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코 앞에서 나를 보며 웃던, 경수 형의 크고 깊은 눈을 잊을 수 없다. 진정 내 몸살은 언제고 식을 줄 모르는 사랑의 열병과 겹친 것이다. 이것 역시 나만의 문제이기에 해소할 방법은 없다. 그저 속으로 형을 앓아낼 뿐. 사실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정신을 추스리지 못 할 정도로 아픈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게 몸살이구나 싶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건 물론이요 마음도 쿡쿡 쑤시는 것이, 학교는 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형을 하루라도 더 보는 게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내 컨디션이나 잘 챙길걸 어제 아침엔 왜 괜히 설쳤는지 모르겠다. 누나가 맨날 먹는 비타민 슬쩍 하는 거야 어렵지는 않았지만 학교에 일찍 가는 건 고역이었다.
물론 집에 있는다고 공부를 더 하진 않았다. 책상에 억지로 앉아있으면 상태가 더 악화될 것 같아 해가 중천에 뜨도록 누워만 있었다. 내 눈에 들어온 천장이라는 백지는 상상하기 좋은 스케치북으로 아주 유용했다. 나는 형을 상상했다. 내 어깨에 기대 곤히 잠든 형, 나에게 뽀뽀를 보채는 형. 형은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종인아, 여기에 뽀뽀해줘. 무엇이든 귀여운 형은 절로 웃음을 나게 했다. 하지만 불쑥 튀어나온 변백현은 내 기분을 다시 개떡으로 만들어놨다. 형을 상대로 하는 생각도 심심해질 무렵, 좀처럼 관심이 없던 휴대폰을 건들였다. 오세훈에게 문자가 세 통이나 와있었다.
「야김종인 학교왜안옴」「씹냐븅신아」「야야야 경수왔다갔는데 내가좀말실수를...보면답장해」
뭐야 이건? 설마 오세훈 이거 쓸데없는 얘기한 거 아니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형의 일이라면 속히 자초지종을 들을 수 밖에.
「왜 뭔데?」
문자를 보내놓곤 알람이 안 뜬 줄 알면서도 메세지함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오세훈의 답신을 기다렸다.
「학생회장이랑경수랑사귀는거비밀이었냐..?」「당연히비밀이지비밀아니게?미친아 뭐라했냐고」「아쏘리ㅋ 내가알고있단식으로말해서 낼보자」「이 ㅆ발새끼야」
그 문자 이후에도 이 병신 새끼야, 또라이 새끼야, 등등 닦달하는 문자를 보냈지만 세훈이는 묵묵부답이다. 덕분에 열이 나서 따뜻하기만 하던 이불이 덥게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짱구를 열심히 굴려보자. 어쨌거나 난 세훈이에게 말한 게 맞았고 형은 나에게 실망했을 것이다. 아, 절망적이기 그지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변명을 하는 것이다.
「경수형 세훈이가뭐라고 한지는 모르겠지만요 그거 오해에요」「문자하지마 너스팸이야」
스팸이라고? 엄마가 비싸다고 굳이 몇백 원 더 싼 넌천미트로 대체해주는 그 스팸 말고, 스팸메세지라고요? 내 마음은 쌀밥에 살포시 놓여진 스팸처럼 차곡차곡 형의 스팸메세지함에 쌓일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한 지 두 달이 돼가는 상황에서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나의 속내를 조금도 알지 못 하는 형이 오해할 만하다. 형한테 화가 나서는 안 된다. 그래도 형과 멀어지는 건 두렵다. 가깝기-형도 가깝다고 느낄진 미지수지만-전에는 그저 바라만 봐도 좋았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게 밑도 끝도 없다. 이건 당장 풀어야 할 오해다.
일단 몸을 일으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누나는 맨밥만 먹는 내가 정신이 나갔다고 했다. 맞다. 누나의 말대로 나는 정신이 나간 놈일지도 모른다. 입맛은 돌지 않았지만 먹고 힘을 내서 형의 집 앞에서 형을 무작정 기다릴 생각이다. 변명을 위해서라면 오늘 정말 고백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내 자신만의 갈등도 못 푸는 나는 내가 보아도 답답했다. 형이 좋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형이 변백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늠할 수 있었기에 그 마음을 매번 삼켜냈다. 그 쓰라림을 형은 모르리라. 알면 나한테 스팸을 먹일 수 없었을 거다.
