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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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연애.5]
누구의 것인지 모를 체액으로 반짝이는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던 성규가 거울 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우현에게 입술을 쭉 내밀었고 그런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웃으며 다가가 성규의 번쩍이는 입술을 닦아주고는 짧게 입을 맞췄다.
“이성열은.....”
“그냥 놔둬”
“그냥 두라고요?”
“응. 그냥 둬”
성규의 대답에 우현이 의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자 성규가 그런 우현의 어깨를 짚고 일어서서는 말려 올라간 티셔츠를 정리했다. 티셔츠를 정리하며 거울을 들여다 본 성규가 아직 굳지 않은 채 조금씩 거울 표면에서 흘러내리는 액체를 보더니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난 지금 성규씨가 왜 이성열을 가만히 두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럼 이해하지 말고 저거나 좀 닦아줄래?”
“나 지금 장난 하는 거 아니에요.”
금세 또 굳어진 우현의 말투에 한숨을 내쉰 성규가 두리번거리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티슈 몇 장을 빼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거울 표면에 흘러내리는 액체를 닦아 내렸다. 으-. 벌레라도 손에 쥔 거처럼 티슈 끝을 잡고 인상을 찌푸린 성규가 자신을 보고 있는 우현에게 다가가 우현에 손을 들어 티슈를 쥐어주고는 손을 탁탁 털어냈다.
“내가 놔두라는 건 남사장 보고 건드리지 말라는 거지, 이성열을 가만히 놔둔다는 소리는 아니야”
“.........”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우현의 시선에 씩 웃은 성규가 아직 주저앉아있는 우현의 앞에 서서는 양 손으로 우현의 볼을 움켜쥐고는 우현이 했던 거 보다 조금 더 길게 입을 맞췄다. 입술을 뗀 성규가 아직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있는 우현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우현의 볼에 대고 있던 손바닥에 힘을 줬고 그 때문에 우현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지만 입술이 앞으로 삐죽 튀어 나오는 우스운 모습이 되어버렸다.
“우리 우현이가 그렇게 재촉 안 해도 형아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떼쓰지 말아요. 아이구 귀여워라.”
삐죽 나온 우현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춘 성규가 그대로 손을 흔들며 연습실을 빠져나갔고 졸지에 연습실에 혼자 남겨진 우현은 방금 자신이 성규에게 애 취급을 받았다는 사실에 피식 피식 웃더니 곧, 바닥에 아예 주저앉아서는 연습실이 울릴 만큼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더 귀여운데.”
성규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눈에 살짝 고인 눈물을 닦아 내린 우현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는 한쪽에 떨어진 자켓을 주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이성열, 이성열. 비서에게 보고 받은 바로는 성규가 연습을 본격 적으로 시작하고 나서부터 줄곧 함께 연습을 했던 즉, 다른 말로는 성규의 파트너나 다름없었다. 성규의 일을 보고 받을 때, 처음 들었던 이름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오랜 시간 연습 생활을 했다던 비서의 말대로 얼굴은 익숙했었다.
“이성열에 대한 모든 자료 다 가지고 내 방으로 와요.”
솔직히, 아까 티셔츠를 벗겨내고 들어난 성규의 어깨는 얼핏 본 것보다 더 심각하게 얼룩덜룩하게 물이 들어 있었다. 하얀 어깨에 누군가 장난처럼 그려 놓은 멍에 당장이라도 이성열을 찾아내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지만 성규 때문에 그걸 꾹꾹 눌러 참았던 우현이었다. 일단은 이상해져버린 김성규를 정신 차릴 때 까지 혼내준 뒤, 성열을 찾아 목을 따던 그냥 이 쪽 바닥에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들던 할 생각이었지만 가만히 있으라던 성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방에 틀어박혀 성열의 관한 정보만 모으게 생긴 자신이 앞날에 우현이 나쁘지 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습실을 나와 어디론가 향하는 성규의 발걸음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벼웠지만 그건, 발걸음일 뿐. 걷는 모양새는 방금 전 우현과의 일을 말해주듯 엉거주춤 했고 얼굴 또한 아직 열기가 식지 않았는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여-”
“미친놈.”
요즘 따라 자신의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명수가 이번에는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잔뜩 멋이 들어간 인사를 건넸고 그런 명수의 인사에 성규는 손가락을 머리 옆으로 빙빙 돌리며 명수를 향해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더 이상 볼 일이 없어진 성규가 명수를 지나치려 하자 명수가 그런 성규의 앞에 긴 다리를 들어 막아 세웠다. 뭐 하는 거냐?. 날이 선 성규의 말에 다리를 내린 명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성규의 앞으로 다가와 성규를 뚫어지게 보더니 고개를 살짝 숙여 강아지 마냥 킁킁 거리는 소리를 내며 노골적으로 성규의 냄새를 맡았다.
