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
“…괜찮아?”
“아니.”
시발 아니.
자신을 내려다보던 원우를 쏘아보던 여주가 먼저 휙 동아리방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학교 카페에서 시은과 마주본 채 과제를 하는 도중, 자료를 구하는 게 어렵다던 원우의 말이 사실이라는게 여주의 얼굴에 훤히 드러났다. 반쯤 죽어버린 표정에 시은이 묻자 여주가 욕을 뱉어냈다.
“씨발. 아니 무슨 구글에도 안 나오는 자료를 구하래?”
“그 선배… 어쩌면 너를 정말 골탕먹이고싶은 거 아닐까? 너 반응 재밌어서.”
“초딩이야? 어? 초딩이냐고.”
“야 또 혹시 모른다. 너한테 관심있어서 그런 걸지도?”
“일어나.”
“나 맞기 싫어.”
“뭔 소리야? 술마시러가자고.”
나 이거 못 해 오늘.
“…………”
초저녁까지 여주가 들어오지 않았을 땐 그냥 편하단 생각 뿐이었던 정한이었다. 그런데 초저녁을 지나 밤이 되고,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이 되자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어느덧 티비를 끄고 휴대폰만 보고있는 정한. 정확히 1시가 되기 5분 전이 되어서야 도어락 소리가 집에 울려퍼졌다. 정한이 자연스레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향했다.
“…………”
“…너,”
“…흐어,”
“…술 마셨어?”
“…에.“
”만취상태로 들어오지 말라고-,“
”만취는 아인데오.“
”…혀가 갔구만 뭐가 아니야.“
”그냥, 좀, 치한간데.“
”…어, 여주,”
조금 취한 거라 주장하며 걸음걸이를 옮기던 여주가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런 여주를 받아들며 따라 앉은 정한이 인상을 찌푸렸다. 엉겁결에 정한의 무릎 위에 머리를 대고있는 여주. 여주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정한을 올려다봤다. 정한이 미간을 적잖게 구겼다.
“…왜 울,”
“사랑한다고, 해조요.”
“…뭐?”
“사랑이여.“
”…너 취했다. 들어가자.“
”아니고요-. 사랑한다고-“
그거 좀, 해달라고여-..
사랑이요 사랑-. 그거 한다고 말- 해달라거여-.
여주가 웅얼웅얼 말하며 눈을 감았다. 적잖게 고여있던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렀다. 그 모습을 보던 정한은 한숨을 내쉬며 감정이 없는 단어를 뱉어냈다. 여주의 눈가에 눈물을 닦아준 건 덤이었다.
”사랑해.“
”…그치,“
”…………“
”그래야지.“
”…일어나 그니까.“
”…………“
”울긴 왜 우는데?“
”…자료.“
일어나라는 정한의 말에 비틀거리며 일어난 여주. 그런 여주를 부축하며 정한이 묻자 여주가 헤실 웃어보이던 표정을 지우곤 말했다. 정한이 되물었다.
”…자료?“
”저너누 그새끼여. 걔 좀 이상해.“
”…………“
”안나아여 자료가아.“
구글에 쳐도 안나아 내가 그거를 어떠케 차자여 안그럼미까 선밴님-?
풀썩. 여주가 물어보며 침대에 누워버리고, 금새 잠이든 듯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런 여주를 내려보던 정한은 침대 위에 팽개쳐져있는 여주의 백팩을 열더니 딱 하나 있던 공책을 꺼내곤 방을 나왔다.
“…………”
탁-.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여주의 노트를 펼치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타닥거리는 타자소리가 꽤 오랫동안 정한의 곁을 맴돌았다.
