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치피스님
V, Vernon, and SEVENTEEN
...부디 행복하십시오.
너의 마지막 말이었다.
조직명 : 세븐틴(SEVENTEEN)
3년 전 새롭게 등장하여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
잘 짜여진 위계와 상당한 실력의 조직원들이 세븐틴 성장에 한 몫 하고 있음.
17 : 8개월 전
간이침대에서 눈을 떴다. 언제 왔는지 그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했다. 그런 내 머리를 같이 정리해주는 그를 휙 째려보며 말했다.
"뭐야, 잠자는데 보고 있는 건 뭔 변태 같은 취미야."
"소소한 행복이 느끼고 싶다며. 눈 떴는데 내 얼굴이 보이잖아. 얼마나 좋아."
일어나자마자 터진 느끼함에 손을 말면서 그를 쳐다보니 그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지도 민망했는지 나를 따라 손을 접으며 말했다.
"밥 먹자. 배고프다."
"입맛 없는데.."
"너 그러다 죽어. 빨리 나와."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내밀었다. 바로 내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그를 따라 나도 일어나니 우리를 방해하는 수신이 들어왔다.
'전략팀 05-26-15 임무 다 짰습니다.'
그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며 다음에 먹자고 한 뒤 수신기를 켜며 말했다.
"네, 말씀해주세요."
전략팀이 짠 전략을 다 듣고 피드백을 하는 동안 그는 아무 말 없이 기다려줬다. 오늘은 기필코 밥을 먹이겠다는 그의 의지가 돋보일 정도였다. 그런 그가 나의 인생에 꽤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차지했다. 그와 함께 할 때면 다른 어떠한 것도 견줄 수 없이 행복했다. 악몽 같던 내 인생에 그가 다가옴으로 인해 자꾸 웃음이 나왔고 내가 변해가는 것 같았다. 그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빌딩 옥상에 올라왔다. 하루 온종일 전략팀 전략과 씨름하느라 진짜 피곤해 죽을 뻔했다. 조금은 추운 공기를 떨치려 몸을 움츠렸다. 벤치까지 걸어가는 내내 바닥만 보고 걷다가 긴 숨소리에 앞을 보니 짙고 뿌연 연기 사이로 에스쿱스가 난간에 기대 서 있는 게 보였다. 또 담배피고 계시네.. 그런 에스쿱스를 불렀다.
"에스쿱스!!"
"C? 아, 잠시만."
담배를 구두로 지져 끈 에스쿱스는 두 손을 이용해 필사적으로 연기를 날렸다. 어차피 겨울이라 바람도 많이 불고 옥상이라서 금방 연기가 날아갈 텐데도 상당히 필사적이었다.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현장팀의 팀장씩이나 맡고 있는 건지.. 에스쿱스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여기서 뭐해요?"
"음, 그냥. 너는?"
"저는 전략팀 애들 때문에요. 전략을 발로 짜나봐."
나의 말에 크게 웃는 에스쿱스였다. 곧 그 큰 손으로 내 머리를 헝클이며 말했다.
"노력하고 있는 걸 거야. 결과 말고 과정도 좀 봐줘."
"과정은 개뿔. 분명 놀면서 짜고 있을 걸요? 아니고서야 그딴 전략이 나올 리가 없지."
"그래도 C 덕분에 우리가 안전해. 목숨을 내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거라도 C가 통과시킨 임무니까 안심이야."
"그런 말 말아요, 에스쿱스. 자기 목숨이 가장 중요하니까 죽을 것 같으면 제일 먼저 피하고. 알았죠?"
노력해 보겠다며 웃는 에스쿱스였다. 금방이라도 꿀이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보던 에스쿱스가 갑자기 뒤를 보았다. 그런 에스쿱스를 따라 뒤를 돌아보니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춰선 우지와 호탕하게 웃어 재끼는 호시가 보였다.
"역시 쿱스 형의 감은 못 따라간단 말이지."
"어쩐 일이야?"
"원래 훈훈하면 방해하고 싶은 거잖아. 안 그래요, C?"
"나빴네요."
"역시, 쿱스 형 편이네요.."
"지훈이는 왜?"
"...호시가 가자고 해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넌 죄송할 일도 많다. 그게 죄송할 일이냐?"
"권순영 넌 좀 죄송할 필요가 있어."
