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살 아저씨랑 연애한다
w.1억
도현은 담배를 피러 잠깐 나왔고, 대화하는 라임과 준혁을 본다. 별로 좋아보이지않은 상황인 것 같아 몸을 숨기고있던 도현은
곧 준혁이 가버리자 혼자 남아서 졸고있는 라임을 보고선 다가간다.
"라임아."
"……."
"괜찮아?"
술 많이 마셨다고 화난 건가..
저렇게까지 화내고 갈 일이야? 취해서 제정신도 아닌 애한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바로 화장실로 직행이다...
우우에에에에엑 어디 너무 마셨네... 그러다..
"괜찮냐?"
"어우씨 뭐야!!"
"…뭘 그렇게 놀래?"
"오빠가 왜 여기있어?"
"…기억 안 나?"
"…아, 어제..꿈인 줄 알았는데...진짜였구나..."
잠시 샤라락-하고 어제 일들이 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잠깐 잠깐 기억은 나는데...
취해서 기억도 안 나네.. 뭐야 성찬이도 와있었구나...
"오랜만이네 하이."
하고 인사를 하는데 성찬이의 표정이 안 좋길래 잠시 멈춰섰다. 근데...
"분위기가.... 왜 그래?"
시연이도 표정이 별로 안 좋은 것이다. 뭐야.. 왜 그러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도 대답도않고 고갤 젓는 둘에 나는 우선 아저씨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될지 고민을 하고있다.
어제 취했을 때 둘이 온 것 같은데.. 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이걸 어쩌지.. 하.. 갑자기 머리 겁나 아프네..
그러다가 통화목록에 어제 아저씨에게 온 부재중 기록 하나와, 통화한 기록이 있기에 잠시 어제를 떠올렸다.
'…….'
날 찾아온 아저씨.. 좋지 않았던 표정.. 근데 이게 정확한 게 맞는 건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않았다.
한 번도 아저씨에게서 본 표정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더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애들이 왔던 건 말을 안 하는 게 나으려나.. 아니야..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겠지?
"무슨 일 있어 너?"
"어?"
"왜 그러는데?"
"…아니 그냥.."
괜히 또 이런 얘기 하기도 뭐해서 아니야- 하고 넘기면 이도현은 궁금한 듯, 걱정스러운 듯 나를 보았다.
그래도 나는 취해서 잠만 잤는데.. 아저씨가 이해해주겠지..? 아오오오 모르겠다 정말.
"김라임."
시연이의 목소리였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던 나는 엉? 하며 뒤를 돌아보았고 시연이가 성찬이를 한 번 보더니 내게 말했다.
"어제 김성찬이 취해서 너한테 키스했어."
"야 이시연 미쳤어!?! 그걸 왜!! 내가 말하지말라했잖아!"
"그리고 내가 그거 찍었어."
"……."
"찍어서 네 남자친구한테 보내줬어. dm으로."
순식간에 주변이 다 조용해졌고, 나도 포함에서 모든 게 다 멈춘 것만 같았다.
너무 어이가 없었고 당황스러웠다. 내가 김성찬이 나한테 키스를 했어? 그래.. 그리고 그 다음은? 아저씨한테 뭐?
"나도 취해서 그랬고. 네 남자친구도 그런 상황은 알아야될 거 아니야."
시연이의 말에 옆에 있던 여자애들이 급히 시연이에게 뭐라하기 시작했다.
"야 취했던 뭐던.. 그걸 네가 왜 판단하고 멋대로 라임이 남자친구한테 그걸 보내? 미쳤어???"
저 말 그대로다. 이시연은 미쳤다. 너무 기가차서 아무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어제 아저씨가 나에게 화난 듯한 눈을 하고 있었던 게 꿈이 아니었다는 걸 안 순간부터 난 손발이 다 떨려왔다.
시연이는 내 눈치를 보다가 곧 울면서 말했다.
"몰라 나도!! 취해서 기억이 잘 안 나..! 김성찬이 키스하는데 가만히 있는 김라임도 이상한 거 아니야?"
"…야 이시연 나는 어제 취해서 잠들어서 기억 안 나."
"웃기지 마. 너 정신 있었잖아."
"…뭐라고?"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근데 이시연은 날 그렇게 몰아가고 있었고, 나 조차도 내가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미쳐서 그걸 왜!!"
화가났다. 아저씨한테 멋대로 저지른 일에 대해서 너무 화가나서 욕이라도 나올 것 같았는데.
"우선 남자친구한테 먼저 가자."
"……."
"여기서 이시연한테 화내봤자 달라지는 거 없으니까. 가서 오해 풀어."
"……."
이도현이 가자며 먼저 앞장을 섰고, 나는 급히 방에서 짐을 챙겨 눈물을 꾹 참은 채로 펜션에서 나왔다.
차에 타자마자 아저씨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내 전화라면 자다가도 받던 아저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럼 난 아저씨에게 카톡을 남겨놓는다.
- 아저씨 저 지금 올라가는 중이에요. 잠깐 볼 수 있어요?
- 어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서요.
- 얘기 좀 하고싶어요.
"……."
눈물이 다 났다. 내가 연애하면서 이렇게 울어봤나? 콧물까지 흘리면서 우는데 창피한 건 신경도 안 썼다.
"어제 기억은 나냐."
"…응?"
"밤에 너 남자친구 왔었어. 너랑 얘기하다가 가버리는 것도 봤고."
"…제대로 안 나."
"……."
"아저씨 화 많이 난 것 같았어?"
"…응."
이도현은 늘 솔직했다. 씨..하고 핸드폰을 본 나는 다시금 또 눈물을 흘렸다. 내 카톡도 안 읽는다.
