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
w.1억
핸드폰은 잠금 되어있어서 열 수가 없고.. 말은 할 수도 없어보인다. 창문에 머리를 댄 채로 코오-하고 잘도 자고있는 이재에 진욱은 한숨을 내쉰다.
에라 모르겠다- 모텔 앞에 차를 세웠다가도 혼자 모텔에 두고 그냐야 나오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한 진욱은 결국 이재가 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려보기로한다.
차를 세워놓고선 뒷좌석에 두었던 이재가 준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고선 창밖에 사람들을 구경한다. 그러다 흐으으음-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이재에 힐끔 이재를 보기도한다.
'…….'
그래도 주사가 자는 거네.. 얼마나 마셔댄 거야.. 인턴 주제에 까불기는 엄청 까분다니까.
샌드위치를 다 먹고선 손목 시계를 확인한 진욱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핸들을 잡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진욱은 이재를 두고선 내렸다. 아마도 이재를 차에서 재울 생각인 듯 하다.
무심하게 차에서 내려 몇발자국 걷던 진욱이 '아이씨-'하며 시동을 킨다.
'얼어서 죽으면 내탓일 거 아니야?'
생각보다 화내지않고 침착하게 시동을 키고선 히터까지 켜준 진욱은 창문을 조금 열었고, 다시금 뒤돌아 몇발자국 발걸음을 떼면...
또 다시 멈추는 발걸음에 진욱은 결국 짜증난다는 듯 한숨을 깊게 내쉰다. 냅다 조수석 문을 연 진욱은 여전히 너무 잘 자고있는 이재를 한참 바라보다가 살짝 당황한 듯한 몸짓으로 작게 입을 열었다.
'얘를.. 어떻게 데리고 들어가?'
아무래도 자신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기도 하고, 여자인데다가.. 어린 친구라는 생각에, 한참 고민하던 진욱은..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재에게 엎히라며 침착하게 말을 건넨다.
으에엥? 으엥?하며 이상한 소리하면서도 진욱이 하라는대로 잘 업힌 이재에 진욱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선다.
진욱은 정신 못차릴 정도로 술에 취한 애 치고는 너무 얌전한 이재에 어이없는 듯 픽- 웃는다.
'…저 무겁쬬..'
'…….'
'엄청 먹었거든여..........'
이러고 또 잔다고? 알면 알 수록 웃기는 애네.
자신의 침대에 무심하게 툭- 던져놓은 진욱은 힘든지 인상을 쓴 채로 말한다.
'내일 일어나서 이상한 소리 지껄이기만 해봐.'
제기랄.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나를 위해 술을 마셔주던 김과장님이.... 취해가는 나를 보며 푸하하- 웃으며 삿대질하는 최대리님이..
괴물 보듯이 바라보던 송주임님의 모습이.. 내 마지막 기억이다.
내가 왜 부장님 집에서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죄송하다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부장님.. 죄송합니다..."
"……."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제가 혹시 무슨 실수라도 했을까요..!?"
"어디 사는지 알려달라니까 잠들어서는 한 번도 안 깨고 옹알이만 하던데."
"…죄송합니다."
"네가 이상한 생각할까봐 얘기하는데. 마음 같아서는 아무곳에나 떨궈놓고 갈까 싶었는데, 뭔 일 나면 내 탓할까봐 우리집으로 온 거야. 집에나 가."
"……."
소파 위에 덩그라니 있는 내 가방과 핸드폰.. 어제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서 너무 괴로웠는데.. 부장님이 저 말을 끝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선 맥주를 꺼내 벌컥 벌컥 마시기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부장님..! 밥은 드셨어요?"
내 말에 부장님은 무심하게 들고있던 맥주를 흔들어보였고, 나는 잘 됐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정말 죄송하고..감사해서 그러는데. 제가 밥..살게요! 이번엔 더 맛있는 걸로요..!"
"돈이 굉장히 많은가봐. 죄송하고 감사할 때마다 밥 사게."
맥주를 마시고있지 않냐 왜 밥을 먹자고하냐- 라는 듯한 느낌으로 날 무심하게 바라보면,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다.
죄송하면서도.. 창피하면서도.. 같이 밥 먹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
"그리고..! 맥주 말고 밥 드세요!"
내 말에 '뭐라는 거야' 하는 듯 날 무심하게 한 번 보고선 맥주를 벌컥 벌컥 마셨고..
쭈뼛 쭈뼛 집에서 나오자마자 뒤늦게 심장이 마구 뛰었다. 상상도 못한 인물이 눈 뜨자마자 있고..