“뭐 하는 거야?”
짜증스러운 성규의 말에도 아예 성규의 어깨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던 명수가 자신의 어깨를 밀어내는 손에 힘없이 떠밀리더니 잔뜩 얼굴을 굳히고는 성규를 바라봤다. 너야 말로 뭐 하냐?. 명수의 말에 성규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는 아무 말을 안 하자 명수가 그런 성규를 보더니 진심으로 짜증이 난 듯 발을 바닥에 구르며 폴짝폴짝 뛰어댔다.
“내가 진짜 회사를 하나 차리던가 해야지”
“뭐?”
“누구는 하루에 한 시간 자면서 쌔빠지게 돈을 벌고 있는데 누구는 아주 노골적으로 페로몬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고, 와- 진짜 김명수 불쌍하다. 불쌍해.”
“무슨 개 소리야.”
“너한테, 지금 니 몸에서 냄새가 진동을 하거든.”
명수의 말에 티셔츠를 끌어 올려 킁킁이던 성규가 무슨 냄새가 나냐며 타박을 하자 명수가 그런 성규에게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남우현이랑 니 정액냄새. 명수의 말에 성규가 끌어 올린 티셔츠를 손으로 탁탁 쳐서 펴더니 변화 하나 없는 표정으로 명수에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방금까지 섹스하다 왔으니까.
“너 뻔뻔한 건 알았지만 신성한 회사에서 그런 짓.......”
“그 신성한 회사가 내 잘난 애인 거라서 말이야.”
“너 지금 표정 엄청 재수 없는 거 아냐?”
“아무렴 너만 할까”
한 마디를 지지 않는 성규의 모습에 더 이상 받아칠 말이 없어진 명수가 괜히 허공에 발길질을 하더니 자신을 지나치려는 성규에게 잔뜩 짜증이 난다는 투로 얘기했다.
“이성열 어쩔 거냐?”
“둘이 친해?”
“딱히, 친하지는 않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가 너그럽잖아.”
“이건 너그러운 게 아니라 오지랖이지.”
그저 어깨를 으쓱이는 명수의 태도에 성규가 미련 없이 돌아섰다.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왜 자신의 일에 참견을 두려고 하는 건지 살짝 짜증이 났지만 왠지 방금 자신이 우현과 명수를 한 놈으로 묶어 버린 거 같은 기분 나쁜 느낌에 아무도 없는 곳에 서서는 취소라 얘기하며 고개를 저었다. 남우현과 박명수를 한 통 속으로 묶을 순 없지.
뒤에서 재잘 거리며 따라오던 명수가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에게 끌려가고 나서야 조용해진 귓가를 손으로 후비며 수많은 연습실 문 앞에 선 성규가 익숙하게 중간에 있는 방에 문을 열자 이제 막 온 건지 목을 풀고 있는 성열의 모습이 보였다. 문이 열리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던 성열이 문 앞에 있는 성규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목을 푸는 연습에만 집중했지만 성규는 그런 성열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연습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사장도 아냐?”
딱 들어도 나 지금 너한테 시비 거는 거야 하는 말투의 성열을 쳐다 본 성규가 뭐. 라며 짧게 묻자 성열이 그런 성규의 대답에 헛웃음을 짓더니 들고 있던 악보를 던지듯 내려놓고는 성규를 바라봤다. 김명수랑도 그런 사이일 줄은 몰랐네. 성열의 대답에 아- 하는 짧은 탄성을 내 뱉은 성규가 별 말 없이 피아노 앞으로 다가갔다.
의미 없이 피아노를 두드리던 성규가 예고 없이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자신을 보고 있던 성열과 그대로 시선이 마주쳤다. 금방 피할 줄 알았던 성규의 시선이 예전과 다르게 자신을 피하지 않자 괜한 오기가 생긴 성열도 성규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한참이나 계속 되던 의미 없는 시선 교환은 성규가 피아노 뚜껑을 덮고 의자에서 일어서면서 잠시 멈췄지만 이내, 다시 성열의 앞으로 다가와 성열을 바라보는 성규 때문에 둘의 시선은 다시 마주쳤다.
“나 하얗지?”
“뭐?”
“나 되게 하얗지 않아?”
