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은 예뻤다
아홉 번째 이야기
w. 마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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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 집에 지낸지 며칠이 지났다. 그럭저럭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 박지민과 같은 방을 쓰긴 하지만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항상 침대 밑에서 자는 박지민 때문에 딱히 부딪힐 일도 없었다. 그와 약속한 대로, 밤 12시 이후엔 박지민의 방에서 절대 나가지 않았다. 이미 방 안에 화장실도 있고 필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굳이 나갈 필요가 없었다. 낮에는 다들 학교에 간 건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다들 밤 늦게 새벽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박지민은 그 중에 가장 일찍 들어오는 편이었다. 다들 들어오는 시간이 다 달랐다. 그 김태형은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와봤자 아침에 잠깐 들려 옷을 갈아입고 나가거나 새벽 늦게 잠깐 잠을 자러 오는 것이 다였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무슨 일이 날 것같은 기분이었다. 삐빅-하는 기계음과 함께 누군가 집으로 들어왔다. 장미향이 훅 끼치는 것을 보니 아마도 박지민인 것 같았다. 평소보다 장미향이 더욱 진하게 났다.
평소와 달리 박지민이 좀처럼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바로 방으로 들어왔을 텐데 뭔가 이상했다. 평소보다 더 진한 장미향 때문인가. 문으로 다가가 문 틈 사이를 쳐다봤다. 희미하게 형체만 보일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떤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박지민의 신음소리였다. 고통을 애써 참아내는, 그런 앓는 소리.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눈 앞에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고 있는 박지민이 보였다. 박지민의 허벅지에서 피가 줄줄 새어나오고 있었다. 박지민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아, 장미향은 피비린내를 감추기 위함인가.
"언니...!"
"너... 내가 나오지 말랬... 윽"
"피... 다리에 왜 이렇게 피가 많이 나!"
"빨리 들어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구급상자... 구급상자 어딨어! 응? 언니!!"
"하... 저기 두 번째 서랍"
"잠깐 이걸로 지혈하고 있어"
허겁지겁 서랍으로 달려가 구급상자를 챙겼다. 바닥에 있는 박지민의 피를 밟아 미끄러질 뻔 했지만 겨우 중심을 잡고 박지민에게 다시 달려갔다. 구급상자를 뒤지는 내 손을 막는 박지민이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독약과 여러 약들을 꺼냈다. 급한대로 손에 집히는 소독약을 박지민의 허벅지에 부었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에 박지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입 사이로 옅은 신음이 나왔다. 피가 씻기자 박지민의 허벅지에 있던 상처가 드러났다. 나는 그녀의 치마를 들어올려 상처를 살폈다. 박지민이 급하게 다시 치마를 내렸지만 나는 보았다. 그녀의 허벅지에 박힌 총알을.
"ㄴ,내가 할게"
"....도대체 정체가 뭐야"
"...."
"하... 우선 치료부터 하자"
"오늘 본 건... 잊어"
박지민의 이마가 식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있는 힘껏 박지민을 부축해서 방으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허겁지겁 응급상자에 있는 약들을 모두 꺼내자 박지민이 내 손을 저지했다. 옷이라도 갈아입혀주기 위해 옷장에서 급하게 옷가지들을 꺼내 박지민의 앞으로 다가갔다. 피가 얼룩덜룩 묻은 치마를 벗기려고 하자 박지민이 내 팔목을 세게 잡았다. 예상 외로 세게 조여오는 힘에 나도 모르게 손을 내빼었다.
"내가 할게"
"아냐, 내가 도와줄게"
"제발"
"...."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 밖에서 조금만 있다가 들어와줘"
"그래도"
"부탁이야"
"....알겠어"
박지민에게 갈아입을 옷을 쥐여준 후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갔다. 딱 그 타이밍에 집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알싸한 담배향이 나는 게 김태형인 듯 했다. 김태형은 술은 먹은 건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거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김태형의 눈이 나와 마주치는 순간 김태형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무섭도록 차갑게. 그 큰 눈으로 나를 노려보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도 잠시 이내 얼굴을 고쳐 다시 김태형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쁜이 얼굴 오랜만에 보네. 박지민은?"
