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w.1억
나는 망한 아이돌이다. 그리고 5개월 전에 오디션 20번 보고 웹드라마로 배우 데뷔를 했다.
ㄴ 이진 역할 배우분 이름이 뭔가요?
ㄴ 하피스 그룹 주효입니다.
ㄴ 아? 아이돌이었음!?...와 그냥 신인배우인 줄 ㅠ
ㄴ 해체했어용
ㄴ 와 이진 진짜 킹받는다 ㅋㅋㅋ 그만큼 연기를 잘한다는 것...
ㄴ여주효 연기 개잘하네...진작에 배우 데뷔했어야 됐음.. 예쁘다 배우스타일링ㅋㅋ
ㄴ 아이돌 좀 배우로 그만써라.. 연기 잘하는 애들도 많은데;; 죄 다 아이돌출신이네 ㅋㅋㅋ
웹드라마에서는 욕을 많이 먹을만한 역할을 했기에 욕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욕 반.. 칭찬 반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보기싫은 악플들이 꽤 있었다.
ㄴ 얘 그 하피스인가? 거기 멤버 아닌가? 예전에 한 번 예뻐서 눈길 갔었던 것 같은데 배우가 더 어울리네 ㅋㅋㅋㅋ
ㄴ 하피스가 뭐누.. 쿨피스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개나소나 아이돌 데뷔하다가 큰코다치고 배우 한 케이스..그래도 얼굴 매력있어서 연기 못해도 묻히누
ㄴ1년 전에 해체함.. 1년만에 망해서 해체하는 걸그룹 처음본다...
ㄴ 왜 망했지.. 노래 나름 괜찮던데..근데 연기 하나는 ㅇㅈ 킹받게 잘하네
ㄴ노래가 개별로 무대보면 답 나옴 걍 다 개존못에다가 매력도 없음. 여주효 얘도 뭐 뜯어고치고 배우 데뷔한 거겠지 ㅋㅋㅋ
악플은 익숙해지지않았다. 생각해보니 데뷔했을 때는 악플도 그리웠었다. 너무 인기가 없다보니까 모두가 우리에게 무관심이었고, 우리는 그게 제일 큰 상처였다.
너무 작은 회사에서 데뷔를 했고, 너무 자금이 부족한 나머지 해체를 해야만 했다.
나는 해체를 하고 다른 작은 회사에 들어가 홀로서기를 하자마자 큰 기회가 왔다.
웹드라마는 시간이 지날 수록 인기를 얻었다. 주인공이 차은우이다보니 인기를 얻은 게 컸다.
그러다 나에게 정말로 정말로 큰 기회가 주어졌다.
"주효야! 2시간 뒤에 오디션 있으니까 준비해. 자, 대본!"
"…네!?무슨 오디션이요?"
"김연정 작가 단편 영화.. 여자 배우 마약해서 하차했잖아. 주효 네가 나오는 웹드라마를 봤는지.. 영화 분위기랑 너무 어울린다고 오디션 한 번만 봐달래."
"정말요!?"
"말만 오디션이지! 확정이야 확정! 당장 내일 촬영 들어가야되거든. 얼른 옷 입고 대충 대본 보고있어."
매니저 언니의 목소리가 내 방 안에 울려퍼졌다.
웹드라마를 보고 나에게 매력을 느낀 작가님이 단편 영화 오디션을 한 번 봐주겠냐고 했고, 나는 오디션을 보고 한 번에 붙을 수가 있었다.
비록 다른 배우의 대체품이기는 하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난 운이 정말 좋았다. 이 영화가 인기가 많던, 아니던.. 그냥..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그것도.. 나는 두 배우와 함께 연기를 할 수가 있었다. 그 두 배우는
"이준혁.. 손석구...잠깐만 이준혁??????????????????????"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벌써 기사가 났다. 그리고 악플도 꽤 많다.
ㄴ 아이돌 좀 쓰지 마라!!!!!!!!!!!! 연기 잘하는 애들 많잖아!!!!