부장님의 집에 들어가서 부장님을 보고.. 집 안도 봐버렸어. 뭔가 몰래 본 것 같은 느낌이라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야.
그나저나.. 오늘도 너무 민폐야. 어쩌다가 부장님이 나를 챙겨주신 거지.. 그 자리엔 부장님도 없었는데.
"창피해......."
제일 큰 문제는! 창피한 거고! 그 다음은 죄송한 거다!!!!!!!!!!!!!!!!!!!!!!!!!!!!!!!!!!!!!!!!!!!!!
엘레베이터에서 본 내 얼굴은 최악이었다.. 얼굴은 다 부어서는 머리는 산발에다가.. 이런 얼굴로 부장님이랑 대화를 했다니. 또 너무 창피하네.
[강이재!! 생일축하해!!!!!!!!]
생각해보니 나 오늘 생일이었네.. 핸드폰 알림이 꽤 쌓였길래 그제서야 알았다. 집에 가는 길에 하나씩 답장을 다 해주고선..
집에왔을 때는 엄마는 이모네집에서 자느라 집에 없다고했다. 어쩐지.. 외박해도 별 말 없더니만..
생일이니 밥이라도 먹자며 집에 온다는 말에 생일이 대수냐며 친구와 시간을 보내겠다고 하니, 엄마는 내일 모레는 되어야 집에 온다고 했다. 그렇게 난 혼자 밥을 먹고선 잠에 들었다가 깨자 저녁시간이 되었다.
어쩌지.. 자고 일어나도 너무 창피하고 기분이 이상해!!!! 오늘 너무 민폐였어..
에휴 에휴- 한숨을 내쉬었을까.. 바람이라도 쐬야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나와서 걷는데.. 집 앞에 생긴 도시락 가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오늘 만나자는 친구들에게 컨디션이 별로라 다음에 만나자고했고, 어차피 혼자 밥을 먹어야하니.. 도시락이라도 먹을까 싶어서 바로 가게에 들어섰다.
와 이거 맛있겠다.. 이것도 맛있겠다! 근데 이상하게..부장님이 떠올랐다.
왜 부장님이 먼저 떠오르는 거지.
"안 드셨겠지..?"
사다드릴까.. 고민은 잠시였다. 도시락 두개를 사갖고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익숙한 얼굴에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속 괜찮아? 웬 도시락."
"엇.. 송주임님!"
"밖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지.. 완전 별로야."
"엇.. 그럴..까요.."
"두시락 두개 다 먹게?"
"예? 아니요!?! 그게.."
"……."
"그게..."
"……."
"음..그게.."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뭘 그렇게 말하려고 애써."
"아, 그런 건 아니고..! 혹시 어제 제가 어쩌다가 부장님이랑 같이.."
"아, 어제 원래는 내가 데려다주려고 했는데. 일이 생겨서 김과장님한테 부탁했는데. 부장님이 데려다주셨어?"
"네!.."
"왜 부장님이 데려다주신 거지."
"아, 참..! 부장님 번호 좀 알려주실 수 있어요? 감사하다고 연락이라도 드리고싶은데.. 번호가 없어서요."
"카톡으로 보내줄게."
"넵. 아, 근데 제 친구 어디가 그렇게 별로였어요??그렇게 따라다니는데 한 번도 안 봐줬잖아요."
"몰라. 얼굴도 기억 안 나."
"헤엑..제 친구 얼굴 기억 안 나요? 근데 저는 어떻게 기억했어요!?"
"동네에서 지나가다가 자주 봤다니까."
"그렇구나아.. 그것도 그런데 제가 좀 잊혀지는 얼굴이 아니기는하죠."
"……."
"왜 그렇게 보세요!?"
"카리나 닮았다고 한 거 생각나서."
"제가 안 그랬어요 진짜!.............."
"하나도 안 닮았어 진짜."
"진짜 제가 안 그랬다니까요......."
자연스레 얘기하다보면 둘이서 집쪽으로 걸어가는데.. 난 이쪽으로 가면 안 되는데..
"어.. 저는 갈 곳이 있어서.."
"…어디가냐?"
"네!? 어.."
"……."
"으음..어..."
"됐어. 안 궁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카톡으로 번호를 보내주더니 '간다'하고 무심하게 가버리는 송주임님에 괜히 눈치를 보며 발걸음을 돌렸다.
부장님 집 앞에 도착하기는 했다만.. 이 좋아보이는 아파트에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면 들어갈 수가 없는데.
집 문앞에다가 도시락을 두고 올 생각을 한 내가 바보같았다.