그저 웃는 호시에 의해 에스쿱스도 웃음을 지었다. 언제나 에스쿱스와 우지, 호시가 모이면 자기들끼리의 분위기가 좋았다. 우지는 팀장이 아닌데도 호시에게 말을 깔 정도로 둘은 꽤나 친했다. 그거에 대해 에스쿱스도 호시도 딱히 말이 없었다. 셋 중에 한명이 빠지더라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그 이상으로 누군가가 끼게 되면 어딘지 어색해지기도 했다. 지금처럼 옥상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온다면.
"...간부만 출입할 수 있게 할까봐."
"그것도 좋지."
"준영아, 왜?"
"아.. 보스가 찾으십니다, 팀장님."
"그래? 난 가봐야겠다. 놀든가 흩어지든가 해."
"형 빼고 놀아야지."
"권순영 하여간."
호시를 흘겨본 에스쿱스가 웃으며 옥상을 나섰다. 준영은 눈치를 보더니 나에게 이리오라 손짓했다. 여전히 밥 먹자며.
10-01-15. Kipper Tie라는 지들 말로는 우리와 라이벌인 조직에게 겁을 주러 그들의 간부 중 한 명을 죽이는 임무였다. 전략팀에서 10이라고 했을 만큼 비교적 간단한 임무였고 그래서 다들 긴장이 없었다. 나든, 현장팀이든 암살팀이든.
'아아. 아? 들려??'
"네. 들립니다. 신기하네요. 위치상으로 상당히 먼데도 작동하고."
처음으로 수신기를 5km 밖에서 사용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음질에 새삼 B의 능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발명품이라 말할 것들을 뚝딱뚝딱 잘도 만들어 냈다. 수신기며 보안프로그램이며.. B가 들어온 뒤로는 한 번도 해킹당한 적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이었다. 보스는 저런 인재를 어디서 데려왔는지, 데려 오자마자 간부로 올리더라. 물론 민규의 허락이 있었다고 들었다.
'C, 섹터 체크 좀 할게요.'
"네."
'제 기준 1시 방향 섹터 3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리고 6시 방향이 섹터 4입니다."
'아, 네. 확인했습니다.'
"호시는 섹터 1 현장팀 서폿입니다. 호시 기준 12시, 정면입니다."
'네.'
한 번에 끝내기 위해 여러모로 체크할 게 좀 있었다. 섹터도 그 중 하나였다. 간부들의 수신기 체크도 빼먹지 않았다.
"수신기 체크 좀 하겠습니다. 들리시면 짧은 대답 바랍니다. 우지, 들리십니까?"
'들립니다.'
"달, 들리십니까?"
'네. 들립니다.'
수신기 체크도 다 했다. 이제 목표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만 남았다.
"에스쿱스 기준 11시 방향 빨간 빛 도는 주황색 옷 입은 여자가 목표입니다."
'응, 알았어.'
세 개의 화면들을 섹터 2에 집결시켰다. 가장 큰 5번 화면을 메인으로 전부 목표가 보이게 설정을 해놓았다. 가장 안 쓰는 1번 화면은 섹터 1에 있는 그에게 맞춰 놨다. 괜히 드는 안 좋은 생각에 모든 수신기를 내린 뒤 그의 수신기만 켜 놓으며 말했다.
"준영아, 넌 뒤로 빠져 있어."
"엥? 왜. 나 이번에 잘 해야지 보스가 간부로 올려준다 했단 말이야."
"간부 아니면 뭐 어때..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 너랑 떳떳하게 만나려면 간부 해야 돼. 빨리 시작하자. 어서 끝내게."
그 쪽에서 수신기를 꺼버렸다. 불안한데.. 이런 적 없었는데 너무 불안했다. 이미 모든 방법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해서 이프까지 다 생각해놨고 보스에게 최종 허가도 떨어진 그야말로 완벽한 전략이었다. 괜히 불안해서 모든 수신기를 켜며 말했다.
"조심합시다. 현장팀, 살인 허가합니다. 그럼 임무 시작합니다."