ㄴ 영화 진출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ㄴ 완전 별로
ㄴ 안 어울림 전에 배우랑 이미지가 너무 다른데 왜 얘로 확정임?
ㄴ 다른 배우로 알아봐라...
ㄴ웹드라마에서는 단발에다가 센 캐릭터라 그렇지 청순 이미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왜 다들 난리지
대본 외울 시간은 턱 없이 부족했다. 당장 내일 촬영에 들어가야했고, 급하게 피부 관리, 무리하게 다이어트까지 하면서 몸상태는 안 좋았지만..기분은 좋았다.
촬영장에 도착해 제일 먼저 대표님이 커피를 돌렸다. 그리고 나도 허리 숙여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난 사실...1년 전부터 이준혁의 팬이었다..... 드라마 하나씩 다 챙겨보며.. 최근에 영화까지 세 번 볼 정도로 팬인데...
티를 내면 안 되니까 최대한 침착하게 허리숙여 인사를 건넨다.
"잘 부탁드립니다...!"
눈치보지않고 선배님들에게 싹싹하게 인사를 건네면 이준혁이 내게 말을 건넸다.
"잘부탁드려요."
손석구와 대화하던 이준혁은 나를 한 번 보고선 스윗하게 웃어주는데.. 난 여기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실제로.. 처음 보는 이준혁은.. 진짜... 잘생겼다.. 다들 왜 실물 깡패라고 하는 지 알 것 같고.
"그래요. 나도 잘부탁합니다.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급하게 대본 외우느라."
너무 긴장이 됐다. 일단 이준혁도 이준혁이지만.. 요즘 꽤나 유명한 배우 두분과 함께 촬영을 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일단 너무 잘생겼고..너무...매력있고..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영화 내용은 대충 이준혁과 나는 자주 다투는 오래된 연인사이고 손석구는 나의 전애인이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나로 인해 날 잊지못한 손석구가 이준혁을 찾아가 왜 나를 지키지 못했냐 화를 내고, 이준혁은 손석구와 나를 의심하며 괴로워한다.
결국엔.. 둘은 끝까지 날 사랑하다가 끝나는 그런 내용. 나에겐 너무 과분한 영화.
내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20분 정도 나온다고 한다) 비중은 크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준혁과 포옹씬이 있다!!!!!!!!!!!!!!!!!!!!!!!!!나는 성공한 팬이야!!!!!!!!!!!!!!!!!!너무 만족해...난 행운아야...이거 꿈 아니지......어제 대본 다 훑어보고선 잠도 제대로 못 잤다...안 믿겨서..
키스신도 아닌데 왜 이렇게 유난이냐고..? 당신들도.. 나라면.. 이랬을 거잖아.. 근데 연인사이라면서 포옹씬밖에 없는 게 조금 분하긴하지만.......암튼!
손석구와 이준혁의 촬영이 끝나고 손석구는 먼저 퇴근은 했고, 이준혁은 나와 함께 바로 촬영을 이어가야했다.
촬영중 하차한 배우 덕분에 복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했다. 대기시간에 메이크업 수정과 의상을 바꿔입고 나온 이준혁이 저 멀리 보인다.
"……."
"…와."
이준혁은 너무 잘생겼다. 저렇게 걸어오는 것..마저..도.. 잘생기고 빛이 날 일인가? 나도 모르게 와-하고 탄성이 나오길래 바로 입을 틀어막고 주변 눈치를 보았다.
내가 너무 티를 냈나? 옆에 매니저언니가 '팬이라고 해~'하고 키득키득 웃었고, 나는 언니를 괜히 울상지으며 바라본다.
이준혁에게 어색하게 또 허리숙여 인사하면, 이준혁도 어색하게 웃으면서 목례를 해준다.
촬영대기 시간에 메이크업 수정하면서 대본을 들고선 처음으로 이준혁과 함께 대본을 보다가 힐끔 힐끔 이준혁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고.. 애꿎은 대본을 열심히 훑어보다가 어떻게든 말을 걸었다.
