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 안 좋았던 거 맞네. 표정이 왜 이럴까 우리 공주 ”
“ 아저씨 ”
” 응 ”
“ 헤어질까요. ”
“ 뭐? ”
처음이였다 아저씨의 이런 표정
“ 다시 말해봐. 내가 잘 못 들은거지? ”
“ 헤어져요. 아저씨, 나 아저씨한테 마음 떨어진 거 같다 ”
아저씨는 떨리는 손을 잡고 나에게 말했다
“ 너 이거 진심 아니잖아. 무슨 일 있어? 말해 그러면 왜 그렇게 말을 하는거야 김서우 ”
“ 진심이에요. 나 이제 안 좋아해 아저씨 ”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마치 정말 마음이 없는거처럼
“ 하… ㅋㅋ 진심이라고? ”
“ 마지막이야. 진심이야? “
” 네. “
“ 그래. 네 맘이 그렇다면, 헤어져야지 ”
그러곤 내 뒤로 지나가는 아저씨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심장 부근이 아팠다
이것도 증상중에 하나일까
아저씨에 눈에 맺힌 눈물을 봐서 더 아픈 거 같았다
아저씨와 헤어지고 한 달이 지났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그 탓에 밖은 나가지 못한다
나는 하루종일 아픔을 견디기 위해 약과 함께 술만 마시며
그러고 지내고 있었다
술도 잘 못 마시면서
집 거실은 치우지 못한 술병이 잔뜩이다
안방은 약봉투로 가득이다
이제 나는 빠르면 2개월, 늦어도 5개월이다
그래서일까, 약과 술로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온다
“ 헉… 하… ”
이것도 다 아저씨를 버린 이기적인 나에게 주는 벌이겠거니 하고
눈물을 흘리며 침대 밑에 쓰러진 나는 급하게 진통제를 입에 넣어서 물을 삼킨다
식은땀으로 젖은 머리와 한달사이 빼싹 마른 몸은 누가봐도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이럴때 아저씨 생각만 난다
핸드폰에 있는 아저씨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내가 참 병신 같았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 김남길 삼촌(아저씨 친구) ]
- 제수씨 잘 지내?
- 아 이젠 (전)제수씨인가
- 헤어졌다고 나랑도 연락 안 해? ㅠㅁㅠ
- 비밀 알려줄게 ㅋㅋ 주지훈 맨날 술 먹고 울었어
- 근데 좀 괜찮아졌는지 선 본다네 곧 ^^ 알아두라구 연락 줭~
아저씨 친구의 카톡을 보니 웃음이 나오다가도
선을 보러 간다는 말에 아픈 머리는 더 아팠다
뭔가 여기서 놓치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에
아픈 머리를 잡고 눈물을 흘리며 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한참 신호음이 갔을까
- ” 여보세요. “
” … “
” 아저씨… “
아저씨 목소리다.