뜬금없다 기 보다는 어이없다는 표현이 더 잘 떨어지는 성규의 질문에 인상을 찌푸린 성열이 무슨 소리냐며 성규의 어깨를 살짝 밀쳤고 그런 성열의 힘에 의해 살짝 물러 선 성규가 다시 한 발짝 성열의 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팔을 덮고 있던 긴 소매를 잡아 올렸다. 봐봐, 하얗지?. 걷어 올라간 소매 덕분에 들어난 맨살을 성열의 눈앞에 흔들어 보이던 성규가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성열의 시선에 올라간 소매마냥 입 꼬리를 올려 씨익- 웃더니 살짝 늘어난 목 부근의 티셔츠를 어깨 아래로 잡아 내렸다.
“하얘서 그런 가? 멍이 더 잘 보이지 않아?”
“.........”
티셔츠 아래에 숨겨져 있던 어깨를 들어낸 성규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지만 이미 숨소리부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성열의 반응에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아냈다. 우현이 생각하는 거처럼 직접적인 폭행을 당해서 생긴 멍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 멍을 생기게 한 장본인은 이성열이었다. 자세를 바로 잡아 준다는 목적 하에 어깨를 부여잡은 성열이 어느 순간부터 과도하게 손에 힘을 주더니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아프다고 얘기할수록 얼굴을 찡그릴수록 즐거워하는 성열을 알았기에 오히려 이 악물고 참아냈다. 사실, 성열이 더 힘을 주는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자존심이었다. 아프다고 말할 때마다 그거 하나 못 참냐는 듯 비아냥거리는 성열의 말이 은근히 성규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 도발은 자존심 하나로 똘똘 뭉친 성규를 완전히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죽여 버리겠다고 하더라.”
“.......뭐?”
“방금 남우현이 봐 버렸거든. 이걸”
자신의 어깨를 가리킨 성규가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성열의 모습에 여유롭게 끌어내린 셔츠를 다시 올려 정리했다.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데?. 자신은 상관없는 일 아니냐며 선을 긋는 성열의 목소리가 말과 다르게 잔뜩 떨렸고 그 떨림에 성규가 당장이라도 배를 잡고 웃고 싶은 걸 꾹 참으려 어금니를 꽉 물었다.
“김명수 말대로 이제 그만 하려고”
“뭐?”
“김명수가 그러더라고 지금 나 컨셉 잘못 잡았다고, 바꾸라고. 근데, 남사장도 나한테 그러네.”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비켜, 연습해야 돼”
“내가 둘 말대로 컨셉을 바꾸면 니가 연습해야 할 시간이나 있을까?”
피아노 뚜껑에 걸터앉아서는 장난스럽게 다리를 앞뒤로 흔드는 성규를 향해 빠르게 고개를 돌린 성열이 무슨 말이냐며 성규에게 물었지만 성규는 그런 성열의 질문에 음- 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지금 생각을 하고 있다는 노골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자신이 애타는 걸 즐기려는 듯 더욱 느리게 행동하는 성규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한 성열이 성규의 뜻대로 애를 태우며 성규에게 다가갔고 그런 성열의 모습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성규가 그리 높지 않은 피아노 위에서 살짝 뛰어 내리며 엉덩이를 털었다.
“내 어깨 이렇게 만든 거 너라고 내가 얘기 할 거거든.”
“......뭐?”
“어때? 이제 내가 너한테 이 얘기를 할 이유가 생겼지?”
무어라 입을 떼려던 성열이 별안간 기다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은 입술에 가져다 대는 성규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고 성규는 그런 성열에게 잘했다는 눈짓을 보내며 주머니 안에서 세차게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손에 쥔 핸드폰 액정을 성열에게 보여주었다.
“알아서 내 수고를 덜어주시네.”
성규의 핸드폰 안에서 깜빡이는 액정을 불안하게 들여다 본 성열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성규가 통화 버튼을 누른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고는 한 톤 높아진 목소리를 냈고 성열은 성규의 입에서 우현씨 라는 말이 나오자 한 번, 지금 연습실에 있다는 말에 또 한 번, 나 지금 누구랑 있냐고? 라며 전화기 속 우현에게 되묻는 성규의 말과 마지막으로 성규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에 완전히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오늘의 퀴즈)
이미 우현이는 자신의 어깨를 이렇게 만든 걸 성열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성규가 굳이 성열이에게 우현에게 이를거라며 겁을 주는 이유는 뭘까요? ㅇㅅㅇ
정답 | ||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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