"선배님.. 여기에서요.. 감정이 어떻게 나와야 자연스러울지 잘 모르겠어서요.."
"아.. 여기서는 지민이가 마음을 숨기지않고 감정이 다 보였음 좋을 것 같은데요."
여기서 지민은 영화속 내 이름이다. 그리고 이준혁 선배님의 이름은 동혁
선배님의 말에 감독님이 와서는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하고 말을 했고, 나는 조심스레 이준혁 선배님에게 말한다.
꽤나 눈치가 보였는데 내가 눈치 보는 게 다 어색해질만큼 너무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계속 힐끔 힐끔 이준혁을 쳐다보게 되었다. 와 TV 보는 것 같아. 신기해..미쳤어.. 차은우 봤을 때보다 더 신기해...
"아아.. 이 부분에서는 동혁한테 다 티를 내도 될까요?"
"생각보다 동혁이가 눈치가 없어서 티내도 모를 것 같아요."
"…아아..!"
"막 저기 가서도 눈치없고 애인한테는 더 눈치없고 그런 스타일이라. 더 화내도 될 것 같은데."
"ㅎㅎㅎㅎ아!"
"ㅎㅎ어제.. 급하게 대본 받고 바빴죠? 쉽지않았을 텐데.."
"아, 아닙니다! 캐릭터들을 다 캐치 못해서.. 오늘 촬영 끝나고 다시 봐야될 것 같아요..!"
"그래요..? 너무 피곤하겠는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ㅎㅎ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이준혁을 또 힐끔 보았다.
진짜 잘생겼다.. 정말.. 내가 이분이랑 커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연기하다가 코피 나는 거 아닌가몰라..
대본을 맞춰보고선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나와 이준혁은 따로 다른 대화는 하지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처음 보는 거다보니까 어색한 게 컸다.
이준혁도 낯을 가리는 것 같고.. 그래도 선배니까 가끔씩 마주치면 어색하게 ^^이렇게 웃기도하는데..
촬영이 시작되었고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긴장도 덜하고 괜찮았다.
오늘은 총 5시간 정도 촬영을 했다. 크게 이동하지않아도 돼서 금방 끝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실수한 거 없이 ng도 딱 두 번 내고...
촬영은 빨리 끝냈다. 그리고 이준혁과 다른 사적인 대화는 못했다.. 심지어 오늘은 딱히 스킨쉽 하나도 없이
걸어가면서 대화하는 씬, 마주보고 앉아서 대화하는 씬, 조금은 다투는 씬 밖에 없었달까..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끼리 대화하는 걸 보면 친해보이길래 보기 좋아서 혼자 흐뭇하게 보다가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님에게 들킨 게 두 번 정도 될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내일 뵙겠습니다."
"아,네.. 고생했어요. 내일 봐요."
그렇게 매니저언니, 스타일리스트 언니와 같이 차에 타고서는.. 혼자 괜히 밖을 보고있다.
이준혁......잘생겼다......... 실물이 진짜 깡패네.....애인 있으시겠지...? 엥 아니 잠깐만... 이게 왜 궁금해?
맞다.. 난 지금 이준혁을 보고 첫눈에 반한 거나 다름없다... TV에서..유튜브에서 보던 건 그냥 연예인이니까 보는 거였고.. 지금은..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이잖아..직장 상사..느낌이자나...
괜히 집에 와서도 계속 이준혁을 떠올리고.. 인터넷에 이준혁 이름도 쳐본다... 나 사실... 이준혁 인스타도 팔로우한 사람이다...?
이준혁은 모르겠지.. 내가 팬인 거.. 그렇지..그래.. 존잘이다 정말..
"……."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연예인은 솔직히 소문은 믿으면 안 되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준혁은 찐 같았다.
보이는 그대로 차가워보여도.. 팬들은 알겠지만 정말 스윗하고 차분하고.. 점잖고... 다정한 사람같았다.
오늘은 이준혁이 맡은 역할이 경찰인지라 경찰서에서 촬영을 해야됐다. 진짜 이준혁... 저 사람은 뭘 입어도 저렇게 잘 어울리고..잘생겼구나..
