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만의 시간
2부
完.
모든 게 꿈만 같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채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어제의 그 순간이 머릿속을 장악했다. 으아, 진짜 부끄러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 부끄러워져서 이불을 뻥뻥 발로 찼다. 그러다가 허리가 아파서 관뒀지만. 아무튼. 집에 보내기 싫다는 종인이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서 한참을 손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우리 집으로 이끌었고, 내 방. 내 침대. 그러니까 바로 이 장소! 여기에서 역사는 이루어졌다 이 말이거든. 머릿속에선 녹화된 비디오처럼 생생하게 모든 장면이 기억이 난다.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달아올라있을 것만 같다.
사실은, 그 일이 있고 나면 무언가 큰 변화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달리 여느 때와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겁을 먹었나 싶기도 한 것이. 물론, 행복 뒤에 고통이 뒤따라왔지만 그래도, 이정도 쯤은 괜찮다. 다른 건 모르겠고, 어제 나를 보던 그 아이의 눈빛이 정말 좋았다고. 정수리 끝까지 내 온몸을 감싸고 있는 이불에서 종인이의 냄새가 배어있는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도경수, 빨리 안 일어나지?”
방문 틈 사이로 들려오는 엄마의 성난 목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허리를 타고 느껴지는 찌르르한 그 느낌에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근데, 조금 아프긴 아프다.
조금이 아니라, 사실 되게 많이.
고통은 어제가 끝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후폭풍이 더 거셌다. 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그 묘한 고통이라던가, 나도 모르게 어기적어기적 걷게 되는 걸음걸이라던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지만,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앉아서 김종인을 원망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그 애 생각에 웃음 지을 땐 언제고 또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감정이 오락가락 한단 말이지. 아씨, 다시 한 번 말하는 거지만,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나는 안 했어! 안 했다고!
입고 있던 후드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일어났어?]
고작 글자만 읽었을 뿐인데, 눈앞에서 속삭이는 것 같고 막, 그래. 그렇지만, 난 이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널 원망하기로 했어 종인아. 근데, 엄살 아니고 진짜 아프다. 진짜. 엉엉.
[나 아파 죽겠어. 그러니까 잘 모셔. 알겠지?]
이 정도쯤은 칭얼거려도 되는 거겠지. 내 문자를 보고 울상을 지을 그 애의 얼굴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몸은 여전히 아픈데, 괜히 즐거워서 또 웃었다. 나 진짜 바본 가봐. 흐흐.
一
“아파?”
김종인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계속 내 주위만 맴돌며 내 눈치만 살핀다. 이런 종인이는 또 오랜만이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쏠쏠하네, 그래.
전에 한번 무릎을 다쳤을 때도 업어주니 마니 유난을 떨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가벼운 타박상도 아니고 무려 저 때문에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으니 오죽할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집 앞에서부터 자꾸만 업히라고 내 팔을 잡고 은근한 압박을 주는 바람에 말리느라 식겁했다. 등굣길부터 업히는 건 예의상 좀 아니잖아?
사실, 나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려 드는 그 애가 귀여워서 웃음이 났지만, 웃다가도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조금만 덜 아팠어도 신나게 괴롭히는 건데. 아쉽다.
“경수야...”
어기적어기적 느리게 걷고 있자, 내 걸음에 맞춰 걷는 종인이가 아련하게 내 이름을 불러왔다. 왜 부르냐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그 애를 바라보았다. 지금 말을 하기도 귀찮고 그래서. 그렇다고 종인이가 귀찮은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많이 아파?”
“..보면 모르냐.”
“내가 업어준다니까..”
“됐거든. 아침부터, 무슨.”
사실, 일부러 좀 틱틱 거렸다. 미안해하는 그 표정을 보고 있으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서.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은 것까진 좋은데, 미안하다는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 저 혼자 좋자고 달려든 것도 아니고, 내가 어느 정도 일조해놓고 아프다고 책임전가를 하는 건 잘못된 일이니까.
종인이 귀에 토끼귀가 달린 것 같다. 크고 긴 귀가 내 말 한마디에 축 쳐져서 땅까지 파고 들어가는 것 같고. 김종인 얼굴에 토끼라니….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묘하게 어울린단 말이지.
“토끼.”
생각만 한다는 걸 말로 내뱉고 말았다. 정말 뜬금없는 내 말에, 울상을 짓고 있던 그 애 얼굴이 다시 똘망똘망하게 돌아왔다.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야, 대체? 뭐 이런 눈으로 나를 본다. 김종인 귀에 달려있지도 않은 토끼 귀였지만, 괜히 민망해서 그 애의 머리 위 허공을 손으로 휙휙 휘저었다. 이번엔, 종인이가 지금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런 눈으로 바뀌었다.
“몰라도 돼. 짜샤.”
“욕 하지 말라니까...”
“짜샤가 욕이야? 내가 지금 아파 죽겠는데! 그 보다 더 한 욕도 할 수 있어! 있는데 지금 참고 있는 거야. 모르겠어?”
