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괜히 보러왔나봐."
"네? 왜요? 꽃 별로예요?""
"아니, 꽃이 문제가 아니라 여주씨가 너무 예뻐서 꽃이 눈에 안들어오잖아요."
::그대에게 물들다::
일곱번째
세상은 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던 벚꽃이 피어나자 사람들의 웃음꽃도 피어났다. 그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기분좋음은 기현과 여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 벚꽃 보러갈래요? 여주 의 물음에 기현은 흔쾌히 그러자며 승낙을 했다. 전에는 귀찮다며 가지 않았거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금세 지는 벚꽃만을 보았는데 그와 같이 벚꽃을 보러 간다는 생각에 신이 난 여주가 준비를 하면서 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당연했다. 기현을 만날때마다 그랬지만 공을 들여 화장을 하고 빨간 가디건과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색 치마를 입은 그녀가 나갈때까지 자신을 꼼꼼이 살펴보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아파트를 나섰을 떈, 기현이 차를 등지고 서 있었다. 여주가 인사를 하려던 찰나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기현이 하얀 셔츠에 빨간 가디건을 걸치고 검은색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여주가 벽에 몸을 숨기고 고개만 뺴꼼 내밀고는 예쁜 웃음을 지어보이며 "기현씨." 그를 불렀다.
"오늘 우리 완전 커플이에요."
"우리 원래 커플이었어요."
그녀의 말에 기현이 팔짱을 끼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뱉는 말에 여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돌렸다.
"그거말구...우리 옷 완전 비슷하게 입었다구요."
여주가 짠- 하고 외치며 폴짝 뛰어나왔다. 그러곤 곧 부끄러운 듯 빨개진 얼굴을 가렸다. 기현이 입꼬리로 호선을 그리며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해보이자 여주가 오도도 달려가 기현에게 안겼다. 기현이 여주 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만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내가 왜 이렇게 쳐다보겠어요."
예뻐서 쳐다보지. 여주가 입을 오물거리며 무어라 대답하지 못하자 기현이 웃어보이며 조수석 문을 열어 그녀를 태우고는 자신도 곧 돌아가 운전석에 타고 차를 출발시켰다. 근데 나 벚꽃보러 가는거 엄청 오랜만이에요. 여주 의 말에 천천히 시선을 떼 그녀를 힐끔 바라본 기현이 답한다. 나는 거의 처음인데.
"귀찮기도 했고,"
"맞아요.."
"바쁘기도 했고,"
"보러 갈 시간이 없으니깐."
"같이 갈 사람도 없었는데."
"음.....솔직히 그건 저도-"
"벚꽃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보러가야죠."
"그렇.....에?"
여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기현이 새삼스럽게 왜그러냐며 눈을 마주쳤다. 뽀뽀 먼저 한 사람이 누군데? 그정도면 말 다한거죠, 뭐. 기현이 말을 흘리자 엘리베이터에서의 일이 생각난 여주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파묻었다. "그건, 그 때 기현씨가 엄청 화가 나기도 했고...저번에 집에서 그런거 약속도 지킬겸...그런거니깐 절대 오해하지마요." 라며 여주가 웅얼거렸다. 그러자 기현이 더욱 능글스럽게 답했다.
"뭘 오해하지 마요. 집에서 나한테 뽀뽀 받고 싶어했잖아. 솔직히 말해봐요."
"아니거든요? 그거 그냥 장난쳐본거예요."
"나한테 뽀뽀 받고싶으니깐 먼저 하고."
그녀의 대답에도 기현이 놀림조로 말을 하며 쳐다보자 참지 못한 여주가 "자꾸 장난만 칠거예요?" 라며 기현의 팔을 장난스럽게 쳤다. 기현이 괜히 표정을 찡그려 아픈 흉내를 냈다. 그러곤 곧 아무 일 없단 듯이 기현이 차를 세우며 "장난만 치는게 다행인 줄 알아요. 뽀뽀하고 싶은데 사람 많아서 참는거니깐." 답하곤 여주 의 손을 잡아 나오게끔 해줬다. 나오자마자 분홍색으로 물들은 광경에 여주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달려가 벚꽃나무 앞에 섰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벚꽃잎이 흩날려 여주 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기현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걸어가 한 팔로는 허리를 감고, 들어올린 한 손으로는 벚꽃잎을 하나하나 떼주었다.
"꽃 괜히 보러왔나봐."
대뜸 내뱉는 소리에 다 떼주길 기다리던 여주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네? 왜요?"
"........."
"...꽃 별로예요?"
"아니, 꽃이 문제가 아니라 여주씨가 너무 예뻐서 꽃이 눈에 안들어오잖아요."
기현이 마지막 꽃잎을 떼주고는 담담하게 말을 내뱉자 얼굴이 붉어진 여주가 품을 쏙 빠져나왔다. 놓칠세라 바로 옆에 서 그녀와 손을 잡은 기현이 멀리 벚꽃가지를 꺾어 머리에 꽂는 여자를 보며 살짝 표정을 찌푸렸다. 벚꽃 꺾으면 안되는데 . 그러나 여주를 보자 괜히 허전한 마음에 기현이 고민을 했다. 그 때, 기현의 손을 놓고 어딘가로 뛰어간 여주가 알알이 떨어진 꽃잎들 사이 떨어져있는 벚꽃가지 두개를 들고와 하나를 기현의 머리에 꽂아주었다.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기현에 여주가 멍하니 "진짜 잘생겼다..." 말을 흘리자 기현이 웃음을 터뜨리며 나머지 하나를 뺏어들어 그녀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준 후, 꽃을 꽂아주었다.