리허설이 있어 마주보고 앉아서 대본을 맞춰보고선 이대로하면 될 것 같아서 잠시 쉬고있으면.. 이준혁의 스타일리스트분이 이준혁의 머리를 만져주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에게 말을 건다.
"근데 주효 씨는 요즘 인기 많던데? 그 웹드라마 봤거든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ㅠㅠㅠ..."
"차은우 씨 실제로 보면 진짜 잘생겼죠?...저 차은우 씨 진짜 팬이거든요ㅠㅠㅠㅠㅠㅠ."
"어... 네.. 진짜.. 일단 얼굴이 엄청.. 작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주효 씨랑 잘 될 것 같아서 막 설레고있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진짜. 나는 이진파였어 ㅋ. 너무 잘 어울려. 아아아 부럽다 차은우ㅠㅠ.."
"앗 ㅎㅎㅎ.. 괜찮으시면 나중에 사인 받아다 드릴까요!?"
"아! 너무 좋아요! 진짜 너무 좋죠!!! 아아아! 주효 씨가 차은우 씨랑 친하죠!? 메이킹 본 것 같아!!"
그러면서 이준혁도 나를 보았고, 자연스레 대화가 시작된다.
"웹드라마 찍었어요?"
"인기 엄청 쩔었어요."〈- 스타일리스트
"아 정말?"
"주효 씨 거기서 진짜 엄청 예뻐요 ㅋㅋㅋ 연기도 잘하고.. 연기 웹드라마가 처음이었죠? 아닌가?"〈- 스타일리스트
저 말에 나는 네!하고선 두눈을 반짝이며 대답했고, '귀여워'하고 다들 웃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 이 영화 오디션 기회 있다고해서.. 진짜 긴장 많이하고.. 아니.. 사실 지금도 엄청 긴장중이에요 ㅠㅠ...실수라도 할까봐..막.. 제가 감히 이 영화를 찍어도 될까 싶기도하고.."
"연기톤도 좋고.. 감정도 좋아서 작품 몇개 더 있을 줄 알았어요."
"아, 정말요...!? 너무 과찬입니다.. 감사합니다...ㅠㅠ.."
"아 귀여우셔ㅋㅋㅋ 오빠랑 비슷한 것 같아요. 겉보기에 되게 차가워보이는데 속은 순수한 느낌인데. 주효 씨 실례지만.. 나이가...?"〈- 스타일리스트
"앗, 저 96년생입니다..!"〈-나
"헐.. 스물여덟살이네요?ㅋㅋㅋ오빠! 오빠랑 12살 차이에요."
저 말에 모두가 또 빵터지고, 이준혁은 '내가 너무 많네..'하고 웃어보였다.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언니 덕분에 어제보다 오늘이 더 화기애애하고 대화도 많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해서.. 이준혁과 둘이서 대화를 무진장 한 건 아니고..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말 걸어주면 대답하고.. 다같이 웃고! 그런 정도!
촬영이 시작되고 나와 이준혁은 연기를 맞춘다.
"야 최동혁."
"……."
"너 그렇게 그냥 가면 나 너랑 대화 안 해. 이제."
"……."
"진짜 간다고?"
"…일 끝나면 얘기해. 여기가 어디라고.. 됐다..일단 나와."
"내가 얼마나 네가 필요했ㅇ르브..."
"……."
발음이 꼬여서 ng가 나면 모두가 또 빵터졌다. 이준혁은 웃으면서 내게 다가오며 말한다.
"왜 그래요. 물 마셔 물."
내가 ng를 내도 모두 화내지않고 화기애애한 촬영현장에 안심도 됐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동혁이 내 말을 무시하며 경찰서 밖으로 나가면, 나는 따라나가서 최동혁의 가슴팍을 세게 때려야한다.
리허설을 하는데...
"주먹으로 어느..세기로 때려야..되나요?"
내 말에 감독님이 친절하게 이준혁의 가슴팍을 때리며 시범을 보였고, 아아- 하며 난 이준혁의 가슴팍을 툭툭-하고 때려본다.
