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20130613-01
by. 루니
석진은 호석이 출근했음에도 지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민이 직접 물어본다니 뭐 기다려야 했다.
똑.
지민이 석진이 타고 있는 차 창문을 한 번 두드렸다.
석진은 내렸다.
지민과 함께 카페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 석진을 지민이 붙잡았다.
“내가 정호석이랑 이야기하는 동안, 너 CCTV 확인해.”
“폴라로이드 말씀하시는 거죠.”
“응. 조금 뒤에 들어와.”
지민은 석진을 두고 카페로 먼저 들어갔다.
카페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손님이 있었다.
덕분에 남준과 호석이 매우 바빴다.
새로운 알바생은 많은 손님 때문인지 쩔쩔매고 있었다.
지민은 알바생이 한 명 더 있는 게, 손님이 많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 형사님?”
지민이 남준에게 형사라고 소개하기도 전에 호석이 먼저 말을 꺼냈다.
또 어쩐 일이세요? 사장님 뵈러 오셨어요?
갑자기 남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손님을 대하는 눈빛과는 다른 눈빛이었다.
석진이 지민에게 말한 눈빛이 이건가.
지민은 입꼬리를 최대한 당겨 웃으며 말했다.
“호석씨랑 이야기 좀 하려고요.”
지민은 호석을 따라 캐비닛 방으로 들어갔다.
남준의 시선이 끝까지 지민을 따라갔지만, 지민은 문을 닫아 버렸다.
“저한테 더 물어보실 거 있으세요?”
“호석씨 캐비닛 좀.”
호석은 의아해 하며 자신의 캐비닛을 열었다.
음, 별 거 없어서요.
지민이 전에 봤던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사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없었다. 지민이 봤던 것들은.
그저 호석의 옷과 핸드폰 등 지극히 개인적인 물품이 있을 뿐이다.
지민은 핸드폰을 들어서 탄소의 폴라로이드를 찍은 사진을 호석에게 보여줬다.
“이거, 탄소 물건이에요. 캐비닛에 있던. 혹시 뭐 아는 거 없어요?”
“음, 글쎄요. 전에 한 번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잘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 사장님이 이거랑 똑같은 거 카페로 배달시키셔서 제가 받은 적 있어요.”
“사장님이요?”
“네. 제가 택배 받았어요.”
“사장님이랑 커플로 한 건가.”
“음, 그럴 지도 몰라요. 왜냐면, 그거 받고 사장님 표정 엄청 변했거든요. 기쁜 표정으로.”
지민은 분명 호석의 캐비닛에서 봤다.
탄소의 사진까지.
근데 호석은 모른 체 하고 있다.
왜.
왜 모른 척 하고 있는 거지.
-
지민이 캐비닛 방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석진은 카페로 들어섰다.
손님이 꽤나 많았지만 남준은 정확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석진은 남준에게 말했다.
CCTV 확인 좀.
석진은 남준과 CCTV를 확인하러 안으로 들어갔다.
석진은 바로 지민이 카페에 처음 온 날, 퇴근 시간으로 돌렸다.
지민과 호석이 함께 나갔다.
그리고 5분 뒤, 호석은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안으로 들어간 호석은 손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다시 카페 밖으로 향했다.
그렇다.
퇴근 후, 호석은 캐비닛에 있는 걸 치운 것이다.
이건, 숨기기 위함이다.
남준은 석진의 옆에서 영상을 같이 보고 있었다.
석진이 느끼기에 남준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 그 때 호석씨가 산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헬로 키티 모양이었나요.”
석진의 질문에 남준은 얼굴에 있던 웃음기를 지우고 대답했다.
네
석진은 바로 캐비닛 방으로 향했다.
-
지민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한 번 거짓말한 호석의 말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지만,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 세 명이 모두 같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거였다.
심지어, 탄소는 태형에게 선물 받은 것인데.
지금으로써는 세 명이서 대체 무슨 관계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카페 안에서 일어난 일인데.
문이 벌컥 열리고 석진이 들어왔다.
다들 이쪽으로 와보시죠.
지민은 석진을 따라 영상을 보러 갔고, 호석 역시 저 사람이 누구지 하며 지민을 따라 갔다.
CCTV실에는 남준이 홀로 서있었다.
“저 분은 누구세요?”
형사. 재생시켜.
지민이 호석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을 해주고는 석진을 바라봤다.
석진은 지민과 호석이 나가는 부분부터 영상을 재생시켰다.
다 나가고 나서 깜깜함이 유지됐을 때, 호석이 불안함이 가득 드러나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이게 왜요?”
