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드라마임?”
“뭔 드라마.”
“로맨스?”
“지랄. 둘 사이 원래 안 좋았다며.”
걍 거기에 꼽사리 잘 못 낀 거지…
동아리에서 숨이 막힐 뻔한 여주는 급히 빠져나와 시은의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공대 뒷 뜰 벤치. 시은은 여주의 이야기를 듣곤 감탄사를 내뱉었다. 여주는 그런 시은을 적잖게 째려보더니 바나나우유를 쭈욱 빨았다. 시은이 그런 여주를 보곤 다시 입을 열었다.
“전원우선배 참 이상하네.”
“그 인간 애초에 좀 꼬였어.”
“아니.”
“뭐가.”
“왜 자꾸 널 걸고 넘어져?”
“…………”
“이상하잖아. 안그래?”
“그거, 그거 때문에 그래.”
“뭐.”
“내가 윤정한 선배 집에 살아서.”
“…그게 왜?”
“저번에 그 인간이 그랬거든.”
자료든 사람이든, 윤정한 손 탄 건 다- 싫다고.
“여주야 카공 기?”
“아 고민이네. 나 아까 점심에 커피 마셨는데.”
“딴 거 시키면 되지.”
“어디가게? 벤티?”
“질려. 역근처로 갈래? 너 집 가기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공대에서 나오던 도중 시은이 여주를 향해 물었다. 고민하는 여주를 꼬신 시은은 역근처로 가자고 말했고 결국 여주가 자연스레 시은을 따랐다. 벌써 휴대폰을 꺼내들어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시은. 그 휴대폰을 흘끗 보다가 만 여주가 한 곳을 보곤 걸음을 멈췄다. 시은이 사라진 인기척에 뒤돌아 여주를 보고 말했다.
“야. 뭐해?”
“….저거 뭐냐?”
“뭐가?”
여주의 말하자 시은이 뒤돌아 여주의 시선을 따랐다. 그 끝은 다름아닌 아이들이 가득 몰려있는 게시판 앞. 시은은 궁금했는지 여주의 팔을 잡고선 게시판 앞에 섰다.
“헐 이거 그거 아냐? 수업 핑계로 데이트하는??”
“…아 그 다른 대학교에서 수강신청 불티나게 한다던?”
“그거 우리 학교에서 특강으로 한달간 한다는데? 학점 2학점 인정해준대.”
“…수강신청 날짜 오늘 저녁인데?”
“야. 나랑 하자.”
“…아 왜. 야 걍 하지 말자. 뭐하러 더 빡세게 살아.”
“이거 별로 안 빡세!”
게시판엔 다름아닌 성과 사랑을 주제로 하는 강의가 열린다는 포스터가 붙어져 있었고 강의 내용은 혈기왕성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엔 아주 탁월했다. 물론 시은도.
여주는 고개를 저으며 인파 속을 빠져나왔고, 급히 휴대폰을 꺼내들어 포스터를 찍은 시은이 그 뒤를 따랐다.
“아 왜-. 너 어차피 금공강이잖아!“
”금공강이 왜 금공강이겠니. 남은 거 공부하려고 만들어놨건만 뭘 또 저걸 듣자그래.“
”아 야. 이것도 다 추억이야.“
”추억이 될 지 악몽이 될 지는 모르는 거다?“
”야 넌 뭔 그런 말을..!“
“아니 진짜 생각을 해봐. 너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랑 짝 되면 어쩔 건데? 그래도 해야되잖아.”
“외적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얼빠인 너가? 퍽이나.”
“아 하자니까? 너 이거 하면!”
…일주일에 두 번씩! 케로로빵 사줌!
“…………”
아 씨.
여주가 시은의 바람대로 성과 사랑이 추가된 제 시간표를 보더니 휴대폰을 침대에 던졌다. 마른 세수를 한 여주는 스킨을 꺼내 얼굴에 촵촵 바르기 시작했다.
케로로빵에 빠진 건 불과 일주일 채 되지 않았다. 집 밥은 먹기 싫고 뭘 사먹기도 싫었던 여주가 편의점에서 우연히 산 케로로빵이었는데, 이게 스티커 하나 둘 노트북에 붙이기 시작하니까 좀 더 갖고싶은 욕구가 생겼다는게 여주의 변명이었다.
이러한 여주의 관심사를 단박에 간파하고 있던 시은은 제 용돈 사정을 알면서도 큰맘먹고 여주에게 말한 것이었다. 그러자 여주의 사고가 ‘2학점 채우고 맛도리 빵도 먹고, 스티커도 갖고? 오히려 좋을지도?’ 로 바뀌어버렸다.
똑똑.
“어, 네.”
철컥-. 여주의 잡생각이 많아질 때쯤 정한이 문을 열었다.
“저번에 배민에 주소 쳐달라고 했었지?”
“아 맞다.”
