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宮傳] -준궁전 ; 하울의 움직이는 성
(5)
♪ 꼭 BGM과 함께 들어 주세요♪
Hisaishi Joe-18-花園 _ Hanazono (꽃의 정원)
탁 트인 경치가 눈이 부셨다.
창을 열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그 모습은 아주 장관이었다.
숨을 크게 들이 쉬어 상쾌한 공기를 느꼈다.
어렸을 적 황국으로 온 이후부터 난 스스로 이런 여유를 느낄만한 시간도 허락하지 않았던것 같다.
"어때? 황국에서만 있었으면 이런곳은 처음 볼 텐데. 좋아?"
혼자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태형이 소리 없이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내 소리를 듣지 못하는 태형이지만 가끔 이렇게 은근하게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다 땋은 머리칼 끝에 묶여있던 댕기가 풀어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풀어져버린 순간 바람이 불어 멀리 날아가 버렸다.
'내가 은월이에게 처음으로 선물 받은 아끼던 자줏빛 댕기였는데...'
은월이가 가게에서 처음으로 댕기바느질을 해본 날 나에게 몰래 선물해주었던 댕기였다.
사실 2년이나 된 오래된 댕기였지만 그 곳을 떠나기 전 은월이를 생각하며 챙긴 것 이었다.
"...저 댕기 처음 만난날도 하고 있었 던 것 같은데 혹시 아끼던 거야?"
"..."
"음... 찾고 싶어? 내가 찾아줄까?"
이미 멀리 날아간 댕기를 찾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너무나 아이처럼 물어보는 태형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형은 활짝 웃으면서 손 내밀어 봐.라고 하며 소매에서 부채를 꺼냈다.
그를 처음 만났던 그날 보았던 부채였다.
내가 두 손을 펼쳐 보이자 부채를 펼쳐 손을 가렸다.
태형이는 눈을 감고 입을 작게 오물거리며 중얼거리더니 다시 눈을 뜨고 날 바라보며 말했다.
"찾았다."
어느새 부채를 접었고 아무것도 없어야할 내 두 손위엔 댕기가 얌전히 올려져있었다.
잠깐 태형이 마법사 였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 같다.
조심스럽게 댕기를 보니 비슷한 게 아니라 내가 썼던 흔적까지 있는 은월이가 준 그 댕기가 분명했다.
내 표정에 다 드러났는지 태형이는 그렇게 좋냐며 자기도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웃으니까 예쁘다."
"..."
"이 곳에 네가 지내면서 그렇게 웃는 얼굴은 오늘 처음 보는 것 같네."
예쁘다는 말에 얼굴에서 열이 났다.
날 빤히 보는 눈빛에 어쩔 줄 몰라 하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발걸음을 돌렸다.
어..어 어디가 머리 다시 안 땋아? 라며 내 어깨를 잡는 태형이의 손에 버둥거리는 꼴이 되어버렸다.
내가 필사적으로 자리를 피하려 해도 마법으로 댕기를 다시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멈추었다.
태형이는 댕기와 반쯤 풀려 버린 내 머리카락을 번갈아 보더니 씩 웃으며 자신이 해보겠다며 나에게 다가왔다.
난 경악하여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아이처럼 조르는 태형에 또 한번 지고말았다.
'사내가 어찌 아녀자의 머리를... 머리를 한 번도 땋아본 적 없을 텐데...'
그러나 내 걱정과는 달라 태형이는 능숙하게 머리를 세 갈래로 곱게 땋아 댕기를 달아주었다.
다 된 듯싶어 뒤돌려 하자 내 어깨를 잡으며 잠깐만 그대로 있어보라고 하였다.
다시 머리를 만지작 거리더니 다 됬다. 이제 다시 나 봐봐 라고 했다.
내가 다시 뒤돌아 보자 그는 만족한다는 듯이 웃으며 가리켰다.
"자. 내가 주는 선물이야. 나비모양 떨잠."
손가락이 향한 쪽을 매만져 보니 무언 차가운 금속 같은 것이 만져졌다.
빼서 확인 하려고 하니 태형이는 화들짝 놀라며 지금 그대로가 예쁘다며 날 말렸다.
"그냥 네 생각이 나서 샀어. 이건 잃어버려도 안 찾아줄거야"
'...고마워요'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무안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먼저 가볼게. 라는 말을 남기곤 사라졌다.
아마 내가 마음속으로 고맙다고 한 소리는 듣지 못했겠지...
***
내가 밀린 빨래를 해치우고 정국이와 간단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을 때 였다.
늦게 잠에서 깬 태형은 좀 씻어야 겠다며 욕실에서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2층을 계속 바라보자 정국이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원래 저 형 욕조에 살아요. 그러니까 신경 안 써도 되요."
'그렇지만... 오늘은 좀 느낌이 안 좋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2층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욕실문이 부서질 정도로 큰 소리와 함께 태형이 쿵쿵거리며 뛰어내려왔다.
목욕을 다 끝내지 못한건지 아랫도리만 천조각으로 가린채로.
"탄소야! 이 머리카락 좀 봐! 요상한 색으로 변했잖아!"
"..."
"형.. 머리 색이..."
"욕실은 왜 건든 거야?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해서 마법이 풀려버렸잖아!"
태형이 붉은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쥐어뜯으며 화를 냈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밝은 갈색빛이 빛났던 머리는 나의 저고리에 달린 옷고름 마냥 붉어졌다.
린과 정국이도 놀랐는지 아무말 못하고 멍하니 바뀐 머리색만 바라보았다.
