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맞는데요
w.1억
"언니 대신에 너가 결혼을 좀 해줘야 될 것 같아."
"뭐?"
"엄마가 돼서.. 이런 부탁을 다 하고.. 미안해."
어이가 없었다.
집 나간 우리 언니가 돈 많은 집 남자와 결혼 약속을 했는데 그 남자는 장남이라 안 된다고
그 동생이랑 나랑 결혼을 시키겠단다. 그렇게 해서라도 둘의 결혼을 막겠다고 했단다.
집 나가서 5년이나 지난 언니가 이렇게 소식을 알려주니 참 기분 뭣 같았다.
"뭐 상견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상견례를 한다고?"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돈 많은 집에 시집가면 너만 편해!"
"그건 옛날 얘기고. 지금은 다들 자기랑 맞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어 한다고."
내게 행복이란 건 필요가 없나보다.
그저 언니 대신에 네가 돈 많은 집에 시집가면 행복한 거 아니겠니? 라는 말을 하는 엄마가 이해가 안 갔다.
그래 뭐 없이 지냈으니 저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한다.
근데 왜 나냐고. 왜 언니는 나가서까지도 우리를 고생 시키는 거냐고.
"……."
특히나 저렇게 양아치같은 놈이랑 결혼을 해야한다니 그게 너무 불만이었다.
아무리 사랑 없이하는 상견례라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양아치처럼 입고, 교양없게 물을 원샷하고서 소리나게 테이블에 내려놓는 저 자식은 절대로 절대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저 애 이름은 이재욱이라고 했다. 다들 겉으로는 표현 안 했지만 핸드폰이나 보고있는 이재욱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당황한 듯 했다.
엄마는 내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하하하-웃으며 말했다.
"우리 이서방이~ 연락할 곳이 되게 많은가보다~"
그 말에 이재욱의 아빠라는 사람이 이재욱에게 눈치를 한 번 주고선 말했다.
"하하하! 우리 애가 원래 이러지는 않는데..학교에 뭔 일이 났다고.. 그랬나?"
딱 봐도 아빠라는 사람은 엄한 사람인데 우리한테 착한 척을 하는 것 같았고, 엄마라는 사람은 돈 없는 우리 집안이 꼴사나운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저 자기 막내 아들이 저런 하찮은 애랑 결혼을 해야된다는 생각에 삐진 듯 한마디도 안 하는 것 같았다.
괜히 내가 너무 차려입지않았던 걸까 고갤 숙여 내 옷을 보았다.
아니 내가 왜 이걸 신경써? 저 자식은 집에 있다가 나온 것처럼 나왔잖아.
"아무튼 혼인신고 먼저하고, 결혼식은 천천히 진행하는 걸로 하죠. 사부인.. 그리고 신혼집은 저희쪽에서 다 마련할게요."
"…네 저는 뭐.. 다 맞춰드릴게요. 제가 해드릴 게 없고 그래서.."
그래 아버님과 우리 엄마의 대화였다.
그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어머님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해드릴 것도 없으면서 왜 결혼한다고 했어요?"
왜 나랑 엄마는 원하지도 않은 이 쌩뚱맞은 결혼으로 인해 저런 무시를 받아야 되는 걸까
굉장히 기분이 안 좋고 도망치고싶었다.
"하하 아이고 집사람이.. 왜 그런 소리를.. 아,아무튼! 당장 내일 혼인신고 하는 걸로 하죠."
"……."
"새아가 우리 재욱이.. 잘부탁한다."
결국 아버님이 말려주셔서 상황은 마무리 됐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빴다.
언제 봤다고 새아가야.
"뭐?? 혼인신고?? 미쳤냐? 무슨 일주일 동안 잠수를 타더니 갑자기 유부녀가 돼서 돌아오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어떤 남자랑? 누구랑 혼인신고를 했다는 건데."
둘은 내 중학생 때부터 친구다. 뭐 지금 스물다섯이니까 딱 10년 친구네.
얘네한테도 말 한마디 없이 잠수타고 학교 결석까지 해버리고선 오자마자 이런 얘기를 했더니 다들 안 믿는다.
"그러니까.. 너네 언니가 결혼을 하려고 했던 남자가 장남이고 회사를 물려 받아야돼서.. 그 남자의 동생이랑 너를 결혼 시킨다고? 와 진짜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마."
"절대 안 하지. 미쳤다고.. 너 괜찮냐? 갑자기 웬 날벼락이야 이게.. 갑자기 유부녀가 되고.."
벤치에 앉아서 바나아우유 하나씩 들고서 얘기나 하고있었을까
저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오는데 너무 익숙한 것이다.
급히 검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저 멀리 지나가는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야 쟤."
분명히 어제 상견례 때 봤던 애가 맞는데.