순정소설
w. 아우디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누가 그런 거야. 양약이나 제대로 챙길걸. 형을 기다린 지 4시간 하고도 30분째, 땅거미가 깔리자마자 몸에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날 시간을 훨씬 지나서도 형은 보이지 않았다. 학원 가는 날인가? 동 입구를 서성이는 날 경비 아저씨가 날 수상하게 쳐다보기에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었다. 그러다 다리가 아파 맞은편 화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비록 가로등이 없어서 어둑했지만 사람들 눈에도 안 띄고 맞은편의 가로등 덕분에 형이 걸어오는 게 잘 보일 것 같다.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형이 나타났다. 밤에 위험한데 일찍 좀 다니지. 몸을 일으키려다 형과 함께 걸어오는 변백현을 보고 주차된 차 뒤에 몸을 숨겼다. 저 새낀 왜 형네 집 앞까지 오고 육갑이야. 나는 범죄자라도 된 것처럼 고개만 슬쩍 내밀고 변백현이 갈 때까지 유심히 둘을 지켜봤다. 경수 형이 들어갈 생각을 않고 백현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그런 형의 머리를 쓰다듬던 변백현은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인적을 확인하는 것 같다. 늦은 시간이어서 이곳엔 둘을 훔쳐보는 나와 둘뿐만 있었다. 형이 고개를 들어 변백현을 바라봤다. 나에겐 아픔이라고 읽히는 형의 절절함이 내게 와닿는다. 변백현이 형의 입술에 짧게 뽀뽀를 하고 형을 끌어당겼다. 언제 보아도 어여쁘고 애달픈, 나의 도경수의 입술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삼켜졌다. 주황색 가로등불 밑에선 둘의 모습은 한 뮤지컬의 해피엔딩 같았지만 그 관객이 나라는 건 비극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다시 떴을 땐 아무도 없었다. 허탈했다. 결국 아무 말도 전할 수 없던 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몰아치는 설움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라 마음으로 흘려보내던 것을 눈으로 흘려보낸 것도 같다. 대한민국 사나이가 돼서 부끄러운 짓이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한결 같이 형을 사랑할 거라 다짐하던 내 마음은 또 침착을 잃고 있다. 심지어는 마음 한켠에 형을 겨냥한 미움도 돋아나고 있다. 어느 슬픈 노래 가사처럼, 형을 원하고 원망한다.
종인이도 잘할 수 있지? 형의 상냥한 말들도 다 변백현과 맞닿았던 입술에서 나온 것이고, 내 머리를 털어주던 형의 손 역시 변백현과 맞잡았던 손이며, 나를 응시하던 그 흑색 눈동자도 마찬가지다. 다 알면서도 신께 빌면서 버텨온 것이다. 형이 제발 헤어지기를. 제발, 제발 내가 형의 옆에 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하지만 내 앞에 보이는 건 형과 나의 미래가 아니라 가혹한 현실이다.
이 감정이 분노로 변질될 때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화풀이의 대상은 애꿎은 3자들이었다. 나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우리반 범생이라든지, 우연히 눈이 마주친 지나가던 동급생이라든지.
"뭘 쳐다봐.""어? 널 보려던 게 아니라.. 미안."
