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정말로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일반적이라는 말만큼 예외를 많이 두는 말도 없을 것이다. 택운이 그랬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사회성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다수와 함께 있는 생활을 많이 하게되면, 사교성 증가에 도움이 된다. 그런 일방적인 말들은, 택운을 정확하게 빗겨나갔다. 택운은 혼자 있는 것에 불편함을 늦기지 못했다. 축구단으로 단체 생활을 했음에도, 남들과 어울리는데 재미를 들이지 못했다. 딱히 왕따나 그런것이 아니었다. 아니, 걷보기로는 남들과 제법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다만, 많은 사람과 사귐에 있어서 소유욕이 없었을 뿐이랄까?
'왜 굳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느라 애써야 하지? 그냥 눈에 띄지 않는 한두명 정도면 되는 게 아닌가?'
그게 택운이 가지고 있던 가벼운 생각이었다. 낫선 수많은 사람들과 억지로 같이 웃으며 지내는 것은 택운에게 불편한 일이었고, 택운은 그 표정을 숨기지 않는 주의 였다. 인연에 미련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을 담아둘 필요가 없었다. 싫으면 싫다 말하면 그만이었고, 좋으면 좋다 말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노래쟁이라니, 이보다 더 예외적인 사람을 없을 것이다.
"연습생이면, 여기 와서 같이 다리쨀래? 나좀 잡아주라."
그런 정택운에게 차학연이란 존재는 첫눈에 보기에도 자신이 피해야 할 사람이었다. 남의 기분에 상관없이 말을 걸어온다.
"택운아! 여기서 자면 얼어죽어!"
"너나 잘하세요."
어떤 독한 말을 해도, 그러려니 하며 계속 말을 건다. 마치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모습, 택운의 독설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낸다.
"택운이 말은 제가 해석하겠습니다!"
"니가 왜..."
"쑥쓰러워서 그런거니 많이 봐주세요!"
노래하는 사람으로써 활동해야 하는 것, 일부러 피하는 것, 강제로 웃어야 하는것. 정택운은 이제것 해왔던 것처럼, 싫은 표정을 내고, 말을 하지 않거나, 의사를 분명히하여 거절하려한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그를 막으며 택운의 모든 말을 막아버리고, 그를 강제로 인간성에 집어 넣는다. 거절해왔던 것을 대신 해오고 있다.
거절하는게 편했던 삶을 방해한다. 정택운이라는 삶을.
자신이 거절한 일을 차학연 본인이 사과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수치 스럽게 만들고
싫다고 하는 나를 끈덕지게 달라붙어 당황 스럽게 만들고
노력하지 않는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
최후의 자존심까지 빼앗아, 내 끝바닥을 스스로 실감하게 하는 최악의 상극. 그럼에도 도망치지 못하게 만드는 완전하게 어울리면 안되는 존재.
"택운아? 어디 아파?
하나의 악의도 없는 얼굴에, 정택운은 저 얼굴을 실컷 패고 싶다는 생각을 수십번 했었다. 그런데 그런 그 녀석에게서 그런말을 들은 그날, 그 놈이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 그날, 처음으로 그는 내게 진짜 얼굴을 들어냈었다.
"...똑같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는 웃으며, 친해져서, 되도 않는 인간관계를 어떻게든 유지 시켜서 얻을 수 있는 이 자리를. 너는 너의 실력으로 얻네. 개새끼. 그렇게 너가 변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건, 무엇을 하든 같이 갈 사람없어도 혼자 잘 해왔다는 말이겠지. 자랑도 지랄같이 잘해요."
"..."
정택운이 내린 정의와 다른 모습을 들어낸 그, 차학연은 정택운이 차학연을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정택운을 싫어하고 있었다.
"난 네가 진절머리 나게 싫어. 내 인생에 꼭 필요한 개새끼."
"동감이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약점이라는 걸 알고 있음과 동시에,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택운은 뮤지컬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자동차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하게 앉았다. 차는 작아졌는데 자리는 많아졌다. 그리고 그의 자리는 항상 고정자리였다. '휴가 냈다며?' 매니져가 물었다. 택운은 작게 응이라 말했다. 뭐할려고? 좀 쉴려고? 택운은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좀처럼 밝지 않고, 말 수가 적은 택운이었고, 그 매니져는 옛날이 생각난다며 웃었다. 그는 빅스 시절 부터 같이 다니던 매니져였다. 그는 학연과 택운을 주로 커버했었다. 그래서 그 둘이 제법 친한 관계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고.
"난 너가 마음을 연다면, 가장 먼저 학연이 일거라 생각했어."
"..."
"그런데 넌 생각이상으로 다른 아이들과도 금방 친해 지더라. 그래서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었지."
그 친한 관계가 멀어진 것 역시도 알고 있었다. 택운이 다른 것에 다가서지 않을려는 성향을 그래도 가지고 있었다면, 학연은 택운에게 계속해서 거북한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택운은 점점 사람과 가까워지는 법을 배웠고, 그것은 더이상 택운의 약점이 아니게 되었다.
약점이, 더이상 약점이 아니게 된다면, 그 약점은 사라진다.
"..."
차학연이 사람이라는 존재가 아니었다면, 택운에게서 이미 사라지고도 남는 존재였을까? 운은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편 옆서' 그가 보낸 편지 앞줄에 적혀 있던 첫번째 단어. 지금은 그것만이 머리속에 가득 차있을 뿐이었다. 우편 엽서, 그것이 말하는 것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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