"아이고."
아이고- 하고 웃길래 너무 세게 때렸나싶어서 고갤 번쩍 들어보면 이준혁이 '안 아팠어요'하고 웃는다. 장난친 건가..깜짝이야 진짜 ㅠㅠㅠㅠ
"아, 그럼.. 이 정도 거리에서 툭-하고 때리면서 대사칠게요..!"
"……."
내가 툭-하면서 치는 시늉을 하니, 이준혁도 같이 치는 시늉을했고 내가 헛ㅋㅋ-하고 어색하게 웃으니 이준혁도 웃는다.
"갑자기 막 결투 느낌이네요!"〈- 나
"그러니까요. 동혁이가 지려나? 지민이가 너무 센캐라."〈- 이준혁
"지민이가 기가 너무 세요.... 주먹도 세려나?"
"완전 약해보이는데."
내 주먹을 가리키고선 약해보인다면서 웃는데 참 사람 설레게하는데 뭐 있다.. 저.. 사람..
촬영장소를 옮겼고, 술취한 지민이가 동혁의 집앞에 와서 술주정을 하는 씬이다.
촬영대기 시간에 대본을 들고선 혼자 중얼중얼 외우고있으면, 내 앞에 서있던 이준혁과 눈이 마주쳐서 어색하게 허헛-하고 웃어보인다.
"대본 엄청 열심히 보네..ㅎㅎ"
"넵..제가 자주 까먹어서.. 엄청 외우거든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하다보면 익숙해져요."
"아, 정말요? 저도 빨리 익숙해졌으면...ㅎㅎ..."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잘하는데?"
"ㅎㅎㅎ..아 .. 그..저... 선배님..!"
"네."
"저..그.. 말 편하게 해주셔도 됩니다! ㅎㅎㅎ.."
"아, 그럴까요?"
"넵!"
"그럴게요 ㅎㅎ."
그런다고는 했지만.. 왜 이렇게 머쓱하고 어색한지!!...
리허설이 있어서 실전처럼 쭈그리고 앉아서 대본을 들고선 대본을 읊는다.
그럼... 참 진짜 이 사람이..
"……."
내 대사치는 거 한 번 봐주겠다고 내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경청하는데...
솔직히 너무 떨려서 얼굴이 붉어지고.. 실수할까봐 긴장이 됐다.
"잘하네."
"…아, 정말요? 좀 어색하고 오글거릴까봐 걱정했는데....."
"아냐 전혀 진짜 잘하고있어."
"오호...ㅎㅎㅎ..."
"ㅎㅎ오호..?"
"근데 술마셔서 졸린 연기하다가 진짜 잠들면 어떡해요...?"
"그럼 내가 깨워줘야지."
"헿ㅎ.케....ㅎㅎ..."
"졸려?"
"…어 어떻게 아셨어요...?"
"피곤해보여. 어제 늦게잤어?"
"어... 한 4시에 잔 것 같아요. 대본 외우는데 너무 오래걸려서..! ㅎㅎ 선배님은요?"
"어제 2시쯤 잔 것 같아."
"선배님도 피곤하시겠다.. 오늘 오후에 계속 촬영 있으셨던 거 아니에요?"
"응. 근데 아직까지는 괜찮아."
동혁의 집 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이준혁과 작게 대화를 하고있다. 새벽2시이다 보니까 좀 졸리기도 했는데..
이준혁이 옆에 있는데 어떻게 졸릴 수가 있는가.. 이렇게 나한테 말까지 놓아주면서 대화하는데 너무 꿈같고..
심지어 깨워준다면서 손가락으로 콕-하고 내 어깨를 건드렸던 게 떠올라서 계속 심장이 뛰었다. 팬 죽일 일 있으신가요.
"근데 선배님.."
"응?"
"저 사실.. 선배님 팬이에요... 진짜.. 저 시티헌터 때부터 선배님을 알긴했지만..! 엄청 팬입니다.. 인스타도 팔로우 했어요 예전에 ㅎㅎㅎ.."