세훈이의 말대로 무서울 게 없었다. 나의 양옆엔 이미 사고뭉치로 소문이 자자한 태민이와 병진이, 실체는 병맛이지만 여자애들 사이에선 신비주의로 통하는 도푸름, 남 모르게 양식업에 가까운 대형 어장을 치고 다니는 준우가 있었다. 누군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더랬다. 자리와 맞아떨어진 질풍노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관심사를 도경수에서 친구들과 학교 생활로 바꾸니 이미 내가 누리고 있는 특권은 많았다. 그 자리에서 가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급식실 하이패스였다. 언젠가부터 우리가 새치기를 해도 아이들은 슬쩍 줄을 비켜주는 것이다. 밥을 항상 빨리 먹은 덕분에 형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피씨방과 노래방으로 순식간에 지나간 시험은 채점도 안 했다. 성적표가 나왔을 때야 내 점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훈이도 너 왜 이렇게 쓰레기 같은 성적을 받았냐며 날 이상하게 여겼다. 그래도 알 거 없다. 내가 비뚤어지겠다는데. 이미 청소년비행기를 타고 있던 태민이는 나를 활주로로 인도해주었다. 내가 잘 비행할 수 있도록. 한 대만 펴봐, 핀다고 안 뒤져. 이렇게 진심 결여된 말로 담배를 권유해준다든지, 장난스러운 방법이었지만 아예 쌍수를 들고 받아들이는 내 입장으로선 장난이 아니었다. 점심 시간에 담배를 물고 있는 입은 여섯 중 넷에서 여섯 중 다섯으로 늘어났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짓을 골라서 하고 있다니 친구 따라서 제대로 강남 갔다.
"후, 맨날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되냐. 농구하고 싶다."
운동 사랑 나라 사랑 병진이에게 농구 코트를 뺏겼다는 사실은 실로 스트레스일 것이다.
"이학년들 내가 언젠간 족치고 만다.""아 근데 성적표 엄마한테 문자 가려나?""나 이번에 기둥 세웠는데 30점 나왔어. 대박이지."
태민이와 병진이의 얘기가 남일 같지 않았다. 나 역시 대부분의 과목에서 반타작도 못했다. 이젠 중위권도 아닌 하위권에서 빌빌대고 있으니 엄마한테 진짜 죽겠다. 오세훈은 그래도 이번에 잘 본 과목이 있었다. 바로 중국어다. 중국어로(만) 전교 1등의 자리를 점하신 오세훈께서는 중국어 교과서는 이미 씹어먹을 정도로 독파하셨다. 세훈이가 수행평가 시간에 워아이니를 외친 이후로 중국어는 세훈이를 대놓고 회피-수업 시간에 오세훈쪽을 절대 쳐다보지 않았다-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세훈이는 자기 만족으로 사랑을 하는지 굴하지 않는 모습이다.
본문을 읽고, 쓰고, 외우고, 고리타분한 중국어 수업 체계가 진행되는 와중 오세훈에게 태민이가 세훈이의 똘끼 충만한 사랑을 촉매질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민이가 주도해 다른 아이들까지 합세한 거였다. 중국어는 본문을 읽었을 뿐이다. 다만 중간에 전인류가 애용하는 보편적인 뜻을 가진 '워 아이니'라는 말이 나왔을 때, 분위기를 묘하게 몰아가는 태민이었다.
"올~ 워아이니~ 쌤 왜 오세훈 고백에 대답 없어요?"
그 다음엔 시작이었다. 한 명이 사겨라, 사겨라 하면서 리듬을 탔고 그 다음엔 둘, 그 다음엔 넷, 그 다음엔 반 전체가 일동 단결 사겨라를 외치고 있었다.
"사겨라! 사겨라!""너네 조용히 안 해?""사겨라!"
저건 뭐 조용히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맥아리 없는 목소리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는 데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교실에선 교권 추락의 실태를 생생히 목격 가능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세훈이는 빽 소리를 질렀다.
"아 좀 닥치라고!!"
그제서야 조용히 하는 아이들이었다. 빡쳤나? 하지만 열받은 줄 알았던 세훈이가 날린 한 마디는 오세훈답게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우리 이미 사귄다고."
물론 진전 하나 없는 오세훈이 루한쌤과 진짜 사귀는 건 아니었지만, 아이들 역시 장난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중국어 시간은 그저 농담 타임으로 전락했다. 항상 마지막에 가장 가여운 건 루한쌤이었다.
이따금씩 심심해지면 형 생각이 난다. 실상 늘 생각하고 있어서 언제 생각이 났다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마음이 찌르르 울리면 그게 생각난 거라고 치는 거다. 쉬는 시간 동안 침울한 분위기로 의자에 앉아있던 내게 이태민이 너 그거 아냐 레파토리로 말을 걸어왔다.
"김종인. 너 그거 아냐?""뭐?""이혜리랑 박찬열이랑 사귀는 거.""몰라."
