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BGM과 함께 들어 주세요♪
Hisaishi Joe-18-花園 _ Hanazono (꽃의 정원)
"어, 형아 왔어? 오늘 국왕초청편지가 두 통이나 왔어 확인해봐"
"그래... 근데 이 아가씨는?"
달걀에 정신을 판 사이에 끼익-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들어왔다.
드디어 이 집의 주인을 마주하게 되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괴짜 마법사.
곁눈질로 살짝 보니 연한 분홍빛이 감도는 긴 도포를 입은 사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해 달걀을 쥐고 있던 손을 떨었다.
"태형, 새로 온 청소부야"
"난 이 아씨에게 물었는데 왜 네가 대답 하는거지, 린?"
"..."
"안타깝게도 이 아씨는 말을 할 수가 없어"
"흠...."
난 아직까지 이 마법사와 눈을 마주칠 용기조차 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눈치 빠른 린은 나보다 먼저 대답을 해주었다.
사실 내가 대답을 할 수는 없었지만.
난 벌떡 일어나 눈은 바닥에 고정시킨 채 꾸벅 인사를 했다.
"..."
"..."
내가 먼저 인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내가 뭐라도 잘못 한 것인가? 아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인가?
그 짧은 정적동안 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가 나를 확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먼저 찾아와 줘서. 네가 먼저 날 찾아줄 거라고 믿고 있었어."
'이... 이분은!!'
"나 기억나요?"
“...고마워요...”
“고마우면 우리 약속하나 합시다."
"..."
“다음 만남 때는 낭자가 저를 먼저 꼭 찾아주십시오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약속입니다.”
가게를 떠나면서 내가 아는 사람은 영영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좁디좁았던 나의 영역에서 벗어난 후로 난 쭉 혼자였고,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난 날 구해준 사람.
그 따뜻한 사람의 품에 안겨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정국이가 이분을 태형이형이라고 부른 것이 생각났다.
지금 내가 안겨있는 이 마법사를 태형이 형이라고 했다.
김태형.
그리고 마법사.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내가 찾고 있는. 그 마녀가 찾으라고 했던. 그 사람이 틀림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그의 품에서 떨어졌다.
그리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소리 냈다.
그가 들을 수 있게
'저를 한 번만 더 도와주세요... 어떤 마녀가 당신을 찾으라고 했어요. 당신이라면 이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왜 그도 당연히 나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했을까.
악마인 린, 완전한 마법사가 아닌 정국이조차도 나의 소리가 들리는데 왜 당신은.
나의 소리를 듣기는커녕 태형은 왜 그리 슬피 쳐다보십니까. 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동그랗게 뜨며 날 내려다보는 눈빛은 참으로 따뜻했지만 그는 듣지 못했다.
내가 온몸으로 그에게 소리쳐도 그의 귀에는 흘러들어가지 못했다.
다시 눈물이 고여 고개를 푹 숙였다.
"형! 린이 달걀부침 안 해줘서 그런 거야!"
"정말이에요? 내가 더 일찍 올 걸 그랬나... 그럼 탄소가 울지 않았을 텐데..."
태형은 날 다독이며 식탁에 앉아있는 정국이 옆으로 데려가 앉혔고 웃으면서 조금만 기다려. 라고 말했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린을 향하는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그새 또 정국이는 언제 가져왔는지 나에게 손수건을 건네면서 울면서 밥 먹으면 나중에 천벌 받아요. 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윽고 기름이 튀겨지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린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형의 말을 잘 들었다.
"그런데 청소부는 누가 정한거야?"
"내가 들여보내주는 대신 그러기로 했어"
태형은 살짝 뒤돌아보며 나에게 린 말이 맞아? 라고 물었고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설명할 방법도 없었고 내가 청소부라고 하는 방법 외에는 이 집에 머물 방법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더 늘었네.
밥을 먹으며 집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그러다 난 태형과 눈이 마주쳤고 깜짝 놀라 하마터면 손에 쥔 숟가락을 놓칠 뻔했다.
"그런데 그 복주머니에 든 건 뭐야?"
태형은 웃으면서 나 저고리에 달린 복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아무 것도 없었기에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태형은 아닌데... 한번 열어볼래? 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홍색 복주머니를 열어보니 반으로 접힌 까만 종이가 보였다.
분명히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던 복주머니에서 말이다.
내가 태형에게 건네주려 손을 뻗었고 그 종이가 태형의 손에 닿자마자 접혔던 종이가 펼쳐지며 타올랐다.
그리고 식탁에 떨어져 까맣게 그을려버렸다.
그을린 자리에는 언듯언듯 빨간 불씨도 남아있었다.
"유성을 잡은 자여. 마음이 없는 사내여...너의 심장은 나의 것이다..."
"형... 누구 짓이죠? 그 마녀일까요?"
"..."
처음 보는 태형의 심각한 표정이었다.
가만히 식탁의 자국만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작게 식탁이 더러워 졌네. 라며 읊조렸고 그 자국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태형의 손과 식탁 사이에서 보럿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사이에 있던 불씨는 더 커져 태형의 손을 잡아먹을것 처럼 보였다.
약간의 통증을 느낀 듯 태형은 손을 떼어냈고 그 자리엔 말끔히 자국이 사라졌다.
"자국이 사라졌어! 형 괜찮아요?"
"자국은 사라져도 곧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아채겠지... 먼저 일어날게."
태형은 자국을 없앴던 손을 허리 뒤로 감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부러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알 수 있었다.
난 걱정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는 오히려 날 달래듯 입모양으로 괜찮아 라고 말했다.
"린, 궁을 여기서 50리(里)정도만 이동시켜. 그리고 욕조에 따뜻한 물 좀 채워줘"
태형은 린에게 부탁을 하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3칸쯤 올랐을까 태형은 오르던 계단을 멈추고 뒤돌아 나를 보고 말했다.
"준궁에 머무르게 된 걸 환영해 탄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