“…………”
‘출처 - 윤정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여주가 마주한 건 선반 위에 올려져있는 자료와 정한이 직접 적은 포스트잇, 그리고 자료 위에 올려져있는 숙취해소제 한 병이었다. 여주가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금방 숙취해소제를 마셔버린 여주가 학교 갈 채비를 했다. 제 가방에 노트와 정한이 준 자료를 넣은 여주가 가방을 메곤 방을 나왔다. 고요한 집안, 여주가 정한의 방 문 앞에 살며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탓에 다시금 허리를 펴곤 입을 앙다물더니 금새 집을 나왔다.
“자료는 찾아왔어?”
“참나.”
탁-.
눈 마주치자마자 한다는 말이 자료는 찾아왔냐는 말이라니. 여주가 제 가방에서 정한이 줬던 자료를 꺼내 책상에 내려놨고, 원우는 여주의 반응이 웃긴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가 자료를 내려다보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굳혔다.
‘출처 - 윤정한’
”…아 맞다.“
”…………“
여주가 급히 정한의 포스트잇을 뜯고, 제 가방 옆구리에 곱게 접어 넣었다. 원우가 한껏 삐딱해진 어투로 여주를 향해 물었다.
”뭐야?“
”뭐가요?“
”출처가 왜 윤정한이야.“
”…………“
”출처가 왜 윤정한이냐고.“
”그야 정한 선배가 도와줬으니까 그렇죠.“
”걔가 왜 도와줬는데.“
”도와줄만 하니까 도와줬나보죠! 자료만 가져오면 됐지, 그게 중요해요?“
니 때문에 술 마셨다. 하고 말하기엔 여주의 존심이 그리 나약하진 못했다. 결국 전원우 야마 돌려놓기보단 김여주 쫀심지키기를 선택한 여주였고, 원우는 말없이 노트북을 열었다. 아웃오브안중이 되어버린 자료에 여주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자료 찾아왔잖아요. 보세요.“
”도로 가져가.“
”예?“
”그 새끼가 한 자료는 필요 없으니까 도로 가져가라고.“
”저기요.“
”내가 니랑 팀플하지 걔랑 팀플 해?“
”그래서 제가 가져왔-,“
”그 새끼 손 탄 거면 다 싫다고.“
그게 자료든 사람이든.
이새끼 이거, 나 싫단 말 돌려한 거 맞지?
“하아 여주야…”
“시발시발시바아알….”
“니 주량 넘었다고… 가자 제발. 응?”
“야. 내가 그르으으으으으케 별로냐? 응?”
하루종일 기분이 잡쳐있던 여주가 다시금 소주잔을 손에 쥐었다. 그런 여주를 뜯어말리던 시은은 한숨을 내쉬었고, 여주는 다시 제 소주잔을 가득 채웠다. 탁-. 소주병을 내려놓더니 목구녕에 술을 탁-! 털어넣었다.
“씨발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지, 돌려까는 건 또 몬데? 어? 어~?!”
“너 만취하면 안된다고 계약 조건에 있다며… 너 이미 만취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외박금지라는 계약조건은 없지. 여주가 눈을 게슴츠레 떠보이며 말했고 또 다시 제 잔을 채웠다. 그러자 시은은 포기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고 결국 깨끗했던 시은의 술잔에도 술이 가득 담겼다.
”그래. 내가 너를 그냥 동방에 버리든가 할게. 엉.“
”역시 넌 나의 최고의 친구야.“
”응.. 마셔…“
여주가 자정이 넘어서까지 술을 퍼마시고있는 시점. 정한은 티비를 보다가 술주정을 피우고 있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보곤 여주를 떠올렸다. 아 정확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는 여주를.
”…몇신데 아직까지 안와.“
그러다 시각을 확인한 정한이 표정을 굳혔다.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였다. 정한 또한 외박금지는 조항에 없던 걸 알고 있었으니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를 걸어 휴대폰을 제 귀에 가져다 댄 건,
“여보세요,”
또 어제처럼 눈물을 매단 채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달라고 하고 있을까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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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거 분량 좀 적은데 저 개인적으로 좀 맘에 드네여 ㅋㅋㅋㅋㅋㅋㅋㅋ 므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