"언니 지금 방에 있어요"
"이쁜아 오빠 좀 부축해줄래? 보다시피 좀 취해서 방까지 가기가 힘드네"
"...."
"왜 그렇게 쫄아. 내가 뭐 할 줄 알고? 집에 박지민도 있다며"
찝찝했지만 그가 몸을 잘 못가누는 건 사실이었기에 그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은근히 풍기는 담배향에 눈쌀이 찌뿌려졌다. 다시 방을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자 김태형이 내 손을 낚아채고 방문을 잠가버렸다. 당황스러움에 그를 쳐다보자 그가 주머니에서 묵직한 무엇을 꺼내 내 머리에 들이밀었다. 그가 내 머리로 들이민 건 총이었다. 긴장감에 마른 침을 삼키자 그가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달칵- 김태형의 눈을 보니 정말 나를 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봤던 그 소름끼치게 차가운 얼굴을 하며 총을 내 머리로 더 세게 짓눌렀다.
"진짜 죽일 기세네요"
"못죽일 이유는 없지"
"이유는 알고 죽고 싶은 데"
"내가 말했잖아. 넌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되는 존재라고"
"내가 존재하고 싶어서 존재하나. 이 세상이 날 존재하게 한 건데 누구를 탓해. 당신이 뭔데 내 존재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야"
"네가 뭔데 그 얼굴로 나타나"
"...."
"네가 뭔데! 시발 그 얼굴, 그 목소리로 나타나냐고"
"...."
"존나 역겨운 가짜 주제에"
"...."
"김석진한테 돌아가"
"....당신이 김석진을 어떻게 알아"
"너만 죽으면 모든 게 평화로워"
그때, 누군가 문이 부서질 듯이 세게 방문을 두드렸다. 내가 문을 열려고 하자 김태형이 총구를 더 세게 들이밀었다. 박지민이 소리를 지르며 문을 두드리다가 둔탁한 걸로 문고리를 쳐대기 시작했다. 아마도 문고리를 부수려는 것 같았다. 몇 번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문고리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박지민이 우당탕 안으로 들어왔다. 김태형은 총을 언제 치웠는지 박지민이 들어왔을 땐 양 손을 위로 들고 흔들고 있었다.
"나 아무 짓도 안했다"
"근데 왜 탄소가 네 방에 있어"
"언니, 그냥 술 취해서 비틀거리길래 데려다준 거야. 걱정 안해도 돼"
"문은 왜 잠겨 있었어"
"내가 들어오다가 모르고 잠갔나봐. 걱정말고 얼른 방으로 가자. 언니 무리하면 안돼"
"박지민 들었지? 아무 일도 없었다고~"
"김태형 넌 나중에 봐"
"그러면 오늘 밤 이 오빠랑 뜨거운 대화 좀 나눠볼까?"