일사천리였다. 섹터 1에 있던 암살팀 봄버맨들이 시선을 돌리기 위해 연막탄을 던졌고 그 소란에 섹터 1로 몇 없던 Kipper Tie의 조직원들이 몰렸다. 그로 인해 섹터 2엔 Kipper Tie 간부 외엔 아무도 남지 않아 에스쿱스가 여유롭게 다가가며 칼을 꺼낼 수 있었다. 그것까지 확인하고 난 섹터 1을 보았다. 에스쿱스는 보스가 믿는 인재니까. 잘 성공할 거란 걸 안다. 문제는 섹터 1이었다. 아무리 암살팀 팀장이라는 호시가 서폿해주고 있다곤 하지만, 역시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C? C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우지의 수신에 빠르게 섹터 2를 보았다. 우리 조직원들이 Kipper Tie의 조직원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그 안엔 우지와 에스쿱스도 있었다. 아, 씨발. 섹터 2를 보고 있어야 했는데.. 임무가 이프로 넘어갔다. 호시에게 알렸다.
"호시, 지금 당장 섹터를 옮.."
섹터 1 또한 현저히 많은 적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호시가 날 불렀지만 난 처참히 맞고 있는 그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미 쓰러져 피를 토하고, 기절했는지 저항도 못하는 그를 눈으로 바라보았다.
'C?? C 섹터 옮기라고요?'
"......"
'호시야 거기 상황 봐서 그냥 옮겨.'
'응.'
"아뇨, 아니에요. 아직 살아 있잖아요..!"
'C? 제가 보기엔, 가망 없는데요.. 잔챙이들은 버리고 간부라도,'
"살아있습니다. 간부들은 다른 암살팀에게 맡기고 호시는 섹터 1, 엄호.. 서폿.."
나도 안다. 섹터 1은 전멸이었다. Kipper Tie 새끼들은 총까지 꺼내들어 확인 사살이랍시고 잔인하게 쏴댔으니 그 틈에서 살아난다는 게 더 어렵다는 거 나도 잘 안다. 근데, 어떻게 내가 그를 포기해.. 내 인생의 전부인데.. 나에게 처음으로 소소한 행복이란 걸 느끼게 해 준 사람인데..
'팀장님!!!!!!'
눈물이 가득 차 흐릿했던 시야에 재빨리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5번 화면을 보았다. 우지가 쓰러진 에스쿱스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때 암살팀 장거리가 서폿하는 듯 깨진 창문 틈으로 탄환들이 들어와 Kipper Tie에게 박혔다. 순식간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그 와중에 우지는 에스쿱스의 총을 고쳐 잡고 한 남자만을 주구장창 쏴댔다. 모든 총알을 쏴 틱틱, 소리만 내며 헛도는 총까지 떡이 되어버린 시신에게 던지더니 다시 에스쿱스에게 가 지혈을 했다.
"...에스쿱스, 에스쿱스 상태가 어떠합니까..?"
'닥쳐 씨발. 네가 그러고도 해커냐?'
"죄.. 죄송합.."
'죄송? 죄송?? 죄송이란 말로 사죄 받을 수 있는 일이야, 이게?! 넌 달이나 불러.'
"네.."
'내가 본부 가면 너 뒈지는 걸로 알아.'
그렇게 말한 우지가 수신을 껐다. 난 달을 불렀다. 한참이나 늦게 달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가, 죽었다.
'피해사항 보고 하겠습니다.'
"......응."
'섹터 1 전멸... 섹터 2 에스쿱스 중상, 우지 경상, 그 외 다른 조직원들 중상 혹은 사망. 그나마 우지는 에스쿱스가 막아줘서 경상에서 그쳤습니다.'
모든 팀들이 복귀했다. 섀도팀들까지 다 복귀했지만 차마 에스쿱스를 볼 용기가 안 나 내 사무실에서 손톱만 뜯고 있었다. 한참이나 그러고 있었을까 곧 문이 세게 열렸다. 큰 소리를 내며 열린 문 밖엔 우지가 총을 들고 서 있었다. 어디를 다친 건지도 모르게 피칠갑을 한 채였다. 잔뜩 핏기 선 눈으로 내보이는 그 살기에 온몸이 굳는 느낌까지 들었다. 조용히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우지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말했다.
"씨발, 그까짓 게 뭐가 중요하다고 간부.. 팀장님을..!"
"죄송합니다.."