혜리고 자시고 관심 없는데. 태민이의 의리란 친구의 애정전선까지 관리해주는 엄청난 오지랖을 가졌다. 내가 보고 싶은 건 도경수니까 경수 형을 좀 데려다주길 바랄게.
"너 왜 아무렇지도 않냐?""슬프다.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이 슬프다.""내가 널 위해서 박찬열 엿 먹일 방법을 생각해냈거든?" "아냐. 괜찮아. 잘 되라고 축하해주자.""아 장난하냐. 안 돼, 씨발. 내 자존심이 허락 안 한다고. 다음 교시에 걔네 교실 빈단 말이야.""뭐 훔치자고..?""아니? 이거 내가 예전에 해본 거거든. 담배를 오지게 태워서 걔 가방이고 책상이고 냄새를 아주 그냥 재떨이처럼 만들어놓는 거다. 그리고 가방 구석에 담배갑을 처넣으면? 꼰대들이 알아서 처리해줘. 웰컴 투 학생부.""왜 굳이 귀찮게 그래. 그냥 있자.""싫어. 하자, 어? 수업 듣기 심심하다고."
그건 나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태민이의 심심함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싸이코적 행위였다. 나도 나지만 태민이가 저 비상한 머리를 공부에 썼다면 얼마나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었을까 가늠해본다. 우린 마지막 교시를 빼먹고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위층으로 향했다. 태민이가 머리를 내밀어 복도에 누가 있나 없나를 확인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빈 교실로 향했다. 머리통이라도 보일까 고개는 푹 숙인 채였다. 옆 반이 바로 경수 형네 교실이었다. 교실문이 자물쇠로 잠겨있었기에 우리는 창문을 열어 신발장을 디디고 올라갔다.
체육 시간이라 교실이 빈 모양이다. 태민이가 교탁에 붙은 좌석표로 찬열 형의 자리를 찾아냈다. 이 형한텐 별 감정 없었는데 이젠 생겼다. 진짜 미안했다. 태민이가 담배 두 갑을 꺼내 하나는 찬열 형의 가방 깊숙한 곳 안에, 나머지 갑에서는 몇 개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 고사를 지내듯이 그 주변을 휘휘 돌았다.
"아 이거 좀 아깝긴 하다.""이런다고 박찬열이랑 혜리랑 헤어져?""혜리가 골초 싫어할지 어떻게 아냐?"
태민이는 아예 담뱃재를 주변에 털었다. 형이 갈아입고 간 교복에 연기를 후후 불어주는 것도 잊지 않고서 말이다. 담배 연기는 뭉게뭉게 퍼졌고, 태민이는 엿 먹이기에 성공해 흡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여유를 만끽하고 있을 때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다. 내 머리에 물방울 하나가 똑 떨어졌다.
"뭐지?"
분명 여기는 교실 안인데 머리에 비가 내리는 거다. 당황스러움에 위를 올려다봤다. 그건 인내심 없이 터져버린 스프링쿨러였다. 그뿐이었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와 동시에 시끄러운 화재경보음이 울렸다. 학교가 떠나가라 울리는 화재경보음은 내 고막을 구타했다.
"튀자!!"
태민이가 소리쳤다. 태민이와 내가 교실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성급히 앞문의 문고리를 돌렸을 땐 문은 말을 안 들었다. 등신 같이 교실문이 바깥에서 잠겨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책상을 딛고 창문으로 다시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미 교실 앞엔 2학년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있었다. 뛰어내리면 헹가레를 해줄 우호적인 군중으로 보이진 않았기에 다시 책상에서 내려왔다. 우린 바닥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하게 위에서 내리는 물을 맞았다.
"아, 차가워. 와 진짜 씨발, 와...""그러게 내가 그냥 있자고 했잖아..."
비행청소년이 되려던 태민이는, 나를 데리고 후진 비행기보단 차라리 우아한 한 마리의 새가 되려고 했나보다. 완전히 새 됐다. 벌청소도 벌점도 모자랄 거다. 부모님 소환, 징계, 선생님 체벌, 내 두뇌에서 새록새록 마인드맵이 펼쳐졌다. 얼마 안 가 문은 벌컥 열었고, 처음 뵙는 선생님이 물난리 가운데 우릴 끌어냈다. 바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게 들렸다. 얘네 뭐야? 1학년들이 왜 여기서 나와? 선생님께 끌려나올 때, 오래도록 보지 못 한 경수 형이 구경꾼들을 파고 들어와 맨 앞줄에 서서 내 이름을 불렀다.
