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 솔직히 자리는 마련해줘야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 이건 좀 너무하네.“
”아니 다른학교 가란 거야 뭐야.“
추추추합인데 뭐 어쩌라는 건데!!!
소란스러운 카페. 휴대폰을 쥔 여주가 책상에 엎드리며 적잖게 소리쳤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시은이 여주의 휴대폰을 앗아가고 에타를 휙휙 둘러대며 입을 열었다.
“분명 같이 자취하잔 사람 있을 거야.”
“진짜?”
순간 여주가 벌떡 일어나 같이 휴대폰을 바라봤다. 여주는 불안한 듯 테이블 위에 있던 휴지를 집어 북북 찢어댔다. 한창 화면이 내려갔지만 둘의 표정이 밝아질 줄 몰랐다. 여주가 결국 엎드려 풀린 눈으로 중얼거렸다.
“그치.. 요즘 같이 무서운 세상에, 자취는 여자보단 남자애들이 더 많이하겠지…”
“…………”
자취방 룸메를 구하는 건 죄다 남자애들. 시은은 그런 여주의 말을 신경쓰지 않고 에타를 계속 내려댔다. 시은의 짜증섞인 한숨이 내쉬어지는 순간 여주가 몸을 벌떡 일어나 시은을 바라봤다.
“어쩔 수 없어.”
“…어떡하게. 대학 안 가게?”
“아니? 난 잘못이 없는데 내가 왜?“
”…그럼?“
”그냥 살아야지.“
사내자식 룸메를 해서라도.
“…………“
”…………“
”…………“
”안돼요.“
”아 안돼요!!!!!“
같은 안돼요 였지만 상당히 다른 어투였다. 목재로 이루어진 가구들과 따듯한 톤에 벽지, 날카롭게 생긴 원우의 모습과는 꽤 다른 무드였다. 식탁에 앉아 마주보고 앉아있는 둘. 원우가 조그맣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기울이더니 여주를 향해 물었다.
”남자형제 있어요?“
”에? …아뇨.“
”저도 여자형제 없어요.“
”…아 그건!“
“빨래며 화장실이며 그런 건 다 어떡하려구요?”
“제가 없듯이 살게요! 그냥 방만 내주시고 잠만..!”
“우리 만난 지 삼십분 됐어요.“
”…………“
”그만 가봐요.“
”아 저…!“
털썩. 정말 의자에서 물흐르듯 내려와 무릎을 꿇은 여주가 원우를 올려다봤다. 정말, 배경과는 딴 판인 상황이었다. 원우가 공허히도 여주를 내려다보다가 머리를 쓸어올렸다.
“…대학 겨우 붙었어요. 그 마저도 지방이고, 기숙사는 못 들어가고…”
“…………”
“…불효는 이만하면 됐단 말이에요.. 지내다가 방 다른 곳 나오면 바로 옮길게요, 네?”
걸어서 삼십분 차타고 한시간 거리까지 싹 다 뒤져봤는데 없어요… 진짜 이번 한 달만요! 한 달 안에 집 찾을게요!
춥지만 따듯한 2월 말과 3월 초 사이. 그 소리가 집을 가득 채웠고 원우는 말이 없었다. 고개를 푸욱 숙인 채 있는 여주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원우가 조금은 어두워진 창 밖을 보곤 입을 열었다.
“한 달 말고.“
”…에?”
“하루요.”
“…………”
“오늘 어두워졌으니까 알아서 자고 가요.”
사정 딱한 건 알겠는데, 사는 건 안돼요.
“이 씨발 씨발!”
“진정해…”
“진정이 돼?!”
“어쨌든 하루 자고 나온 니도 참… 대단하다.”
“그럼 어떡해! 짐도 존나리 무겁고 찜질방은 가기 싫고!”
“…그건 맞지..”
그래서 어쩌게. 새학기는 이미 시작되었는디.
남들이 새내기를 즐기고 있을 때, 여주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꾸꾸꾸로 꾸민 새내기들 사이에 추리닝 차림새인 여주는 절대 1학년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 여주 앞에 앉아있는 시은 역시 꾸꾸꾸 상태.
산들산들은 무슨. 추운 3월 초, 공대 건물 내 간이소파에 앉아있는 둘이었고 시은이 여주를 향해 물었다.
“어떡할 거야? 오늘 어디가서 자게.”