우지는 말도 안 나오는 듯 계속 나를 조준한 채로 울었다. 한참을 울다 흐르는 눈물을 닦은 우지가 망설임 하나 없이 총을 쐈다. 그 큰 총성에 난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렇게라도 죄책감을 씻어낼 수만 있다면 죽음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근데, 우지는 그 정도로 호락호락 하진 않았다. 아슬하게 빗겨간 탄환이 내 무릎 옆 바닥에 박혔다.
"쉽게 안 죽여.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고통스럽게 널 죽일 거야. 찢어버릴 거라고!!!"
"네.. 그, 그렇게.. 그렇게 하세요.."
"야!!! 이지훈 이 미친 새끼야!!!!!!"
호시의 목소리였다. 호시는 금방 우지를 제압해 총을 뺏더니 그 안에 탄창을 분리해냈다. 분리된 총과 탄창을 떨어뜨리고 우지의 어깨를 양 손으로 잡은 호시가 소리쳤다.
"적당히 해. 너만 힘든 게 아니라 C도 힘들 거 아냐!!!"
"힘들어? 뭐가? 지가 잘못해서 일이 이따위로 꼬였는데 힘들어 하는 게 맞는 거냐?"
"너 진짜..!"
"아니에요, 호시. 맞는 말입니다.."
"그치만요, C..!"
"너, 당장 연구팀 병실로 가. 가서 네가 망쳐버린 조직 꼴 좀 봐."
우지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연구팀 임시 병실에 발을 들였다. 조직에 들어와서 처음 보는 온갖 장비들이 에스쿱스의 주변에 어지러이 있었다. 산소 호흡기까지 한 채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모양새였다. 너무 경악스러워서 입을 막았다. 울음이 차올랐다. 내가, 내가 그런 거야.. 내가.. 마침 주변에 있던 찬이에게 물었다.
"찬, 찬아. 에스쿱스.. 상태가 어때..? 많이, 안 좋아..?"
"안 좋아요. 음,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정면으로 총 맞은 게 3방이거든요? 그것들이 장기를 건드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세한 건 개복해봐야 알겠지만, 저도 이런 수술은 처음이라 잘못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어요."
"...확률은..? 살 확률.."
"5%? 최대 5%에요. 사는 게 기적일 것 같아요. 살아도 어디 하나 못 쓰는 건 당연하고요. 예전에 날아다니던 승철이형으론 절대 못 돌아와요. 아, 보스한테 그 수술해도 되냐고 물어봐야겠다. 일단 탄환 제거 수술해야하니까 연구팀들 침대 사무실로 옮겨줘요."
연구팀이 장비들을 챙겨 에스쿱스가 누워있는 침대를 연구팀 사무실로 옮겼다. 전부 다 나 때문이다. 난, 그도 구하지 못했고, 에스쿱스도 구하지 못했다. 이런 내가 해커를 해서 뭐하겠어.. 자책을 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우지도 그런 나를 막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 것 같다. 모든 것이 나 때문이다.. 나 때문에 에스쿱스가 저렇게 됐다. 나 때문에 그가 죽었고.. 그렇게 한참을 나 자신을 자책하다보니 멍한 느낌이 들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는데 노크소리와 함께 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C, 들어가도 돼?"
"아, 네.."
보스가 나의 아득함을 잡아준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보스는 간이침대에 걸터앉아있는 날 보더니 의자를 끌어와 내 앞에 앉았다. 아.. 무릎.. 무릎부터 꿇어야겠다. 조용히 바닥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으려 하니 보스가 그런 내 팔뚝을 잡아 말리며 다시 간이침대에 앉혔다. 왜 그게 이렇게 고맙고 죄스러운지, 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보스.."
"아니야. 너도 힘들 텐데.. 할 말 있어서 찾아왔어. 이런 말 전하게 돼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너의 사랑 때문에, 우지가 죽을 뻔했고 쿱스가 죽을 만큼 다쳤어. 뿐만 아니라 많은 조직원들도."
"......"
"난 네가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해. 그럼, 나 진짜, 널 잃을지도 몰라.."
"......"
"약속 하나만 하자. 우리 조직에 있는 한, 너는 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해."
"네. 알겠습니다."
"그래, 힘들었을 텐데, 좀 쉬어."
나의 어깨를 토닥인 보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무언가가 떠오른 듯 차게 식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까 우지랑 있었다던 소동은 들었어."
"죄송합니다.."
