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분명 후회할거야. 그리고, 너가 지금 날 버리는것도, 분명 어떻게든 돌려 받을거야. ”
그 말이 씨가 됐나보다.
나 죽는대 아저씨
길어야 5년이래.
2년이 지났다.
나는 이제 27살 되었고, 아저씨는 42살이겠네.
먹고 싶은 음식도 먹지 못하고, 무리도 못하는 몸이라서
대학도 자퇴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저씨와 헤어지고 나서 거의 병원에 살았다.
난치병이라서 해줄 수 있는것도 없다고 한다.
25살에 받은 시한부 판정이 이제는 3년 남짓 남았다.
나의 일과는 집, 병원, 집이 끝이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병원을 갔다가 집으로 가는 길이였다.
근데 되게 익숙한 차가 있더라.
설마, 진짜겠어 했는데
곧 차에서 내린 인물은 내 설마가 맞았다.
그대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2년 사이 아저씨는 더 멋있어졌더라
그리고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도 많이 놀란 거 같더라
아저씨는 큰 보폭으로 나에게 걸어오더니
잠시 숨을 고르고 나한테 말했다
“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가만히 아저씨를 볼 뿐
아저씨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 잘 지냈어? 2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예쁘네. 지금 너 맘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이제 다 정리했어. 위험한 일 다 끝냈는데, 다시 아저씨 옆으로 와줄래? ”
너무나도 보고 싶었고, 너무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아저씨 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저씨에게 시한부 애인을 안겨주기 싫었다
“ 어떡하지, 난 이제 아저씨 잊었는데 ”
아저씨는 잠시 날 보더니 한숨을 쉬곤 말했다
“ 내가 널 모르니? 거짓말 칠 때 눈 못 보는거, 2년동안 너 위해서 다 정리했어. 아저씨 옆에 오는게 그렇게 싫어? ”
어떡하지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 … ”
“ 지안아. 나 너만 보고왔어. 너만 기다렸어. 근데 안 되겠어? ”
“ 난 아저씨를 버렸는데, 내가 안 미워요? ”
내 말에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
“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미워하겠어. ”
그래
지금은 아저씨 곁에 있자.
그리고, 아저씨가 날 질려할 때 그때 다시 그만하자.
“ 보고 싶었어요. ”
2년 만에 오는 아저씨의 집이다.
바뀐 거 하나 없이, 내 물건도 다 그대로 있더라
아저씨와 같이 쇼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 어떻게 지냈어? ”
“ 그냥, 그냥 지냈어요. ”
“ 대학교는 졸업 했고? 막학년이였잖아. ”
” 사정이 있어서 자퇴했어요…ㅎ “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기침이 나와 입을 가렸는데
손에 피가 같이 나왔다.
아 큰일이다
숨기고 싶었는데.
아저씨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면서
“ 너 왜그래? 어디 아파? ”
“ 안 아파요! 요즘 그냥 가끔 이래요 ”
“ 누가 가끔 피를 토해. 살 빠진거부터 알아봤어. 어디가 아픈데? 응? ”
아니라고 계속 말해도 듣지 않는 아저씨에 이제는 어쩔 수 없겠다 싶었다
말 해야겠지
“ 우리 헤어질 때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어떻게든 돌려 받을거라고. ”
“ 지안아. ”
“ 나 죽는대요. 3년 남았어, 시한부래요. ”
왜 말 하는데 눈물이 날까
지금까지 덤덤하게 받아드렸는데.
“ 그래서, 나 아저씨랑 못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 만난거 그냥 이거로 끝내고, 아저씨 인생 살아요. ”
내 말에 아저씨는 멈칫 하더니
이성을 잡고 간신히 말했다.
“ 아니. 죽는다니 무슨 소리야? 왜 너가 죽어. 왜 ”
“ 난치병이래요. 해줄 수 있는게 없대요. 아저씨랑 헤어지고 나서 2년 내내 병원에 입원 했다가 나온지 얼마 안됐어요 ”
“ 난 그것도 모르고… 왜 말 안 했어? ”
아저씨는 날 원망하는 눈빛이였다.
아니 이건 슬픈 눈빛인걸까?
“ 더이상 아저씨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나 잊고 살아요 아저씨 ”
“ 시발 너가 죽긴 왜 죽어. 너 안 죽어. 내가 그렇게 안 만들어. “
처음 듣는 아저씨의 욕과 화였다
나한테는 지금까지 화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눈물을 삼키고 날 껴안았다.
“ 걱정하지마. 내가 어떻게든 너 살릴게. 그러니까 잊으라는 소리도 하지마. ”
그렇게 나와 아저씨의 인연은 다시 시작됐다.