“…….”
“알겠어, 모르겠어?”
“...알겠어.”
“그래, 너 나한테 잘 해야 돼, 알지?”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말도 잘 듣지. 아, 예뻐라. 흐뭇한 마음에 혼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내가 웃는 모습을 보고 종인이가 따라 웃자 얼른 표정을 굳히면서 너 왜 웃어. 내가 아픈데 웃어? 그게 웃을 일이야? 하고 장난을 쳤더니 급격하게 시무룩해지는 얼굴이 있다. 은근히 놀리는 맛이 있단 말이야. 흐흐.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시선이 땅으로 고정된 채 나를 졸졸 쫓아오는 김종인에게 물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러니까, 어제. 처음으로 들었는데 그 말이 너무 좋아서 밤에 잠도 못 잤다. 녹음이라도 할 걸하고 후회했지만 뭐 이제부터 매일매일 꼬박꼬박 들으면 되는 거니까.
내 말에 종인이가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 눈동자가 하늘로 향했다가, 고개도 갸웃거리고, 나를 봤다가 다시 하늘을 본다.
“미….”
아니, 미안하단 말은 진짜 듣기 싫다니까, 글쎄.
김종인의 입에서 ‘미’라는 단어가 흘러나오자마자 얼른 무서운 눈을 하고서 노려봤더니, 또 입을 꾹 다문다.
“업어줘?”
“그거 아니야.”
“그럼, 맛있는 거 사줘?”
“그것도 아니야.”
“음....집에 같이 가?”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그거 말고!”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야, 대체.”
에라이, 눈치도 지지리도 없어요.
말은 않고, 답답하다는 눈빛만 쏘아대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다가 내가 또 아픈 소리를 내며 허리를 부여잡자 얼른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뀐다.
근데, 나도 듣고 싶다고 해놓고 말로 꺼내기는 쑥스러운 거다. 이것 참 웃기는 일인데 아직은 입 밖으로 꺼내보지 않아서 분명 한국말인데 외국어를 하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고 입이 안 떨어지고 그렇단 말이지.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꺼내어 그 애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
문자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핸드폰 따위 안중에도 없는지 내 얼굴만 보고 있는 종인이가 좋았지만 일단 지금은 문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팔꿈치로 그 애의 허리께를 툭툭 쳤다. 그 애가 입모양으로 왜? 하고 묻는다. 손에 쥐고 있던 내 핸드폰을 흔들어보였다. 그걸 멍하게 지켜보다가 조금 뒤 내 뜻을 알아 차렸는지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든다. 내가 보낸 문자를 보았는지 갑자기 풉, 하고 웃는다.
“아, 귀여워.”
“누, 누가?”
“니가.”
나는 니가 더 귀여운데. 뭘.
“내일 시간 있지, 경수야.”
“응?”
“왜, 저번에 내가 말했었잖아. 너한테 꼭 보여주고 싶은 형이 있다고.”
“아, 응.”
“내일 저녁에 마치고 보러 가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종인이가 흐뭇하게 웃으며… 진짜, 아저씨도 아니고. 마치 어린 아이를 보듯이 되게 흐뭇하게 웃었어. 어쨌든 웃는 모습이 보기 좋으니까 나도 따라 웃었다. 아픈 게 대수야, 뭐. 이깟 거야 금방 나을 거니까 괜찮아.
내 손가락 근처에서 팔랑이는 그 애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러자, 그 애가 더 힘주어 내 손을 잡아온다.
“경수야.”
나는 너를 바라보고,
“사랑해.”
너는 나를 바라보고,
“나도, 사랑해.”
우리는 마주보고 웃고 있었다. 네가 내 손을 잡고, 내가 네 손을 잡고서 서로를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이 나는 너무 행복하다.
***
뜬금없는 완결이네요.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
2부의 나름대로 달달하려고 노력했던 카디와 함께 달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전하고 싶어요.
정말, 모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원래는 2부까지만 계획했었는데 연재하면서 마음이 바뀌었어요ㅎㅎㅎ허허...
곧 시작될 3부는 대학생이 된 카디로 찾아뵙겠습니다.
대학생 쯤 되면, 이제 3년차 쯤 될것 같네요. 삼각관계도 이루고, 권태기도 겪는 카디의 모습 볼 수 있으실거에요.
제가 대하드라마라 그랬잖아요..TT
2부 완결에 대해 미리 언급하지 않아서 여러분을 놀라게 해드린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TT
미안해요!
그치만, 알찬 3부로 돌아오면 용서해주실거죠?TT
최대한 빠른 시간 이내에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8^)
사랑해요 하트♥
몽글몽글 쏘쏘 낑깡 백토끼 라면 파리채 민트색 순백흑백현 찌롱 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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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쨩 얼음이 요지경 브이 뽀리 도블님께 특히 사랑한단 말 해드리고 싶어용♥
ps. 아, 혹시라도 텍파 소장하고 싶으신분 계실까봐 말씀드려요!
약간의 수정을 거친 후에 따로 글 올릴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