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호석 X 고등학생 너탄
01
" … 나랑 밥 먹는게 불편해요? "
" 안 불편할리가 없잖아… "
" 소문 아직도 믿는 거에요? "
" … "
" 내가 싸이코 새끼라는 둥… "
" 스토커 라는 둥 "
" 아, 후자는 맞으려나. "
.
.
.
점심 시간 내내, 내 앞에 앉아 내가 밥 먹는 모습만을 바라보며 지긋이 쳐다보는 박지민 때문에 체하는 줄 알았다. 괜히 박지민의 면전에다가 대고 " 스토커! " " 스토커가 나타났다! " 하고 소리를 치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스토커들이 하듯 조용히 하라며 내 뺨을 때려치지는 않을까… 하며 마지막 불고기 한 점을 조용히 입 안에 넣고는 꼭꼭 씹어댔다.
깨끗이 비워진 식판을 들고, 의자를 뒤로 밀어 몸을 일으키자 내 앞에 앉아있던 박지민도 날 따라 몸을 일으켰다. 물론, 내 손에 들려있던 식판도 자기가 가져가고. 아, 내가 이런 시련을 당하고 있는데 내 친구들은 어디갔냐고? 전부터 친구들이랑 함께 밥을 먹고 있노라면 박지민이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고는 내 친구들보고 "이름누나랑 같이 밥 좀 먹게 자리 좀 비켜 주실래요?" 라며 내 친구들을 멀리 보내버렸다. 워낙에 소문이 자자한지라… 안 피하는게 이상한거지.
물론 우리 학교 소문을 모르는, 아니면 박지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박지민을 보며 그냥 내가 좋아서 따라다니는 남자앤데, 살갑게 대해주지 뭐 그렇게 유난을 떠냐고 하는 사람이 있다. 최근에는 아파서 뜸했던 거지, 하루 종일 내 동선을 꿰차며 " 머리 묶는게 예쁜데. ", " 오늘 밤에는 피아노 안 치네요. " 라고 하루에 50통도 넘는 문자를 보낸다거나, 10통도 넘게 전화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럼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겠지. 신고는 안 하냐고, 어떻게 신고를 해.(울컥)
" 밥 먹고 뭐해요? "
" … 반에 갈거야. "
" 나랑 같이 있지. "
" … "
급식실에서 나와 반으로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자 박지민은 제 긴 다리로 휘적휘적거리며 금새 날 따라잡고는 내 옆에서 같이 발걸음을 맞추었다. 이런 일이 2년동안 반복되었는데, 이제 질리지도 않는 건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길가에 우뚝하고 서버렸다. 박지민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나를 지긋히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 물었다.
" 너는… 왜 그렇게 당당해? "
" 뭐가요? "
" 내가 말했잖아. "
" 따라다니지 말라고. "
" 아. "
" 문자도 하지 말고. "
" 연락도… 하지 말고! "
" 그냥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 했잖아요, 내가. "
" 부담돼도 조금 참아요. "
" 뭐…? "
" 누나니까 내가 이러는건데 "
" 사람 성의를 봐줘야지… 불평만 하면 쓰나. "
" … "
" 가요, 반까지 데려다 줄게. "
내게 집착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선만 넘지 않는다면 좋았는데, 이 아이는 내 사생활을 알아도 너무 잘 알았다. 보이지 않는 선을 이미 넘었다, 넌. 박지민은 데려다 주겠다며 내 손목을 잡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제 손에 힘을 엄청 준 채로 내 손목을 잡은 박지민 때문에 잡힌 손목이 엄청 아려왔다.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내 인생아. 그렇게 박지민을 따라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박지민에게 잡힌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아빼내었다.
" … 전정국? "
" 박지민 "
" 와, 이거 상황 웃기게 돌아가네. "
" … "
" 내가 경고했잖아. "
" 정보는 줄테니 탐내지 말라고. "
" … "
내 손목을 빼낸 사람은 전정국이었다. 멀리서부터 뛰어온 것인지 숨이 차올라 헉헉대는게 눈에 보였고, 박지민은 그런 전정국을 보더니 흥미로운 미소를 입에 걸쳤다. 전정국은 박지민을 죽어라 노려보았고, 박지민은 그런 전정국에게 경고했다며 내가 알아 들을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둘 사이에 무엇인가 있는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고. 근데 지금 박지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보니 알 것 같기도.
