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3부
3.
집을 나서면서 준면이 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수업인가? 아마도 수업 시간인 것 같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어제, 계산도 형이 했던 것 같다. 술 마시고 싶다고 불러놓고는 있는 주사 없는 주사 다 부렸는데 계산까지 형이 했다. 아, 망할. 이 얼마나 빌어 쳐 먹을 동생이야? 아, 나 진짜 나빴다. 한 순간에 양심 없는 놈이 돼버렸다. 에잇. 순식간에 형에 대한 미안함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사과는 해야겠는데, 형은 전화를 안 받고. 아, 수업시간이라서 못 받은 게 아닌가? 나한테 화나서 안 받은 건가 설마…. 그런데 형 성격상 그렇게 모질게는 할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안다. 아씨, 근데 진짜 미안하다.
김종인네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눌러놓고는 형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남겼다. 내용은 물론 사죄와 반성이 가득담긴 반성문이었고. 형한텐 진짜, 다음에 한 번 거하게 대접해야겠다. 아무튼, 그걸 보내놓고 나서야 핸드폰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내내 쥐고 있던 걸, 입고 있던 후드 티 주머니 속으로 넣어놓고선 다시 한 번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도 감감 무소식인거다. 뭐지, 이쯤 되면 혜인누나가 문을 열어줘야 되는데…. 아무도 없나?
김종인 뭐야. 나더러 눈뜨자마자 집으로 오라더니, 없어? 나랑 장난쳐? 어이가 없어서 당장 전화를 걸어 따지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애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뭐야.”
정말 사람이 없는 건지 집 안이 조용하다. 혜인 누나나 종인이가 없는 집은 익숙하지가 않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드나들었던 곳인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낯설었다. 빈 집에 함부로 들어오고 그러면 안 되는데. 빈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다시 나갈까 하다가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애 방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잡아 내렸다.
“으휴….”
활짝 열린 문을 닫을 생각도 않은 채,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고 서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김종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나더러 눈 뜨자마자 오라더니 지는 실컷 자고 있어. 아무리 그래도 나는 손님인데 문도 안 열어주고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문을 열었을 때 침대 위에 널브러져있는 김종인을 보고나니 불편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안도의 한숨부터 나왔다. 없는 줄 알았는데 있어서 다행이라고.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얼굴인지 모르겠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 있으니 그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저거, 내가 온 줄도 모르고 퍼질러 자고 있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혼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애가 있는 침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일주일만인가. 그런 것 같다. 과제 폭탄에, 각종 모임에, 온갖 술자리까지 빠짐없이 참석하는 김종인 얼굴을 구경하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우리가 무슨 장거리 커플도 아닌데. 일주일씩이나 얼굴 못 보는 게 말이나 돼? 말이 되냐고 김종인.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사는 주제에 뭐, 일주일? 아씨. 생각하니까 또 화가 난다. 나는 화가 나는데, 너는 자고 있고. 너는 자고 있는데, 나는 그런 너를 깨우질 못하겠고. 도대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마음 같아선 날 깨우는 엄마처럼 이불을 확 뺏어서 너른 등짝이라도 찰싹찰싹 때리며 그렇게, 못살게 굴며 깨우고 싶은데. 몸은 말을 듣질 않는다.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눈을 감고 있는 그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았다. 그런데 너무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라. 눈도 예쁘게 감고, 살짝 벌어진 입술 틈 사이로 나오는 그 얕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조용하고 너무 편안한 모습으로. 아, 진짜. 한 몇 대쯤 때려주면 속이 시원할 것 같다. 그런데 그건 그냥 마음일 뿐이다. 막상, 편안한 표정을 하고서 자고 있는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더라. 밉다. 미운데. 때리지는 못하겠다.
아, 속 쓰려. 속이 쓰리다. 김종인 때문은 아닐걸? 어제 마신 술 때문인데, 그게 김종인 때문에 마신 술이니까 결국은 김종인 때문인가…. 내 속이 쓰린 건 김종인 때문?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한데, 결국 나쁜 것들은 모두 김종인 탓으로 돌리게 된다. 괜히 속이 쓰려서 손바닥으로 배를 살살 문지르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그 애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려고 침대 맡에다 턱을 괸 채 그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보니 김종인도 별 거 아니네. 씨, 너 되게 못생겼다 종인아. 죽어라. 이 악마 같으니. 내 속을 썩이고 너는 잘 될 성 싶으냐. 괜히 심술이 나서, 자고 있는 그 애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좀 전까지만 해도 못 깨우니, 마니 해놓고 이러는 나도 참…. 근데 뭐 어쩌겠어. 이미 저질러 버렸는걸.