"……."
분명히 맞아.
"뭐. 이재욱?"
혜윤이가 내 말에 정확히 쟤를 보면서 쟤 이름을 말하는데 너무 놀랬다.
"야 김혜윤 네가 쟤를 어떻게 알아??????"
"쟤 모르는 애가 있냐? 웬만해서 다들 알 걸? 돈도 꽤 많은 집안에 인물도 훤칠하지, 술 엄청 마시러 다녀서 술집가면 자주 보이잖아."
"……."
"아, 하긴 너는 공부만 하니까 모르겠구나.. 그러게 우리랑 좀 놀러 다니자니까."
"…쟤라고."
"응?"
"……."
"남편...?"
"……."
"진짜!?!?!?!?!"
"……."
"그럼 네 남편이 이재욱이야!?!?!?!??!! 아니 근데 왜 아는 척도 안 해!?"
혜윤이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급히 나랑 인엽이가 혜윤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럼 결혼은 결혼식은 안 올려?"
"천천히 하자고 하던데... 모르겠어 난.. 이게 맞는 건지도. 솔직히 좋은 인연도 아니고.. 창피해서 식 올리겠냐. 돈 많다는 그 집안이. 체면 엄청 살릴 것 같던데 겉보기에."
"야 큰아들 때문에 작은아들 결혼식도 안 올리고 그냥 혼인신고만 한다고? 말이 되냐? 무조건 하겠지. 근데 너무 신기하다! 어떻게 또 하필이면 이재욱이야? 너무 짜릿한데?"
"짜릿하냐."
"어!! 재밌잖아! 어떻게하면 이런일이 일어나지? 둘 조합이 너무 쌩뚱맞기도하고 신선하잖아! 뭐랄까..흐음.. 너는 샐러드면, 쟤는 스테이크 느낌이랄까?"
"비유를 해도 넌..무슨.."
"연락은 해?"
"연락은 무슨 연락처도 없어. 뭐 어떻게 되는 건지.."
"부부가 연락처 없으면 어떡해? 심지어 신혼인데에~~~"
"야씨.. 하지 마. 우리 서로한테 감정 하나도 없거든."
"그래도~ 남녀가 붙어있으면 생기는 게 마음인데~?"
혜윤이의 말은 절대 공감할 수 없었다.
서로 결혼에 대해 관심은 하나도 없어보였고, 서로를 아니꼽게 바라보는 게 느껴졌는데..
길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하는 게 더 이상할 사이다 우리는.
주말이 되도록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누가봐도 나와 엄마는 을이었다.
연락이 와야지만 그들과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려야한다.
형편없다고 무시하는 듯한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 아주.
친구 결혼식에 급히 성한 곳이 없는 엄마 차를 끌고 이동하고 있었을까.
"하 진짜...미치겠네."
늦어서 급해 죽겠는데 뒤에서 내 차를 들이박은 차 덕분에 나는 화가날 뻔한 걸 꾹 참고 차에서 내렸다.
"보험처리하죠."
내리자마자 차를 확인한 나는 별로 문제도 없는 것 같기도하고, 바빠서 급히 말했다.
"괜찮은 것 같으니까 그냥 가세요."
"…네?"
"그냥 가셔도 될 것 같다구요. 제가 바쁘기도하고.."
"나중에 가서 뭔 소릴하려고. 바빠도 보험처리 금방 하고 가죠. 나중가서 일 키우는 건 질색이라서."
"……."
"차도 보니까.. 트집 잡기 딱 좋은데요."
"…저기요."
"……."
"저 언제봤다고 그렇게 말씀하세요? 제 차가 보기엔 좀 그래보여도 아주 잘 굴러다니거든요.
지금도 그쪽이 일방적으로 들이박아서 난 사고 아니예요. 이상한 아저씨네."
"……."
"됐고.. 저 진짜 바빠서 가봐야 되거든요? 그냥 가세요. 절대 절대 절대로 나중가서 일 안 키울게요."
대충 말하고선 뒤돌아 문을 열었을까, 갑자기 하고싶은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꼭 해야겠어.
"그리고! 내리시면 괜찮냐고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닌가요?"
"……."
"되게 예의없으시네요."
예의가 없는 사람은 질색이다. 하필이면 재수없게 이런 사람을 다 만나다니.
결혼을 하는 친구는 행복해보였다. 아무도 모르겠지.. 내 상황을.
나도 마음에 드는 남자 만나서 저렇게 행복한 결혼을 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라니. 너무 화가났지만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뭔 술."
다음 날 혜윤이가 무작정 따라오라며 나를 술집으로 데리고왔다. 평소에 술을 좋아하는 혜윤이는 과 애들과 술을 마시다가 내가 생각나서 부른 것이다.