"솔직히 따서 머리에 꽂는게 훨씬 더 예쁜데."
"그냥 따지그랬어요."
기현이 은근슬쩍 대답을 들으려 무심코 말을 건네자 여주가 나무를 콕콕 가리켰다.
"근데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뭐가 무서워요."
"어릴때 꺾었다가 꿈에서 나무들이 막 쫒아왔단 말이에요."
어린아이같이 입을 오물거리며 하는 소리에 기현이 푸흡- 웃음을 터뜨리고는 여주 의 양볼을 잡아 늘렸다. 완전 애기네, 애기야. 애정이 담겨있는 놀림조에 그녀가 하지말라며 발음을 가득 흘리고는 눈을 흘겼다. 그 모습에 한참을 더 놀리던 기현이 다시 손을 잡았다. 꼭 붙어서 가는 그 모습이 벚꽃길과 어우러져 분홍빛을 가득 나타내고 있었다.
-
같이 밥을 먹고 계산을 하기 전, 기현이 화장실을 간 틈을 타 유리로 벚꽃과 커플들을 쳐다보던 여주가 고개를 돌리다 놓여있는 기현의 핸드폰을 집었다. 잠금이 되어있지않았다. 여주는 혹시라도 기현이 올까싶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카메라앱을 켜 4컷짜리 사진을 빠르게 찍었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술을 삐죽 내민 여주가 이리저리 표정을 바꾸고, 손짓을 바꿔가며 찍고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배경화면으로 해놓았다. 언제쯤 올려나. 원래 있던 그모양 그대로 테이블에 올려놓은 여주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기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기현이 물기가 가득한 손을 털어내며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여주는 괜히 딴청을 피웠다. 빨리 핸드폰을 확인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 속마음을 알아주지않고 핸드폰을 집어 주머니에 집어넣은 기현이 이제 일어나자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당황한 그녀가 기현의 손을 잡고 엉거주춤 일어나 그를 따라 계산대에 섰다. 기현이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려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곧 가까이서 들리는 티격대는 소리에 여주 와 기현을 포함한 여럿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너 진짜 치마 너무 짧은거아니야?"
"내 치마가 어때서."
"다른 남자들이 다 너만 쳐다보잖아."
"아, 오빠 진짜."
"다음부터는 치마 입고 다니지마."
남자는 한껏 소리를 높이며 주변을 힐끔- 쳐다보고는 걱정이랍시고 삿대질까지 해가며 핀잔을 주고있었고, 여자는 기분 좋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 모습에 기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지만 여주 만큼은 부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을 알아챈 기현이 계산을 끝내고 식당을 나와 걸음을 멈췄다. 여주씨는 저렇게 걱정해주는거 좋아하나봐요? 기현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당황한 여주가 빨개진 얼굴을 절레절레 돌렸다.
저런거 하나도 안부러워요. 거짓말이 티가날까싶어 다른 곳을 쳐다보며 중얼거리던 여주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현이 가까이 다가와 가디건을 벗어 허리에 둘러주고는 고정이되게끔 묶어주고있었다.
"나 위해서 이렇게 예쁘게 입고 온 거 아니예요?"
"........."
"근데 왜 핀잔을 줘, 칭찬을 해줘야지."
"........."
"그리고 남자들이 여주씨 쳐다보면 뭐 해."
내꺼라고 써져있는데. 기현이 매듭을 짓고는 여주 의 이마를 톡톡 가리켰다. 가득 설레는 말에 그녀가 무어라 대답하지 못하고 새침한 표정을 짓는가싶더니 곧 애교를 부리며 기현의 품에 안겼다. 기현이 여주를 꽉 안아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 완전 멍청이야, 진짜. 여주 의 자신을 자책하는 중얼거림에 기현이 그런소리 하지 말라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여주는 기분이 좋아 손을 꼼지락거리며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라는 말부터 시작해 말을 줄줄 내뱉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기현은 대답이 없었다. 그 조용함에 말을 멈춘 여주가 살짝 고개를 들어올렸다. 기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여주는 자신의 사진으로 배경화면을 해놓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여주가 품을 벗어나 급히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니깐 그게 내가 막 기현씨 폰을 일부러 뭐 할려고 그런건 아니고 그냥 사진만-"
"진짜 너무한다."
"네....?"
"혼자만 찍는게 어디있어요."
여주는 혹시나 기현이 화가 났을까 싶었으나 기현은 여주 의 폰을 빼앗아들어 카메라 앱을 키고 그녀의 몸을 돌렸다. 이런건 같이 찍어야죠. 그 소리에 긴장이 풀린 여주가 활짝 웃으며 브이 표시를 해보였다. 그 모습을 화면을 통해 쳐다보고 있던 기현이 무언가를 생각하고는 웃음을 꾹 참고 타이머표시를 눌렀다.
3, 2, 1. 찰칵- 사진이 찍히는 소리와 동시에 얼굴을 맞대고있던 여주 의 볼에 쪽- 입술이 닿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여주가 이미 저멀리 웃음을 터뜨리며 뛰어가는 기현을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다 급히 정신을 차리고는 따라 달렸다. 그러나 기현을 따라잡기는 무리였다. 결국, 그 날 이후로 기현의 배경화면은 여주 의 셀카로, 여주 의 배경화면은 기현이 뽀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되었다.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
제가 너무 오랜만에 왔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사실 제가 급하게 다른 글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 글에 정신이 팔려서 안왔네요 그동안... 이제 자주 올려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안쓰는동안 그대에게 물들다를 끝내고 새롭게 들고올 글을 생각해냈어요!! 그건 이 글 끝나면 들고오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