야, 눈 떠. 눈 좀 뜨라고요. 니가 지금 이렇게 편하게 자고 있을 때가 아냐, 이 인간아.
“으으….”
미동도 없기에 또 한 번 세게 꾹꾹 눌렀다. 그에, 순한 양처럼 자던 김종인이 오만상을 다 찌푸리며 눈을 뜨지도 않은 채, 내 손을 툭 내친다. 헐. 날 내쳤어 방금? 내 손 친 거야? 저리 꺼지라고 친 거 맞지? 방금, 내 손 친 거지?
…헐.
“야.”
“…….”
“일어나지?”
“…….”
“일어나라고, 쫌.”
그래서 귓가에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그만 자고 좀 일어나라고. 그런데 그 목소리도 듣기가 싫은지, 고개를 반대편으로 홱 돌려버리며 베개로 귀를 막아버리던 김종인이 한 몇 초간 멈칫, 하더니만 다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스르륵, 눈꺼풀이 올라가고 까만 눈동자가 나를 주시한다. 깜빡깜빡. 아주 느리게 눈을 깜빡이더니, 제 얼굴 가까이에 있는 나를 이제야 확인을 했는지, 눈꼬리가 휘어지며 나를 향해 웃는다.
“…왔어?”
방금 일어나서인지, 목소리가 한껏 잠겨있다. 그래도 뭐,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네.
“야, 넌 나더러 오라 그래놓고 자고 있는 게 어딨냐?”
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 내 말에 대답은 않고서 손을 뻗어 내 팔을 잡아끈다. 뭐, 어쩌라고. 왜. 하고 물었더니 몸을 뒤로 움직여, 앞쪽의 공간을 만들어내면서 그 곳을 다른 한 손으로 팡팡 내려친다.
“…이리와.”
제 뜻대로 움직여주기가 싫어, 꼼짝 않고 있자 다시 한 번 내 팔을 잡아끈다.
“내가 무슨 개냐. 니가 말하면 다 들어야 돼?”
“개는 무슨.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아오, 씨.”
더 버틸까 하다가, 못이기는 척 나를 끄는 그 손길에 몸을 맡겼다. 아, 씻고 왔는데 또 누워버렸어. 이럴 줄 알았음 그냥 오는 거였는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문자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는지 모르겠다. 나도 참, 바보 같지…. 개니, 뭐니 하면서도 김종인 말이라면 껌뻑 죽는다. 에이씨, 뭔가 억울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느라 말을 않고 있었더니, 김종인도 말이 없다. 고개를 한번 흔들면서 잡생각을 털어내었다. 눈앞의 김종인을 바라보니 또 눈을 감고 있다. 세상에. 너, 설마. 또, 자려고?
“야.”
“…응.”
“너, 또 자?”
“아냐, 안 자….”
근데 왜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느냐 이 말이야. 마음에 안 들어서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려고 했다. 김종인이 그런 내 의도를 미리 파악이라도 한 듯이, 한쪽 팔을 들어 나를 으스러질 듯이 세게 안아온다. 아씨, 답답한데.
“아, 좋다….”
그러면서 웃는 소리를 내 귓가로 흘리는데…. 아주 그냥, 껌뻑 죽지, 껌뻑 죽어. 나 죽어요.
근데. 죽는 건 죽는 거고, 일단은 좀 일어나라. 응?
“야, 김종인.”
여전히 김종인 품에 안긴 채 그 애의 허리로 팔을 둘렀다. 그리고선, 그 허리를 마구 흔들었다. 눈 좀 뜨라고. 눈 좀. 좋아하는 건, 눈 뜨고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 그치, 응?
“야, 너 좀 일어나봐!”
“조금만….”
“조금은 무슨 조금이야. 너 지금 시간이 몇신 줄 알아?”
시간 따위 상관없다는 듯 내 말을 못들은 척 한다. 이거 봐, 이거 봐. 듣기 싫은 건 그냥 걸러서 듣지?