"종인아, 너...."
신이시여.
"아 이거 좀 놔요 쌤!!!""조용히 하고 따라와!"
우리 담임은 양손으로 태민이의 귀 하나, 내 귀 하나를 질질 끌며 교무실로 향했다. 귀가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다.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한 우리가 끌려가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복도를 지나다니던 여자애들이 킥킥댔다. 아오 쪽팔려. 우리는 교무실 한켠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모든 선생님들의 시선 집중이었다. 담임이 언성을 높이며 설교를 시작하자 지나가던 교장도 우리에게 관심을 줬다.
"뭡니까 거?""아니 이 녀석들이 수업 땡땡이에, 웬 2학년 교실에서 흡연에, 무단 침입까지 아주 몹쓸 짓만 골라서 했더라니까요.""아 쌤 저 담배 안 폈어요~ 그냥 태운 거예요!!!"
담임은 들고 있던 회초리로 태민이의 머리를 툭 때렸다. 태민이는 진심으로 억울한 표정이었다. 그래봤자 아무도 안 믿을 테니 그냥 가만히나 있길 추천한다. 나는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 물 때문에 바지에 오줌이라도 지린 것처럼 찝찝한 기분이었다. 담임은 말하는 태민에게도 뭐라고 하고, 말 안 하는 내게도 뭐라고 했다.
"이태민 넌 뭘 잘했다고 말이 많아. 어? 그리고 뭘 잘했다고 고개를 처들고, 이 녀석이.""아, 진짜 안 폈어요. 그냥 태웠다니까요?""김종인, 너 진짜 말 안 할 거야? 뭘 잘했다고 입을 다물고 있어? 아주 눈도 안 맞추고, 선생님이 우습다 이거야?"
고개를 숙이는 것과 드는 것의 중간과 말을 안하는 것과 하는 것의 중간지점을 찾아내주신다면 그대로 이행할게요.
"너네 거기 교실엔 왜 들어간 거야.""그게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태민이도 말문이 막혔나보다. 박찬열 선배 엿 먹이려고 들어갔는데요, 그게 뭐냐면 담배를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안 믿기고 의심스러울 테니 애쓰지 않아도 됐다. 우리는 땡땡이까지 감행하며 대범하게 무단 침입과 절도를 시도한 사회의 악이 돼있었다. 플러스 알파를 하자면, 범행 전 줄담배까지 피워댄.
"너넨 벌점도 필요없고 그냥 징계위원회야. 내일까지 부모님 모셔와.""헐. 쌤 그건 진짜..."
경찰서까진 안 갔어도 학교에선 이미 갈 데까지 갔다. 담임의 말투는 진지했고 고작 우리 둘 때문에 교무실 내 분위기는 심각했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자꾸 눈에 고여서 푹 수그린 고개를 들었다. 기분이 아주 더럽다. 담임이 이만 가보라고 했다. 저린 다리를 일으켜 문을 향해 가는데, 교무실 저편에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며 나를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변백현이 있었다. 욱 올라오는 심정에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었다.
경수랑 키스해서 좋았냐? 엿이나 먹어라.
***
ㅂㄷㄱㅉ
(づ^.^)づ~♡ 암호닉
나그랑 눈높이 잉여 비둘기 푸헹 망고 카디행쇼 날짜 됴짜
정설 뀨뀨 노랑이 됴르르 파리채 도가정 링세 몽쉘 늘이 됴로롱
됴으디 시크릿 컴퓨터 뿡뿡이 이불익이니 딩둉 새참
PS. 아 참 푸헹님 블로그까지 찾아와주시고 감사해요 ^.ㅜ 프로젝트 G는 연재하려면 한참 멀었어요 차마 망상글로 쓸 순 없어서 미리 써둔 거예요
저만 바라봐주시는(?) 새참님도 감사해요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