“…어쩔 수 없이 찜질방이지 뭐..“
”…같이 가줘?“
”어이 기숙사. 무슨 소리니.“
”아니 외롭게 또 혼자 찜질방 갈 거면,“
”됐어… 차라리 처음부터 혼자 다니는 게 낫지, 너 있다 없으면 더 외로워.“
”…편한대로 해..“
”너 그럼 어제 정신없어서 단톡도 못 훑었겠네?“
”뭘 훑어. 뭐 올라옴?“
”아니. 원래 신입생 누구누구 있나- 훑는 거지.“
”헤벌쭉한게, 좀 생긴 애 찾은 모양이다?“
”우리 학년은 아니고, 선배.“
”1학년 단톡 아니었어? 선배가 있어?“
”학생회 선배들은 1학년 단톡에도 있어.“
”아 학생회야 또?“
”응. 기달 내가 보여줌.“
시은이 휴대폰을 꺼내들어 단톡방을 찾고 수많은 이름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름이 뭐더라.. 그러더니 프로필을 넘겨가며 사진을 확인했다. 그런 시은의 휴대폰을 슬쩍 보던 여주는 금새 흥미를 잃은 듯 허공을 응시한 채 커피를 쪼옥 빨아마셨다. 고개를 뒤로 젖히곤 눈을 감은 여주.
아 씨 프로필 내렸나.. 하는 시은의 중얼거림과 함께 또 다른 목소리 하나가 여주의 귀에 맴돌기 시작했다.
“아직 못 구했어.”
“…………”
“어 그니까.”
“…………”
“반을 내줄 사람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새내기들은 기숙사 가거나 자취방 구하니까.”
더군다나 자취방 구하는 애들은 혼자 살려는 목적이 크잖아.
번뜩. 여주의 눈이 떠지고, 왼 쪽 또 다른 소파로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
“구하기가 좀 어렵네. 월세를 반의 반만 내도 된다고 올려야하나.“
”…………“
”…그치, 그건 아무래도 손,“
”…(빠아아안히)“
”..해지. 근데 내 목소리가 좀, 큰가?“
”…………“
”일단 주변에 말 좀 해줘봐. 어, 응, 끊어.“
“야 찾았-,”
“저기요.”
“…예?”
정한이 전화를 끊자마자 여주는 시은의 말도 무시한 채 불쑥 정한이 앉아있는 소파에 옮겨 앉았다. 당황한 정한이 살짝 몸을 뒤로 빼 경계태세를 보였다.
“룸메 찾으세요?”
“…예, 그런데…”
“저요.”
“…네?”
“저를 룸메로 받아주세요.“
”…아 보다시피 제가 남자-,“
”네 XY랑 XX가 함께 사는 건 어렵겠죠.“
”…………“
”그치만요? 제가 추추추합으로 붙은게 이 학교였고 그 땐 이미 기숙사 신청이 끝난 게 뭐야 끝난데다가 방배정까지 끝난 상태였어요.“
주변에는 방도 없었고 멀리 떨어진 아파트 단지 방은 너무 비싸고, 룸메를 구한다는 글은 죄다 남자였죠…
”…………“
”그런데요 선배님,“
”제가 선배인가ㅇ,“
”제가 어제도 룸메를 구한다길래 여자란 이유로 까였습니다…“
”…저도 같은 이유로,“
”제발요!!!!“
”…목소리 참 크시네.“
”삼개월, 아니 삼개월이 싫으시다면 한 달! 한 달 안에 집 찾아서 나가겠습니다!!!“
”…………“
정한의 손을 꼬옥 잡고선 소리치는 여주. 그리고 그런 여주를 보며 고개를 저어보이는 시은. 짧은 정적 뒤로 누군가의 외침이 공대 복도를 채웠다.
“야 전원우-.”
“밖에서 이름 좀 작작 불러.”
“너도 그럼 내 이름 불러. 쑨영-! 이렇게.”
“…지랄.”
“…예? 저 진짜 이제 못구하면 안돼요!!!!!”
“…………”
“…………”
익숙한 외침의 안돼요를 들은 원우의 시선이 여주를 향했고, 정한은 그런 여주를 보다 인기척에 원우를 잠시 바라봤다. 원우가 여주를 보다 정한에게로 시선을 옮기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적잖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
오랜만입니다! 세렌디웰 잠시 쉴 겸(여태 쉬어놓고) 새로운 걸 들고왔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계실지는 모르겠네요…하핳 아무도 안 계시다면… 조용히 다시 사라지겠슴미다핳ㅎ핳ㅎㅎ
전 왜이렇게 남주 둘이면 원우랑 정한이를 쓰고싶은지 모르겟서영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