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철벽. 성공적
01
내 이름은 성이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대학을 나오고, 허구한 날 회사에 지원을 하며 따스한 청춘의 굴레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창창한 20대, 백수다.
아,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냐고?
내 첫사랑.
지독한 철벽남.
그리고 내 현남친.
' 민윤기 '
지금 난,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
그때의 난 참 용감했었다.
넌… 엄청난 철벽남이었고.
02
처음 널 만났던 곳은 작은 편의점 앞에 위치한 커다란 파라솔 밑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그날도 새로운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었고, 결과는 역시…
' 귀하는 2016년도 하반기 1차 면접에 탈락하셨습니다. '
" 아오… 맨날 탈락, 탈락… "
" 나 같은 인재를 허구한 날 탈락시키다니… 에라잇 "
머리를 헤집으며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을 사서 나와 편의점 밖에 있는 하얀색 의자에 앉았다.
세상이 밉고, 나도 밉고, 모든게 다 미워 애꿎은 맥주캔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을까…
편의점 옆, 흔들리는 가로등 밑에 위치한 작은 벽에 기대 하얀 담배 연기를 소리 없이 내뿜고 있는 너가 보였다.
그런 너를 난 빤히 바라보았고, 너와 난 눈이 마주쳤다.
난 너에게 첫눈에 반한 순간이었고.
넌 내게 철벽을 처음으로 시전한 순간이었지.
" … "
" … "
" … ? "
" 뭘 봐. "
" …예? "
" … "
빤히 자신을 쳐다보는 내 눈빛이 부담스럽기라도 했던건가 아니면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한건가. 세모꼴의 날카로운 눈빛이 더더욱 날카로워보였다. 괜히 쎈 상대의 포스에 기가 눌려 괜히 손가락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을까, 너는 담배를 발로 지져 끄고는 나와 조금 멀리 떨어진 편의점 의자에 털썩- 하고는 앉았다. 그리고 난 말을 걸었다. 아주 … 조심스럽게.
" 저기요… "
" … "
" 어, 초면에 이런 부탁드리기 좀 그런데…. "
" … "
" 아니요. "
" … 예? "
" 제 회사 이야긴데… "
" 안 사요. "
" ??? "
" 아니 뭐를 사는게 아니…! "
" 설명도 안 듣습니다. "
" 어 ,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
"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
" … 딱 적혀있는데. "
" 뭐가요… ? "
" 다단계. "
그때 너는 내게 ' 다 ' ' 단 ' ' 계 ' 라는 입모양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뱉어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주머니에 꽂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고, 나는 글쎄…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상황 판단을 하고 있었을까… 순간 뇌리에 스친 단 하나의 생각.
아, 저 사람 단단히 오해하고 있구나.
다단계라니…!
내가 다단계라니…!
그대로 무작정 달린 것 같았다. 너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뒷모습을 쫓아 높은 하이힐을 신고 미친듯이 달렸을까, 나는 가까스로 너의 팔을 잡을 수 있었다.
헥헥 대며 제 팔을 잡은 날 본 너의 표정은 말 그대로, 그래! 말 그대로 똥을 밟은 표정이었다.
" 저기… 어… 그니까! 저는 그 다단계 하는 사람이 아니구요! "
"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 어, 그니까, 저는 그냥! "
" … "
" 어… 저는 그냥, 말 걸어보고 싶어서… "
" 아씨, 그냥 저 백수거든요! 근데 그냥! 그쪽이! 맘에 들어서 ! "
" … "
" 아, 그니까 이게 아니라… 우씨. "
" 그니까 번호 좀 주세요. "
" 그쪽이랑 친해지고 싶습니다. "
" 가던 길 가세요. "
" 예 … ? "
" 번호 줄 마음 없으니까 … "
" 가던 길 마저 가시라구요. "
03
넌 개싸가지였다.
철벽이라는 표현은 약과였고.
넌 그냥 … 개싸가지였다.
남자가 잘생기면 뭐해.
인성이 쓰레긴데….
" 가던 길 가세요??? "
" 가던 길 마저 가시라고요??? "
" 와 … 진짜 싸가지 없어. "
" 아니 어떻게… 악!!!!!!! "
싸가지 없는 철벽 민윤기는 벙쪄 있는 나를 눈길 한번 안주고 그대로 스쳐 지나가 버렸다. 곧바로 정신을 차린 나는 입에서 온갖 욕을 다 해가며 민윤기를 저주했었고.
내가 엄청 고민하다가 홧김에 번호 좀 달라고 한건데, 거절을 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도 있게 하던가…마음에 상처만 입고 이게 뭐야. 재수없어, 진짜.
그렇게 한참 동안 욕을 궁시렁대며 집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을까, 오른쪽 하이힐 굽이 또각- 하고 시원하게 부러지고 말았다.
덕분에 오른쪽 발목이 꺾여버려 그대로 길바닥에 주저 앉았고 그대로 목청을 놓고 펑펑 울었던 거 같다.
내 앞에 반듯한 손수건 하나가 내밀어지기 전까지는.
펑펑. 울었다.
" 흐끅 … ?? "
팅팅 부은 얼굴을 들어 올려 손수건의 주인을 확인해보니 …
" 어… ? "
" … 받으라고. "
" … 어, 감사합니다아… "
내밀어진 손수건에 한참을 눈물을 닦아 내고 코도 시원하게 풀었다.
그 덕에 민윤기의 표정은 아까보다 썩어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쌤통이다.
민윤기는 위에서 나를 가만히 - 바라보고 있더니 무릎을 꿇고 내 앞에 앉아 내 발목을 이리 저리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발목은 부어 올라있었고, 민윤기는 그런 내 발목을 보더니 한숨을 푸욱- 하고 쉬더니 내게 제 손을 내밀어 보였다.
" … 손은 왜 ? "
" … 핸드폰. "
" … ? "
" 번호 달라면서요. "
" 번호 준다고. "
" … 예? "
" 아까는 안 준다면서 … "
" … 그냥 달라면 좀 주지. "
" 말이 좀 많네. "
" … 어, 여기요. "
" 민윤기. "
" … ? 어, 전 이름, 성이름입니다…. "
" 통성명은 했고. "
" 업혀요. "
" 데려다줄게. "
" 아, 물론… "
" 사심 있는 건 아니니까, 착각은 마시고. "
안녕하세여 여러분. 경찰 호도기는 어디가고 민툭튀냐구여? 어 … 이거슨 윤기가 민순경이 되기 전, 그니까 윤기의 과거와 연결되는 단편입니다. 허허, 그니까 제가 그냥 조각글이 쓰고 싶어서 그런거에여. 절 후드려 패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엔 경위님으로 찾아뵐게여. (큰절)경찰의 사담 ( 필독 플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