그렇게 듣고 싶었던 목소리
- ” 왜 전화 했니. “
” 뭐해요? ”
나는 최대한 아픈 목소리를 내지 않고 말했다
- ” 그냥… 그냥 있어. ”
“ 선 본다면서요. ”
- “ 어떻게… 아니, 너가 상관할 일 아니지. 헤어진지 한 달 됐는데 왜 연락 했니? ”
“ 저 잊었어요? ”
-” … “
-“ … 응 ”
처음 들어보는 단호한 아저씨 목소리에 나는 놀라 눈물이 나올 거 같았지만 아픈 머리를 잡고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 아저씨. 나 아저씨 안 좋아한 적 없어요. ”
- “ … ”
“ 다 거짓말인데… 일부러 한 말 인데… 너무 후회돼요… ”
“ 근데… 안 하면 더 후회 할까봐, 아저씨가 나한테 마음이 다 떨어졌을 때 말할게요. ”
- “ … ”
“ 나 죽어요. 죽는데요. ”
“ 아저씨랑 헤어졌을때 알았으니까, 나 이제 빠르면 2개월이네. 그리고 되게 아파요 지금… ”
” 근데… 마지막으로 이 말 해야 내가 죽을 준비를 끝마칠거 같아요. “
” … 처음부터 지금까지, 죽어서도, 제가 사랑하는건 아저씨에요 ”
-“ 지금 어디니. ”
“ 집이에요... “
- “ 그래. ”
마지막말을 끝으로 끊긴 전화를 보고 정말 끝났구나 싶었을 때
20분이 지났을까 누가 현관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왔다
그러곤 성큼성큼 걸어 방문을 열고는
침대 밑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있었다
“ … ”
“ 아저씨…? ”
아저씨는 달려온건지 땀에 젖어 있었고
눈물이 맺혀선 날 보고 있다가 이내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 … 왜 ”
“ …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 왜 죽어. 서우 너가 왜 죽냐고. ”
“ 왜 말 안 했어. 나한테… 적어도 한마디라도…! ”
“ 아저씨한테 짐을 주기 싫었어요… 시한부 애인을 주고 싶지 않았고, 아저씨가 힘든 모습을 보기 싫었어요. ”
“ 너는… 혼자 이렇게, 이러다가 죽는다고? ”
아저씨가 이내 눈물을 흘리며 한 손으로 내 볼을 만졌다
“ 응… 아저씨 나 보러 오지마요. 이러면 나 못 죽어. ”
내가 웃으며 말하자 아저씨는 나를 말 없이 쳐다보다가
안으며 말했다
“ 옆에 있게 해줘. 서우야 제발… “
오랜만에 느끼는 아저씨의 체온에 나도 모르게 참았던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나도 아저씨를 안았다
그러고 조금 있었을까 나는 다시 심각한 두통을 느끼게 되었다
“ 아저씨… 진짜…… 진짜 미안한데 하… 잠깐만 나가줘요… 제발… ”
무거운 숨을 쉬며 서랍에 있던 약을 찾았다
아저씨는 약간 벙찐 표정이더니 거실로 나갔다
조금 진정이 되었을까 거실로 나가니
쇼파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얼굴이였다
" 왜 그러고 있어요...ㅎㅎ "
" 내 자신이 한심해서, 난 그것도 모르고 원망했어. 미워했고..."
" 근데... 너가 이러고 있으니까 나 정말 한심하구나 하고. "
나는 아저씨 옆에 앉아서 손을 잡았다
" 아저씨... 미안해요. 상처 줘서 "
" 아니야. 사과 하지마. 내가 미안해... 몸은 어때? "
" 그냥... 가끔 이렇게 아프고, 괜찮다가 또 아프고 그래요. 잠 못 자면 술 좀 먹고? ㅎㅎ "
내 말에 아저씨는 살짝 화난 듯 날 보며 말했다
" 그 몸에 술을 먹으면 안 되지... 방법이 아예 없어? "
" 있긴 한데......... "
" 근데 왜 치료를 안 해 왜 "
나는 잠시 머뭇 거리다가 말했다
" 기억을 다 잃는대요. 아저씨랑 기억도, 뭐든지 "
" ... "
" 근데요. 전 그럴바엔 살기 싫어요. 아저씨랑 추억이 다 없어진다니, 상상도 하기 싫어요. "
아저씨는 내 말을 다 들어주더니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입을 살짝 열었다
" 치료 받자. "
" 아저씨 제 말 이해 못했어요? "
" 완벽하게 이해 했어. 걱정하지마 너가 기억을 잃어도 아저씨가 처음 그대로 먼저 다가가서 꼬실게. "
" 그리고 다시 처음 그대로 사랑하자. 기억을 못 한다면 똑같은 기억 그대로 행복하게 해줄게 응? 아저씨는
서우가 날 기억 못하는 거 보다 영영 내 눈 앞에 없는게 더 슬플 거 같아. "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났다
" 아저씨가 힘들거에요... 그런 거 싫어요... "
아저씨는 내 눈물을 조심히 닦아주더니
내 눈을 맞춰서 보며 웃으며 말했다
" 괜찮아. 사랑하니까, 다 참을 수 있어 옆에서 항상 기다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