“야, 난 너 보러 올 거라고 씻고 왔는데…. 넌 이게 뭐야.”
“…….”
“부끄럽지도 않냐.”
허리를 마구 흔드는 내 손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을 뜬다.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는 듯 뜨고 있어도, 뜬 게 아니다. 반쯤 감긴 눈을 하고서, 눈을 부릅뜬 채 저를 보고 있는 나를 향해 또 웃는다. 왜 이렇게 웃음이 헤퍼. 너, 밖에서도 이렇게 잘 웃고 그러면 안 돼. 한때는 그래도, 차도남이었잖아. 아, 차도남이 인기 많고 그런가? 그러면 웃고 다녀도 될 것 같고 막, 그러네. 뭐래, 나 좀 이상한 것 같다. 술이 덜 깼나. 에이씨. 나 혼자 막 자책을 하고 있는 사이에 김종인이 그 낮은 목소리로 말을 툭 던진다.
“뭐가 부끄러워.”
대답 없이 그 애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 사이에.”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살짝 웃으며 눈앞에 있는 김종인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무슨 사인데.”
“…….”
“무슨 사이냐고요.”
김종인이 대답을 잠시 미루더니, 웃는 얼굴로 나를 제 쪽으로 더 끌어당기며 하는 말이,
“…사랑하는 사이.”
헐. 대박. 이게 무슨. 김종인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컴퓨터만 있었다면 자음 남발이라도 하고 싶다. 키읔키읔키읔의 향연이었을걸? 왕년의 부끄럼쟁이 김종인은 또 어딜 갔는지. 대학 가더니만 넉살만 늘었다. 좋은 거 배워오셨어요.
“술은 내가 마셨는데 니가 왜 주정이야….”
부끄러워서 괜히 그랬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예전에는 이보다 더한 간지러운 말들을 자주 주고받았던 것 같은데 요즘엔 영 닭살 돋고, 그래서. 좋긴 좋은데, 괜히 어색하고 그렇단 말이지.
“부끄러우니까 이런다, 또.”
“아니거든.”
“…아니거든.”
“따라하지마.”
“…따라하지마.”
“야.”
“…야.”
김종인은 나를 너무 잘 안다. 부끄러워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는 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 그래서 그냥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부끄러운 줄 알면, 그냥 좀 넘어가주면 안 돼? 이씨.
“왜 말을 안 해. 나 따라 해야 되는데….”
“너 때문에 말 안한 거잖아!”
“…너 때문에 말 안한 거잖아!”
“…….”
“…….”
“야, 너 자꾸 따라 해라….”
“알았어, 알았어. 안 따라할게. 그럼 되지?”
“아오. 이걸 그냥.”
“…경수야.”
“뭐! 뭔데, 뭐.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보고 싶었어….”
방심했더니, 자꾸 훅훅 치고 들어와. 못된 김종인.
보고 싶었다는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네 얼굴이 보고 싶었던 거였다. 그래도 나 혼자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서 다행스런 마음이 들었다. 근 일주일간 쌓였던 그 애에 대한 불만이 한 순간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아아, 이래서는 안 되는데…. 그래도, 다정한 말 한마디에 풀려버리는 내 마음은 나도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대답 없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종인이를 향해 웃었다.
“근데, 나 속쓰려.”
“…응?”
“라면 끓여줘.”
“알았어….”
一
냄비뚜껑을 열어젖혔더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구불구불한 면발이 새빨간 국물에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 배가 막 고픈 거라. 침을 꿀꺽 삼키며 젓가락을 들어올렸다. 아, 맛있을 것 같이 생겼어…. 혼자 감탄을 하면서 젓가락으로 면발을 건져올려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러면서, 내 앞에 앉은 종인이에게 너는 안 먹어? 라고 물었더니, 그 애는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너 많이 먹어. 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저로 국물까지 떠 옮기려는데 맘대로 잘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인상을 쓰고 있었더니, 종인이가 일어나 국자를 가져다준다. 아, 고마워. 됐어, 뭘 이런 걸 가지고.
“너.”
“응.”
“어제 어디서 뭐했어.”
“…어?”