하필 또 이럴 때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고, 내 머리와 옷은 눈으로 인해 젖기 시작했다.
부장님한테 내려와달라고 하면.. 절대 안 내려오겠지? 내가 이런 거 주는 것도 안 좋아할 거 아니까.. 그래서 몰래 두고오려고 한 건데.
마침 들어가는 사람이 있기에 호다닥 따라 들어가서는 엘레베이터에 탔다.
좀.. 그런가? 그냥 도시락만 두고 오는 건데.. 좀 그러려나.. 계속 고민하고 고민했다.
부장님 집 문 앞에 도시락을 두고선 괜히 쭈그리고 앉아서 또 고민했다. 그냥 이러지 말까.. 너무 오지랖같기도하고..
결국 여전히 쭈그리고 앉은 채로 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뭐라고 목을 가다듬게 만드는지.
"어..여보세요..!?"
- …….
"저.. 인턴입니다. 강이재요!"
- 왜.
대답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역시 차가워...아냐 기죽지 마! 내가 나쁜짓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 얼굴 보고 직접 준다는 것도 아니고..
"부장님 문 앞에 도시락 두고갈게요..!
- …….
"부담스러우셨다면 죄송해요.. 너무 감사하고, 죄송해서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 …….
"끼니도 제대로 안 챙겨 드시는 것 같아서.."
- …….
"여보세요?"
말 없는 부장님에 역시나 화가난 걸까 싶어서 긴장을 했다. 괜히 심장이 쿵쾅 쿵쾅 뛰는 게..
갑작스레 문이 열리고, 쭈그리고 앉은 상태로 고갤 들어보면 부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아, 그.. 어떤 분 들어오길래 같이 들어왔는데.. 전 정말 이것만 두고 가려고 했어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뒤늦게 일어나 부장님을 올려다보았고, 부장님은 시선을 내려 문 앞에 있는 도시락과 내 손목에 걸린 도시락이 담긴 봉투를 보더니 말한다.
"도시락?"
"아, 네! 집 주변에 도시락 가게 오픈했는데 맛있어보여서.. 제 거 사는김에 부장님 것도 샀어요."
이어서 부장님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왜.. 저렇게 보시는 거지..? 아무래도 내가 정말 정말 마음에 안 든 건가..!?
"…죄송합니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니까.. 기분 나쁠 것 같아요.. 멋대로 찾아와서는 집 문 앞에 뭐 두고간다느니.."
"……."
"그래도.. 이건 꼭 드셔주세요. 오지랖인 거 아는데.. 밥 안 드시고 맥주 드시는 것 같아서.. 걱정이 돼서."
"잘 알고있네 쓸데없는 오지랖 부리고 있는 거. 네가 내 걱정을 왜 해?"
"……."
"네 걱정이 나 해. 머리랑 옷은 왜 젖었어?"
"아, 밖에 눈이 엄청 오거든요!.."
아마도 코와 귀가 엄청 빨개져있을 거야. 엄청 춥거든.. 이건 둘째치고 부장님이 화났다는 생각에 괜히 눈치를 보다가 후딱 허리를 숙인 채로 말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모레 뵙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저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돌려 가려고하면 뒤에서 '야'하고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서 먹고 가."
"네?"
"……."
"네에!?!??!?!?!?!?!"
들어가서 먹으라구요!?! 저 말을 듣고 벙쪄서 가만히 있으면, 부장님이 그냥 들어가는 듯 했고, 나는 급히 발걸음을 돌려 문고리를 잡았다.
띠요옹.... 식탁 위에 올려진 도시락 두개.. 밖이 너무 추워서..오는 길에 이미 다 식어버렸다..
결국엔 부장님이 도시락을 하나씩 전자렌지에 넣어 돌렸고, 기다리면서 앞에 팔짱을 낀 채로 있는데.. 괜히 또 눈치가 보였고 기분이 이상했다.
오늘 아침에 부장님 집에서 눈을 떴는데.. 저녁을 부장님 집에서 먹는다니.
화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살짝 짜증난 정도인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왠지 모르게 부장님을 보는데 왜 웃음이 나오는지..에? 왜 웃음이 나와? 웃지 마!!
부장님이 도시락을 갖다주었고, 감사합니다아..하고 웃으면 부장님이 내게 젓가락을 건네주며 말한다.
"웃지 마."
"왜요.."
"뭐가 그렇게 웃기다고 웃어."
"꼭 웃긴 일이 있어야지만 웃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왜 웃는데."
"…부장님이랑 같이 밥 먹으니까 좋아서요."