정한의 말에 여주가 침대에 던져뒀던 폰을 집었다. 여전히 열려있는 시간표 창에 정한이 여주를 향해 물었다.
“어, 시간표 구경해도 돼?”
“아, 네. 볼 거 없긴한데..”
“…어 이거 듣는구나. C프로그래밍. 교수님 누구야?“
”아 송진아교수님이요.“
”아 아쉽다. 나 변영진교수님이었는데. 그래도 자료 필요하면 말해.“
“아 감사합니다.”
“…목요일엔 밥 먹는 시간도 없네.”
“앟 짜다보니까…”
“…어,”
“왜요?”
“…너 이거 들어?“
성과 사랑?
“자 그러면 무작위로 선발한 조를 발표하도록 할게요. 남학생 비율이 많은 관계로 여자 하나에
남학생 둘인 조도 있을 건데,“
그 조는 여학생이 그 둘을 비교하여 발표할 겁니다.
”미친 존나 너 아님? 삼각관계?“
”나 이거 드랍할까?“
”알았어 닥칠게. 끝나고 케로로빵 사줄게.”
“그래주면 땡큐지.”
백명에 다다르는 인원수에 교양동이 아닌 경상대 소가당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었다. 공대에서 그나마 가까운 건물이라며 좋아한 둘이었고, 조 발표에 앞서 짧다란 잡담을 나눈 시은과 여주. 교수님이 조 발표를 시작하자 아이들이 제 짝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주시은, 정상훈.”
“…………”
“…………”
시은이 제 이름이 발표됨과 동시에 훈훈한 남자아이와 눈인사를 하고 조용히 여주의 손을 팍팍 쳐댔다.
“미친놈아 아퍼..”
“야 꽤괜. 훈훈해 훈훈해…!”
“그래.. 파란만장한 너의 대학생활.. 응원해.. 응..”
“자자 이제 김여주 차례. 너도 무조건 복일거야.”
“불복이면 드랍할 거야.”
”지랄. 안 할 거면서.“
한참을 더 호명하는 교수님. 역시나 여자 하나에 남자 둘인 조가 꽤 있었다. 여주는 제발 차라리 한 명이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딱히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그저 데이트를 두 번 하는 게 싫어서라고.
“김여주,윤정한,”
“에?”
“그리고 전원우.”
근데, 나 불복이어도 너무 불복인 거 아니냐. 도대체 저 둘이 왜 이 수업을 듣는 거냐.
epilogue
“너 성과 사랑 안 들을 거지?”
“…그건 또 뭐야.”
“그냥 영원히 알지마. 전원우랑 나랑 그거 할 거니까.”
순영이 과방에 앉아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정한을 향해 말했고, 정한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뭔데 그게.“
그러자 순영이 아닌 소파에 누워있던 승관이 기어내려오더니 순영의 손에 들린 귤을 뺏어가며 말했다.
”그거 있잖아. 수업시간에 데이트 해가지고 뭐가 좋았는지 싫었는지 말하고. 약간 유사 연애프로그램 같은 수업.“
”…아 그 서연대에서 유명한?“
”엉. 그거 우리학교에서 특강으로 학점 인정으로 해준대.“
”…근데 그걸 전원우가 한다그랬다고?“
”정확히는 한다고 한 건 아니고- 권순영이 전원우 학번이랑 비번 훔쳐서 나한테 줬지.“
내가 대신 해주고, 난 얘한테 이만원 받고.
승관에게 귤을 뺏긴 순영이 쩝. 하곤 귤껍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정한은 순영을 향해 말했다.
”그럼 승관이랑 듣지 뭐하러 걔랑 들어? 이만원까지 써 가면서?“
”승관이 연애중이잖냐. 친구한테 관심 좀 가져라.“
”…그랬어?“
”엉. 그랬어.“
과방에서 짧은 만담을 나눈 뒤 집으로 돌아와 여주의 시간표를 보게 된 정한. 다음 날 바로 순영을 찾은 정한은 이렇게 말했다.
”줘.“
”…뭘.“
”성과 사랑.“
”…아 뭐래. 맡겨놨냐?“
이제 좀 내 삶에 봄이 오는구나 싶은데 뭔 개소리야.
순영이 완곡하게 거절하자 정한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과방문을 닫았다. 조금의 소란스러움이 가시고, 순영은 뭐하냐는 듯 정한의 행동을 눈으로 쫓았다. 정한은 벽에 기대 반 쯤 누워있는 순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딱 세글자로.
십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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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이가 수업을 들을 수 있던 이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ㅠㅠㅠ 저 콧물감기 목감기 걸려가지고 어질어질 해롱헤롱 완전 맛탱이 갔어요 ㅠㅠㅠ 목도 나가버렸는데 삼일동안 쉬었는데도 이러네요 ㅠ 이거 어떻게 떨쳐내지요…? 팁 있나요 ㅠ ㅋㅍㅋㅋㅍ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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