" 누나, 우리가 왜 이러는지 궁금해요? "
" 아ㄴ… "
" 누나가 궁금하면 내가 말해줄게. "
" … "
" 전정국이 작년에 나한테 와서 물어 봤잖아. "
" 누나에 대한거 좀 말해달라고. "
" … 박지민 "
" 뭐… 누나가 워낙에 인기가 많으니까 "
" 궁금하려니 생각하고 나는 말해줬구요. "
" 근데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운 격이네? "
02
박지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전정국의 손목을 잡고 뒤를 돌아 운동장으로 나왔다. 박지민은 전정국의 손목을 잡고 저에게서 도망치는 날 잡으러 오지는 않았다. … 나중에 문자를 하던 전화를 하던 하겠지. 운동장 스탠딩 옆에 있는 구석진 곳에 다다르자, 잡고 있던 정국이의 손목을 놓아줬다. 전정국은 박지민이 한 이야기 때문에 꽤나 수치스러웠던 것인지 얼굴이 새빨게져 있었고,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그저 내게 미안하다고 말할 뿐.
" 미안해요, 선배. "
" 뭐가? "
" 박지민이랑 똑같은 새끼가 된 것 같아서… "
"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선배에 대한건 박지민이 제일 잘 안다고 해서… "
"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선배에 대한건 박지민이 제일 잘 안다고 해서… "
" 아주 잘 알지… "
" 그 새끼가 선배 스토커인줄은 나중에 가서야 알았어요. "
" 기분 나빴죠, 정말 미안해요…. "
나는 내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미안하다고 연신 말해대는 정국이의 흐드러진 머리칼을 조심히 정리해주었다. 내 손길이 제 머리카락에 닫자 정국이는 눈을 커다랗게 떠보이며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런 정국이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 그냥… 좋아서 그런거지? "
" … "
"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
" 그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그런거니까. "
" 이해할게. "
" … 선배. "
" 대신 막… 나에 대해서 더 알구싶다고! "
" 어? 박지민한테 가서 막 정보 달라고 그러면 안된다! "
" 내가 또 그러면 땅에 머리 박을게요. "
" 좋은 생각이야. "
" 설마 그 새끼가 아직도 선배한테 막 문자해요? 연락하고? "
" 요즘 뜸하긴 했는데…"
" 아팠데. "
" 아팠데. "
" 진짜, 선배 내가 그 새끼를… "
" 누나. "
" … 네? "
" 누나라고 부른다며 "
" 또 선배라고 부른다."
" 아 진짜… "
정국이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더니 내게 성큼하고 한 발짝 다가와 나를 와락- 하고 껴 안았다. 수,숨이 막혀와!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영문을 몰라 눈만 멀똥멀똥하고 떠보인채 그렇게 정국이에게 안겨 있을까… 정국이는 나를 안은채 푸스스-하고 웃기 시작했다.
" … ? "
" 진짜… "
" 선배 너무 사랑스러워요. "
" 응…? "
" 아 진짜, 우리 사귀면 안돼요? "
" 내가 잘해줄게요. "
03
정국이를 보내고, 오후 수업과 야자를 마치고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아저씨가 보고싶어졌다. 조금만 더 가면 아저씨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들떠 우리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들어서는데,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또 내 얼굴 앞에 나타났다.
" 누나. "
" … 너가 여기 왜 있어? "
" 아까 점심시간에 나 두고 가서 서운했어요. "
" … "
" 누나 어두운거 무서워하잖아. "
" 데려다줄게."
" … 안 무서워. "
" 거짓말. "
어두운 골목길 안에서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 우리 둘을 비추고 있었다. 지민은 제 머리를 한번 슥- 하고 쓸어 올리더니 내게 한발짝, 두발짝 가까이 다가왔고, 나는 박지민이 내게 가까워질때마다 한발짝, 두발짝 뒷걸음질을 쳤다. 박지민은 겁에 질린 내 얼굴을 보더니 활짝하고 웃어보이더니 더 가까이 내게 몸을 밀착시켜왔다.
" 내가 누나에 대해서 모르는게 어딨어요. "
" … "
" 무섭잖아, 어두운거. "
" … 안 무서워. "
" 무서워 하잖아. "
" 안 무섭… "
" 무섭다고 말해요. "
" … "
무서워 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보는 박지민의 질문에 오기가 생겨 무섭지 않다고 하였다. 계속 반복되는 물음에도 무섭지 않다고 하자 미소를 지어보이던 박지민의 표정은 이미 차갑게 굳어있었고, 곧이어 제 오른손을 들어올려보였다. 뺨이라도 때리려는 것인지, 눈을 꼭- 하고 감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귓가에 찢어질듯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 삐익 ―――――! "
곧이어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내 앞에 바짝 붙어 서 있던 박지민의 몸이 휘청이며 옆으로 쓰러졌다. 감고 있던 눈을 떠 호루라기의 근원지 쪽을 바라보자 내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은 … 아저씨였다.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눈물 탓에 시야가 뿌얘졌다. 아저씨는 날 자신의 뒤쪽으로 숨기더니 쓰러진 박지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전등으로 얼굴을 확인하였다. 박지민은 물론 욕을 읊조리며 제 얼굴을 잡은 아저씨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지만.