어떡해. 너무 오해할 만한 그런 말이었나. 말하고나서 괜히 얼굴이 붉어져서는 '아니 그게..그런 뜻이 아니라..'하고 벙쪄있으면 부장님은 내 말에 별로 타격도 없어보인다.
혹시라도 또 화내고 혼내지는 않을까 싶어서 괜히 긴장을 하고있으면.. 잠시 생각에 잠든 것 같은 부장님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부장님 웃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안 돼요? 좀 궁금하네요.."
"불쌍해서 들어와서 먹고 가라고 했더니. 별 걸 다 주문하네."
"……."
"나는 웃겨야 웃어. 그리고 .. 너처럼 웃음이 헤픈 사람은 질색이야."
"저 이제 부장님이 뭐라해도 타격 하나도 없거든요..? 웃는 것도 계속 보다보면 익숙해지실 거예요! 지금은 절대 그냥 웃는 거 아니고.. 정말 부장님이랑 밥 먹는 게 좋아서 그런 거예요.. 부장님이 화내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친절하셔서.. 기분도 좋고.. "
"참.. 여러가지로 거슬리게 하는데 재주가 있네."
"……."
"언제는 진심을 다해서 화내고, 언제는 또 울면서 화내놓고 미안하다고 사과나 하고, 지금은 나랑 밥 먹는게 좋다그러고."
"……."
"심심할 일은 없겠다. 이것저것 하느라."
"말은 세게 해도 좋으신 분인거 알아요."
"뭘 보고."
"그냥 보면 알아요. 저 책임지고 재워주신 것도 그렇고."
"……."
"무슨 마음으로 들어오라고 한지 모르겠지만.. 저녁 들어와서 먹으라고 한 것도요."
부장님은 내 말을 듣더니 곧 한숨을 내쉬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
"눈 맞고 다 젖어서는 쭈그리고 앉아있던 게 불쌍해서 그랬다."
"어.. 불쌍해보인 덕에 부장님이랑 이렇게 밥도 먹고 너무 좋네요. 자주 불쌍해야겠어요."
"뭐?"
"농담이에요. 농담."
뭔 농담을 못하겠네.. 괜히 부장님이 불쌍해서 집에 들였다는 것도 왜 의미부여를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정말 불쌍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는데.
괜히.. 괜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설마.. 나 부장님한테 마음있나? 왜 괜히 이러는 거야...? 완전 싸가지 없는 부장님한테 설마. 에이 설마...
"도시락 별로예요?"
"별로야."
"어쩐지.. 너무 안 드시더라..ㅎㅎ 다른 거라도 사드릴게요! 뭐 시킬까요..? 아니면 나가서 먹을까요!?"
"대충 먹고 가."
저 말은 싫고 귀찮으니까 먹고 꺼져- 이 뜻이겠지? 이제 부장님 말하는 걸 알아듣는 것도 재능이다 재능.
"다 먹었으면 일어나지."
"네? 아,네."
"내가 치울 테니까, 그만 가라 이제.
그나저나.. 이렇게 부장님 집에서 밥 먹는 것도 왜 이렇게 연애라도 하는 느낌인가 몰라.. 전혀 그런 분위기는 아닌데 말이지. 아 몰라! 이런 생각을 왜 해!! 퉤퉤!!
밥 먹었으면 이제 가라- 하고 대놓고 싸가지 없는 부장님한테 저런 이상한 감정을 느낄 필요가 있냐고..!
-Rrrrr
식탁 위에 올려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벨소리 소리에 급히 부장님의 눈치를 봤다.
역시나 부장님은 전화가 오던 말던 관심이 없고, 젓가락으로 별로라던 도시락 반찬을 툭툭- 건드려본다.
"여보세요?"
모르는 번호인데.. 누구지?
- 나 민규.
전남친이었다.
"…왜 전화했어?"
- 너 오늘 생일이잖아. 저번에.. 일 미안해서 사과할 겸.. 선물도 줄 겸.. 만나자고.
"…미안한데. 나 너 안 봐."
- 집앞이야 나와.
"뭐? 집앞???"
순간 목소리가 너무 컸나. 힐끔 부장님을 보면, 부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럼 나는 괜히 조용히 말하게 된다.
"…그냥 가. 난 너 절대 안 볼 거니까.. 다시는 연락하지 마."
- 나올 때까지 집앞에서 기다릴게.
"나 지금 남자친구랑 있어."
- …….
"그러니까 그만해."
- 기다릴게.
"…경찰 부를 거야."
- …뭐? 야 강이재.. 너 진짜 정 없ㄷ..
급히 전화를 끊었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집앞에서 기다리겠다고?
"왜."
