? "
" 나 맛있는거 먹고 있어. "
" 나중에 아저씨랑 같이 올까? "
" … 아저씨 취했어요? "
" 보는 눈도 많은데 전화하면 어떻게 해요! "
" 괜찮아 , 다 취했어… ! @#$@@@ ! "
" 예 그렇습니다!!!! 경위님!!!!!!! 한잔 하시죠!!!! 나 취해쏘 !!!!"
" 헐… "
" 잠시만, @#$$@ ! "
아저씨의 얼굴을 비추고 있던 화면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곧이어 화면이 밝아지는가 싶더니 아저씨와 함께 또 다른 잘생긴 아저씨가 화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찰 아저씨들 왜 그렇게 다 잘생긴거죠?
" 형수님!!!! 전 김순경인데요!!!! 사랑합니다!!!! "
" 예…? 형수요…? "
" 아 왜 너가 사랑해!!!! 이름아! 아저씨가 더 사랑해에~ "
" 아닙니다!!! 제가 더 사랑합니다 !!!!! "
" 아 비켜! 김순경보다 아저씨가 더 사랑한다고! "
" … "
화면 속에 비치는 모든 이들은 다 취해 있었다. 도른자들의 천국을 바라보고 있자니… 매우 좋았다. 왜냐고? 잘생겼거든 (음흉) 미친듯이 내게 사랑 구애를 하는 그들을 보면서 난 살포시 '녹화' 버튼을 눌렀다. 나중에 아저씨 만나면 보여줘야지. 그렇게 영상을 녹화하고 있었을까 또 다시 화면은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곧 영상통화는 끊어졌다. 하지만 괜찮아…! 건질건 다 건졌기에. 나중에 아저씨한테 보여주면 우리 무뚝뚝한 경위님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매우 기대가 된다 ! (두근두근)
02
아저씨와의 영상통화를 끝으로 순식간에 잠에 들었던 것 같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늦잠을 자도 돼서 매우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핸드폰을 켜보니 문자가 수십통이나 와 있었다. 물론 발신인은 술취한 경위님. 어젯밤에 자고 난 후에도 밤새도록 술을 마셨나보다… 문자 내용이 어마어마 하네요. 거 참, 어마어마합니다.
[ 겨엉찰 식구우들 + 첨부파일.jpg ] - 오전 1 : 20
[ 우리 이름이가 너무 예쁘다고 김순경이 헛소오리를 ! ] - 오전 2 : 13
[ 때렸다. 누구를? 김순경을 ] - 오전 2: 13
.
.
[ 지금은 아아주 아아주 맛있는 장어를 먹고 있는중 ] - 오전 3 : 00
[ 장어는 뭐에 좋다? ] - 오전 3 : 01
[ 나한테 좋다! ] - 오전 3 : 01
[ 밤에는 더 좋겠지. ] - 오전 3 : 02
[ 호석이의 일기 끝. ] - 오전 3 : 04
나니…? 문자 내용이 매우 부적절한 경위님의 일기장같은 냄새가 납니다만. 기분은 좋네요. 좋습니다, 좋고 말고요.
03
아저씨의 문자를 확인하고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뭐라고 할 말이 없기 때문에(웃음). 주말이라 느긋하게 씻고 산책이나 나가 볼 겸 트레이닝 복을 대충 걸치고 문 밖을 나서는데, 우리 집 문 앞에 매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젯밤에도 본, 오늘 아침에도 본 그런 얼굴? 술먹고 꼬장을 부린 듯한 얼굴?
" 아저씨… , 아침부터 우리집에는 또 왜… "
" 이름아… "
" 아저씨가 미안하다… 널 볼 면목이 없어. "
" 아아, 아저씨가 뭐 했는지 기억은 나나? "
" … 안 나는 것 같아. "
" 기억 안나면 내가 보여줄까요? "
나는 아저씨에게 가까이 다가가 핸드폰을 꺼내 어제 녹화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물론 아저씨의 표정은 당황→ 경악 → 부끄러움으로 차례대로 바뀌었고, 나는 동영상을 녹화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매우 뿌듯해했다. 이제와 보니 아저씨의 무뚝뚝한 이미지는 다 날라가버렸네요…? 술호석 경위님?
" 어, 그니까… "
" 아저씨가 많이 미안해, 어제 엄청 흥에 겨워서… "
" 에헤이, 됐어요! 그럴 수도 있지! "
" 아니야, 이건 절대 벌어질수 없는 일인데… "
" 아저씨가 뭐 해줄까? 다 해줄께. "
" 오… 카리스마 넘치던 경위님은 어디가셨지? "
" 어디갔지? 으흠…? 어디갔을까아! "
" 뭐… 원하는거라도 있어? "
" 음, 밥 사주세요! "
" 엄청 맛있는거로! "
" 특별히 먹고 싶은거는 없고? "
" 음! 고삼이라 건강을 챙겨야하는데… 기충전을 할만한 음식으로! "
" 아저씨가 또 그런 음식은 잘 알지. "
" 예를 들면, 장어라던가. "
" …술이 덜 깨셨네요. "
경찰의 사담 |
안녕하세요! 제가 성실한 사람이 아닌데 매일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종말하려는 것을 암시하는 걸까요…. 오늘은 술 취한 경위님을 데리고 왔습니다. (만족) 윤기순경님과 태형 순경님이 엑스트라로 나왔는데… 간간히 나올 것 같아요. 경찰 호석이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독자님들을 매우 사랑하는데요. 그런 의미로 장어를 먹도록 하겠습니다. (우걱우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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