호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영상이 밝아졌다.
호석이 무언가를 들고 나가는 모습을 네 명이 모두 봤다.
“저게 뭐죠. 뭐 들고 나가는 거죠.”
“그 날 제가 두고 온 게 있어서요.”
“그럼, 질문을 다르게 하죠. 호석씨도 헬로 키티 폴라로이드 가지고 있죠?”
호석은 지민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었다.
지민은 석진에게 눈으로 남준을 가리켰다.
잠시.
석진은 남준을 데리고 나갔다.
지민은 핸드폰을 들어서 석진에게 문자를 남겼다.
김남준. 헬로 키티 카메라. 여기 없으면, 집.
지민이 문자를 다 보냈을 때에도 호석은 가만히 있었다.
“왜 거짓말 했어요.”
호석은 역시 답하지 못했다.
지민은 호석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문득 느꼈다.
호석의 떨리는 어깨가 아까 본 정국의 어깨와 무척 닮았다고.
“무서웠나요.”
호석은 그 말에 반응했다.
고개를 들어서 지민을 쳐다봤다.
지금 호석의 눈동자는 정국의 눈동자와 닮아있었다.
“뭐가 무서워요. 차라리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제가, 제가. 좀 집요하게 쫓아다녔어요.
사실. 썸이라고 할 것도 없었어요.
그냥. 그냥. 제가 쫓아다닌 거예요.
카메라도 누나 따라서 샀어요.
근데 사장님이 똑같은 걸 사셨더라고요.
그 날, 제가 택배 받은 그 날, 누나가 저한테 그랬어요.
안 보이냐고. 이런 사이라고. 그러니까 그만하라고.
근데, 저 이미 알고 있었어요.
누나한테 남자친구 따로 있는 거.
따라다녔으니까.
근데 제 앞에서 그러더라고요. 당당하게.
그래서 사장님한테 말했어요.
탄소 누나 남자 친구 따로 있다고.
그냥 흘려들으시더라고요. 그게 다예요.
그걸로 끝. 그냥 실패한 짝사랑.
이렇게 까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카메라 다시 가져갔어요.
뭐가 이렇게 다들 겁이 많은 건지.
지민이 어제 오늘 호석에게서 본 밝은 분위기는 사라져있었다.
여자 친구를 잃고 상심에 빠져버린 남자 친구 태형.
가끔 그러는 사이였지만, 태형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어린 양 정국
. 짝사랑을 실패한 호석.
모두 아니었다.
태형과 호석은 CCTV가 너무나도 확실하게 알리바이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정국은 문자로 기록을 남겼으니 죽일 생각으로 만난 건 아닐 것이고, 우발적으로 죽였다면, 경찰서에서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남준 하나다.
지민은 급하게 문을 열고 나갔다.
남준과 석진을 찾았지만 두 사람은 카페 안에 있지 않았다.
사장님 어디갔어요.
알바생에게 물어본 순간 석진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
석진은 남준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석진은 남준과 이야기하기 위해 캐비닛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석진은 남준을 바라봤다.
남준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남준에게서는 티나지 않는 미소가 느껴졌다.
태형도 정국도 호석도 무서워서 거짓말을 했었다.
뭐, 바로 이렇게 들통나버렸지만.
하지만 석진이 생각하기에 남준은 무서워서 거짓말할 인간은 아니었다.
석진이 입을 떼려할 때, 남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급한 일이.
핸드폰을 확인한 남준은 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석진이 남준을 따라 나갔지만, 석진이 붙잡기도 전에 남준은 차를 타고 가버렸다.
석진이 차를 타고 따라갈려 했지만, 사거리에서 이미 우회전해서 가버린 남준을 찾을 방법은 없었다.
석진은 지민에게 말하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지민 역시 석진을 찾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급한 일 있다고 나갔어요.”
“어디로”
“우회전이요.”
“서로 가서 집 주소부터 찾자.”
지민과 석진은 차에 올라탔다.
서로 가는 동안 지민은 호석의 이야기를 석진에게 전했다.
호석의 말과 태형의 말을 합쳐보면 질투가 많은 남준이 호석의 이야기를 듣고 탄소를 해하려 했다고 해도 이상한 점이 없었다.
일단, 남준을 찾아야 했다.
-
남준의 집 앞에 태형이 서 있었다.
태형은 문자를 다 써놓고 전송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했다.
윤기에게는 잠깐 바람 좀 쐬겠다고 이야기해놓은 상태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자신을 찾아다닐 것이다.
태형은 낮에 윤기의 통화를 우연히 들었다.
