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꿈보다 더 달콤한 휴가였고 또 누군가에겐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었던 씁쓸하기만 한 휴가였다.
"야 너 씨발 지원씨랑 같이 나오라니까 휴가 내내 어떻게 얼굴 한번을 안보여 줘. 맨날 니 새끼만 혼자 나오고, 엉?!"
"바빠서 시간이 없답니다. 저도 6일동안 한번도 못 봤습니다. 억울합니다"
"에라이.. 치사해서 안본다 새끼야 꺼져"
먼저 집결한 홍빈과 원식이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펼치고 있을 때, 내무반의 문이 덜컹이며 큰 소음을 냈다.
"단결"
원식의 거수경례에도 아무 반응 없이 열린 문을 도로 소음을 내며 세게 닫은 학연이 그대로 원식을 지나쳐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학연 대신 원식의 팔을 잡고 내리며 홍빈이 미간을 찌푸렸다. 뭔데 저렇게 찬바람 쌩쌩이야. 힐링이 아니라 킬링 당하고 오셨나..
"차소령님 왜 저렇게.."
"뭐, 뭐 나 뭐"
원식이 내 귀에 소근대는걸 어떻게 또 들었는지 저렇게 삐딱하게 나오신다. 휴가 끝나서 그러시는가.. 아닌데, 훈련가는거 누구보다 좋아하시는 분이 저럴리가 없는데. 옆에 서있는 김원식을 보니 나랑 비슷한 표정인 걸 보니 얘도 모르는가보다. 아.. 저거 또 어떻게 풀어주지. 머리를 긁적이는 사이 내 옆에 있는 새끼가 수류탄 하나를 던졌다.
"왜 그렇게 저기압이십니까. 영은이 못 봤어요? 아님 영은이가 소령님 싫답니까?"
"닥쳐 이재환 진짜..."
"어? 이거봐 이거봐, 내 이름도 막 헷갈리시고 말이야. 소령님. 이재환 대위님은 이미 전역하셨고 저는 이홍ㅂ"
"..이재환 대위님 만나고 오셨습니까"
"아니니까 닥쳐 씨발. 말 걸면 죽여버릴거니까 알아서 기라고"
킬링이네. 킬링이야. 홍빈은 혀를 쯧쯧 차며 학연에게로 다가갔다.
그 날 차소령님의 빨간 눈가를 본 것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일이었다. 오지에 가서 혼자만 떨어져도 어떻게든 살아 돌아와 웃으며 승리의 브이자를 그려보였던 차학연이었는데.. 이대위님이 사람 참.. 연약하게 만들어 놓으셨네. 원식은 우두커니 학연을 바라보았고, 홍빈은 당황하는 척하며 휴지를 왕창 뽑다 학연에게 뒤지게 맞았다. 아 왜요! 짜는거 같아서 건네줬구만! 이홍빈 연병장 천바퀴 돌고 파병갈래? 그 좁은 내무반이 남자들의 군화발 소리로 가득찼다.
평소보다 더 무거운 군화발 소리였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가볍게 만들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