순간 어젯 밤에 2층 욕실을 청소 한답시고 얼룩 같아 보이는 문양을 지운 기억이 났다.
나 때문에 화가 난 듯한 태형에 미안해졌다.
사과를 하고 싶어도 나의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조심스래 그의 어깨를 잡아 미안함을 표하려 했다.
그런데 태형이는 툭 하고 내손을 쳐내버렸다.
난 깜짝 놀라 뻗었던 손을 잡고 멍하니 그를 보았다.
"...미안 순간 너무 욱해서. 이제 어떡하지? 아름답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어. 다 끝났어. 되돌릴 수도 없잖아"
'머린 다시 염색하면...'
"그래요. 형. 누나가 다시 염색하면 될거래요"
"다 필요 없어... "
그 때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밝았던 집안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한순간에 빛은 어둠에 삼켜졌고 벽을 타고 까만 형체가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태형의 몸은 점점 잿빛으로 변해 갔고 햇빛 아래 내놓은 얼음마냥 녹아내렸다.
그럴수록 린의 불꽃은 점점 희미해졌고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대로 뒀다가는 저번처럼 흑마귀(黑魔鬼)를 불러낼 수도 있어."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실연당했을 때 였는데... 누나 어떡해요"
정국이가 내 치맛자락을 붙잡으며 날 올려다 보았다.
그때서야 난 정신을 차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할까 하다 일단 희미해진 린에게 장작을 쌓아주며 욕조에 다시 따뜻한 물을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반쯤 녹아버린 태형의 팔을 어깨에 둘러 일으켰다.
힘이 완전히 빠진 태형을 혼자 2층까지 데려가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였다.
정국이는 잠시 멈칫하더니 쪼르르 달려와 나를 도왔다.
계단의 반쯤 올랐을까 무언가 발에 걸렸다.
내려다보니 물에 젖은 낯익은 하얀 천이 발밑에 깔려있었다.
'이 천은 아까 태형의...'
얼른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지만 얼굴에서 느껴지는 열은 어쩔 수가 없었다.
힘겹게 욕실에 도착해 정국이에게 마무리를 부탁하고 문을 닫았다.
욕실 문에 기대어 차가운 손으로 달아오른 볼을 식히며 아까의 일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애썼다.
***
똑똑똑-
"들어와"
조심스레 문고리를 잡아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들어와 보는 태형의 방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꼭 어렸을 적 처음 보는 물건 투성이였던 남준이네 집 같았다.
그 가운데 태형은 아이마냥 고운 비단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걱정되어 만들어온 쌀죽을 소반에 올려 가져왔건만 태형은 고개를 저어버린다.
한숨을 쉬며 그 옆에 가만히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솜 베개 위로 흩어져버린 붉은 머리카락은 참 고왔다.
원래부터 붉은색 이였던것 마냥 진한 붉은색은 그의 커다란 이목구비와 잘 어울렸다.
무엇에 홀린 듯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하려 나도 모르게 손을 살며시 뻗었다.
이상하지 않아? 라는 말과 함께 태형은 뻗었던 나의 손목을 잡으며 눈을 떠 나를 바라보았다.
그 물음에 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래. 탄소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잘 어울려요'
"정국이는 많이 놀라더라. 빨간 머리는 처음 보니까"
''사실 저도요...'
"당분간은 사람들 앞에는 못 나가겠어. 마법사여도 그렇지 빨간 머리는 처음 볼 거 아냐. 관심 받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여서."
'관심받는 게 취향이 아닌사람이 이렇게 특이한 집에 살아요...?'
"탄소야"
다른 이가 본다면 태형이 혼잣말을 하는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나름대로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태형은 일어나 나지막하게 내이름을 부르며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는 이불 위를 왼손으로 툭툭 치며 이리와 앉으라고 했다.
내가 머뭇거리자 태형은 여기 앉으면 나중에 죽 꼭 먹을게. 라고 말하며 웃었다.
어쩔 수 없이 그 옆에 앉았다.
그가 누워있던 이 이불은 그의 온기가 남아 따뜻했고 폭신했다.
내가 이불을 만지작거리고 있을때 태형은 자연스럽게 내 무릎위에 머리를 배고 다시 누웠다.
난 깜짝놀라 그의 어깨를 치자 태형은 눈을 감은채로 나른하게 웃으며 나의 머리를 쓰다 듬었다.
그리고는 내손을 자신의 머리위에 얹으며 나도 해달라며 아이같이 굴었다.
이럴땐 정말 정국이보다 더 어린아이 같아 웃음이 났다.
"탄소야"
"내가 지금 옛날이야기 하나 해 줄건데... 들어 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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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오려고 했는데ㅜㅜㅜㅜㅜㅜㅜㅜ히ㅏㅇ후ㅏ어르ㅠ휴ㅠㅠㅠ
죄송합니다ㅜㅜㅜㅜㅜㅜㅜㅜ
저를 매우 치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학생탄인 저는 다음주 부터 개학이라서 주 2회 연재를 못할것 같아요ㅠㅠㅠㅠㅠ
그래도 최대한 일주일에 한번은 꼭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제부터 태형이와 사랑의 진도를 나가요 훠오!!!!!
태형이 빨간머리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밖에 천둥번개랑 폭우가 쏟아지네요....ㄷ
이제좀 시원하려나
째튼 독자님들도 태형이랑 시원한 여름 되세요♥♥-☆
아 그리고 나비 모양 떨잠은 대충 아래 사진에 여신 문채원님 머리장식정도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요ㅎㅎ
암호닉은 2화와 3화 사이에 있는 암호닉 신청 글에 댓글로 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