갑작스레 들려온 부장님 목소리에 고갤 들어 부장님을 봤는데...
"……."
"…아, 저..그..그때 회사 앞에서 저랑 싸웠던 전남자친구요.. 집앞에 있다고 해서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나를 보는 부장님에 나는 일어나 작게 웃으며 말했다.
"덕분에 저녁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 이제 가볼게요."
"……."
"주말이라 부장님도 쉬셔야하는데.. 제가 방해했죠? 죄송해요."
일어서서 꾸벅- 인사를 건네면 부장님이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가지가지한다."
"……."
"기다려. 차키 갖고올 테니까."
"네?"
"뭔 네?야 네?는 데려다줄 테니까 있으라고."
"왜..요?"
"또 가서 멍 몇군데 들어와서는 울면서 질질 짜려고? 가 있어."
"……."
저러고선 방으로 들어가 차키를 갖고오는 부장님에 나는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다가도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부장님 완전 츤데레네.
처음엔 그냥 싫고 무섭고 왜 저럴까 싶었는데. 그냥 츤데레였어.
집에 다 오기까지 말 한마디 없었다. 딱히 말을 걸어봤자 대답도 안 할 것 같고.. 짜증낼 것 같기도하고.. 고민하다보니 벌써 도착한 것이었다.
빌라 앞에 꽃다발을 들고선 쭈그리고 앉아있는 전남친에 한숨을 쉬었다. 경찰을 진짜 불러야해..?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내리려하면 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참. 저런 구질구질한 새끼 처리도 제대로 못하고 사냐. 인생 얼마나 피곤해지려고."
"…나름 처리한다고 처리했어요. 근데.. 괜히 나쁘게 말하고 쳐내면 무슨 짓 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요즘 미친놈들이 워낙 많아서.. 혹시라도 저한테나 가족한테나..해 끼치면.."
"영화를 얼마나 보는 거야."
"…정말이거든요? 영화 아니어도.. 요즘 뉴스보면 미친놈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무섭거든요.."
"상상력 하고는.."
"…치."
갑자기 부장님이 먼저 내렸고, 어디가나 싶어서 차 안에서 부장님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어라라..?
문을 직접 열어주는 부장님에 당황스러워서 '왜 그러세요..?'하고 얼굴을 붉히면 부장님이 내려- 하고 낮게 말한다.
어.. 네...하고 얼떨결에 내렸는데.. 부장님이 나와 바짝 붙어서 걷는다. 그러다 전남친과 눈이 마주쳤고.. 전남친이 날 보더니 곧 화난 듯한 눈을 하더니 쒸익 쒸익 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부장님은 전남친을 무심하게 한 번 바라보고선 내게 말한다.
"여기야?"
"네? 아, 네..."
"내일 봐."
"…네? 아, 네..."
이게 뭐지?.. 내일 보자고..?설마.. 전남친 보라고 일부러 남자친구인 척 하는 거야..? 내가 아까 남친이랑 있다고 말한 거 때문에?..
곧 전남친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선 화난 듯 저 멀리 사라졌고, 나는... 지금 전남친의 존재보다 부장님이 했던 말이 제일 신경이 쓰였고, 이상하게 심장이 더 크게 뛰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뭐 저런 양아치같이 생긴 애랑 사귀어? 취향이 저런 쪽인가보지?"
"…핳ㅎ...부장님.."
"……?"
"저 사실.. 오늘 생일인데..! 부장님 덕분에 오늘 정말 좋았어요..! 부장님이랑 같이 저녁 먹은 거요..! 그리고 방금도.."
"너 인생 별 거 없네."
"…네?"
"이딴 걸로도 생일에 기분 좋다고 느낄 정도면 인생에 좋은 일이 별로 없나보다."
"…에엑..!? 말이 너무 심하시잖아요오! 인생 별 거 없다니요...."
"저런 새끼들 무서워서 그러는 거면, 씨름이라도 배워. 되게 잘 어울려."
저러고 무심하게 뒤돌아 가버리는 부장님에 얼굴이 붉어졌다가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럼 나는 부장님 뒷모습에 대고 괜히 말한다.
"조심히가세요! 감사합니다..!"
큰일났다. 난 왜 갑자기 부장님이 하는 모든 행동에 의미부여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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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새벽에 부장님 글이랑 준혁 씨 글 다 썼었는데.. 다 날라가고..
그나마 조금 날라간 부장님 글 써서 내요.. 나 우럭..우럭!!!!!!!!우어러러러럭럭러러거!!!!!!!!!!!!!!!!
상황추천 무조건 받아여 뿌ㅜ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