"아, 정말? ㅎㅎㅎ시티헌터 너무 오랜만인데?"
"고등학생 때 시티헌터 보려고 매일 tv앞에 앉아있었는데.. 깜빡하고 잠들었다가 못봐서 주먹으로 막 벽치고 울었어요.. 선배님 얼굴 못 본다는 생각에 막 슬퍼서..."
"아이구... 슬펐구나...ㅎㅎ 근데...고등학생 때였어?.. 시티헌터 나온 게?"
"엇....그럼 선배님은...."
이준혁이 날 보고 장난스레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그래도 나름 더 친해진 것 같았다.
이번에도 별탈없이 촬영을 마쳤고, 이준혁과의 두번째 촬영이 끝났다.
피곤하지만 좋았다. 처음 찍어보는 영화와.. 좋아하는 이준혁과의 연기.. 다시 태어나도 이런 행운은 안 오겠지?
오늘도 참 꿈만같은 날이었달까.
"말 편하게해도 되지?"
"엇! 당연하죠 선배님!"
"96년생?"
"넵! 그렇습니다..!"
"난 뭐 너랑 비슷해."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배님 너무 동안이십니다..."
"나 나이 말 안 했는데 뭐야 나 뒷조사해? 그리고 선배님이 뭐야 너도 편하게 해."
"네? 어떻게ㅠ...ㅠㅠ...제가..."
"편하게 불러~ 선배님이라고 하면 그거 평생 못고친다. 나는 막 깍듯이 선배님 이러는 거 내가 불편해."
"앗 그럼!!..뭐라고..."
"삼촌이라고 부를 거 아니잖아."
"에이이이..삼촌은 정말.. "
"뭐 그럼 아저씨?"
"네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농담농담."
"그럼.. 오빠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래그래 좋은 자세야."
실제로 밖에나가서 보면 13살 차이에 오빠라고 부르는 게 힘들겠지만
연예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왜냐? 현실에 40대 사람들은 손석구와 이준혁처럼 젊어보이기 힘드니까.
다들 동안이기도해서.. 아저씨보다는 오빠가 더 편할지도 모른다.
촬영을 하면서 손석구는 날 편하게 대해줬다. 너무 너무 편해서 며칠 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첫인상과 이미지가 너무 달라..신기해..
리허설하면서 손석구에게 뛰어가는 씬이 있는데.. 손석구가 갑자기 날 보더니 웃으며 말한다.
"완전 나랑 맞짱 뜰 기세로 뛰어오는데? 덤벼."
"네? 어유 아니에요!!!"
"지민이 너무 깡패야. 그렇게 뛰어와도 될 것 같은데. 너무 잘 어울려."
"아, 이렇게 뛰어갈까요 ㅋㅋㅋㅋㅋ!?"
"그건 너무 앙증맞은 소녀같지않아?"
갑자기 내가 뛰는 포즈를 따라하면서 촬영장에 있는 모두가 빵터지고말았다.
너무 고마웠다. 내가 어색해하고 눈치볼까봐 일부러 더 말을 걸어주는 느낌.. 이준혁과는 많이 달랐다.
앙증맞게 막 뛰어가면 손석구가 날 보고 빵터졌고, 중간 중간 메이킹 카메라보고 인사도하고 손석구가 나한테 장난도 친다.
"주효가 생각보다 엄청 엉뚱해요. 생긴 건 안 그런데.. 어? 이거 메이킹이면 아까 주효 뛰는 거 나오죠?"
"어 그건 안 됩니다........ 제발.. 잘라주세요.."
"안 그럴 것 같아서 생긴 거랑 하는 짓이랑 엄청 달라."
"네에?"
"살짝 준혁이랑 느낌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도해 보면."
"네!?!"
"뭘 그렇게 놀래 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저기 봐봐 여기 되게 유명해 저기서 귀신 봤다는 사람들 진짜 많아."
"…오.. 좀 분위기가 무섭기도하ㄱ.."
"왉!"