"미친새끼 발닦고 잠이나 자"
절뚝거리는 박지민을 부축하고 다시 박지민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주섬주섬 바닥에 이불을 깔려는 박지민을 말리고 침대 옆으로 올라오라고 침대를 팡팡 두드렸다. 계속 거부하는 박지민에게 거부하지 않으면 쇼파에서 자겠다는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 나서야 그제서 꼬물꼬물 침대로 올라오는 박지민이었다. 박지민에게 이불을 꼭꼭 덮어주고 불을 껐다. 침대 맡에 있는 스탠드를 키자 주황 빛이 은은하게 퍼졌다. 박지민의 눈동자가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언제 봐도 오묘한 눈빛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박지민의 눈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났다. 피곤했는지 눈이 스르륵 감기는 박지민의 모습이 순간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봤다. 이렇게나 예쁜데, 밖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얕게 잠이 들었다가 끙끙 앓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옆을 보니 온 몸을 바들바들 떠는 박지민이 보였다. 나는 바로 박지민의 옆으로 붙어 박지민을 세게 끌어 안았다. 이렇게 체온으로도 박지민을 어서 따뜻하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순간, 박지민의 눈이 천천히 떠지고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박지민의 몽롱한 눈에 내가 다 취하는 기분이었다. 박지민은 나를 보자마자 더욱 세게 나를 끌어안았다. 어느새 나는 박지민의 품에 안긴 꼴이 되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박지민의 품에 안겨있는데 박지민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김탄소"
"...."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
"많이 보고싶었어"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박지민이 하는 말은 나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괜시리 가슴이 쓰렸다. 갑자기 김태형이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내가 가짜라니. 나는 난데, 무엇이 내가 가짜란 말인가. 혼란스러운 새벽이었다. 김태형도, 박지민도. 나를 너무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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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던 하늘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을 때 태형은 이미 밖을 나갈 채비를 끝낸 후였다. 태형은 조심스럽게 지민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문고리를 돌리니 나란히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지민과 탄소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보여서 차마 그들을 깨울 순 없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너무 예쁜 둘의 모습이었다. 지민의 품에서 곤히 잠든 탄소의 모습을 보며 태형은 생각에 잠겼다. 태형의 눈에 물기가 차오르며 눈가가 붉어졌다. 조심스레 문을 닫은 태형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 뒤에서 정국이 의아한 표정으로 태형을 바라보며 물었다.
"거기서 뭐해?"
"넌 몰라도 되고"
"지금 나가는 거야? 요즘 왜 그렇게 바빠"
"보시다시피 이 엉아가 인기가 많네~"
"탄소에 대해 뭐 알고 있는 거 있지"
"....새끼 눈치 빠르네"
"나도 많이 의아했어. 왜 그렇게 그여자와 똑같은 건지, 정말 그여자가 다시 환생한 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깐"
"한가지 내가 너에게 말해줄 수 있는 건"
"...."
"지금 우리와 함께 있는 김탄소는 가짜라는 거야"
"....뭐? 그게 무슨 말인데"
"나중에 차차 알게 되겠지"
미간을 찌푸린 정국을 뒤로한 채 태형은 무심하게 집을 나섰다. 고급진 검은 세단에 탄 태형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분의 통화 끝에 태형은 핸드폰을 조수석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속도를 올려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났다. 도로 위를 달리던 태형의 차는 화려한 건물 밑에서 멈췄다. 태형이 내리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태형을 안 쪽으로 안내했다. 12층의 버튼을 누르자 엘레베이터는 빠르게 위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예쁘장한 여성이 태형을 데리고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태형이 간 곳엔 한 남자가 태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석진이형"
"오랜만이다. V, 아니 김태형"
"형식적인 안부는 묻지 않을게"
"너 답네"
"김탄소"
"...."
"안보고싶어?"
"...."
"조금 있으면 기일이잖아"
"....그러네"
"아, 형이 보고싶은 건 죽은 김탄소가 아니라"
"...."
"가짜 김탄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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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몽입니다 :)
오랜만이네요.
여러분 정말 많이 보고싶었어요.
앞으로 느리게 굴러가겠지만 오랫동안 함께 해요.
기다려준 우리 이쁜이들 모두 고마워요.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제 글 봐주셔서 고마워요.
이쁜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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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나너조아 나무다리 나의별 나인 너가더 노란발가락 냉채족발 냥코 뉸뉴냔냐냔
ㄷ,ㄸ
다름 다홍 댐므 덩율곰 도비 도레도레 동상이몽 됼됼 두둠칫 두유 둥둥이 둥이마망 디셈버 딩동 또또 똑띠 뜌뜝 ㄹ 라온하제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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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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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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