국자로 신나게 국물을 퍼 올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종인이가 뚱한 표정을 하고 턱을 괴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러니까 꼭, 내가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
“내가 집에서 기다렸는데,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받고….”
“…….”
“어머니도 모르시던데, 너 어딨는지.”
가만 들어보니 그냥 투정부리는 거다. 어제, 내가 오랜만에 너네 집까지 가서 너를 기다렸는데 네가 오지 않아서 나는 섭섭했다. 뭐, 이런 종류의.
잠시 멈추고, 들고만 있던 국자를 냄비에 걸쳐놓으며 젓가락을 들어 라면을 먹는데 집중했다. 그런거 일일이 따지면 네가 손해겠어, 내가 손해겠어? 생각을 잘 해봐, 종인아. 근 일주일간 내 속 썩인 게 누군데 이래. 어이가 없네, 정말.
“…알면서 뭘 물어.”
우물우물 입안에 있는 면발을 넘기지도 않은 채 김종인을 스윽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종인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혼난다. 진짜.”
“아, 그냥 준면이 형이랑 그냥 간단하게 한잔 걸쳤어. 됐냐? 됐어?”
“형이랑?”
형이랑 마셨다는 말에,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이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새삼스레 뭘 또 놀라고 그래.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닌 걸가지고. 그래서 그냥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며 먹는 데에 집중을 했다. 으, 칼칼한 국물을 마시니 그래도 좀 나은 것 같다. 아깐 진짜 속 쓰려 죽는 줄 알았네.
“너 무슨 일 있어?”
“응?”
“요즘 왜 그렇게 자주 술을 마셔.”
“…일은 무슨.”
너만 아니면 난 술 마실 일이 없네요. 확 다 털어놔버릴까 하다가 그냥 말을 아꼈다. 그랬더니, 종인이도 더는 묻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다행이다. 뭐, 이제 와서 지난 일 얘기 꺼내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괜히 싸우고 싶지 않다. 김종인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고, 거기에 섭섭해 하는 나만 속 좁은 애가 되는 거니까.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게 마음 편하다. 다음에는, 안 그러길 바라면서.
“그나저나, 너 오늘은 안 바쁜가봐? 이 시간까지 자고 있고.”
“응. 이제 안 바빠.”
“…….”
“안 바쁘니까, 도경수 옆에 꼭 붙어 있어야지.”
그 말에 라면을 먹다 말고 씩 웃고 말았다. 이거 봐, 이러니까 그냥 넘어가줄 수밖에 없는 거다. 이렇게 예쁜 짓을 하니까. 내가 웃으니, 종인이도 따라 웃는다. 만날 이런 식이다. 내가 웃으면 쟤가 따라 웃고, 쟤가 웃으면 내가 따라 웃는. 바보들도 아니고, 만날 이래. 다른 연인들도 이러는 건가. 따지고 보면 진짜, 유치한데. 이게 또 그냥 좋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해.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웃다가, 갑자기 뭔가 달라진 게 느껴지는 거다. 김종인이 뭔가 달라졌는데.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모르겠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애를 천천히 살폈다.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일주일 전이랑 뭔가 다른….
“머리 잘랐네….”
“아, 응. 며칠 전에….”
“…아.”
“몰랐어?”
“그동안 못 봤잖아.”
눈썹을 덮고, 눈을 찌를 정도의 길이었던 머리가 어느새 확 짧아져있었다. 이마가 훤히 드러나 보일만큼. 나 바본가? 꽤 많이 잘랐는데, 방금까지 못 알아봤다. 며칠사이에 바뀐 머리를 내가 몰랐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했지만 그래도 티를 내지 않으려 웃었다. 잘했다고 말하니, 그 애가 씩 웃는다. 그래서 그냥 나도 마주보고 웃고 말았다.
이젠 안 바쁘다니까, 자주 보면 되는 거라고. 김종인이 그랬잖아. 앞으로는 내 옆에 꼭 붙어 있을 거라고. 그래. 그거면 됐다. …그거면 충분하다.
***
오타나 비문 발견하시면 댓글로 알려주쎄용T^T
확인하고 올리는 건데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이 꽤 있더라구요..헝...
그러고보니 3부오고나서 종인이 첫 등장이네요
헣..
요즘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구, 오늘도 예쁘게 봐주세요^0^
감사합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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