윤기의 입에서 김남준의 이름이 나왔다.
그렇다면, 지민이 어떠한 이유로 김남준을 주시하고 있다는 말이고 태형이 생각하기에 탄소를 해친 건 남준이었다.
탄소에게 들은 이야기도 있고.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 ‘우리 할 이야기가 많죠. 탄소에 대해서. 적어도 나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당신 집 앞이에요.’
태형은 전송 버튼을 눌렀다.
모든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아직까지도 탄소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남준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태형 역시 처음에는 탄소와 싸웠다.
하지만, 일을 할 때에도 옆에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수긍했다.
별로 수긍하고 싶지 않았지만 수긍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너 뿐이야’
탄소에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다.
탄소와 싸우고 헤어지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태형 앞에 그림자가 졌다.
문자를 보낸 지 5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태형이 고개를 들어 남준을 쳐다봤다.
태형은 무덤덤했고. 남준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아, 어쩔 수 없이 이 사람도 탄소를 사랑했구나.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남준을 따라 남준의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의 한 쪽 벽면에서는 탄소의 사진이 가득했다.
태형은 살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탄소는 그리 환하게 웃고 있지 않았다.
작은 미소가 전부일 뿐.
태형이 본 탄소는 훨씬 예쁜 모습이었다.
태형은 그 사실에 만족했다.
남준이 물 한 잔을 태형 앞에 내려놓고 앉았다.
태형은 남준을 쳐다봤다.
아무도 이야기를 먼저 입을 열지않았다.
남준은 태형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게 많아서, 태형은 어디서부터 남준에게 이야기해야할지 몰라서.
“일단, 전 탄소랑 만난 지 5년이 넘었어요. 당신이 탄소와 카페에서만 보낸 1년에 비하면, 긴 시간이죠.”
태형은 남준에게 과시하고 싶었다.
탄소가 사랑하는 건 남준이 아니었다.
탄소는 자신을 사랑했다.
그렇게 남준에게 말하고 싶었다.
태형의 말을 들은 남준의 표정이 묘하게 구겨졌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내 말만 들어요.”
당신도 알고 있겠죠.
탄소는 정국이도 가끔 만났어요.
난 이주에 한 두 번씩 서울에 없어요.
그 시간동안은 정국이랑 있죠.
그리고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탄소도 나도 알바를 시작했어요.
제가 알바하는 곳에선 여자를 안 구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탄소는 당신의 카페에서 알바를 하게 된 거죠.
알바하는 시간동안은 나랑 있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당신은 정국이처럼 내 자리를 대신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남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흐트러졌다.
카페가 아닌 곳에서의 데이트는 1년 동안 만나면서 다섯 번이 채 되지 않았다.
서운해 하지 않으려 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카페 알바가 끝난 뒤 태형과 걸어가는 뒤 모습을 봤을 때,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했다.
그러던 중 호석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남자친구가 따로 있다고.
흘려들었다.
아니, 흘려들은 척 했다.
차마, 헤어지자고 이야기할 수는 없어서.
아직 확실한 사실도 아니고.
하지만, 지금 태형의 말은.
“그래요. 탄소는 당신을 사랑한 게 아니에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태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형이 생각하기에 탄소를 해친 건 남준이 확실했다.
부디 아니었기를 바랐는데.
“당신이 정말 탄소를 사랑했으면. 당신은 자수해야 돼.”
태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준의 집을 떠났다.
예전 같았다면, 탄소를 해친 저 자식을 한 대 팼을 것이다.
하지만, 탄소와 만나면서 참을성이 많이 생긴 것인지 때리지 않고 나갈 수 있었다.
택시를 탄 태형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흐른 자국만 남아있었다.
“한강대교로 가주세요.”
-
서에서 집 주소를 찾은 석진과 지민은 바로 남준의 집으로 향했다.
쾅. 쾅. 쾅.
“김남준씨!”
지민이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남준이 집에 없다면, 다시 서로 가서 핸드폰 위치추적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집은 아닌가 봐요.“
그때, 문이 열렸다.
직접 문을 연 남준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눈물을 흘린 자국이 있는 볼은 남준이 얼마나 슬픈지 말하고 있었다.
“김남준씨?”
"..."
"김남준씨."
“탄소 제가 그랬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민의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이야기를 하는 건지.
“하.”
지민과 석진은 남준과 함께 서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루니입니다. 이번 화는 좀 많이 늦었네요. 네, 범인은 남준이입니다. 아직 끝은 아니에요. 마지막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금방 올께요.안녕하세요. 루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