"미안하다.. 난 어제 너 있는 줄도 모르고 온 건데.."
"……."
"있길래.. 허락 맡은 줄 알았어."
"……."
"잘 얘기해.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잖아."
또 듣기싫게 울기 바쁜 나는 벌써부터 이별까지 생각하고있다. 이렇게까지 아저씨를 화나게 한 적도 없었고...
아저씨가 내 연락을 안 받는 것도 처음이다보니까 너무 불안했던 거다.
"…아저씨"
아직 출근을 안 했을 아저씨에 집에 찾아와 초인종을 눌러보지만 아저씨는 대답이 없었고, 문도 열어주지않았다.
연락도 닿지않은데 어디있는지 알 수도 없으니.. 혹시라도 운동을 하러 간 건 아닐까.. 찾아가야하나 생각하다가도 내가 너무 급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우선 아무 카페에 들어가 아저씨를 기다렸다.
몇시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저씨가 일 할 시간이 되어서 아저씨에게 또 카톡을 남겼다.
- 아저씨한테 갈테니까 잠깐만 얘기해요.
- 전화 안 받아도 되니까..
- 답장 안 해줘도 되니까.. 읽기라도 해주면 안 돼요?
여전히 아저씨는 대답이 없었다.
카페에서 기다리는 것도 한계이니 집에 가서 짐 다 정리하고선 손톱 물어뜯으며 아저씨의 답장만을 기다리는데.. 읽을 생각도 없어보인다.
나 어떡해? 진짜 어떻게 해야 돼? 결국엔 밤10시가 되어서 민폐인 걸 알지만 아저씨 일하는 곳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심지어 가게 앞에서 1시간 동안 쭈그리고앉아서 고민하다가 용기내서 들어간 거였는데.
"…아저씨."
"……."
아저씨가 나를 못본 척을 하는 듯 했다.
"…잠깐 얘기 좀 해요."
"왜 왔어."
"……."
"자리 못 비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사장님~~ 여기요~~~~"
"……."
오늘은 또 손님들이 많았고, 아저씨는 정말로 자리를 못 비우는 듯 했다.
나는 그럼 아저씨에게 작게 말했다.
"밖에있을테니까.. 잠깐 시간 될 때 나와주세요."
"난 할 얘기 없으니까. 그냥 집에 가."
아저씨가 나에게 큰 실망을 했다는 건 알고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화조차도 하기 싫어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
가게 앞에 손님이 다니는데 불편하지않은 곳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아저씨를 기다렸다.
짜증나게 비는 오다 말다 했고... 습하고 덥고.. 싫었다. 아저씨는 한시간이 넘도록 나오지않았고 하필 주변에서 축제가 있어서 손님들은 넘쳤다.
끊기지않는 손님에 나는 또 아저씨에게 카톡을 보내고 자리를 떴다.
- 손님이 많아보여서.. 기다리다가 가요. 내일 얘기해요. 내일은 꼭이요.
차단이라도 당했나 싶을 정도로 아저씨는 내 카톡을 아예 읽지않았다.
어제 집에와서 다음날 점심까지 일어나지도않고 계속 우는 날 본 엄마는 왜 그러냐고 하면서도 더이상 묻지 않았고, 나는 결심한 듯 일어나 또 아저씨 집으로 향했다.
"아저씨 문 열어줄 때까지 문 앞에 있을 거예요."
문을 두드리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몇 번의 벨을 눌러도, 두드려도 나오지않던 아저씨는 내 말에 문을 열어주었고.
나는 일어나 아저씨를 올려다보았다.
"아저씨.. 왜 이렇게 카톡을 안 읽어요."
"…이렇게 계속 찾아오지마."
"…잠깐이면 돼요. 아저씨 화난 거 이해해요. 정말 죄송해요.. 어제는.. 제가 취한 상태에서 남자 애들 두명이 왔고.. 이시연이 dm으로 보냈다는 사진도..
제가 취해서 자고있을 때 그런 거예요. 물론.. 저도.. 저도 취해서 신경 못 쓴 건.. 잘못이지만.."
"…난 지금 대화하기 힘들 것 같은데."
"…정말..정말... 미안해요.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근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
"한 번만요.. 믿어줘요. 난 그 애들이 오는 것도 몰랐어요. 술 다 마시고 보니까 애들이 왔고.. 아저씨 기분 나쁘고.. 화난 거 알겠는데요...나도 지금 너무 억울하고..답답하고.."
"……."
준혁은 라임이의 얘기가 듣기 싫은 듯 했다. 문을 닫고선 들어간 준혁에 라임이는 두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숨죽여 울었다.
"……."
준혁은 집에 들어와 속이 타버릴 것만 같은지 차가운 물을 들이켰다.
그리고 문 밖으로 들리는 라임이의 숨죽여 우는 소리에 한숨을 내쉰다.
애처럼 울던 라임이는 훌쩍이며 아파트에서 나와 벤치에 앉아서 계속 울었고, 곧 도현에게서 오는 전화에 전화를 받고선 한마디도 하지않는다.
"……."
- 김라임.
"……."
- 잘 풀었냐? 걱정돼서.. 내가 이렇게 막 전화해도 되는 거 아닌 건 아는데..
"……."
- 우는 거야?
"……."
- 어디야. 얘기라도 하던가.
"…아냐. 나 곧 일도 가야되고.."
- …….
"…모르겠어. 이렇게 전화 하지 마.."
- …….
"미안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건지.
아저씨한테 나도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나 후회도 되고..
모든게 다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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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짧으다!짧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