"울ㅇ너ㅐㅑ러ㅑ모ㅑㅈ모ㅑㅗㄱ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일 정도 촬영 때문에 연속으로 봤는데......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친해질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손석구는 나 놀리는데에 맛들린 게 분명하다..나만 보면 자꾸 놀리기 바쁘다..
"주효 옷에 국물 튀었다. 점심 뭐 먹었어."
"네!?!?!? 정말요!?!?!?!?"
"뻥이야."
"아 ㄱ-.."
나는 안녕하세요- 하는데
"주효 어제 촬영 끝나고 저녁 뭐 먹었어."
"아! 어제 매니저 언니랑 집에서 샐ㄹ.."
"하아아암~~(하품)"
"ㄱ- 오빠..."
"아 다 들었다~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난 안녕하세요-지만 손석구는 나 놀리기로 받아친다.
되게....진짜 생긴 건 안 그러셔서.. 엄청 묵묵할 것 같이 생기셔서.. 왜 저럴까..
아니 왜 저럴까가..아니라..왜 그러실까?..
일주일 넘게는 개인 촬영이 있어서 개인 촬영에 들어섰다가 2주가 지나고 이준혁과의 마지막 촬영이 있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응 안녕. 잠은 좀 잤어?"
"네 ㅎㅎ 선배님도 푹.. 주무셨나요!"
"ㅎㅎ응 푹 잤지.. 오늘 마지막 촬영이지?"
"네!"
"아쉽다.. 너무 시간이 빨리 지나가네."
"네 ㅠㅠ정말요...저... 선배님이랑 더 연기해보고싶고 그런데..너무 너무 너무 아쉬워요."
"나도.. 같은 마음이야ㅎㅎ 잘해보자."
이준혁은 오늘도 참 스윗하다. 못보는 2주 동안에.. 혼자 또 유튜브에 이준혁 치고 설레하고 난리를 쳤는데.
막상 이렇게 보면... 그렇게 막 유난도 못떨겠고..주접도 못떨겠고...
짧은 분량 덕분에 나는 금방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오늘 포옹씬만 제대로 찍으면 끝..
근데 여기서 문제....
"포옹신 말이야. 이거 키스신으로 해달라고 하더라고 작가님이."
감독님의 말에 난 얼어버렸다. 내가 너무 대놓고 얼어버리니까 모두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 이준혁이랑... 키스신 찍는다고...?
'키스..신이요..?'하고 여전히 벙쪄있으면 감독님이 '왜왜'하고 또 빵터진다. 이준혁을 보면, 이준혁이 날 보고 웃고있다. 아니...저도 웃고싶은데요ㅠㅠㅠㅠ
그래.. 난 배우니까.. 너무 당황하지말자...그래....라고 하기엔 옆에서 매니저언니가 대놓고 나보다 더 설레하는데.....아니 일단...집중..집중..
"꽃잎을 정수리에 이렇게 놓을까요?"
"어어. 거기에 두면 잘 보인다."
"넵."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내 정수리에 있는 꽃잎을 우연히 발견한 동혁이 떼어주면서 자연스레 키스를 하는 건데... 리허설에서는 키스를 하지않고 하는 척만 한다.
가까워진 이준혁에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눈을 굴려 다른 곳을 보면 스태프분들이 저 멀리서 대놓고 웃는 게 보였다.
드디어...시작이 되었다... 대사를 치고선 이준혁이 내게 다가와 입을 맞추는데..
분명히 체감상.......1분은 지난 것 같은데 너무 컷을 안 해주셔서
이준혁과 나는 서로 입술을 서로 머금은 채로 있는데...
드디어 컷을.. 외쳐주셨다.
나랑 이준혁 둘다 너무 당황한 게 보였다. 바로 파바박- 떨어져서 입을 틀어막고 있으면 이준혁이 날 보고 웃는다.