" 뭐 하는 새끼야. "
" … 아, 이름누나. "
" 나 맞았는데… 와서 좀 봐요. "
" 뭐하는 새끼냐고 물어보잖아. "
" 내가 저 누나랑 볼일이 있는데… "
" 아저씨는 좀 비켜봐요. "
" … 아는 사람이야? "
박지민은 피가 고인 제 입가를 닦아 내며 일어서고는 내게 다시 다가오려 하였고, 아저씨는 그런 박지민을 저지하며 고개를 돌려 내게 아는 사람이냐 물었다.
" 아는데… "
" 알…긴 아는데… "
" 우리 사귀잖아요 누나. "
" …사귄다고 말해. "
" 으… 아니에요, 안 사겨. "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너와 내가 사귀는 사이라고 말하라는 박지민을 바라보며 눈에서 나오는 눈물들을 소매로 꾹꾹-하고 눌러 닦아내었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우리 그런거 아니라고 아저씨를 보며 호소했다. 이상한 애라고, 자꾸 따라오고, 연락하고. 아저씨는 그런 날 한번 보고 박지민을 한번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허리춤에서 수갑을 꺼내 박지민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는 무전기를 꺼내 다른 경찰분에게 경찰차 한대를 보내라며 무전을 쳤고, 곧이어 상대방에게서 알았다는 무전이 왔다.
" …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
" 법정에서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수 있습니다. "
" … 골 까네 "
" 사귀는 사이라고 말하라고 성이름. "
" 자세한 조사는 경찰서 가서 하고, "
" … 지랄하네. 내가 경찰서를 가요. "
" 내가 성이름이랑 사귀는데 내가 경찰서에 왜 가. "
아저씨는 박지민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박지민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뭐라 속삭였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박지민의 표정이 굳어가는 걸 보면 그닥 좋은 말은 아닐거라고 예상해 본다. 이윽고, 경찰차가 당도했고 운전석 문이 열리며 경찰차 안에서 매우 익숙한 경찰 아저씨 한분이 호통을 치며 내렸다.
" 아이고! 누가 이 밤에 왠 난동을 피우고 지이이 - 랄이야! "
" 잠 좀 자자 !!!!! "
김순경님은 곤봉을 들고는 박지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박지민을 위아래로 훑었고, 젊은 새끼가 쯧쯧.. 이라며 혀를 찼다. 아저씨는 김순경님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더니 빨리 차안으로 옮기라고 명령했고, 김순경님은 " 예, 알겠습니다~! " 하며 박지민을 경찰차 안으로 밀어넣고는 자기도 타더니 경찰차는 출발하였다. 물론,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나를 쳐다보던 박지민의 시선과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저씨는 출발하는 경찰차를 쳐다보고는 한숨을 후-하고 내리쉬더니 뒤를 돌아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조심스레 날 감싸 안았다.
" 많이 놀랬지. "
" … 아저씨. "
" 늦어서 미안. "
" … 킁, 아니에요. "
" 진짜… 학교 앞으로 데리러 갈 수도 없고. "
" 에이…. "
" 다음에는 이런 일 없겠죠. "
아저씨는 내 등을 한참동안이나 토닥여주셨다. 한번 놀란 가슴은 금새 진정되지 않았고, 그런 날보며 아저씨는 나를 아저씨의 품에서 조심스레 떼어내었다. 그리고 갑자기 아저씨의 얼굴을 훅- 하고 내 얼굴 바로 코 앞까지 들이대고는 내 얼굴을 확인했다. 한참 울어서 눈이고 얼굴이고 퉁퉁 부어 있을텐데…! 나는 아저씨에게 부끄럽게 뭘 보냐면서 아저씨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내었다.
" 내가 놀란거 빨리 가라앉히는 법 알려줄까. "
" …? 그게 뭔데요? "
아저씨는 미소를 씨익- 하고 입가에 그려보이더니 내 오른손을 아저씨의 입술에 가져가고는 내 새끼 손가락에 짧게 입술을 묻고 떼어냈다.
" … 뭐에요? "
" 나는 지금 짝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
" 에…? "
" 새끼 손가락에 "
" 입 맞추는 이유래. "
" … 어, 그러니까. "
" 혹시 더 놀랐어? "
" 더 놀라면 안되는데… "
" 놀래도 어쩔수 없지. "
경찰의 사담 |
지민이가 더 안 안나올것 같죠? 더 나와요. 정국이가 너무 귀엽죠? 더 귀여워질거에요. 호석이의 키스를 받고 싶다구요? ( ̄∇ ̄)づ ⌒☆ 우리 독자님들… 경찰과 사담타임 한번 가지실 마음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조만간 공지를 통해 소통의 장을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특별편도 가져올 … ) 기대해주세요. (* ̄▽ ̄)/ ~ ♡ 그럼, 아듀!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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