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왠지 기분이 안 좋았다. 단순히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니라 무언가가 꼭 터질 것만 같았다.
왜, 다들 한 번쯤 그런 날이 있지 않나. 뭔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혼날 것 같고, 큰 일이 터질것만 같고, 오한이 들며,
불길한 느낌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사실 계속되는 춤연습에 발목이 부러질 것 같이 아픈 것도 내 기분에 한 몫 한 듯 하다.
사실 이 건에 대해서는 PD님에게도, 멤버들에게도 아무 말 하지 못했지만 ( 사실 말을 할 사이도 아니고), 일단은 참고 있는 중이다.
이거라도 안 참았다가 밉고이면 어떻게 해. 아프다고 병원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첫 방이 끝나면 곧이어 팬싸인회를 가야할테지. 병원에 가면 그나마 조금 있는 내 팬도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
맨 끝에 앉아야 그나마 욕을 덜 먹지 않을까? 팬싸인회라고 다른 멤버들이 친한 척 다가오면 어떻게 내쳐야 하지?
표정관리는 어떻게 하지?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했다.
***
생각보다 첫 방은 후딱 지나갔다. 원해서 한 가수 일은 아니고...... 이게 처음에 내가 원해서 합류한 게 아니라는 거지 사실 난 음악이 매우 좋다.
하여간 원해서 한 가수 일은 아니지만 그저 행복했다.
꿈이 가수가 아닌 다른 것이었을 때에도 사실 노래 부르는 걸 너무 좋아했긴 했지만......
어찌보면 아이돌이 되어 춤 추고 노래하며 사랑받는 것은 대부분의 꿈이나 망상 사이 그 어디쯤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 내가 사랑받고 있는지는 정말로 모르겠지만.
하여튼 팬싸인회 장으로 이동했다. 안타깝게도 내 자리는 센터였다. 도대체, 도대체 왜? 빅히트는 나에게 왜 저러는 걸까.
아무래도 빅히트는 나를 괴롭히는 재미에 사는 것 같다.
분명히 내가 욕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대체 왜, 도대체 왜.....
***
다행히도 나를 반겨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언니가 있어서 음악적 색깔이 풍부해졌다던지, 언니 덕에 1위를 할 수 있었다던지.....
이런 말을 들으면 괜시리 얼굴이 빨개져서 주위 멤버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특히 내 왼쪽엔 리더님, 오른쪽에는 정국오빠, 그니까 황금막내 님께서 계셔서 더 그런 것 같다.
나에게 이렇게 낯간지러운 언사를 하는 분들이 참 고맙고 내가 이런 말을 들어도 되나 싶긴 하다. 옆의 멤버들이 내 팬들의 말을 듣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분명히 다른 멤버들이 내 말을 들었으면 나에게 화를 내거나, '너가 한 게 뭐가 있다고' 라는 식으로 나올 것이다.
***
그 때, 한 소녀가 수줍은 얼굴로 내 앞에 섰다. 교복울 입고, 설렌다는 표정으로 어쩔 줄을 몰라하던 소녀는 앨범을 피더니 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다.
" 아 진짜 언니 실물영접하기를 얼마나 고대했는데요, 진짜 하, 하고싶은 얘기가 있는데 귀 좀 빌려주시면 안 돼요......?"
그녀의 순수한 말에 나는 선뜻 귀를 빌려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는......
" 씨발년아, 정국이 어떻게 꼬셨어? 말 해봐."
그녀의 말에 심장이 떨렸다. 사인, 사인을 해야 하는데..... 마카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도 티를 내면 안 돼, 안 돼......
티를 내면 사람들이 걱정할거야, 멤버들이 달려올지도 몰라.......
물론 왜 우는 척 하냐고, 착한 팬을 왜 당황시키냐고 달려오겠지.
"꼴에 폼 잡고 있으니 진짜 웃기네. 넌 어떻게 방탄 들어왔니? 몸 팔았어? 어떻게 애들 꼬셨어? 정국이한테 막내라는 타이틀 뺏어가서 좋아?
니가 방탄 들어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씨발년, 왜 하필 방탄이야. 죽어, 죽어 씨발년."
무서웠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이 표정관리를 해야했다. 손이 아직도 떨려왔다.
그녀는 만족한다는 듯이 웃으며 나에게서 멀어지더니 수줍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왜 연예인이 힘든지 알 것 같다. 몸을 팔기는커녕 대화 한 번 제대로 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배신감이 느껴졌고,
이 와중에도 제일 한심한 건, 이렇게 모욕적인 언사를 한 사람에게 잘 가세요 란 말과 함께 떨리는 손으로 앨범을 돌려줄 수 밖에 없었던 나였다.
***
밤이 되었고, 숙소에 들어왔다. 팬싸인회를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사실 그 이중인격과 같은 나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팬인 그 사람 덕에 내 머리는 백지화된 상태였다.
그냥, 그냥 내가 이 그룹에 들어오게 된 게 다 잘못인 것 같다.
하긴, 나같아도 내가 싫을 건데 남들이 보기엔 어떨까. 하지만 상상만으로 생각해 왔던 것을 직접 듣게 되니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실제로 나에게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온라인 상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을까.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자고 있었다. 어둠이 나를 덮쳤다.
그저, 멤버들 눈에 띄지 않느라고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링겔을 뽑고 연습실에 달려가고,
아프지만 하이힐 신으며 연습하고,
연애설이 날까 멤버들 주위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으며,
폐가 될까 남몰래 노래, 랩, 춤 연습을 한 내가 병신같이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남들이 날 안 좋게 생각하는데, 내가 굳이 이 일을 해야할까. 내가 남아있을 필요가 있을까.......
아니, 내가 살아있을 필요가 있을까.
부엌으로 향했다. 서랍장을 열었는데, 진열되어있는 칼들이 보였다.
물론 첫째 오빠가 요리하느라고 진열해 놓은 칼들이지.
사실 활동하는 도중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충동이 크게 든 적도 처음이었다.
작지만 날카로운 칼을 한 자루 꺼냈다.
그대로 손목에 갖다대었다.
멤버들이 요리할 때 작게만 느껴지던 칼이,
괜시리 크게 느껴졌다.
너무 무서워서 손목에 그만 갖다대지 못하고 칼을 떨어뜨렸다.
큰 소리에 인기척이 느껴지는 듯 싶더니 잠잠해지길래
조금 더 작은 칼로 바꾸어 들었다.
눈물이 비집고 튀어나왔다.
너무나 무서웠다.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지도 전혀 모르겠고,
내가 뭘 잘못했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무서운 마음에 칼을 손목에 대지는 못하고 팔뚝에 갖다대었다.
무서워서 살짝만 긁었는데,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더욱이 무서운 마음에 칼을 얼른 씻어 집어넣고, 떨어지는 선혈들을 치웠다.
그와 함께 찾아오는 비참해지는 마음에 정말 펑펑 울었다.
아까 인기척이 느껴져서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정말 펑펑 울었던 것 같다.
급속도로 굳어 흉터로 변해가는 상처들이 안쓰러웠다.
마치, 모두가 두려워 이도저도 못하는 나의 모습과 같았다.
그냥, 이제 모두가 끝난 것 같았다.
자해까지 시도한 나를 누가 좋아할까.
그냥, 그냥
날이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안녕하세요, BLACK님.
당신과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입니다.
저번 화에 댓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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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다른 때보다 구독료도 적고 분량도 많으니 용서해 주세요
다음 회에 사건이 하나 더 펑 터지고 나면 행복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사건
갈
암호닉은 댓글로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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