"40초 40초 ㅋㅋㅋㅋㅋ."〈-감독님
"감독님이 일부러 컷 안 해주셨어. 지민이 반응이 너무 웃겨."〈-스태프
감독님과 스태프의 목소리였다. 그래! 역시! 40초 동안 컷을 안 한데에는 이유가 있어ㅠㅠㅠ근데 문제는
키스신이 한 번에 끝날리가 없다.. 다른 각도에서 또 촬영 장비들 정비하고선.. 또 찍어야하는데.
이준혁과 눈이 마주쳐버렸고.. 이준혁이 내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한 30분 지난 줄 알았어."
"어 정말요.................ㅠㅠ저도 막..1시간 지난 줄 알았네요..."
그러고선 서로 마주보고 빵터진다. 그래.. 나만 길게 느껴진 게 아니었어.
메이크업 수정을 다시 하고선 촬영에 들어가려고 또 마주보고 서있는데.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나도 모르게 히헹..-하고 바보처럼 어색하게 웃어버리니, 이준혁도 빵터진다.
"…아니 너무 웃겨."
"…ㅠㅠㅠㅠㅠㅠㅠㅠ긴장..돼요ㅠㅠㅠ"
"ㅋㅋㅋ괜찮아."
"네ㅠㅠㅠㅠ."
"아까처럼 가만히 있어."
"…네!!!"
"너무 가만히 있으면 카메라에 좀 어색하게 잡히니까 중간에 내 옷깃 잡아도 되고."
"넵.....!"
"ㅋㅋㅋ."
또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촬영이 시작된다. 두 번한다고 또 조금 괜찮아져서 둘다 차분하게 키스를 한다.
아니? 사실 차분한 척..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한테 입 맞추는데 숨도 못쉬었다.. 꾹 참고서 하다보면..
컷- 하자마자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바로 고갤 돌려 감독님을 보자, 감독님이 계속 웃고계신다.
진짜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이준혁이랑 키스를 했다는 사실에 안 믿기고.. 얼굴을 못 보겠고.....
"주효 씨~ 고생했어~~김작가가 왜 그렇게 적극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아. 지민이 역할이랑 너무 어울렸고~ 너무 고맙다."
감독님이 굿- 하고 따봉을 해주시면 모두가 내게 고생했다 말해주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신인인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걸까? 너무 과분한 것 같았다.
이준혁도 고생했다며 웃어주는데 나는 무한 허리숙임이다...그리고 메이킹 카메라가 보이면 나는 또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한다.
"저...마지막 촬영 끝났습니다.."
"주효 씨가 엄청 고생했어요.. 어색하고 눈치보이고 그랬을 텐데도 집중도 잘하고, 연기도 너무 잘하고."
"아, 선배님..ㅠㅠㅠ..."
"ㅎㅎ 진짜 고생했어."
바로 촬영이 있는 이준혁에 나는 인사를 후딱 하고선 자리를 비워줘야만했다.
이제 이준혁을 따로 볼 수 없구나.. 슬퍼서 차에 타서는 사라질 때까지 이준혁을 본 것 같다....
생각보다 일찍 끝난 촬영에 집에 와서는 여태 못먹었던 빵을 먹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와 몇주동안 살빼느라 먹지도 못했네...
헤헤헤하고 변태마냥 다음 날이 되어서도 오랜만에 쉬면서 유튜브로 이준혁을 치고 이것저것 보는데..
알림 소리에 핸드폰을 보자...
나는 기절을
할 뻔했다...ㄱ-
"언니..........언니!!!!!!!!!!!!!!!!!나!!! 이준혁이!!!!!!!!!나 팔로우! 나 팔로우!! 나 맞팔!!!!!!!!!!!!!!!!!!!!!!"
아니 어제도 아니고 갑자기 다음날 뜬금없이 저녁? 밤에!! 팔로우 걸었다는 건... 내 인스타를 굳이 막 찾아서 팔로우 했다는 거잖아!뜬금!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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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요즘 진짜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될까여
원래 한편 쓰는데......예전에는 2시간이면 썼는데
요즘엔 하루가 걸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집중이 안 돼서 자꾸 다른짓해 ㄱ-....암튼! 준혁 선배! 너무 좋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