"난 간부들에게 기회를 3번 줘. 너네 첫 번째야."
"네."
보스가 나가고 적막만이 날 감쌌다. 자연스럽게 다시 시작된 자책은 내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계속 되었다.
*
에스쿱스는 정확히 2개월이 지나서야 임시 병실로 돌아왔다. 거의 중환자실 겸이었던 연구팀 사무실에서는 면회조차 불가했다. 연구팀 사무실은 통제구역이었으니까. 에스쿱스가 임시병실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난 곧바로 뛰어갔다. 계단을 잘못 디뎌 발목이 삐었지만 상관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와 있던 우지와 호시가 에스쿱스를 가리고 있었다. 천천히 들어가 침대를 돌아 침대의 끝에서 에스쿱스를 보았다.
"에스쿱스..."
"안녕, C."
"......"
"못 본새에 많이 수척해진 것 같은데.. 밥은? 먹었어?"
다리에 힘이 풀려 침대를 잡았다. 옆에서 호시가 그런 날 잡아주었다. 5%의 기적으로 살아난 에스쿱스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이상하리만치 회복이 빠른 것 같았다. 매일 같은 출석으로 찬이가 귀찮아 할 만큼 찾아가서 물었을 땐, 분명히 에스쿱스가 기계의 힘을 빌려 살아있다고 말했었는데.. 근데 지금은 말도 잘하고 어느정도 팔과 다리도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는, 가느다랗게 떨리는 오른쪽 손이었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아니야, C. 나 괜찮아. 차라리 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아."
"진짜.. 미안해요.."
한참 동안이나 난 사과를 했고 에스쿱스는 한참동안이나 괜찮다고 대답했다. 한번쯤은 내 탓을 할 줄 알았던 에스쿱스는 끝까지 내 책임이 아니라고 날 위로했다.
"가까이 와 봐."
가까이 오란 말에 호시의 부축을 받으며 에스쿱스의 옆으로 가니 그 큰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금 말했다.
"오빠 괜찮아. 정말이야."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니 에스쿱스는 이제 천천히 걸어 다니기 시작했고, 일주일이 더 지나니 뛰어다녔다. 팀장직은 임시 팀장이던 우지가 맡았고 에스쿱스는 신입들이랑 놀겠다며 자처해서 신입감별사로 갔다.
에스쿱스가 돌아왔다. 인간은 적응이 빠른 동물이었다. 모두가 그 사건을 잊어가고 있을 때, 우지만은 절대 잊지 않으며 Kipper Tie에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 또한 잊지 않으며 정말로 죽음을 감수하고 일하는 조직원을 살피기 위해 전보다 더 노력했다. Kipper Tie를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하도 저주를 해서 완벽하게 끝낼 생각으로 이성을 되찾았다. 그 씨조차 말리기 위해 남들 다 감정적으로 죽이려 들 때 나 혼자서만 이성적일 수 있었다. 난 그렇게 세븐틴을 위해 살았다.
***
과거편이네요! 이제 궁금증이 풀리셨나요?!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옥상씬에서요. C는 그 셋(에스쿱스, 우지, 호시)끼리 즐겁다고 하죠? 자기가 껴 있는데도 즐겁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C에게는 준영(통칭 '그'라고 불리던 사내)밖에 없었거든요. 자신과 준영 외 관심조차 없었어요.
2. 여전히 옥상씬에서 "...간부만 출입할 수 있게 할까봐."라고 호시가 말합니다.
과거에는 간부 외 병아리들도 출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0^/
3. 10-01-15 임무 중 "C? C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라고 우지가 말합니다.
그땐 우지가 C에게 존댓말을 했었네요8ㅁ8 서로 존칭이었어8ㅁ8 이 발리는 컨셉..!8ㅁ8
4. 우지랑 쿱스랑 있었던 섹터 2에서의 일을 자세하게 풀어드리고 싶었는데..!
그건 다음 편 보너스로 들고 올게요!
5. 10-01-15 임무 마지막에 '그가, 죽었다.'라고 C가 생각합니다.
여기서도 느껴지시죠? C의 세상엔 자신과 준영뿐이 없었다는 것이.