재미있지도 않은 얘기들을 하면서 대충 맞다고 고개만 끄덕이며 리액션을 했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에 안 받으려다가도 받아야될 것 같은 느낌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그래. 혹시 우리 재욱이랑 있니?
"…에?"
-네 시어머니다.
급히 주변 눈치를 보았다. 내 번호는 엄마가 줬을 거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연락이 올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주변 눈치를 보며 고개를 돌리고선 조용히 말했다.
"잘모르겠습니다.. 연락처도 모르는데요."
- 너 만나러간다고하고 나갔어. 어디서 거짓말이야? 당장 재욱이보고 들어오라고 해.
"…어머님."
- 우리 재욱이가 좋으니까 벌써부터 들러붙은 거야.
끝에 말은 하지 말지.. 끊으면서 말한 것 같은데. 다 들려버리고말았다.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면 친구들이 내 눈치를 본다.
못들었겠지.. 그럼 다행이고.. 이게 무슨 상황이야. 엄마한테 전화나 해봐야겠다. 이재욱 그 자식 번호라도 알아야 연락을 해보던가하지.
잠깐 통화를 하고 온다며 자리를 비웠을까. 문을 열고 나가려고하면 익숙한 사람이 내 앞에 서있다.
아, 정말 타이밍도 좋다.
"야 이재욱. 너 어머님한테 전화해서 나랑 있었던 거 아니라고 알아서 말씀드려. 언제 봤다고 나랑 있다고 거짓말을 해? 어머님한테 전화오고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넌 그 어머님 소리가 잘도 나온다?"
"……."
"알아서 둘러대. 너도 나 팔고 놀러다니던가."
"야."
이재욱의 친구들이 나를 보았다. 그래도 이런 얘기는 나가서 조용히해야될 것 같아서 조용히 불렀다.
"나가서 잠깐 얘기하자."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이재욱은 친구들을 뒤로하고 날 따라 나왔다. 가게 앞에 어색하게 마주보고 서서 있으면, 이재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얼른 말해."
"앞으로 이런 일은 없었으면해서. 어머님..아니 너네 어머니께서도 나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 것 같고.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 좋아하지도 않잖아."
"……."
"그리고 나도 너 엄청 마음에 안 들거든? 기회만 된다면 바로 이혼하고싶은 마음이니까. 서로 신경 건드리지 말자."
내 말에 이재욱은 아무말도 없이 뒤돌아 걷다가 갑자기 뒤돌아 나를 보며 말했다.
"나한테 어떻게든 잘보이려고 악을 써야되는 거 아니냐?"
"뭐? 내가 왜?"
"너네집."
"……."
"우리집 도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쩔쩔매야하는 녀석이 까부니까 꼴사나워서."
기분은 나빴지만 팩트였다. 나는 이재욱과 혼인신고를 하면서 확실한 을이 되었다.
이재욱 쪽에선 우리에게 금전적으로 해주는 게 많아졌다. 어려운 우리를 도우고싶은 아버님의 선택으로 인해서 우리는 어머님과 이재욱의 미움을 더 받아야만 했다.
할말은 정말 많았지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바래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니지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녀석이 가고, 나는 자리에 서서 한참을 서있다가 주먹을 꽉 쥐고선 외쳤다.
"개새끼!!"
있는 힘껏 소리치고선 뒤를 돌아보면 누군가가 내 앞에 서있었다. 너무 깜짝놀라서 뒷걸음질을 치면 날 보고 무심히 말한다.
"이번엔 내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는데."
"…어!?"
"우연히 지나가다 보여서 어제 일 미안해서 사과하려고 왔더니만."
"……."
"원래 화가 좀 많은 스타일인가.."
"…아니 그게 아니라.."
"뭐 지금 일은 됐고. 어제 일 미안해서요. 내가 미안하고 신경쓰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해서.시간 되는 날 밥이라도 살테니까. 번호 좀 줄래요?"
"아, 괜찮아요. 알던 사이도 아니고.."
"어? 작업 거시는 거라면 안 되는데. 제 친구 유부녀거든요."
갑자기 등장한 혜윤이의 말에 남자는 잠시 당황한 듯 혜윤이를 바라보다 나를 보았고, 나는 머뭇거리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유부녀.. 맞는데요."
"…학생 아닌가?"
"맞긴한데.. 사정이 좀 있어요. 암튼.. 밥은 됐어요. 어제 일은 그냥 잊자구요."
혜윤의 팔을 잡고선 얼른 들어가자며 술집 안으로 들어선 지호를 본 남길은 여전히 밖에 서있다가 작게 웃으며 혼잣말을 한다.
"…유부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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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몇주전에 다 써놨는데 언제 내지... 각보다가 깜빡했지 뭐야요....이재욱 김남길 얼굴..너무 잘생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