6. 임시 병실에 처음가고 쿱스 모습을 본 C가 '너무 경악스러워서 입을 막았다. 울음이 차올랐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준영이 죽고 나서 본 세계엔 쿱스만큼 좋은 사람은 없었거든요. 근데 그런 쿱스가 기계의 힘을 빌려 간신이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C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8ㅁ8
7. "너의 사랑 때문에, 우지가 죽을 뻔했고 쿱스가 죽을 만큼 다쳤어. 뿐만 아니라 많은 조직원들도."
"난 네가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해. 그럼, 나 진짜, 널 잃을지도 몰라.."
"약속 하나만 하자. 우리 조직에 있는 한, 너는 사랑을 하지 않았으면 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라고 느끼신 분은 뷔버셉 끝장나게 사랑해주시는 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화에 나왔던 말이었죠!!
오늘 과거 편으로 제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은,
C의 감정변화 및 세븐틴에 대한 애착? 그런 거였어요.
C의 입장에서는 준영과 자신뿐이던 세상에 갇혀 살고 있었죠8ㅁ8
(왜냐면 C에게 그렇게 사랑을 표현해 준 사람은 C가 기억하고 있는 내에서 준영이 처음이었어요)
근데 준영이 죽으니까 그 좁은 세상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그 세상에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아껴주고 있는 게 보이던 거죠.
심지어 보스도 자신을 아끼고 있는 것이 잘 보였죠.
이 계기로 C는 세븐틴에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되는 겁니다.
저번에 말씀드렸었죠?! 기억하고 계시라고!!
아직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 더 나올 생각입니다!
★암호닉입니다!★
★확인부탁드려요!★
★암호닉 신청을 마감합니다!★
<1차>
자몽소다, 전주댁, 뿌랑둥이, 치킨반반, 최벌넌, 수학바보, 솔찬히, 성수네꽃밭, 한화이겨라, 꼬솜,
파루루, 햄찡이, 노랑, 치피스, 블유, 수녕텅이, 남융, 순수녕, 볼살, 제주도민,
예에에, 제주시, 밍꾸, 애쁠, 버눗방울, 마르살라, 열일곱, 겸손, 연잎, 세봉윰
<2차>
투녕, 씨그램, 쑤녕둥둥, 코스모찌, 챈솔, 햄찌, 문홀리, 1103, 란파,
비행기, 논쿱스, 김민규오빠, 닭키우는순영, 홍슈아, 두유워누, 곰부승관, 바람개비
<3차>
말미잘, 공오, 마릴린, 뿌야뿌야, 망구, 닝냥, 허긩, 발꼬락, 조아, 헕,
양양, 셉요정, 너누, 미세먼지, 두루마리, 뿌야
<4차>
17뿡뿡, 뱃살공주, 쭈구미, 메뚝, 매직핸드, 고라파덕, 순별, 꽁냥꽁냥, 갈비, 초록별,
11023, 둥둥떠, 조아, 사랑둥이, 한울제, 순주, 너누리, 심장한솔대란, 쿠조, 아리아리,
문과생, 내일, 이월십일일, 채꾸, 팽이팽이, HVC, 뽀또, 복숭아, 0101, 메이,
킨, 0219, 설우, 잼재미, 뿌작, 여우별, 아이스라떼, 헬륨, 솔바람, 징차,
20718, 구구콘, 낑깡, 뚱찌, 권날, 조끄뜨레, 피자빵, 일게수니, 뚜루뚜, 규애,
자몽몽몽, 체리쀼, 뿌존뿌존, 리니, 비타민, 뽀랑, 뿌블리랑갑서예, 홀릭, 벌농, 호욱,
뚜뚜야, 문준휘, 꽃단, 뿌주얼, 마그마, 유유, 꽃보다감자, 마지, 깨방정, 사이다,
숭늉, 요를레히, 0320, 꽃지훈, 뿌잇뿌잇츄, 공룡, 수박승관, 사우똥, 1226, 피치피치,
순영아, 655, 권햄찌, 러브어필, 상상, 죠아욥, 소원, 바나나에몽, 치치, 자몽몽몽몽몽몽몽,
럽부, 지하, 0309, 돌하르방, 꽃침, 두솔, 1600, 콧구멍, 보노보노, 전늘보,
0323, 홍당무, 8월의 겨울, 찬비, 뀨뀨, 아드리나, 1122, ㅅr랑둥이,
암호닉은 중요하니까 빠졌으면 꼭꼭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